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47화 (247/575)

00247  Game No. 247  =========================================================================

Game No. 247

-자, 이제 1경기에 출전하는 양 선수가 부스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표정을 보니 이번 경기를 어떤 심정으로 임하는지 느껴지네요.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서로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정말 친한 사이가 맞는지 궁금할 정도로 서로 간에 북풍한설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오히려 친하니까 이런 모습이 나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친한 건 친한 거고. 경기는 경기고! 워낙 친하다 보니 이런 게 완벽히 분리되어 있는 거죠.

2015 MSL 시즌 2 결승전의 리매치.

결승전의 결과는 3:0.

이승우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그럼에도 이 둘의 대결을 학수고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올해를 대표할 수 있는 용족과 마수의 선수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한쪽으로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그 경기 모두 사람들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시즌 우승자 예측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선수가 지금 보이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1위입니다. 1위. 실제로 저번 시즌 양대리그 우승을 차지했었고요.

-요즘 최고의 선수죠. 개인리그, 프로리그 가리지 않고 모두 큰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속된 말로 씹어 먹는다고 하죠. 그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언제 졌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최근엔 항상 이기는 모습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최근 공식전 17연승.

최근 마수전 14연승.

최근 마수 20전 19승 1패.

보는 것만으로 입이 떡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기록.

게임에서 만든 기록이 아니다.

실제 선수가 가지고 있는 기록이다.

오늘 경기를 펼치는 이승우가 말이다.

-임형규 선수 상대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태까지 총 4번은 만났는데 4:0으로 이승우 선수가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오늘까지 이긴다면 무려 5:0입니다. 5:0.

-그런 스코어 차이는 임형규 선수도 별로 내키지 않겠죠.

-그래도 결승을 밟아 본 선수 아닙니까? 오늘도 분명 무언가를 준비해 왔을 겁니다.

-자. 양 선수 준비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

형규와 경기를 펼치는 전장은 태평의 시대. 이번 시즌에 새로 추가된 전장이다.

4인용 전장으로 힘 싸움 위주의 경기가 예상되는 곳이었다.

무난하게 진행되면 용족이 나쁘지 않다.

감독님과 함께 내린 결론이었다.

신 전장은 갑자기 발표되는 것이 아니라 몇 주 전에 팀에 먼저 뿌려진다.

팀 별로 해당 전장에서 자체 시뮬레이션을 한 후 이러한 점은 수정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답변을 달아 다시 방송사로 보내게 된다.

그럼 방송사는 각 게임단의 의견을 취합해 받아들일 점은 받아들여 전장을 수정하고 다시 팀으로 뿌려 테스트를 한 번 더 진행한다.

이렇게 2~3번 정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밸런스가 잡힌 전장이 탄생하게 된다.

물론 완벽한 밸런스가 잡힌 건 아니다.

2~3번 수정을 가했다 하더라도 막상 대회에 쓰이면 자잘한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당연히 즉각 전장 수정에 나선다.

전장을 만드는 맵퍼도 그리 편한 직업은 아닌 것 같다.

새로운 컨셉의 전장을 만드느라 스트레스 받지.

만들고 나면 밸런스 지적으로 스트레스 받지.

수정하면 또 다른 쪽에서 이상하다고 지적해 대면.

으. 나 같으면 하루도 못 버티고 때려 칠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태평의 시대 스타팅 포인트는 1시, 11시, 5시, 7시.

러시 거리가 조금 가까운 편이라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선수들이 굉장히 반겼다.

나 역시 그런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전진 제단 플레이로 이득을 보기 좋아 보인다.

저번 최태양 전에서 [숨바꼭질]의 위력을 제대로 확인했다. 클릭 없이 체력바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손을 굉장히 아낄 수 있었다.

[숨바꼭질]이 아니었다면 화차 드랍이 왔을 때 그 정도 숫자의 용혼이 있지 못했을 거다.

그래서 오늘도 [숨바꼭질]을 장착했다.

나머지 스킬 구성도 최태양 전과 똑같이 했다. [투신] 2개와 [폭주기관차] 1개.

[투신]과 [폭주기관차]는 중복 사용이 가능하기에 언제든 역전의 한 방을 만들어내는 소중한 스킬 조합이었다.

