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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55화 (255/575)

00255  Game No. 255   =========================================================================

차인환이 그어놓은 전선이 뒤로 이동했다.

원래대로면 9시까지 가져가며 이승우를 본진에 꽁꽁 묶어둬야했지만 상황이 틀어졌다.

9시로 계속 공격을 가한다?

옳은 선택이 아니다.

견제를 받은 것에 화가 나서 공격일변도로 몰아쳤다가 그게 막히는 순간 경기를 내줄 수 밖에 없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경기를 그르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자원을 원활하게 채취하고 있었다면 얼마든지 유닛 맞바꿔주기를 해도 되었지만 일벌레가 몰살을 당한 지금 그러기엔 너무 위험부담이 컸다.

이제 차인환이 침착해야한다.

이승우가 차분하게 해법을 찾았듯 차인환도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한다.

아직 이승우의 입구를 틀어쥐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새로운 계획을 짜야한다.

그래야 승리할 수 있다.

****

견제가 성공한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한시름 놓았다.

이제 9시로 오는 압박이 약해질 것이다.

연달아 마수가 몰아쳤다면 9시를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뒷마당과 앞마당 그리고 본진까지. 일벌레를 상당수 털어주었기에 무사히 9시를 지킬 수 있다.

그렇다고 마음을 푹 놓아선 안 된다.

한 숨 돌린 것 뿐 아직 경기를 이긴 건 아니었다.

‘감독님 아니었으면 큰 일 날 뻔했네.’

무너질 뻔 한 멘탈을 빠르게 다잡을 수 있었던데엔 감독님의 도움이 컸다.

오늘 오전.

간단히 연습을 마치고 감독실로 향했다.

안에 들어가니 감독님께선 모니터에 광룡 전장을 가득 띄어놓고 계셨다.

감독님께서 딱 두 군데를 집으시며 입을 여셨다.

이 장소에 마수가 전진 소굴을 건설해 촉수밭을 만들면 용족 입장에서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다고.

그 중 한 군데가 차인환이 전진 소굴을 건설한 곳이었다.

처음에 전진 소굴을 알았을 때 머리가 멍해졌다. 새하얀 도화지마냥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바람을 맞은 불꽃처럼 감독님의 말씀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그 해법까지도.

아예 준비를 하지 않았더라면 시간을 많이 빼앗겼을거다.

시간을 많이 빼앗겼다면 지금처럼 9시를 확보하고 견제를 성공시킬 수 없었겠지.

사실 해법 자체는 간단했다.

운룡에 대다수 병력을 실어 9시를 확보한다.

그리고 거기에 정신이 팔린 마수의 본진과 확장 지역에 견제를 가 자원줄을 틀어막는다. 일벌레의 수가 크게 줄은 마수는 더 이상 공격을 할 수 없다.

재정비를 해야했으니까.

마수의 유닛이 비교적 적은 자원을 소모해 나오긴 하지만 어쨌든 뽑으려면 자원이 필요하다.

확장 한 군데만 마비시켜도 돌릴 수 있는 소굴의 수가 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다.

그 사이에 난 9시 확장의 방어선을 확실히 만들고.

어때 정말 간단하지?

다만 실행시키는 것이 많이 까다로울 뿐이다.

감독님께서도 그러셨다.

말로는 쉽게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일단 이렇게 알고만 있고 나가라고.

나 역시 [투신]이 아니었다면 둘 중 하나 밖에 해내지 못했을 거다.

이 상황에서 [폭주기관차]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당장 9시 전투, 그러니까 한 화면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선 큰 힘을 발휘하겠지만 견제와 전투를 동시에 해야 하는 멀티테스킹 싸움에선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감독님 잘 보고 계신가요?

제가 그 해법으로 전진 소굴을 뚫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무너뜨린 건 아니니까 너스레는 여기까지만 떨게요.완전히 무너뜨리고 숙소에서 웃는 얼굴로 뵙기를 희망합니다.

****

-상황이 애매해졌습니다.

-전진 소굴 좋은데 문제는 상대방이 상대를 안해주면 전진 소굴은 조금 어색해진다라는 거.

-자원을 투자했는데 투자한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어요.

-일벌레의 피해만 없었다면 끊임없이 몰아치며 이승우 선수를 압박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게 무리거든요? 길게 봐야합니다. 당장 병력 뽑아서 밀어붙이는 것보다 언덕 밑 쪽에 가시귀 일렬로 쫙 깔아놓고 그슨대와 혈풍으로 현룡 잡아주면서 나오지 못하게 해야해요. 본진에서 생산 된 병력 일일이 실어 나르는 것도 굉장히 귀찮은 일이거든요. 이때 차인환 선수가 본진을 칠 수 있다는 움직임을 한 번 보여주면 자연스레 용족의 병력이 둘로 쪼개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사이에 9시를 제외한 전 확장 가져가고 군락가면 이길 수 있어요!

