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51 Game No. 251 32강 1경기! =========================================================================
-아까도 잠깐 언급했지만 오늘 패배하게 되면 19연승이라는 대기록에 희생양이 되는 거거든요? 역사에 불명예스럽게 계속 남게 되는 겁니다. 차인환 선수 입장에선 상대방에게 자신의 패배로 그런 기록을 내주고 싶지 않겠죠.
-그거 아주 괴롭거든요.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한종엽 해설께서도 그런 기록을 하나 가지고 있지 않으십니까?
최승원 해설이 한종엽 해설의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콕 하고 찔렀다.
한종엽 해설이 끙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그렇죠. 저도 그런 기록을 하나 가지고 있었죠. 다행히 이영우 선수가 나와 그 기록이 사라졌지만요. 제가 그래서 이영우 선수를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낍니다.
최연규의 환국전 17연승의 희생양이 한종엽 해설이었다. 최연규의 환국전 17연승은 당시 최고 연승이었고 이영우가 깨기 전까지 무려 4년이나 유지 되었던 기록이었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한종엽 해설.
이영우가 최연규의 기존 기록을 깨는 날 소고기를 CT에 보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게 사실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한종엽 해설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했다.
-한 번 기록 되면 몇 년 간 그 기록이 유지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특히 공식전 19연승 같은 기록은 정말 언제 깨질지 감도 안 오는 기록이거든요?
-이승우 선수 최근 분위기보면 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이런 선수를 무너뜨리려면 보통 사람처럼 하면 안되거든요? 무난하게 운영하고 피지컬로 이기겠다? 이건 욕심일 수 도 있습니다. 전혀 다른, 생각지도 못한 걸 꺼낼 때 쓰러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경기 초반은 무난하게 흘렀다.
제단을 먼저 올려주며 뒷마당을 확보하는 이승우.
뒷마당 확장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전장이기에 너무나도 당연한 선택이었다.
차인환 역시 이승우의 초반 용아 찌르기를 의식한 듯 빠르게 마견숲을 지었다.
처음부터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이었다.
이승우를 상대로 마수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초반 용아 찌르기에 너무 많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이제운부터 임형규까지.
지금 가장 잘나간다는 마수들도 이승우의 용아 찌르기를 제대로 당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차인환은 아예 마견숲을 빨리 올려버렸다.
초반에 자원 손해를 보겠지만 용아에게 당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자. 이승우 선수의 용안이 도착했죠.
2인용 전장임에도 굉장히 빠르게 정찰을 나선 이승우였다.
솟대를 건설하자마자 1시로 향했으니까.
두 가지 의도였다.
초반 변수를 확인하는 것과 앞마당에 소굴을 펴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
뒷 마당에 확장을 가져가도 되는, 아니 오히려 그게 훨씬 안전한 용족과 달리 마수는 앞마당 확장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자칫 본진에 갇혀버릴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수가 소굴 이외의 건물을 건설하려면 우토가 필요하다.
우토를 만들 수 있는 건 소굴과 촉수 단 둘뿐.
그 중 언덕 아래에 우토를 펼 수 있는 건 소굴 뿐이다.
용족 역시 마찬가지로 건물을 건설하려면 솟대가 필요하지만 마수와는 차이가 있다. 솟대의 건설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는 점. 반면 소굴은 건설 타임은 굉장히 길었다.
애초에 뒷마당은 언제든 가져갈 수 있는 확장 지역.
앞마당을 먼저 확보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자. 차인환 선수 센스 있게 일벌레를 철광 뒤 쪽으로 숨깁니다.
용안이 온다는 걸 군주로 확인한 차인환이 앞마당 소굴 건설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일벌레를 크게 돌려 아래 쪽으로 숨겼다.
하지만.
-이승우 선수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기가막히게 냄새를 맡고 다시 아래로 내려오죠.
본진으로 올라가려던 용안이 방향을 휙 틀더니 다시 앞마당 쪽으로 이동했다. 일벌레를 숨기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것 처럼.
앞마당에서 막 마주친 용안와 일벌레.