그간 실전과 연습 경기를 통해 좋은 위력을 발휘하는 스킬 조합을 만들어 놨다.

[투신]+[폭주기관차]가 대표적인 예이고, 최태양 전에서 사용한 [투신]+[숨바꼭질]도 굉장히 훌륭한 조합이었다.

앞으로 이런 조합들을 몇 개 더 만들어 낸다면 별다른 고민 없이 전장이나 상대 선수 성향에 맞게 스킬을 장착할 수 있을 것이다.

형규의 스타일은 공격적인 스타일.

얼핏 단단한 수비로 공격을 막아낸 후 천천히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 좋아 보이지만 그렇게 했다간 정신없는 공격에 오히려 흔들려 버린다.

나도 처음엔 선 수비 후 공격으로 형규를 상대하려고 했다.

그런데 웬걸?

오히려 경기의 주도권을 넘겨준 채 이리저리 흔들리며 지는 경우가 많았다.

머리를 감싸 매고 분석했다.

도대체 왜 이럴까?

어째서 경기가 이런 식으로 흐를까?

숱한 연습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냈다.

형규의 공격은 방어로 답해선 안 된다는 것을.

다른 선수들은 그 사실을 몰랐기에 형규의 공격에 무너진 것이다.

그래서 알아도 못 막는 공격력이라는 말과 함께 투귀라는 별명이 생긴 거고.

하지만 난 안다.

형규의 공격력을 주춤하게 만들려면 방어가 아닌 맞불 작전을 펼쳐야한다는 것을.

오히려 형규를 흔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을.

내 손을 어지럽게 만들었어?

그럼 너도 그래라.

이런 식의 대응이 베스트다.

그걸 확실히 알기에 이번에도 스킬 구성을 이렇게 했다.

[엄대엄] 같은 수비적인 스킬은 챙기지도 않았다. [날빌러] 역시 효과가 바뀐 지금 형규 같은 스타일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스킬 창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

임형규 : 오늘 살살해. 나만 만나면 빡세게 하드라. ㅠㅠ

그때 채팅으로 형규가 앓는 소리를 했다.

살살은 개뿔.

지도 죽자 살자 덤빌 거면서.

너부터 살살하면 나도 한 번 생각해 보지. 살살하는걸.

무조건 이긴다.

우승은 이미 지나간 영광이다.

거기에 아직 취해 있어선 안 된다.

반짝 우승자로 끝나고 싶지 않았다.

영광의 시대를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그 시작이 바로 오늘이었다.

***

이승우와 임형규의 경기가 시작한 지 20분이 흘렀다.

중계진의 얼굴엔 놀람이 가득 채워 있었다.

-아. 이승우 선수 정말 놀랍습니다. 정말 괴물과도 같은 수비력입니다.

-수비력도 수비력이지만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용아를 찔러넣은 것이 주효했네요.

-임형규 선수 이렇게 또 무너지나요?

-도대체 임형규 선수가 무얼 못했나요? 못한 것이 뭐가 있나요? 정말 잘하지 않았습니까? 근데 이렇게 되다뇨. 아. 임형규 선수 입장에선 이승우 선수가 너무나 거대한 산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승우 맵핵 씀?ㅎㄷㄷㄷ>

<지린다. 진짜 개에바다. 보고도 못믿겠다.>

<ㅂㅅ들 ㅋㅋ 승렐루야 모르냐? 승느님이니까 이런 플레이 나오거닼ㅋㅋㅋㅋ>

<진짜 오진다. 뭐 저런 게 다 있냐.>

<진짜 임형규가 못한게 뭐냐?ㅋㅋ초반에 마견으로 그렇게 개털었는데 상황이 왜 이렇게 댔는지 설명해주실 분?>

<신알못 새끼들 겁나 많넼ㅋㅋㅋ 직접 눈으로 경기 보고도 모름?ㅋㅋㅋ 임형규가 못한게 뭐냐닠ㅋㅋㅋ 수준 인증?>

<ㅅㅂ 조금 더 잘안다고 겁나 시비터네.>

<그냥 임형규가 못했고 이승우가 개잘했다. 그거만 알면 된다. 자세히 설명해주면 너네들 못알아들으니까 딱 팩트만 말했다. 그럼 ㅂㅂ>

경악에 찬 글들이 커뮤니티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오늘 이승우가 펼친 플레이는 뛰어났다.

