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49화 (249/575)

00249  Game No. 249 OSL 1회차 종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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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호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아. 정말 잘 싸웠는데요. 마지막 전투에서 밀리는 바람에 경기를 내주는 신연호 선수입니다.

-그래도 무기력했던 전과 달리 짜임새 있는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오늘은 패배했지만 아직 2경기가 남아있거든요?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8강 진출을 기대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3시간 30분.

내 경기부터 마지막 연호경기까지 총 걸린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2경기에 현우 형과 이영우의 경기가 1시간이 넘는 장기전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혈투 끝에 승리를 가져간 건 현우 형이 아닌 이영우였다.

진땀 승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 진짜 아쉽다.”

옆에 앉아 있던 도 수코님이 아쉬움에 쩝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게요. 진짜 이길 수 있었는데. 연호도 이겼으면 참 좋았을텐데.”

정말 아쉽게 졌다.

중간까지 유리함을 가져갔던 연호지만 마지막 한 방 전투에서 패배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본인도 아쉬운지 쉽사리 부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2승 2패면 나쁘지 않지. 아니 이 정도면 좋은 것 같다. 상대가 상대이니 만큼 말이지.”

오늘 출전한 4명 2명이 이겼다.

한 명은 나고 다른 한명은 민규였다.

민규가 이제운을 꺾으며 8강 진출 가능성을 환하게 밝혔다.

경기력이 일품이었다.

이제운을 시종일관 압박했다. 마수와 환국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처가 삼 금광을 얼마나 늦게 주느냐다.

이영우를 상대로도 삼 금광 확보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던 이제운이 오늘은 영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민규가 귀신같은 움직임으로 이제운의 확장을 차단했다.

봄바람처럼 부드러움으로, 어쩔 땐 사나운 폭풍같은 강건함으로 이제운의 움직임을 제한시켰다.

그 결과 3기의 천자총통과 1기의 해모수가 나오는 일명 9분 30초 러시가 매우 튼 힘을 발휘하였고 버티지 못한 이제운이 GG를 선언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시즌 첫 이변이 탄생한 것이다.

중계진들이 목소리를 높여 민규를 칭찬했다.

오늘 경기력은 백번 칭찬 받아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민규가 이제운에게 승리를 따냈다고 해서 이제운보다 더 나은 선수라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 가능성을 키워하는 것.

앞으로 민규가 해야할 일이었다.

현우 형과 연호는 아쉽게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모두 승리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2경기가 아직 남아있었으니까.

나 같은 경우만 해도 2패로 몰려 있다가 마지막 경기를 잡으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그런 경우가 또 나오지 말란 법이 없었다.

경기가 일찍 끝나면 밖에서 식사를 하고 가려 했지만 생각보다 늦게 끝난 관계로 모두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난 침대에 누웠다.

“자려고?”

“자야지. 내일 경기 있는데. 컨디션 유지해야지.”

내일 MSL 개막전이 있다.

OSL처럼 나눠서 하는 것이 아닌 내일 하루에 16강 진출자가 결정되므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했다.

“너도 참 힘들겠다.”

“힘들긴. 매일 이렇게 경기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진심이다.

매일 매일 숙소에 있던 2군 시절.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천국이다.

내가 원하는 방송 경기를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

이런 바쁨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나도 너처럼 바쁘고 싶다.”

연호의 목소리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 오늘 패배한 연호 앞에서 할 소리가 아니었구나.

“너도 언젠가 그렇게 될 거다. 암. 그렇고말고. 나랑 같은 방 쓰잖아? 내 기운이 너에게로 향하고 있다. 내 기운 다 뺏어가라. 다음 우승자는 너다.”

내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을 팔랑이자 연호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말이라도 고맙다. 불꺼줄게. 일찍 자라.”

굳은 얼굴이 살짝 풀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미안했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

미안하다. 연호야.

이 놈의 입이 방정이지.

“그래. 그럼 내일 보자!”

일부러 오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이긴 거 축하하고. 잘 자라.”

