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0 Game No. 240 5라운드 폭스전! =========================================================================
Game No. 240
이스포츠계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주를 보내고 있었다.
곧 시작 개인리그의 오프닝 촬영을 시작으로 조 지명식까지.
한숨 돌렸다 싶은 순간, 바로 프로리그 5 라운드가 개막되었다.
이제 두 라운드가 지나면 정규리그 포스트시즌을 시작으로 정규리그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펼친 대장정을 마무리 짓게 되는 것이다.
3, 4 라운드 위너스리그를 치르는 동안 따로 계산되었던 승패가 1, 2 라운드 성적과 합쳐졌다.
위너스리그에서 1위를 기록하며 결승으로 직행했던 아스트로의 순위가 7위로 곤두박질쳤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안 좋아 보이지만 2 라운드가 끝났을 때와 비교하면 4계단이 오른 상황이었다.
2 라운드 때까지만 해도 아스트로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점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비록 순위는 7위지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6위까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위너스리그처럼 정규리그도 1위를 차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3, 4 라운드에서 보여 줬던 모습을 보여 준다면 포스트시즌에 충분히 진출할 수 있다.
현재 프로리그 1위는 S1이었고 그 뒤를 CT가 바짝 뒤쫓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천상계로 불리는 라인이었다.
올려다보면 고개가 아파오는 팀들.
이제 막 5 라운드가 시작되었지만 포스트 시즌 진출을 80% 이상 확정지었다고 보는 팀들.
그 뒤를 GO와 화성, 나무전자가 쫓고 있었지만 1위를 탈환하기엔 조금 격차가 벌어진 상황이다.
이들의 목표는 안정적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진 나름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있는 팀들이다.
정말 하루하루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팀들은 따로 있었다.
현재 6위에 위치한 IBX와 7위의 아스트로, 8위의 MBS게임 마지막으로 9위의 스파키즈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마지막 티켓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10위부터 12위를 구성하고 있는 웅인과 폭스, 육군은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해야 가능성이 생길까 말까인데 4 라운드 내내 바닥을 기었던 성적이 갑자기 치솟을 리가 없었다.
차라리 위너스리그였다면 누군가의 각성으로 팀을 끌어 올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5, 6 라운드 같은 경우 그런 것조차 불가능했다.
모든 팀원이 좋은 컨디션을 보여야만 포스트시즌을 바라볼 수 있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스트로 같은 경우 이승우라는 최강의 카드를 손에 넣음으로써 3, 4 라운드 성적을 1위로 마무리 지음과 동시에 팀 내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과 실력까지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가 바로 양대 개인리그였다.
양대리그에 진출한 선수가 셋.
하나씩 진출한 선수가 둘.
도합 다섯이나 되는 본선 진출자를 배출한 것이다.
분명 얼마전까지 함께 하위권의 슬픔을 공유하던 아스트로가 저 위로 쭉 치고 올라가 버린 것이다.
하위권 팀들에게 있어 아스트로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
“자, 오늘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하는 거다. 위너스리그에서 우승한 건 이미 지나간 일이다. 과거의 영광에 취한 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MSL 조지명식이 끝나고 사흘 후.
드디어 프로리그 5 라운드가 개막했다.
한 명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위너스리그와 달리 5 라운드는 모든 팀원이 골고루 활약해야 승리할 수 있다.
1세트부터 7세트 중 먼저 4승을 거두는 팀이 이기는 건 똑같지만 세트별로 1명의 선수가 출전하게 된다.
즉 한 경기를 치르는데 4명의 선수가 필요한 위너스리그와 달리 일단 6명의 선수로 구성된 엔트리가 필요한 것이다.
한 선수가 나갈 수 있는 횟수는 최대 2번이다.
1~6세트 중 한 번과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 한 번.
7세트까지 가지 못한다면 당연히 두 번 출전할 수도 없게 된다.
내가 1승을 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감독님께서 3, 4 라운드 내내 신예 선수들을 기용하고 새로운 엔트리를 구성한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오늘 맞붙게 되는 팀은 폭스였다.
