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2 Game No. 242 출격 이승우. =========================================================================
Game No. 242
-이름만 가리면 이승우 선수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아주 좋은 움직임을 보여 주었어요! 신연호 선수. 이렇게만 하면 계속 경기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족 라인에도 힘이 제대로 실리는 것 같습니다. 예전의 신연호가 아니에요!
-이승우 선수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인 모양입니다. 일취월장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죠!
-5라운드에 들어서면서 아스트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거든요? 3, 4라운드는 이승우 선수의 활약으로 호성적, 아니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지만 5라운드는 그게 안 되거든요. 아무리 이승우 선수가 잘해도 받쳐 주지 못하면 4:1. 잘해야 4:2 막 이렇게 패배하면서 승을 챙기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 예전 이영우 선수나 이제운 선수처럼요. 하지만 제 예상이 완벽하게 빗나갔습니다. 정말 이재명 감독님을 비롯하여 아스트로 모든 선수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실력을 성장시켰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굉장히 섭섭한 말씀하시네요?
김정식 해설 위원님!
청년 가장이라뇨.
우리 팀이 얼마나 잘하는데!
지금은 웃으면서 농담처럼 받아들일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럴 수 없었다.
귀가 있고 눈이 있다.
이런 말이 떠도는 걸 팀원들 모두가 알았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연습을 했다.
민폐가 되지 않겠다며. 그리고 지금의 기세를 유지하겠다며.
농담으로 청년 가장이 되지 않게 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고마웠다.
질투 혹은 원망을 할만도 한데 그런 것도 없었다. 오히려 나에게 미안해했다.
팀원들이 흘린 땀이 얼마나 많은지 난 안다.
그래서 이 결과가 놀랍지 않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기세죠, 기세. 현재 아스트로는 제대로 기세를 타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같은 선수들이지만 2라운드 끝났을 때의 그들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 차이가 지금 신연호 선수에게 보이지 않습니까?
경기를 보는 눈은 김정식 해설 위원님이 더 낫지만 이런 쪽은 박용제 해설 위원님이 더 정확했다.
개인리그 우승은 물론 프로리그 우승 당시 주전 멤버로 활약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표현력이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있었다.
-신노철 선수 더 이상 버틸 수 없죠. GG를 선언합니다.
-순식간에 2:0으로 만들어 버리네요.
그때 신노철이 GG를 선언했다.
아싸! 2:0!
순식간에 경기장 분위기를 잡아 버렸다.
정말 4:0으로 끝낼 수도 있겠는데?
-2:0입니다. 2:0. 아직 이승우 선수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2:0입니다!
-아. 폭스 이렇게 무너지나요? 너무 안 좋네요.
-그럼 저희는 잠시 광고 후에 3세트로 찾아뵙겠습니다.
***
폭스의 최찬익 감독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누가 봐도 잔뜩 화가 난 상황.
코치들도 아무런 말없이 가만히 서서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최찬익 감독이 두 눈을 감았다.
상대는 아스트로.
스코어는 2:0.
그래. 위너스리그면 이해한다. 아스트로엔 최강의 카드 이승우가 있으니까.
근데 이건 위너스리그가 아니다.
정규리그다.
그리고 아스트로에서 1, 2세트에 내보낸 선수는 박현우와 이승우 같은 에이스 카드가 아니다.
한민규와 신연호.
한 명은 신예 중에 신예고 다른 한 명은 한 달 전까지 연패를 기록하던 선수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수들.
그런 선수에게 연달아 패배했다고?
그래. 이영우는 이해한다.
하지만 신노철마저 패배한 건 이해할 수 없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느낌이다. 하나가 어그러지니 전부가 틀어지고 있었다.
지금 최찬익 감독은 참아 내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최찬익 감독의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카메라만 없었다면 화를 폭발시켰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무기력한 패배.
