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53화 (253/575)

00253  Game No. 253 혈전.  =========================================================================

머릿속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이렇게 머리가 아픈 경기는 없었던 것 같다. 보통 내가 주도권을 잡고 흔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반대다.

주도권을 완벽하게 뺏겨버리는 것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시 촉수가 더 늘어나기 전에 뚫어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할 수 없다.

비비로 얼핏 봐도 그슨대의 수가 굉장히 많다. 거의 뽕뽑기에 가깝게 병력을 생산했다. 갑작스레 소굴을 편 것이 아니라 준비해 온 전략이라는 뜻이었다.

소굴을 발견하도 깨지 못하게.

차인환의 의도는 멋드러지게 성공했다.

내 입장에선 열불이 치솟아 오르지만 말이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제단의 숫자는 겨우 6개.

뚫기엔 너무나 부족한 숫자다.

[투신]과 [폭주기관차], [숨바꼭질]을 한꺼번에 사용해도 지금 가지고 있는 화력으론 뚫기 힘들다.

스킬도 어느 정도 병력이 뒷받침 되었을 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지 아예 터무니없는 상황을 역전 시키는 건 아니었다.

저 세개의 스킬을 중복해서 사용해도 용아 1기로 가시귀 1기를 잡아낼 수 없다는 거다.

병력도 병력이지만 당장 가시귀를 볼 수 있는 현룡도 미처 준비되지 않았다.

갑자기 후회가 된다.

이번엔 [엄대엄] 같은 거나 하나 챙겨올걸.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가장 도움이 될 텐데.

이제와 후회해봤자 소용없었다. 예전처럼 체력 믿고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뒷골이 살짝 당겨왔다.

조금 더 정찰에 신경을 썼어야했는데.

차인환의 군주 움직임이 너무 좋았다. 그로 인해 비비가 본진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었다.

떠나는 순간 드랍이 떨어질 지도 몰랐다.

상대가 차인환이라서 그런 것도 있었다. 해괴망측한 빌드를 방송경기에서 아무렇지 않게 꺼내들곤 했었으니까.

만약 드랍을 할 것 처럼 페이크를 넣지 않았다면 전진되어 지어지는 소굴을 진작 확인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침착하자.

어차피 지금 화를 내봤자 바뀌는 건 없다. 오히려 상대가 원하는 반응이다. 조금 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야한다.

사실 미리 봤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거다. 전진소굴을 막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애초에 전진 소굴을 할 생각으로 마굴 단계에서 금광을 축적하지 않고 다수의 그슨대와 가시귀를 확보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마수가 용족의 힘을 압도한다. 물론 비렴과 용혼의 수가 부대 단위로 확보되는 순간 힘의 균형은 역전되지만 그 정도 시간을 버는 것만로 마수는 충분했다.

그 사이 전진 되어 건설한 소굴이 완성될테니까.

다시 생각해봐도 짜임새 있는 전략이다.

적이지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이제 정면을 뚫는 건 불가능하다.

아직은 가시촉수가 몇 개 없지만 조만간 하늘촉수까지 더해 10개가 넘는 가시촉수가 생길 것이다.

그야 말로 철옹성.

그때 가서 저기에 병력을 들이받는 건 멍청한 짓이다.

안봐도 비디오다.

용아가 비명을 지르며 산화되고 용혼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게 벌써부터 그려진다.

왜 용족엔 천자총통이 없는 거지?

천자총통 같은 게 있다면 가시촉수는 금방 걷어낼텐데.

현룡을 확보해도 문제다.

차인환이 병력끼리 싸워 줄 리도 없다. 혈풍으로 현룡을 끊겠지.

현룡의 체력이 굉장히 낮다.

혈풍 1기가 자폭을 해도 터지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주변을 배회하는 4~5기의 그슨대가 순식간에 덮쳐 일점사를 해도 쉽게 터진다.

갑자기 개복치가 생각나는 건 왜 일까?

물론 그 그슨대는 내 병력에 다 죽겠지만 현룡을 잡아낸 것만으로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시간을 늦추는 것.

그 사이 마수는 전 확장을 가져가고 물량과 테크를 폭발시키면 된다.

자원이 무한이라면 모를까 한정 된 자원을 지닌 지금 정면으로 병을으 진출 시키는 건 최악의 판단이었다.

이미 최선은 물 건너갔다.

이제 차선을 선택해야했다.

차인환의 의도는 명확하다.

나를 굶어 죽이겠다는 것.

