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4 Game No. 244 견제 VS 견제. =========================================================================
Game No. 244
최태양의 선택은 풍운청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견제에는 견제로 자신도 이득을 챙기겠다는 것이었다.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본진이 넓어 모든 범위를 병력으로 커버할 수 없다. 동시에 앞마당 뒤에 언덕이 있기에 견제를 하기 용이하다.
손이 매우 빠른 최태양이므로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상대가 이승우만 아니라면 말이다.
-자.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피해를 주면 좋겠지만 이것 마저 막혀 버리면 정말 답이 없거든요?
-과감한 선택을 한 만큼 결과가 따를지 궁금합니다.
앞마당을 확장을 늦추고 가는 견제다.
연쇄적으로 두 번째 화통도감의 타이밍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용족은 용아 견제를 시작했을 때부터 앞마당을 가져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본진이나 앞마당 한 군데에만 견제를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군데를 흔들어야 한다.
이것마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막힌다면 최태양의 미래는 암울 그 자체였다.
-일단 이승우 선수도 초반 용아를 3기까지 찍고 앞마당 신전을 소환한 후 테크를 올린거라서 테크가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거든요?
초반 견제로 이승우가 이득을 거두긴 했다.
다만 그 이득을 앞마당 확장을 안전하게 가져가는 데 활용했다.
그 말은 테크가 느리다는 이야기.
탐지 능력이 있는 현룡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소리였다.
속업과 지뢰가 개발된 화차 4기가 본진과 앞마당을 들쑤신다면 곤란해질 수가 있다. 앞서 거둔 이득이 무효가 된다는 뜻이었다.
-최태양 선수도 페이크 썼어요. 계속 본진에 웅크리고 있으면 이승우 선수가 금와를 예상할 수 있는데 앞마당 쪽에 병력이 나와 있거든요? 이게 무슨 말이냐? 무난하게 앞마당을 쫓아간 것처럼 보이려고 하는 거죠.
-자. 최태양 선수 아까 숨겨 두었던 일꾼으로 이승우 선수 앞마당 보는 데 성공합니다.
-이러면 최태양 선수가 원하는 판이 마련된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일단 최태양 선수의 한 수가 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이승우 선수의 눈치와 순간 대처 능력입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얼마나 빠르게 대응을 잘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이번 경기 양상이 바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태양에게 기회가 왔다.
경기를 이기려면 이번 기회를 무조건 살려야 했다.
최태양의 얼굴에서 긴장이 느껴졌다.
-자. 풍운청 나왔고 타이밍 맞게 4기의 화차가 생산되었습니다. 지금 이승우 선수 현룡 아직 안 나왔거든요? 최태양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태양의 마지막 희망을 실은 금와가 이승우의 기지로 떠났다.
***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용아 3기로 꽤 큰 이득을 거뒀다.
궁병을 거의 다 잘라줌으로 써 초반에 치고 나올 수 있는 타이밍을 아예 없애 버렸다.
그 덕에 마음 편히 앞마당 확장을 가져갈 수 있었다.
[투신]도 [투신]이지만 [숨바꼭질]의 위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궁병과 일꾼을 줄일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었으니까.
ALT키 한 번에 화면에 있는 모든 유닛의 체력바가 위에 보였다.
조금 어지럽긴 했지만 너무 신기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5초가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 수 있었다.
용아에게 한두 방 맞고 뒤로 빠진 일꾼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훤히 보였다.
어떤 일꾼을 먼저 쳐야 하는지, 저 궁병이 왜 뒤로 빠지는지.
그 이유를 완벽히 알게 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 바로 이거야.
그때부터 컨트롤이 한결 수월해졌다.
[투신]까지 더 해지자 위력은 훨씬 커졌다. 궁병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 나갔다. 일꾼 역시 이리 저리 도망다녀 보지만 결국 용아의 공격이 피를 토하고 죽었다.
용아 세상이었다.
평소라면 체력이 적은 유닛을 확인하기 위해 손이 여러번 갔을 것이다.
그런 것이 없다 보니 본진에서 용안을 생산하는 것과 확장을 가져가는 것이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계되었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제단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정찰을 해 보니 최태양의 병력이 앞마당에 나와 있다.
초반 피해를 받아 병력도 적을 텐데 무리해서 나와있는 걸 보니 빠르게 앞마당을 확보하려는 듯싶었다.
