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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43화 (243/575)

00243  Game No. 243 초반은 찔러야 맛이지!  =========================================================================

Game No. 243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스킬 구성을 했다.

가장 먼저 고를 건 [투신], [폭주기관차], [숨바꼭질]이었다.

[숨바꼭질]을 실제 경기에서 사용하는 건 처음이었다.

이렇게 세 개 까지는 빠르게 구성했고 남은 한 칸이 고민되었다.

어떤 스킬을 챙길까?

[CCTV]를 챙겨서 난전을 유도할까?

[날빌러]를 장착해서 초반에 공격적으로 찌르는 운영을 해 볼까?

이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내 선택은 [투신]이었다.

구성에서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초, 중반에 몰아치는 플레이로 빠르게 경기를 끝낼 생각이었다.

후반으로 가는 건 위험하다.

특히 반땅 싸움으로 갈 경우 중앙 확장은 환국의 손에 들어갈 확률이 크다.

환국이 확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사정거리가 긴 천자총통을 이용해 언덕 아래서 자원 채취를 하지 못하게 충분히 방해할 수 있다.

내가 먹지 못하면 주지도 않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전에 끝내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투신]을 2개 슬롯에 장착했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숨바꼭질]의 횟수는 총 5번.

앞마당 쪽에 제단을 살짝 전진해서 지어 초반에 이득을 챙길 심산이었다.

상황에 따라 [투신]과 [숨바꼭질]을 함께 사용하여 이득을 극대화하고 중반 이후 한방 전투에 [투신], [폭주기관차]를 사용해 대승을 거두는 것이 목표였다.

예전이라면 능력치 부족으로 스킬이 아니면 유리한 경기라도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6:4 이상으로만 벌려 놓으면 스킬 없이도 승리를 거둘 자신이 있었다.

물론 상대에 따라 조금 달라지긴 했다.

환국 기준으로 정명혁이나 이영우가 상대라면 그때도 긴장을 늦추지 못할거다.

아마도……. 최태양 상대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빠른 속도만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면 계획대로 경기는 흘러갈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카운트다운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4세트 경기가 지금 막 시작했습니다!

성진우 캐스터가 유독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경기였다.

아스트로에서 4세트에 출전한 선수가 이승우였으니까.

이재명 감독이 미리 이런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가장 중요한 순간이 이승우가 출전했다.

-먼저 보이는 2시에 최태양 선수가 위치해 있습니다. 팀의 패배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경기를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이미 상대 전적에선 1:0으로 뒤지고 있죠. 앞으로 MSL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데 오늘 승리로 균형을 반드시 맞춰야죠.

오늘마저 패배한다면 상대 전적은 2:0.

이 차이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이기는 건 더 힘들어질 것이다.

-최태양과 맞서는 이승우 선수의 진영은 8시입니다. 표정 자체에서 확실히 여유가 묻어 나오죠?

-입술이 바짝 마르는지 혀로 입술을 살짝 훑는 최태양 선수와 달리 이승우 선수의 표정에선 강한 자신감이 뿜어져 나옵니다.

-자. 이번에도 용안이 한 타이밍 빠르게 나가죠? 전진 제단을 하려는 모양입니다.

-아직 본진에 솟대가 건설되지 않은 걸로 보아 거의 확실합니다. 다만 지금 나가는 걸로 보아 중앙에 짓는 것이 아니라 앞마당 쪽에 지으면서 빠르게 정찰을 가려는 느낌입니다.

김정식 해설이 말하는 도중 앞마당 쪽에 솟대가 건설되었다.

솟대를 소환한 용안이 뒤로 돌아보지 않고 2시 쪽으로 향했다.

-역시 예상대로네요. 이승우 선수의 트레이드마크죠. 용아 찌르기. 용아 찌르기는 종족을 가리지 않습니다. 마수, 환국 할 것 없이 들쑤시는 데 도가 터 있는 모습이거든요.

-과연 오늘은 어떤 활약을 보여 줄지 궁금합니다.

앞마당 제단 용아 견제는 어느 순간부터 이승우의 대표 빌드가 되어 버렸다.