아직 아스트로엔 박현우와 이승우가 남아 있다. 문제는 이 두 선수가 3, 4세트에 나란히 출전한다는 것이었다. 최찬익 감독이 입술을 잘근 씹었다.
4:0.
최악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폭스에서도 박성찬과 최태양이라는 에이스 카드가 함께 나가 격돌하긴 하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데.’
3세트에서 박성찬이 박현우를 잡아낸다면 한숨 돌릴 수 있다.
최찬익 감독은 평상시 믿지 않는 신에게 기도를 할 정도로 지금 절박했다.
***
연호에 이어 3세트에 나선 현우 형도 박성찬을 무너뜨리며 승리를 거뒀다.
그 결과 3:0.
나에게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4세트에서 최태양만 잡아낸다면 첫 경기를 기분 좋게 4:0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이다.
“마무리 짓고 와라!”
“오늘 내가 이겼으니까 꼭 이겨라. 내 승리를 헛되게 만들면 안 된다! 내 승리를 지켜 줘!”
도 수코님의 응원과 연호의 너스레가 연달아 터졌다. 다른 팀원들도 비슷한 느낌이다.
여유가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향해 절대적인 믿음이 보였다.
지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전혀.
개인리그 우승을 하고 위너스리그까지 우승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에이스였다.
거만이 아니다. 내가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다. 이번에도 이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4세트 전장은 천부단.
이름이 어째 생소하다고?
당연한 일이다. 이번 5라운드에 처음 추가된 전장이거든.
라운드별로 새로운 전장이 추가된다.
경기 양상이 고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에도 2개의 전장이 새로 추가되었다.
그중 하나가 오늘 4세트에 배치 된 천부단이다.
2인용 전장으로 2시와 8시에 스타팅 포인트가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태백산맥을 옆으로 눕혀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중간에 언덕 지형이 있고 특이한 점은 전장 정중앙에 2개의 금광이 있는 멀티가 존재한다.
확보한다면 최고의 확장 지역이지만 동서남북 방향으로 입구가 트여 있어 지키기 쉬운 곳은 아니다.
앞마당 뒤쪽에 언덕길이 있어 몰래 건물이나 드랍 견제 같은 걸 할 수도 있다.
까놓고 말해 천부단은 용족이 웃어 주는 전장이다.
오늘 하는 환국전만 놓고 보자면 말이다.
일반 본진이 넓어 나가로 천룡의 부름을 사용하기에 좋다.
이걸 막기 위해서 환국은 다른 전장보다 많은 화살탑과 지뢰를 본진에 배치해야 한다.
동시에 진출 방향에 확장이 있는 것이 아닌, 앞마당 위쪽 언덕에 두 번째 확장기지, 삼룡이가 존재해 환국이 배짱 좋게 세 번째 군영을 빠르게 가져가는 운영을 할 수가 없다.
수비 범위 역시 굉장히 넓어지는 것이다.
2인용 전장의 특성상 초반 금광 러시와 온갖 전진 건물류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반면 용족은 꽤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전장이다.
나가의 활용도 좋지만 천왕랑의 활용도 굉장히 좋은 전장이다.
중앙에 용족의 지상 병력을 대기시켜 놓고 본진 벽을 왔다 갔다 하며 견제하기 딱 좋다.
천왕랑으로 들어가서 창고 깨다가 신기전 오면 밖으로 빠지고.
신기전 다시 진출하려고 하면 본진으로 들어가서 화통도감 또 깨고.
환국 입장에선 아주 미쳐 버리는 전장인 것이지.
그렇다고 환국을 죽이려고 만든 정장은 아니다.
환국이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요소들도 분명 존재한다.
앞마당 언덕은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긴 하지만 매우 좁아서 환국의 기갑병력을 금와에 태워와 효과적인 견제가 가능하다.
또한 후반까지 경기를 이끌어갈 수만 있다면, 중앙을 장악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단 2인용 전장이기에 타 스타팅에 제단을 늘리는 플레이를 할 수 없다. 병력 충원의 방향이 하나로 고정된다는 뜻이지.