하지만 차인환은 경기를 길게 보고 싶은 생각이 없나보다.

일벌레를 한차례 충원한 차인환이 확장 대신 병력을 뽑기 시작했다.

지금 병력을 뽑는다는 건 전투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뜻이었다.

중계진들의 생각과 차인환의 생각은 달랐다.

경기를 길게 보면 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듯 싶었다.

본인의 운영능력이 정상급 마수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물량에 장사 없다.

어쨌든 이승우의 자원도 곧 떨어진다.

길게 가져가다 아까와 같은 견제를 두들겨 맞느니 최대한 빠르게 경기를 끝내겠다.

지금 차인환의 생각이었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기도 했다.

기세 오른 선수를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를 안해주는 거다.

지금 힘이 넘쳐난다고? 그럼 조금 있다 싸우자. 이런 식으로 상대방의 맥을 계속 빠지게 해야한다.

힘이 넘쳐나는 상대에게 어? 너 힘 세? 나도 만만만치 않은데? 한번 붙어보자!라고하는 건 상대방에게 기회를 주는 거나 다름없다.

차인환의 시야가 조금만 더 넓었더라면 여기까지 캐치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차인환은 침착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화가 나있었다.

그 것도 아주 잔뜩.

-이거 굉장히 위험한 선택인데요. 9시를 밀어버리면 모를까 못밀면 불리해집니다.

-테크가 너무 느리거든요. 그슨대와 가시귀가 힘을 받는 시기가 점점 지나고 있습니다. 이승우 선수는 지룡과 비렴이 갖춰진 상태에요!

-빼앗긴 주도권을 되 찾으려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 무리수처럼 보이지만 전진 소굴처럼 기발한 움직임으로 이득을 챙겨낼 수도 있겠죠?

-물론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보다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차인환의 병력이 꽤 많다.

확장을 포기하고 생산한 병력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것이 전부다.

뒷심이 약하다.

이만큼의 병력이 계속 쏟아져 나올 수 없다.

만약 2~3번 이승우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9시 지역을 기점으로 모든 병력이 중앙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어쨌든 지금 확장 수가 동수거든요? 이승우 선수가 마음 급하게 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상대가 병력 쥐어 짜낸 거 확인하면 수비만 하면 되요. 수비만!

-그러다가 아까처럼 운룡 1기씩 날리면 진짜 까다롭습니다.

-그 시간을 주지 않으려 하겠죠. 차인환 선수는. 이왕 선택한 거 계속 몰아쳐야합니다. 이승우 선수가 숨 돌릴 틈조차 없도록!

한 차례 병력을 모은 차인환이 9시 앞 쪽에 대부분의 병력을 집결시켰다. 견제를 의식해서인지 소수의 병력을 확장이 남기긴 했지만 그걸로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승우라면 그 병력을 뚫고 견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자. 이승우 선수 눈치 챘죠. 병력 실어 나릅니다. 9시 쪽으로.

-저 운룡이 눈엣가시입니다. 어떻게든 줄여줘야 하는데 초반에 생산한 비비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운룡의 곁을 너무나 든든히 지키고 있어요.

-그래도 차인환 선수 병력은 많아요. 정말 많아요. 아까처럼 막무가내로 들어갈 것이 아니라 잘 정리해서 들어가야 합니다. 이번 실패하면 패배로 이어지는 거예요!

모두가 놀랐다.

분명 마수에게 많이 기운 경기였다.

그런데 어느새 용족이 유리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경기 양상이 뒤바뀌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 처럼.

이승우의 힘이었다.

-차인환 선수 결단 내렸죠. 들어갑니다.

-집중해야합니다. 아까처럼 가둬놓고 때리는 상황이 아닙니다. 본인의 테크와 확장을 포기하고 들어간 공격이에요. 제대로 압박하지 못하면 용족이 치고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습니다!

물밀듯 쏟아진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걸까?

마수의 업그레이드 잘 된 그슨대와 가시귀가 9시를 파도처럼 덮쳤다. 그 수가 아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군데군데 마견들까지 섞여 있어서 여간 까다로운 조합이 아니었다.

이승우의 병력은 비렴과 지룡이 섞여 있긴 하지만 중간 자원의 부족으로 용혼보단 용아가 기형적으로 훨씬 더 많았다.