경기는 일반적인 양상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신 전장이 나오면 으레 그렇듯 임형규도 색다른 전략을 준비해 왔다.

타 스타팅 앞마당에 확장을 펴는 것까지는 동일하게 했지만 그 후 쏟아져 나온 건 일벌레가 아닌 마견이었다.

일벌레 대신 마견을 한 차례 찍어 앞마당을 밀어버리겠다는 심산이었다.

이승우가 초반 견제를 위해 용아를 1기 상대방 본진으로 보낸다는 사실과 건물 심시티를 해도 2기의 용아로 앞마당 입구가 막히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기에 사용한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임형규의 마견 올인 전략은 통했다.

마견 전용 출입문이 생긴 것처럼 한쪽에 난 길로 마견이 이승우의 앞마당으로 난입하는 데 성공했다.

마치 제 집 들어 오듯 편안하게 말이다.

들어온 마견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용광포를 깨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용광포를 마견으로 감싸는 임형규. 이승우가 병력을 이동시켰지만 한 발 늦었다.

지켜줄 병력이 없던 용광포는 금세 깨지고 말았다.

다른 용광포도 마찬가지였다.

마견의 희생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오히려 임형규에게 웃어주는 상황이었다.

마견이 계속해서 입구로 난입할 수 있었으니까.

그 순간 임형규의 팬들은 환호했다.

드디어 복수의 기회가 왔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반면 이승우의 팬들은 침묵했다. 확실히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승우의 본진에 난입한 마견들은 그간의 울분을 토해 내듯 날뛰기 시작했다.

절반의 마견은 앞마당의 용안과 건물을 때렸고 나머지 절반의 마견은 본진을 배회하며 이승우의 정신은 사납게 만들었다.

보통 용족이였다면 여기서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이승우는 보통 용족이 아니었다. 마우스를 뽑아 던지고 싶은 심정을 꾹 참고 차분히 방어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선택한 건 앞마당 신전을 포기한 것이었다.

실로 과감한 선택.

보통 앞마당 신전을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른 선수와 달리 이승우는 앞마당 신전을 내주는 대신 용안을 본진으로 최대한 많이 살려 돌아왔다.

신전보다 용안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 와중에 2기의 용아로 언덕을 단단히 지키면서 본진에 있는 마견을 정리하는 이승우.

일단 급한 불을 끈 이승우가 다음으로 한 일은 앞마당을 수복하는 것이었다.

임형규가 일벌레를 찍느라 마견이 더 이상 달려오지 않았기에 결코 급하게 나오지 않았다.

조금 느리지만 확실하게.

앞마당에 심시티로 지어 놓은 용무관은 아쉽게 파괴되었지만 그래도 제단은 지킬 수 있었다.

다행히 앞마당을 되찾은 이승우가 바로 신전을 소환했다.

초반에 마견을 많이 뽑느라 임형규의 일벌레 숫자가 평소보다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승우는 앞마당이 파괴된 상황.

언제나 상황은 상대적이다.

확실히 임형규에게 웃어 주는 그림이었다.

전현석 캐스터가 ‘드디어 임형규가 복수를 하는 것인가요!’ 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투귀입니다. 투귀는 싸워야해요. 싸울 수록 강해지는 것이 투귀입니다.’라고 엄재웅 해설이 덧붙였다. 용족의 팬인 김태영 해설만이 어두운 낯빛으로 ‘분명 임형규 선수가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이승우 선수라면 아직 모릅니다.’라며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임형규의 공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다음 노린 것은 3소굴 닷발귀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 전략도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승우의 과감한 판단 덕이었다.

마견이 더 이상 몰려오지 않는 걸 확인한 이승우가 앞마당에 용광포를 건설하는 동시에 모아 놓은 용아 5기를 임형규의 앞마당 쪽으로 보냈다.

중계진이 탄성을 내질렀다.

일벌레를 생산하느라 마견의 숫자가 4기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마견도 용아를 막기 위한 마견이 아니라 용안의 정찰을 막기 위해 생각한 마견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