일벌레 입장에서 참 멋쩍은 상황이었다.
소굴을 짓기 위해 자리는 잡는 일벌레.
그 순간.
-아. 방해 받았네요.
-이거 안받으려고 일벌레를 그렇게 숨겨서 보냈는데 무의미하게 되었습니다.
미끄러지듯 쭉 다가온 용안에 의해 일벌레가 소굴로 변태하지 못했다. 단순히 방해하는 걸 넘어 일벌레와 싸우는 용안.
-싸웁니다. 물러나지 않고 싸워요!
-초반 기세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이죠?
꼬리를 말고 도망을 선택한 건 일벌레였다.
먼저 때린 것이 용안이었으니까.
초반 일벌레 1기는 후반의 일벌레 1기보다 훨씬 소중하다.
지금 일벌레가 잡힘으로써 모든 것이 꼬일 수가 있다.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일벌레가 본진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2번만 더 때리면 일벌레가 꽥 소리와 함께 터질테지만 이승우도 무리해서 그 뒤를 쫓지 않았다. 괜히 따라 갔다가 용안이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용안이 해야 할 일이 많다. 마견의 발업 여부도 확인해야하고 일벌레의 숫자도 체크해야한다.
비비가 나오기 전까지 용안을 살리는 것.
그 것이 마수전의 비결 중 하나였다.
-지금 견제 너무나 좋았고요.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일벌레가 정신을 못 차리고 빙빙 도네요.
-이승우 선수의 유닛은 용안부터 다릅니다. 기복이 없어요. 모든 유닛이 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초반부터 이렇게 집요하게 견제하면 마수는 정말 짜증나거든요?
-지금 차인환 선수의 표정이 모든 것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신 앞마당에 머물며 무려 2번이나 일벌레가 소굴로 변태하려는 걸 방해했다. 차인환의 얼굴에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왔다.
-자. 차인환 선수 마견이 나왔고요. 용안을 향해 힘차게 달려갑니다.
-지금까지 앞마당에 소굴을 펼치지도 못했네요. 그 사이 뒷마당 신전을 올리고 있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용안이 일벌레에게 자리를 비켜 준 건 마견이 나온 후였다.
마견이 나오자 슬그머니 밖으로 빠져나오는 용안.
차인환에겐 그 모습이 굉장히 얄밉게 느껴질거다.
결과적으로 이승우가 먼저 확장을 한 꼴이 되었다. 뒷마당이 있는 전장이기에 테크도 보통 용족보다 훨씬 빠르다.
벌써 여의주탑이 올라가고 있었으니까.
용안을 몰아내자마자 비비를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빌드만 보자면 차인환이 손해를 많이 보고 시작했다.
군주9마견숲을 지었음에도 제대로 한 것이 없다.
본인의 일벌레 수가 적음을 물론이고 확장까지 늦게 가져갔다.
-자. 차인환 선수 바로 뒷마당 가져가면서 소굴 수 맞춰주죠.
원래대로라면 앞마당이 2/3 정도 완성 되었을 때 뒷마당이 이제 막 지어지기 시작해야하는데 지금은 그 타이밍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 할 수 있다.
어차피 이렇게 바로 못 가져갈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뒷마당에 안전하게 소굴을 펴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고.
실력만큼 컨디션, 기세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몸을 움직이는 진짜 스포츠도 아니고 컴퓨터 게임에 불과한데 그런 것이 정말 큰 영향을 준냐는 것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경기 승패가 좌우 될 정도로.
초반부터 기세에서 밀려버리면 경기의 운영이 아예 망가질 수도 있었다.
차인환의 선택은 한 타이밍 빠르게 뒷마당 확장 지역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이대로 가면 불리하거든요. 얼마나 이승우 선수에게 압박을 주면서 일벌레를 째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 피해를 받긴 했지만 어쨌든 3개의 금광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전장이거든요? 닷발귀와 그슨대 모두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올인을 할 수 있다라는 걸 확실히 보여줘야합니다. 안 그러면 이승우 선수는 그냥 웅크리고 있으면서 뽑고 싶은 유닛 다 뽑으면 되거든요.