1세트에 민규가 나서고 2세트엔 연호가 출전한다.
허리라 할 수 있는 3, 4세트엔 현우 형과 내가 나란히 경기에 나선다.
3, 4세트는 아주 중요한 세트다.
팀의 승리를 확정 지을 수 있는 세트이기도 하고 상대 팀에게 넘어간 균형을 바로 잡는 세트이기도 하다.
여기서 패배하면 경기가 힘들어진다.
즉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세트란 말이다.
그래서 우리 팀의 에이스인 나와 현우 형이 나섰다.
폭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3세트엔 박성찬이, 4세트엔 최태양이 나오며 반드시 이기겠단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이 둘은 폭스의 에이스 라인이다.
오호의 일원이기도 하고 말이다.
위너스리그가 치러지는 동안 팀 성적이 많이 무너졌다.
팀을 책임져야 하는 이 둘의 경기력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탓이었다.
오호란 이름에 결코 걸맞지 않은, 아주 부진한 성적을 냈다.
현재 폭스의 순위는 11위.
이 둘의 실력이 제대로 나왔다면 이 정도로 낮은 위치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포스트시즌이 거의 불가능한 순위지만 자존심을 회복해야 할 것 아닌가?
최소 고춧가루 부대가 되겠다는 의지 정도는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1세트에 나오는 선수는 이영우. 준비한 대로만 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다.”
폭스인데 웬 이영우냐고?
그리고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무슨 말인지 고개가 절로 갸우뚱할 거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해한다.
그사이에 폭스로 이영우가 이적을 했나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다.
동명이인이다.
동명이인.
그냥 이름이 같은 것뿐이다.
종족까지 같았다면 더 헷갈렸겠지만 폭스의 이영우 종족은 나와 같은 용족.
그래서 본인의 이름이 아닌 용영우라고 불린다.
폭스의 이영우로선 굉장히 억울한 상황이다. CT의 이영우보다 데뷔를 먼저 했거든.
그러니까 먼저 태어난 사람이, 나중에 태어난 사람과 이름이 같다고 별명으로 불리는 상황인 것이다.
당사자로선 짜증 나겠지만 어쩔 수 없다.
6회 우승 3회 준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CT의 이영우와 달리 폭스의 이영우는 개인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이 한 번도 없다.
MSL 32강이 개인리그 최고 성적.
프로리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확고한 주전도 아니다.
그저 그런 선수 중 한 명.
굉장히 냉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프로의 세계가 원래 그렇다.
실력으로 모든 걸 증명하는…….
CT의 이영우와 비교하기엔 프로게이머로서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는 폭스의 이영우였다.
본인도 알 거다.
팬들이 자신을 어떻게 부르는지.
그걸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을 테지만 어디 세상일이 뜻대로 되는가?
이번 시즌에도 폭스의 이영우는 그리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6승 15패.
승률이 30%도 되지 않는다.
1세트로 나서는 민규가 충분히 상대해 볼 만하단 소리다.
민규가 1세트를 승리로 장식한다면 4, 5세트에 끝낼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았다.
“자. 그럼 5 라운드도 잘해 보자!”
모여서 힘차게 구호를 외친 우린 각자의 자리로 움직였다.
***
-안녕하세요! 관중 여러분. 오늘 5 라운드 아스트로와 폭스 경기를 중계하게 된 성진우라고 합니다. 저를 도와주실 두 분의 해설이죠? 김정식 해설위원님과, 박용제 해설위원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정식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용제입니다. 오늘도 멋진 경기가 나오길 기원해 봅니다.
-2 라운드가 끝날 때만 해도 폭스가 더 위에 있었거든요? 위너스리그를 거치면서 그 순위가 역전이 되었습니다.
-폭스 입장에선 속에서 열불이 날 겁니다. 당연히 밑이라 생각했던 팀에게 역전을 당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포스트시즌을 노리고 있다니.
-과거 폭스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정도로 강팀이었거든요? 요즘 침체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폭스 입장에선 과거의 명성을 다시 되찾고 싶을 겁니다.
폭스도 그저 약팀은 아니다.
분명 강호였고, 강팀이었다.