좋은 꿈 꿔라. 연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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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L 개막전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방송사 입장에서 쌍 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화젯거리가 마구 쏟아졌다.

온게임TV의 관심은 이승우의 승리 여부에 쏠려 있었다.

특별히 한 선수를 편애하는 것이 아니라 전 시즌 우승자였기 때문이었다.

전 시즌 우승자가 개막전에서 무기력하게 패배하는 것보다 위엄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은 그림이었다.

그리고 이승우는 기대에 부응했다.

첫 경기에서 이승우가 라이벌 임형규를 멋지게 잡으며 한발 나아감과 동시에 공식전 18연승이란 대기록을 다시 한 번 쓰게 되었다.

본인의 기록을 갱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제 승리를 거둘 때마다 새로운 역사가 쓰인다.

마수전 연승 기록 역시 15연승으로 자신의 기록을 다시 한 번 뛰어 넘었다.

그간 이렇게 마수전을 잘하는 선수는 김택윤을 제외하고 없었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지금 김택윤은 전성기가 살짝 지난 선수다.

새로운 선수가 혜성처럼 나타나지 않는 한 깨지기 힘든 기록이었다.

만약 이승우가 이번 시즌까지 우승을 하는 대기록을 수립한다면 최강자의 자리가 이영우에서 이승우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았다.

누군가의 망상이 아니었다.

실제 커뮤니티에서 나오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 걸 이영우도 알았던 걸까?

2경기에 출전한 이영우는 아직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걸 경기로 증명했다.

건재함을 완벽히 드러냈다.

아직 시대의 지배자는 자신이라는 걸 만천하에 알렸다.

자로 잰 것처럼 완벽한 판단.

손해를 보지 않는 뛰어난 전투.

이영우는 이영우였다.

그는 여전히 신이었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줄타기 같이 아슬아슬한 운영을 기가 막히게 해내며 박현우를 상대로 1승을 챙겼다.

절정은 3경기였다.

아스트로의 신예 한민규가 최강의 마수 이제운을 꺾으며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한민규에게 종족은 다르지만 제2의 이승우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이들도 있었다. 극찬이었다. 제 2의 누가 되는 걸 달가워할 이는 많지 않을거다. 평생 꼬리표가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대상이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선수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더군다나 그 선수가 팀 선배라면 더 이상 말 할 필요도 없다.

4경기는 김택윤이 신연호를 잡아내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경기력도 좋았다. 이승우에게 빼앗길지 모르는 칠룡의 수장 자리를 지키려는 의지가 고스란히 엿보였다.

이렇게 8명의 선수가 맞붙어 4명의 선수는 승리의 기쁨을, 남은 4명의 선수는 패배의 쓰라림을 안고 숙소로 돌아갔다.

물론 아직 끝난 건 아니다.

겨우 한 경기.

이제운을 잡으며 이변을 일으킨 한민규가 남은 2경기에서 패배하며 탈락할 수도 있는 것이고 무기력하게 패배한 임형규가 남은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8강에 진출할 수도 있다.

개인리그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

으음. 지금이 몇시지?

슬쩍 한 쪽 눈을 떠 창 쪽을 바라보았다. 아직 어두컴컴한 것으로 보아 새벽인 듯싶었다. 더 자고 싶었지만 목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갈증이 나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비척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시계를 봤다.

5시 30분.

확실히 이른 시간이구나.

찬 물을 한잔 벌컥 마시니 잠이 확 깼다. 원래는 조금 더 누워서 자려 했는데 계획 수정이다. 연습이나 해야겠다.

양 손을 하늘 위로 쭉 뻗으며 기지개를 폈다. 상체의 근육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아픔보단 시원함이 더 컸다. 한 쪽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다행히 컨디션은 매우 좋았다.

연호의 배려 덕에 정말 푹 잤다. 정신도, 몸도 최고다.

자. 그럼 오늘 경기를 준비해볼까?

우리 조에 속해 있는 선수는 차인환, 임동원, 최태양.

마수가 둘이고 환국이 하나다.

종족 구성만 봤을 때 결코 좋은 구성은 아니다.