뚫다 지쳐 GG를 선언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상대의 의도대로 놀아날 생각은 없다.

굳이 진을 치고 있는 곳에 머리를 드밀 생각은 없다.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수를 차인환이 냈듯 나 역시 그런 수를 내야한다.

지금 차인환은 정면 조이기에 여념이 없다. 온 신경이 거기로 가 있다.

상대적으로 후방은 약하다는 소리.

그렇다면 난 그 곳을 노린다.

바로 용의 신전을 하나 더 추가로 소환했다.

운룡과 지룡을 추가로 조합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용의 신전 하나로 운룡과 지룡을 다수 확보하는 건 무리였다.

일단 비비가 꽤 있으니 공중에서 운룡이 혈풍이나 닷발귀에 의해 격추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뒷마당과 앞마당에 금광이 있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일반적인 전장, 그러니까 2개의 금광만 확보할 수 있는 전장이었다면 지룡과 비렴을 동시에 확보할 수 없었을 거다.

아. 일반 전장이었으면 이렇게 조이기 당할 일도 없었겠구나.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시련을?

그래. 좋게 생각하자.

그만큼 내가 어려운 상대라는 것이겠지?

무난한 운영으로는 이기기 힘들다 판단하고 날빌이나 올인을 선택한 것이라 생각해야겠다.

차분히 계획을 세웠다.

운룡에 병력을 태워 9시 지역을 수복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중앙으로 나가는 입구에 지어지는 가시촉수를 보니 나도 모르게 이가 갈린다.

이게 몇개야?

셋, 넷, 다섯...여덟, 아홉, 열?

열 꼬마 인디언이냐? 뭐 이렇게 많아.

마음 같아선 부스에서 뛰쳐나가 차인환에게 달려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냐고 묻고 싶었다.

그래. 이렇게 나왔다 이거지. 나도 네 예상을 뛰어 넘는 운영을 들고나와주마.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

-신 전장이라서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렇죠. 처음이니까 나오는 상황이죠! 다음엔 용족도 어느 정도 전진 소굴을 생각하고 있을 테니 이런 장면이 똑같이 연출되지는 않겠죠!

-만약 이승우 선수가 이번 경기에서 해법을 제시하면서 승리를 따낸다면 전진 소굴은 오늘 한 경기만 쓰이고 다시는 안 쓰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요즘 가장 잘나가는 이승우 선수가 전진 소굴에 무너진다? 앞으로 광룡에서 용마전이 나오면 용족 선수는 울면서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습니다. 기세 좋은 이승우도 막지 못한 전략을 누가 막아냅니까?

-자. 그래도 이승우 선수 차분하게 용의 신전 추가로 올립니다. 운룡으로 실어 나르겠다는거죠?

좋은 판단이다.

무리해서 중앙으로 진출했다면 지금까지 모은 병력도 모두 잃고 훨씬 더 불리하게 경기가 진행 되었을거다.

드랍을 대비해 본진에 남아있던 비비도 바로 마수의 진영 쪽으로 떠났다.

앞마당 쪽에 몰려있는 군주를 발견한 비비.

하늘촉수가 있었지만 때리든 말든 무시하고 군주를 공격했다.

모든 병력이 전진 배치되었던 터라 앞마당에 따로 수비 병력을 배치하지 않은 차인환.

5기의 군주가 순식간에 잡혔다.

공1업 된 비비의 위력은 대단했다.

-어떻게든 피해를 입혀야합니다.

-와우. 그래도 꽤 많이 잡았습니다?

-아주 대박을 터트렸죠. 이런 플레이가 계속해서 나와야 합니다.

-차인환 선수도 모든 병력을 전진 소굴 쪽에 두지 말고 분산 배치를 해야 합니다. 어차피 정면으로 나오지 못하면 뒤로 나온다는 것이거든요? 운룡이 나올만한 곳에 미리 그슨대를 배치시켜서 운룡만 쏙 잡아주면 경기 가져갈 수 있습니다.

옵저버가 전진 소굴 쪽을 잡았다.

가시 촉수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곳으로 나올 생각은 꿈에서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단순 병력으로 저기를 뚫으려면 200을 모아도 힘들어보였다.

-이승우 선수도 부지런히 제단 늘려야합니다. 광룡의 가장 큰 특징이 무엇입니까? 앞마당과 뒷마당에 모두 금광이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운룡 속업도 해주고 지룡도 생산 해줘야합니다. 2금광이라면 비렴과 지룡을 함께 뽑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3금광이면 가능합니다.