초반에 상대를 크게 흔들며 이득을 챙겨오는 운영. 사실 이 빌드를 운영하는 것이 그리 쉬운 건 아니다.

초반에 살짝 삐끗해도 용아는 용아대로 잃고 본진 테크도 느려진다.

악재가 겹쳐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통하면 좋은 빌드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쓰지 않고 안전하게 플레이 하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이승우는 그렇지 않다.

이득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것 같았다.

앞마당에 소환되는 제단에서부터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런 공격적인 플레이를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이승우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았다.

매번 재미있는 경기, 기대되는 경기를 보여 주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승률이 좋다고 해서 인기가 많은 건 아니다.

승률이 높고 커리어가 좋아도 외면을 받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이유는 하나.

경기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 어떠한 창으로도 뚫리지 않는 방패라고 포장을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경기 내내 웅크리고 있다가 한 방으로 승리를 챙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용족 아니 전 선수를 통틀어 이렇게 다양한 빌드를 소화하는 선수는 몇 명 없다.

올인이면 올인.

운영이면 운영.

모든 것이 완벽한 모습을 보여 준다.

전진 3제단으로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 모습을 보여 줄 때도 있었고 생더블을 꺼내 들어 배짱을 부릴 때도 있었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빌드 덕에 이승우를 상대하는 선수들은 항상 앓는 소리를 냈다.

-지금 나가는 용안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운이 좋으면 금광 러시까지 해 주면서 견제를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환국이 본진 입구를 막지 못하게 방해해 주면서 용아가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승우가 준비해 온 건 앞마당에 전진해서 제단을 소환한 후 용아를 꾸준히 보내 견제를 하는 것이었다.

만약 최태양이 본진 입구를 막아 버린다면?

이승우가 할 수 있는게 없다.

애꿎은 건물을 밖에서 두드리는 것이 전부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

더군다나 천부단은 창고와 훈련도감으로 입구가 막히는 전장.

입구가 막히게 된다면 이승우에겐 최악의 상황이다.

-자. 근데 최태양 선수는 입구를 막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죠?

-용아 공격을 막을 자신이 있다는건가요?

-심시티만 잘해 두면 용아에게 큰 피해를 입지 않고 막아 낼 수 있긴 하지만 보통 용아도 아니고 이승우 선수의 용아거든요? 과연 이대로 막아낼 수 있을지.

최태양도 기세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듯 입구를 막는 운영이 아닌 본진에 훈련도감을 짓고 있었다.

여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기세를 잃지 않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차피 입구 막으려고 시도해 봤자 이승우 선수의 견제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입구를 막지 않고 마음 편하게 플레이를 하겠다는 의도도 들어있을 겁니다. 2인용 전장에서 견제 좋아하는 이승우 선수가 보일 전략이 뻔하지 않습니까? 괜히 입구 막는다고 했다가 견제에 손발이 꼬이면 오히려 그게 더 피해거든요.

김정식 해설의 말처럼 초반부터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이었다.

천부단은 본진이 큰 전장이다.

당연히 철광 지역과 입구가 한 화면에 안 들어온다. 빠른 정찰이 아니라면, 가장 먼저 발견되는 위치가 아니라면 입구를 막을 수도 있겠지만 단번에 정찰이 되는 2인용 전장에서 그랬다간 이승우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괜히 두 화면으로 분할해 여기 저기 신경을 쓰느니 한 화면 내에 모든 건물을 두어 놓치지 않고 신경 쓰겠다는 것.

확실히 최태양도 오호라 불릴 자격이 있었다.

***

호오? 이것 봐라?

입구를 막으면 견제를 하기 위해 빠르게 정찰을 보냈는데 입구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4인용 전장에서 경기하듯이 심시티를 짓고 있는 최태양.

일종의 도발이었다.

나도 초반 컨트롤 자신 있다.

해 보려면 해 봐라.

상대가 물었으면 답을 해 줘야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바로 용아 1기를 최태양의 본진 쪽으로 보냈다. 계속 견제를 해줄 요량으로 두 번째 용아까지 이미 찍었다.

여기서부터 중요하다.

난 심호흡을 하며 화면을 살폈다. 궁병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궁병은 심시티 뒤쪽에 숨어 있었다.