지룡이나 흑완은 거의 배제하고 말이다.
나름 나이스 판단이다.
어차피 나도 확장을 가져가서 초반 찌르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니까.
그리고 그걸 추가 정찰로 최태양이 확인했다. 이걸 안 보여 줬더라면 뻥카로 조금 더 압박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이대로도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근데 어째 조금 불안하다?
정확히 말하면 찝찝하다.
감이 안 좋다.
손에 찐득거리는 음식의 양념이 묻은 것 같은 느낌?
불쾌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불안감의 정체를 확인했다.
최태양이 정말 확장을 했을까?
내가 눈으로 확인한 건 앞마당에 병력을 가져다 놓은 것뿐이지 군영이 아니다.
앞마당에 병력을 가져다 놓았다고 모두 확장을 가져가는 건 아니다.
만약 저게 페이크라면?
앞마당을 먹은 척하고 뒤로는 다른 걸 준비하고 있었다면?
순간 뒤통수가 망치로 후려진 것처럼 띵하고 울렸다.
최태양이라면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선수다.
지금 남은 스킬은 [투신]과 [폭주기관차] 그리고 4번 남은 [숨바꼭질]뿐.
당장 최태양이 무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날빌러]라도 들고 있었다면 OX답을 통해 유추라도 해 볼 텐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
오로지 내 감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
지금 있는 병력으로 찔러서 확인해 볼까?
나도 병력이 적긴 하지만 최태양도 적극적으로 뛰쳐나올 만큼의 병력은 아닐 것이다.
다른 수를 준비했다면 병력의 수가 빈다.
그걸 보고 빌드를 유추하는 것이다.
병력 위주로 했는지 아니면 확장을 가져갔는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비장의 수를 준비했는지.
나쁘지 않은 방법.
하지만 이내 난 고개를 저었다.
늦었다.
하려면 진작 확인했어야 했다.
지금 갔다간 이도 저도 아닌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내 선택은 방어였다.
2기의 용혼을 본진 쪽으로 보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았다.
내가 최태양이면 어떤 공격을 노릴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드랍이었다.
물론 하나만 생각한 건 아니었다. 앞마당 쪽으로 급습을 해올 수도 있었다. 미리 앞마당 쪽에 솟대를 소환하며 입구도 좁혀 주었다.
***
-지금 이승우 선수 본진에 움직이는 병력 뭐죠?
옵저버가 바로 화면을 잡았다.
2기의 용혼이 신전 근처로 올라가고 있었다.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이승우 선수 확실히 감 좋네요. 지금 최태양 선수가 확장을 가져간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놀랍네요. 뿐만 아니라 앞마당 쪽에 솟대 심시티를 해 줌으로써 혹시 모를 병력 급습까지 대비해 주고 있습니다.
-자. 최태양 선수는 반드시 피해 줘야 합니다. 이승우 선수에 비해 앞마당 자원 채취를 한 시간이 너무나 짧거든요? 혼을 담아야 합니다. 최소한 용안 10기는 끊어 줘야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소가 그렇구요. 한 부대 정도는 잡아야 확실히 유리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부대는 12기다.
4기의 화차로 끊기엔 조금 많은 수.
그러나 컨트롤만 잘한다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양이기도 했다.
피해를 반드시 줘야 했다.
확장과 화통도감이 늘어나는 속도까지 낮춰 가며 나간 공격이었으니까.
이번에 피해를 주지 못하고 막힌다면?
끝이다.
적어도 30분 이상 경기를 해야 역전을 노릴 수 있다. 그 시간을 허용할 이승우가 아니었다. 그전에 공격을 통해 끝내겠지.
그때 본진 외곽에 도착한 금와가 화차를 내렸다.
본진이 워낙 넓어 아직 이승우가 화차가 내린 걸 발견하지 못했다.
내린 화차의 수는 총 2기.
2기가 부족했다.
-어? 뭐죠? 2기밖에 태워 오지 않았나요?
-아닐 텐데요. 4기 태워 오는 걸 봤는데요?
-실수인가요? 그게 아니면 양동작전인가요?
중계진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금와가 앞마당 쪽으로 뱡향을 틀어 다시 날아가기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아까 전엔 용족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은 용족이 아슬아슬하게 보일 수 있는 위치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이승우가 발견해 주길 바라는 것처럼.