이러는 와중에도 비비가 부지런히 공중을 날아다니며 병력 배치 상황을 확인했다.

아마 운룡의 속업이 완료 되면 바로 견제에 나설 것이다.

그러려면 어디에 그슨대와 혈풍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야했다.

아까 군주가 비비에 당한 탓인지 본진과 앞마당에서 소수의 그슨대를 배치해 비비가 쉽사리 파고 들 수 없었다. 마굴 단계에서 병력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정보를 확인하는 것에 만족해야했다.

-지금 이승우 선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시간은 이승우 선수의 편이 아닙니다. 지금은 전진 소굴에 가시 촉수 짓고 병력 쥐어 짜내느라 테크가 올라가지 않고 있지만 여유가 생겨서 철광에 일벌레 붙이고 군락가서 망태할배 나오면 상황 진짜 힘들어집니다. 용혼들이 전부 바보가 되거든요? 그리고 용아가 토혈에 맞으면 공속업 된 마견한테 순식간에 삭제 당합니다. 활용할 수 있는 건 풍백과 지룡인데 그때쯤 되면 본진과 뒷마당 금광은 다 떨어져서 원활하게 조합을 갖출 수가 없게 됩니다.

이 사이에도 전진 소굴의 가시촉수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한 화면에 가득 찰 정도.

정말 징그럽게 많은 수다. 이 정도의 가시 촉수가 한 군데 있는 걸 방송 경기에서 본 적이 없다.

디펜스 유즈맵을 하는 느낌이다.

-차인환 선수도 입구 막았다는 사실이 너무 신나서 가시촉수 만드는 것만 집중하면 안됩니다. 지금 본진이나 확장 쪽은 허술 할 것 아닙니까?  운룡 속업까지 해서 비비와 함께 견제하면 흔들릴 수도 있거든요. 운룡 쌓이면 거의 소환 수준으로 비비와 운룡이 함께 지상 병력을 내려놓으면서 다니면 오히려 앞에 지어진 전진 소굴이 독이 될 수 있어요. 거기에 들이 받아주며 좋은 거지 상대도 안 해주고 이런 드랍 견제가 성공하게 되면 전진 소굴은 그냥 자원 쓴 것 밖에 안 되거든요?

-그렇죠. 여기에 어마어마한 자원을 사용했죠. 이게 다 병력이나 테크로 투자되었다면 어우.

-어마어마하죠.

-그러면 차인환 선수는 어떻게 해야하느냐? 이승우 선수가 할 수 없이 중앙 가시 촉수에 들이 받게 만들어야합니다. 지금 이승우 선수의 핵심 유닛은 운룡과 비비입니다. 비비와 운룡을 어떻게든 줄여야합니다. 전진 소굴로 발을 묶었으니 이제 날개를 꺽어버려야죠. 지옥이라는 걸 알아도 정면으로 걸어서 나올 수밖에 없게요. 지금 차인환 선수에게 모자란 건 철이지 금이 아니거든요? 모르긴 몰라도 꽤 많은 금이 쌓였을 겁니다. 하늘을 덮을 정도, 그러니까 어느 누가 봐도 이건 심하게 많이 뽑은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혈풍을 생산해 비비와 운룡의 수를 줄여줘야 합니다. 그러면 본인이 원하는 그림 완벽히 만들 수 있습니다.

그때 본진에서 병력을 모으던 이승우가 드디어 움직이지 시작했다.

-자. 이승우 선수 움직입니다. 정말 중요한 순간입니다. 이번 진출에서 성과 못거두면 영영 본진 밖을 구경 못하고 경기 끝나는 수가 있습니다.

운룡 4기가 9시 바로 밑에 옹기종기 모였다.

운룡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비비의 활약으로 병력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었기에 9시로 한 번 들어가볼만 했다.

9시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확장의 의미도 있지만 가시촉수밭을 지나지 않고 상대 진영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훨씬 크다.

이승우 입장에서 이번 경기를 이기려면 반드시 수복해야하는 지역이었다.

-자.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승우 선수. 일단 이승우 선수도 자원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병력은 잘 모았습니다. 적어도 두 세 번 정도 9시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비 활용 극대화하면서 차인환 선수의 병력 분산시켰거든요? 만약 비비의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면 지금 모든 병력은 9시에 집중해있을 겁니다. 일단 틈 만들었거든요? 지금 가야합니다.

최승원 해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운룡이 9시 지역으로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