동시에 사정거리가 긴 환국의 기갑 병력으로 중앙을 장악한다면 2개의 금광이 있는 중앙 멀티를 공짜로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이 중앙 멀티가 언덕 위에 올라가 있어 타 종족으로 방어하기 힘들지만 환국의 병력으론 방어하기 용이하다.
중앙 장악의 이점은 또 있다.
나가나 천왕랑이 날아오는 길을 꽉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중 유닛이 본진으로 향하려면 중앙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 자리를 신기전이 눈에 불을 켜고 지키고 있다면?
쉽게 나가나 천왕랑을 움직일 수 없겠지.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터져 버릴 테니까. 용족의 목줄을 제대로 움켜쥘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런 점까지 감안해도 용족이 좋긴 하다.
이런 상황이 쉽게 나오는 건 아니거든.
이영우나 정명혁 정도 되면 모를까 보통 환국 선수들이 하기엔 버거울 거다.
왜 이런 밸런스 파괴 전장이 나왔느냐?
개인적인 의견으로 추측하건대 요즘 프로리그에서 용족의 하향세가 뚜렷해서 나오게 된 전장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내가 양대리그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전반전으로 용족의 승률이 타 종족에 비해 조금 떨어졌다.
개인리그에서 칠룡이 활약하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긴 하지만 칠룡을 제외한 나머지 용족 선수들은 그리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 못했다.
그런 용족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나온 ‘천부단.’
어쨌든 나도 용족이니 적극 활용해 줘야겠지?
폭스에서도 용족이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뜻밖의 환국이 나왔다.
최태양.
빠른 속도와 공격적인 플레이가 인상적인 선수.
이 전장에서 환국을 내보냈다는 건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찰 꼼꼼하게 해라. 무언가 감이 이상하면 최대한 수비적으로 플레이 하고. 후반으로 가도 용족이 할 만한 전장이니까 너무 급하게 마음먹지 마.”
감독님도 그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계셨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최대한 꼼꼼하고 안전하게 경기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일찍 숙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
-자, 이제 올 것이 왔습니다. 4세트에서 이승우 선수와 최태양 선수가 격돌합니다.
-이 둘의 대결을 기대하신 팬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렇죠. 이 두 선수가 MSL 32강에서 같은 조가 되었거든요?
-이 두 선수가 MSL 32강에서 반드시 붙는다고 볼 순 없지만 그럼에도 기대가 생기는 건 용호상박의 대결이기 때문이죠.
오호와 칠룡의 싸움.
정상급에 오른 양 종족간의 대표들 간의 대결.
이들의 경기는 항상 숱한 화제를 뿌렸다.
오늘은 무려 이승우다.
기대를 가지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전장 자체는 용족에게 웃어 주는 전장입니다. 그걸 폭스에서 모르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번 전장에 최태양 선수를 내보냈다는 건 준비한 한 수가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최태양 선수가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새로운 전장의 특징이 무엇입니까? 그간 쌓인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어떤 경기 양상으로 진행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전체적인 데이터는 이승우에게 많이 기울었다.
최근 페이스부터 전장까지.
상대 전적마저 이승우가 앞서고 있다.
이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이승우에게 웃어 준다.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새로운 전장에 특화된 딱 1번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을 들고 나왔을 수도 있다.
최태양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이런 전략은 먼저 쓰는 것이 장땡이다.
나중에 중요한 경기에서 쓴다고 아껴 봤자 소용없다.
그전에 다른 선수가 발견하고 사용할 것이 뻔할 테니까.
하루 종일 신들의 전쟁만 연구하는 게 이들이다. 누군가 발견했다면 머지않아 다른 선수나 코치, 감독이 발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자. 그럼 마지막 세트가 될 수도 있는 이승우와 최태양! 최태양과 이승우의 4세트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캐스터가 목소리를 길게 뽑았다.
동시에 경기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며 박수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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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