지금도 박성찬과 최태양이 살아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상위팀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S1과 CT의 경기가 있었죠?
-그렇습니다. 양 팀 모두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 주면 1승을 가볍게 챙겨 넣었습니다.
S1과 CT는 정규리그와 위너스리그를 가리지 않았다.
5 라운드 첫 경기에서도 그걸 증명했다.
대결이라도 하듯 나란히 4:1로 상대팀을 무너뜨리며 가볍게 첫 승을 가져갔다.
-아스트로도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거든요?
-일단 이승우 선수가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를 맞이했습니다. 위너스리그에선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혼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오늘 아스트로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다.
당장의 순위야 위 두 팀에 비해 크게 밀려 있는 아스트로였지만 사람들의 기대감은 S1, CT 못지않았다.
이승우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승우가 없던 1, 2 라운드 기록을 뺀다면 가장 좋은 승률을 보여 주고 있는 팀이 바로 아스트로였다.
18승 4패.
보고도 믿기 힘든 성적이다.
다른 팀원들이 2승만 거둬 준다면.
그래서 에이스 결정전으로 승부를 끌고 갈 수 있다면.
이승우의 활약이 나오며 위너스리그와 같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아스트로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죠. 다른 팀원이 이승우 선수를 제대로 뒷받침해 준다면 위너스리그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고 만약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급격하게 무너질 수도 있거든요? 오늘이 그 첫 단추입니다.
-원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아스트로에선 확실히 힘을 빡 준 것이 느껴집니다. 3, 4세트에 팀의 에이스카드인 박현우와 이승우를 배치했거든요? 중간에 무너지는 일은 절대 없다 이겁니다.
-폭스 입장에서 속이 쓰릴 겁니다. 1승 카드라 할 수 있는 최태양 선수가 이승우를 만났으니까요.
폭스 입장에서 본다면 실패한 엔트리였다.
아무리 부진해도 최태양은 최태양이다.
이승우만 아니라면 아스트로의 어떤 선수라도 잡아낼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선수다.
그런데 하필 이승우를 딱 만나고 말았다.
그나마 1승 카드로 내밀 수 있는 최태양이 패배한다면 2패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반대로 최태양이 이승우를 꺾는다면?
폭스로선 최고의 시나리오다.
난적인 아스트로를 잡아낼 확률이 급격히 올라가니까.
-더군다나 1세트에 한민규 선수를 배치하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요즘 한민규 선수 양대리그 본선에 진출하며 아주 좋은 모습 보여 주고 있는 선수 아닙니까?
-대결은 항상 상대적인 것 아니겠습니까? 박성찬과 최태양을 만났다면 힘든 승부가 예상될 수 있지만 이영우라면 이겨 낼 수 있거든요.
폭스의 이영우는 최근 연패를 기록하며 부진을 겪고 있었다.
심지어 위너스리그엔 제대로 기용도 되지 않아 경기 감각이 살아 있는지도 의문인 상황.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CT의 이영우와 너무나도 비교되었다.
그걸 가장 많이 느끼는 건 본인일 것이다.
어쨌든 한민규 쪽으로 승리의 저울추가 살짝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최근 한민규의 경기력을 보면 상당히 좋습니다. 움직임이 날렵하고 무엇보다 두뇌회전이 굉장히 빠릅니다. 굳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재빠르게 다음 움직임을 내놓는 것이 아주 기가 막히거든요?
반면 한민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불안하게 흔들렸던 경기력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승우 다음으로 한민규를 지목하는 이들도 꽤 있을 정도였다.
-이영우 선수 입장에서도 오늘 경기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민규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못 이길 선수가 아니거든요? 데뷔 년도만 따지면 한참 선배입니다. 오늘 패배한다면 앞으로 출전 기회를 영영 기회를 잃을 수도 있어요.
이영우도 심판대에 올랐다.
한민규마저 잡아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기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이미 기회라면 충분히 줬다.
이젠 성과를 보여 줘야 했다. 그 각오가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자, 양 선수 준비가 모두 끝났다고 합니다. 두 팀의 첫 번째 대결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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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