순수 병력 자체는 마수가 더 강했다.

조합의 힘으로, 컨트롤의 힘으로 싸워야했다.

-차인환 선수 너무 막 밀어붙이면 안됩니다!

-천벌! 천벌 제대로 들어가죠!

-일단 현룡부터 잡아줘야 합니다. 그게 급선무입니다. 가시귀 숫자 충분하거든요? 현룡만 제거하면 용족 병력들 바보로 만들 수 있어요!!!

-근데 이승우 선수의 천벌이 너무 적절한 곳에 떨어지네요!

현룡을 잡기 위해 그슨대가 순간 적으로 덮치려 하면 그걸 알고 있다는 듯 그슨대가 있는 곳에 천벌을 내리 꽂는 이승우.

단순히 천벌만 무서운 것이 아니라 뒤에서 화력을 지원하는 지룡도 압박이었다.

-지룡 데미지 업그레이드 해줬습니다. 확실히 다르네요.

-섬세합니다. 자칫 놓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데 확실히 해줬어요. 화력 면에서 엄청 도움 되고 있죠?

지룡의 데미지 업그레이드를 해주면 토정 당 데미지가 25가 올라 총 125의 데미지를 주게 된다.

그슨대를 상대로 엄청난 효율을 자랑하는 개발.

하지만 정신이 없어 잊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승우는 놓치지 않고 업그레이드를 해줬다.

-시원하게 터집니다!

-아깐 그렇게 강해보였던 마수의 병력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갑니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공격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후반을 도모했었어야합니다. 병력 이렇게 잃으면 어떡합니까?

전투에서 이승우가 시원하게 이겼다.

모든 유닛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용아가 이리 저리 움직이며 그슨대의 공격을 받아내었고 그 뒤에서 용혼이 퍼져서 그슨대와 가시귀에서 데미지를 넣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비렴과 지룡의 컨트롤이었다.

단순히 어택땅을 찍어놓은 것이 아니라 그슨대가 뭉쳐있는 곳을 일일이 우클릭해서 지룡이 토정을 날리게 했고 천벌 역시 허투루 떨어지는 것이 하나 없었다.

-아. 제대로 덮쳐서 한 번에 밀어 버렸어야하는데.... 저 전진 소굴이 기어서 올라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차인환 선수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집니다.

-아마 이런 경기를 하려던게 아닐 겁니다. 분명 서서히 조여 가며 굶겨 죽이려 했을텐데 이승우 선수가 너무 잘했어요. 그렇게 갔다간 더 큰 피해를 받겠다 싶어서 차인환 선수가 생각을 바꾼 겁니다. 본인이 준비해온 운영조차 바꾸게 하는 이승우 선수의 실력! 이게 정말 대단한 겁니다.

-이승우 선수 정말 똑똑합니다. 앞마당 입구 쪽 전장을 사용해주지 않으면 그만이거든요. 오히려 차인환 선수가 9시로 공격을 오게 끌어들였습니다.

그 많던 마수의 병력이 많이 줄었다.

아까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용족의 병력도 많이 줄었지만 비교적 값싼 용아와 용혼이 대부분이었다. 비렴을 포함하여 지룡은 거의 다 살아남았다.

이게 무슨 소리냐?

병력을 빠르게 조합해 나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전투 할 때 움직임도 좋았다.

운룡이 병력 충원을 제때 했다. 운룡을 노리는 혈풍이 있었지만 곡예비행으로 피해내며 병력을 충원해주었다.

전투와 동시에 이런 컨트롤이 나온 것이다.

-아. 차인환 선수 상황이 뒤바뀌었습니다. 전진 소굴 때문에 이길 뻔한 경기였는데 이젠 전진 소굴 때문에 지게 생겼네요. 거기에 돈을 너무 많이 썼어요. 이게 무슨 일인가요?

-이제 이승우 선수가 저기를 뚫을 이유가 하나도 없죠. 새로운 길이 열렸는데요!

-전진 소굴이 아무짝에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차인환 선수 동공 흔들립니다! 지진 난 것 처럼 흔들려요!

-이게 아닌데. 어? 이게 아닌데? 왜 경기가 이렇게 되었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듯 합니다.

-아. 끝났어요. 이제. 이승우 선수가 병력 조합해서 나가면 어떻게 막습니까?

전세가 완벽히 역전되었다.

전진 소굴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병력을 다시 조합한 이승우가 진출을 시도했다.

아까만큼의 병력을 충원할 수 없는 차인환.

결국.

-GG! 차인환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정말 명경기네요. 이승우 선수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란 말입니까?

개막전 승리는 이승우의 품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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