용족을 상대로 마수가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다.

허세가 아닌 연습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1차전에서 차인환을 먼저 만나게 된다. 그 다음 상대는 누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임동원이 될 수도 있고 최태양이 될 수도 있다.

누가 되어도 상관없었다.

전장별로 준비한 전략이 있었으니까.

가장 중점을 둔 경기는 첫 경기다.

차인환과의 경기.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승자조 혹은 패자조로 향한다. 삐끗해서 패자조로 향한다면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임동원과 최태양이 그리 만만한 상대들은 아니었으니까.

괜히 죽음의 조를 구성했나 싶기도 하다.

OSL도 그렇고 MSL도 그렇고.

4강 급 대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쟁쟁한 선수들이 끼어있다.

최태양을 제외하고 모두 결승에 오른 선수들이고 절반 이상이 우승의 영광을 겪었다.

내일 만나는 차인환도 마찬가지다.

정상급 선수라 말하긴 힘들지만 기발한 전략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차인환이 준우승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무엇보다 심리전에 강하다. 기본기 위주의 프로리그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개인리그에선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내일도 분명 짜임새 있는 운영을 하나 만들어왔을거다.

더군다나 첫 경기에 사용 되는 전장은 변수가 많이 나오는 철인.

모든 걸 염두에 두고 경기를 풀어 나가야했다.

가장 좋은 스토리는 내일 차인환과 승자전을 모두 이겨 2연승으로 MSL 16강에 안착하는 것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후 바로 연습실로 향했다.

전략만큼 실행능력도 중요하다. 백번 머릿속으로 생각해놔도 막상 실전을 치르면 제대로 실행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몸에 인이 박힐 때까지 연습해야한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일찍 일어났네?”

경기에 집중해서 몰랐다.

감독님이 뒤에 오신 줄.

목소리에 돌아보니 감독님이 반쯤 감긴 눈으로 서계셨다. 방금 전에 일어나신 모양이다. 옆에 걸려있는 시계를 확인해봤다.

8시 41분.

일어난지 3시간이나 지났구나?

그럼에도 아직 이른 시간.

연습 시간이 되려면 멀었다. 팀 마다 다르지만 우리 팀 같은 경우 연습 시간을 타이트하게 정해놓고 하는 편은 아니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연습이 진행된다.

이렇게 풀어놓으면 하라는 연습은 안하고 놀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다. 보통 10시 정도가 되면 알아서 연습실로 모여 연습을 시작한다.

“아. 오늘이 대회다보니 연습하려고요. 전 시즌 우승자가 32강에서 광탈 할 순 없잖아요.”

“그래. 부담감이 없을 순 없겠지.”

다 이해한다는 듯 내 어깨를 두드려주는 감독님.

이 간단한 행동에 순간 마음이 안정된다. 내가 얼마나 감독님을 믿고 의지하는지 깨달았다.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이다.

겉으로 태연한 척 이번에도 우승을 할 수 있을거라 자신만만하게 외쳤지만 마음 한 구석엔 불안감이 웅크리고 있었다.

우승자가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다음 시즌 개인리그에서 광속 탈락, 일명 광탈을 하는 경우도 만만치 않게 많다.

이런 경우 우승자가 아닌 우스운 자라는 해괴한 별명으로 불리게 된다.

우스운 자.

말 그대로 우스운 꼴이 되었다는 뜻이다.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다.

이미 몰수로더, 승드셋이라는 별명을 가져봐서 안다.

부정적인 별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내 인생에서 그런 일은 다시 없어야했다.

“지금 연습하고 있는 거 끝나고 감독실로 와. 차인환이랑 광룡에서 하지? 묘한 거 발견했다.”

그러면서 씨익 웃는 감독님.

그런 감독님의 얼굴은 재미있는 장난감을 찾은 어린아이의 표정과도 비슷했다.

이런 표정을 전에도 본 적이 있다.

기억났다.

이영우를 상대로 전진 77제단 러시를 추천해주셨을 때도 이런 얼굴을 하고 계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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