-아!
무언가 알아차린 듯 김정식 해설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가 흥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거 유인하는 겁니다. 대놓고 금와 보여 줘서 앞마당 용아 시선 끌고 그사이에 2기의 화차로 본진 깊숙한 곳으로 난입해 지뢰를 박고 본진을 뒤흔들어 놓겠다는 거죠. 여기서 최태양 선수가 한 수 더 내다봤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똑같이 각각 2기씩 나눴죠? 이유가 있습니다. 이승우 선수가 금와가 페이크라는 걸 알아차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4기의 화차를 다 본진에 내리고 금와로 유혹했을 때, 지금 감이 좋은 이승우 선수 입장에선 의심을 분명히 할 겁니다. 본진 어디다가 내리고 시선 끄는 거 아냐? 거기까지 최태양 선수는 생각한 겁니다. 단순 유인이 아니라 2기의 화차는 정말 그 안에 타 있어서 따라오면 구석에 내린 화차로 본진을 흔들고 따라오지 않으면 금와에 타 있는 화차로 앞마당에 피해를 줄 생각인 겁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이런 센스를 선보이다니!
최태양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미니맵에 몇 개의 점이 빠르게 남하하기 시작했다.
화차들이었다.
용족의 앞마당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언제든 빈틈이 생기면 난입하겠다는 뜻이었다.
-이거 통할 가능성이 높죠. 어쨌든 이승우 선수도 병력지향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확장과 테크를 먼저 확보하는 데 돈을 썼거든요? 정면에서 싸운다면 화차를 이길 수 있는 용혼의 수를 지니고 있지만 화차가 정면에서 싸워 줄 리 가 없죠.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굳이 왜 싸웁니까? 지뢰 매설하고 바로 용안만 노리면 되죠!
-이승우 선수 조심해야 해요. 최태양 선수는 그냥 지뢰 매설하기만 하면 되지만 이승우 선수는 지뢰가 터지기 전에 핀셋으로 집어 내는 것처럼 섬세하게 하나하나 제거 해 나가야 하거든요? 지뢰가 매설 된다면! 그리고 그 지뢰가 터진다면! 그 폭발에 용안이 휘말린다면! 난리 나는 겁니다. 난리가!
화차가 용안에 강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그보다 지뢰가 더 강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워낙 그 파괴력이 대단해 각 종족의 기본 일꾼 유닛들에겐 지뢰가 작동되지 않게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 옆에 용혼이 있다면 어떨까?
지뢰는 용혼에 반응한다.
그리고 용안에 지뢰가 반응하지 않는 것뿐이지 폭발에도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지뢰대박.
환국 유저들에겐 함박 웃음을.
용족 유저들에겐 분노를 일으키는 단어.
폭사에 휘말려 한 순간에 용안 대다수가 터지는 최악의 상황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같은 혼전 양상이면 그런 상황이 나올 확률이 더 높아진다.
-자. 이승우 선수 시야에 언뜻 금와가 스쳐 지나갑니다. 이걸 놓칠 이승우 선수가 아니죠? 자. 금와에 꿀이라도 발려 있는지 바로 용혼을 움직이는 이승우 선수.
중계진의 말이 기관총처럼 와다다다 쏟아졌다. 그와 함께 경기장의 분위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 경기에 몰입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번 최태양의 공격에서 많은 것이 결정 난다.
-그래도 침착합니다. 본진에 있는 용혼은 그대로 두고 앞마당에 있는 용혼으로 금와를 따라 붙는 이승우 선수. 만약 저 것 까지 가져갔으면 본진 용안 싹 다 잡혔을 수도 있었죠!
-이승우 선수도 그런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죠! 솟대로 아예 입구를 막아 버립니다.
솟대로 용혼 한 기가 들락날락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던 앞마당의 입구에 솟대를 건설해 아예 막아 버리는 이승우.
나중에 밖으로 나가려면 솟대 하나를 깨야 했지만 혹시 모를 추가 화차 난입을 방지하기 위해서 해 놓은 것이었다.
앞마당을 지난 금와가 언덕 쪽에 남은 화차 2기를 내렸다.
승부가 갈릴 수도 있는 중요한 전투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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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 마무리짓고 OSL로 함께 가봅시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