차인환의 군주가 이승우의 뒷 마당쪽으로 들어왔다.
빠르게 뒷마당 철광을 찍어 얼마나 캤는지 확인하는 순간 차인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용안 1기가 진짜 눈엣가시네요. 아직까지 살아서 돌아다닙니다.
-일벌레 뽑고 있는 거 다 보여주고 있죠. 이러면 이승우 선수는 마음 하나도 급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록을 향해 차분히 나아가는 이승우 선수. 지금까지 분위기 아주 좋습니다.
-이승우 선수가 기회를 아주 잘 잡는 선수거든요. 예외가 있긴 하지만 우승을 하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실력이 하늘과 땅 럼 벌어져 있는 건 아닙니다. 정말 종이 한 장 차이거든요? 이들의 운명을 나누는 건 아주 사소한 판단하나.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이승우 선수는 이런 걸 너무나도 잘하는 선수입니다. 매 순간 미세한 차이를 조금씩 만들어 나가거든요?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그 순간은 느끼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 저 만치 앞서 있는 이승우를 보면 어? 왜 저렇게 앞서 나가있지? 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백지장 한 장 차이까지는 아니어도 생각보다 그 격차가 크지 않은 건 사실이다. 즉 16강에 오르는 선수도 언제든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피지컬적인 면에선 오히려 현역을 앞서는 연습생들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비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상급 선수들이 경험과 판단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승우는 올해 데뷔한 신예임에도 이런 쪽에선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같은 노련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곧 이승우 선수의 비비가 날아오거든요? 그때 피해를 받으면 정말 큰일입니다. 안정적으로 막아 내야해요.
요즘 택비비만큼 무서운게 이승우의 비비다.
승비비라고 벌써부터 이름이 붙여졌다.
긍정적인 의미였다.
여기까지 피해를 받게 되면 차인환도 다시 주도권을 찾아오기 힘들어진다. 경기 내내 끌려 다니는 경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광풍협곡을 짓고 있긴 하는데 그보다 먼저 비비가 날아옵니다.
-용무관보다 제단을 먼저 지어서 비비가 한 템포 빠르게 나오죠. 그렇죠. 바로 그슨대굴 지어주네요. 혈풍으로 잡아내는 것이 가장 좋지만 타이밍이 너무 늦거든요. 그슨대를 뽑아서 본진을 수비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승우 선수도 살아있는 용안으로 앞마당 금광을 캐지 않는 걸 확인했거든요.
-이러면 일단 닷발귀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죠.
이승우의 비비가 차인환의 군주를 2기 끊어주었다.
이 정도면 잘 막아낸 편이었다.
그렇게 경기는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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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무난하게 흘렀다.
초반에 용아 찌르기를 계획했지만 차인환이 빠르게 마견숲을 올리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용아를 올려보낼 수 있었지만 무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초반 용아가 신을 낸다면 다행히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잡혀버리면 도리어 본진이 위험해질 수가 있다.
용무관보다 제단을 먼저 올려 테크가 빠르지만 그 만큼 수비가 취약하기도 하다.
본진에 마견이 난입이라도 한다면 정말 귀찮은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안전하게 하자.
그 것이 이번 경기의 모토였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었다.
아직 스킬을 소모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했다.
먹을만큼 먹는다.
그리고 전투로 경기를 가져간다.
안전하게 앞마당까지 확보한다면 원하는 경기를 만들 수 있다.
차인환이 닷발귀를 뽑지 않는 걸 비비로 확인 한 난 바로 비렴을 확보할 준비를 했다.
앞마당을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빠르게 모든 테크를 올려서인지 아직 병력이 적다.
만약 이 타이밍을 노려 차인환이 올인을 해온다면 아주 위험해질 수 있지만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비비로 확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인환의 모토도 나와 비슷하다.
부유한 운영.
먹을만큼 먹고 싸우겠다는 뜻이었다.
나야 쌍수를 들고 환영할 상황이었다.
전투로 어디 가서 꿀리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