굳이 호랑이 굴로 머리를 들이밀 필요가 없지.

상대방한테 유리한 장소에서 싸우는 건 하수다. 내가 싸우기 편한 곳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고수다.

용아를 크게 돌려 철광 쪽으로 이동 시켰다.

이러면 어쩔 수 없이 궁병이 이점을 버리고 따라 나올 수밖에 없다.

왜?

안 그러면 일꾼이 상하니까.

여기서 조심해야 할 포인트.

일꾼을 잡겠다는 욕심에 철광 깊숙한 곳까지 빨려 들어가면 안 된다.

비비기에 용아가 끼어버리면 큰일이다. 이 용아로 피해를 입히면 좋지만 그보다 두 번째 용아가 도착할 때까지 무사히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했다.

겨우 1기 차이지만 위력은 2배 이상 차이가 나니까.

아직은 [투신]과 [숨바꼭질]을 쓸 때가 아니다.

5번의 기회가 있는 [숨바꼭질]이지만 경기가 어떤 식으로 흐르게 될지 아직 모른다.

스킬이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때 사용할 생각이었다.

적어도 2기 이상 용아가 모였을 때 말이다.

일단 무리해서 용아를 사용하지 않고 잘 살렸다.

때마침 두 번째 용아가 합류했다.

이러면 더 이상 웅크리고 있을 필요가 없지.

공격 스타트.

일단 공병을 위협하기 위해 그쪽으로 다가갔다.

뒤로 쭉 빠지는 궁병.

그래, 1기와 2기의 압박감은 다르지.

궁병이 물러나는 걸 확인한 후 바로 일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첫 번째 목표는 가장 바깥쪽 철광에서 일하고 있는 일꾼.

안 쪽에 있는 일꾼을 노렸다간 갇힐 수 있기 때문에 밖에서 부터 신중하게 공격을 들어가야 한다.

-끄윽.

최태양에겐 기분 나쁜, 반대로 나에게는 너무나 기분 좋은 비명이 터졌다.

일꾼이 죽으면서 낸 소리였다.

가볍게 일꾼 1기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사이에 떨어진 건 용력뿐.

아직 체력은 멀쩡하다.

일꾼을 집요하게 노리진 않았다. 궁병이 오면 궁병과 맞상대를 해 주며 시간을 끌었다.

궁병이 조금 넓은 데로 나온다 싶으면 바로 달려들어 궁병을 끊어 주었다.

좋다.

[투신]을 쓰지 않았음에도 손이 가볍다.

기본 스탯이 많이 오른 덕이었다.

그사이 세 번째 용아가 합류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 볼까?

용아가 궁병에게 달려드는 그 순간…….

‘[투신] 사용.’

[투신]과 함께.

‘[숨바꼭질] 사용.’

[숨바꼭질]을 동시에 사용했다.

***

-이야! 이승우 선수 기가 막힌 무빙입니다.

-움직임도 움직임이지만 어떻게 저렇게 체력이 없는 궁병과 일꾼만 쏙 골라잡을까요?

-손이 얼마나 빠르기에 저게 가능한 겁니까? 순식간에 유닛들을 다 클릭해서 체력이 빠진 걸 확인했단 소리거든요?

-동체 시력이 좋은 걸 수도 있습니다. 빠지는 일꾼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마무리 짓는 것일 수도 있죠. 뭐 어떤 경우가 되었건 정말 대단한 플레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컨디션이 12시 방향으로 솟아 있습니다. 아주 좋은 시작이예요..

이번에도 용아 견제는 이득을 거뒀다.

체력이 빠진 유닛을 골라잡는 컨트롤이 일품이었다.

최태양이 아무리 다른 유닛 사이에 숨겨 놓아도 소용없었다.

귀신같이 알고 체력 빠진 유닛만 쏙 골라잡았으니까.

최태양은 지금 가슴이 매우 답답할 거다.

피해를 받지 않으려 했는데 생각보다 큰 피해를 받았으니까.

그래서 최태양도 칼을 뽑아 들었다.

-최태양 선수 확장 대신 풍운청을 건설합니다!

-드랍으로 복수를 하겠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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