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7 Game No. 237 형규야 또냐? =========================================================================
Game No.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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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에 대한 인터뷰가 끝났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정적인 분위기로 진행되는 조 지명식.
-다음은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이영우 선수입니다.
-3:2로 패배하면서 이승우 선수에게 진 로열로더의 영광을 안겨주고 말았거든요? 복수의 칼을 아주 날카롭게 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야죠. 이대로 물러나면 이영우 선수가 아니죠. 네가 나를 한 번 이겼어? 그래. 그럴 수 있지. 근데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묻고 싶을 겁니다.
이승우에 이어 저번 시즌 준우승자 이영우가 무대에 올랐다. 역시 커다란 박수가 쏟아졌다.
많은 개인리그를 경험해서 그런지 얼굴에 여유가 묻어나온다. 관중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건넨 이영우가 자리에 앉았다.
-이영우 선수 반갑습니다. 팬 분들에게 인사 한 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CT의 이영우입니다. 이번 시즌도 함께 하게 되서 굉장히 기쁩니다.”
미리 준비한 것 같은 멘트가 줄줄 나왔다.
확실히 노련했다. 앞선 이승우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인터뷰를 끝으로 자리로 옮기는 이영우.
그 모습조차 포스있다.
전 시즌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그래도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다.
위축 될 리가 없다.
우승?
까짓 것 이번에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인터뷰 내내 비추었다.
그 뒤를 이어 이제운, 김택윤이 무대로 올라왔다.
이들 역시 이번엔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는 열의를 보여주었다.
연속 4강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하고 있지만 이들의 이름값에 비하면 그리 뛰어난 수준은 아니다.
이번에 올해 마지막 개인리그다.
여기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올 해 한 번도 결승전에 올라가보지 못한 선수가 된다.
이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전 시즌 8강 진출자가 모두 무대를 거쳐 갔고 이제 남은 선수는 8명.
시드권자 다음으로 나온 선수는 임형규였다.
이유는 하나.
MSL 준우승자였기 때문이었다.
-OSL만 보는 사람들에겐 조금 낯설 수도 있겠지만 저번 시즌 16강에서 재경기 끝에 쓴잔을 마셨지만 MSL에선 준우승이라는 본인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거든요. 프로리그 역시 엄청 활약했습니다.
-역시 진 로열로더 후보였지만 OSL에선 16강에서, MSL에선 결승 아쉽게 무너지고 말았거든요.
-재미있는 사실은 양대리그 전부 이승우 선수에게 무너졌다는 겁니다.
-임형규 선수에겐 정말 화가 나는 사실인거죠.
임형규 입장에선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전 시즌이었다.
천하의 이영우를 누르고 결승에 갔다.
우승을 차지하기엔 충분한 실력.
기세도 좋았다.
하지만 결승에서 막혔다.
그 것도 3:0으로.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무너졌다.
상대는 OSL 16강 탈락을 하게 만들었던 이승우.
이승우에게만 두 번의 패배를 당하며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준우승도 충분히 잘한 성적이지만 임형규에겐 두고두고 아쉬운 성적이기도 했다.
앞서 나온 선수들처럼 간단한 인터뷰를 마친 임형규가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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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부분의 선수들이 올라왔다.
난 현우 형과 연호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잡담같은 건 아니었다. 조 구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단 본인이 조에 이름을 붙여야하니 미리 배분을 하려는 것이었다.
“야. 이제 나온다.”
남은 사람은 1명.
누구냐고?
누구겠어. 우리팀의 막내 민규지.
민규를 보는 순간 저번 시즌의 내가 겹쳐 보였다.
잔뜩 긴장한 민규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풋하고 웃음이 나왔다.
비웃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내가 생각나서 그런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선수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개인리그 본선에 오른 아스트로의 한민규 선수입니다. 열렬한 박수로 이 선수를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아스트로의 신예 선수죠. 프로리그에서도 간간히 나와 승리를 챙겨주는 선수거든요?
-최근에는 준주전으로 기용 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번 시즌엔 이승우가 있었다면 이번 시즌인 한민규가 있다고 이재명 감독이 얼마 전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바가 있거든요. 아주 기대가 많이 가는 선수입니다.
감독님께서 그런 인터뷰를 하셨어?
민규한테 힘을 확 실어주시는구만!
물론 아예 없는 말을 하신 건 아니다.
요즘 민규의 실력이 올라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환국 라인을 홀로 버티고 있는 현우 형의 부담을 덜어주기엔 충분한 정도.
그러니까 이번 예선도 좋은 성적으로 뚫고 16강에 안착했겠지.
어느새 무대에 오른 민규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오구오구.
잘한다.
잔뜩 얼어있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그래도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하고 있는 민규였다.
“너 처음 왔을 때보다 잘하는거 같은데? 너 저번 시즌엔 잔뜩 굳어있었잖아.”
어라? 저번에 나한테 이야기했던 거랑 다른 거 같은데?
현우 형.
그때 저보고 잘했다고 하셨잖아요.
그냥 하신 말이었나요? 실망이네요. 쳇.
이러는 사이 민규의 인터뷰도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시즌 OSL을 정복한 승우 형처럼 좋은 성적 내도록 하겠습니다.”
민규의 각오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떠올랐다.
내 이름을 언급하다니.
짜식.
사회생활 할 줄 아는구나?
그 동안 먹인 탕수육과 치킨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
“어서와!”
“고생했다.”
“마지막 멘트가 최고였다.”
우린 왼쪽 가슴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다가오는 민규를 환한 미소로 반겼다.
얼굴을 보니 죽다 살아난 표정이다.
“어휴. 심장 엄청 떨리네요. 진짜.”
민규가 떨었다는 건 모두가 안다.
목소리가 잘게 떨렸거든.
그래도 이 정도면 잘한 거다.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 머릿속에 새하얗게 변하면서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도 있거든.
누구냐고?
그냥 있다. 그런 사람이.
-그럼 저희는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조 지명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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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간의 휴식이 끝났다.
다시 조 지명식이 재개되었다.
아직 서로에 대한 도발이 없어 평화로운 분위기였지만 조만간 후끈한 열기로 채워질 것이다.
서로에 대한 도발이 난무하는 상황이 올테니까.
조를 선택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조 지명식 중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선수는 한민규였다.
-자. 그럼 한민규 선수는 본인이 속하고 시은 조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주십시오.
현재 시드권자는 전 시즌 4강에 올랐던 이승우, 이영우, 이제운, 김택윤이 각각 A, B, C, D조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중 셋이 무려 전전시즌 4강 진출자였다.
2연속 4강 진출.
대단한 기록이다.
본인들에겐 조금 아쉬운 기록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이름표를 떼어 낸 한민규가 거침없이 C조에 이름표를 붙였다.
-한민규 선수의 선택은 C조, 이제운입니다!
-자. 한민규 선수 다시 무대로 돌아 와주시고요. 마이크 들고 마련 된 의자에 앉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민규가 차분한 얼굴로 마이크를 든 채 인터뷰를 기다렸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눈빛은 살아있었다.
-한민규 선수가 이번 시즌에 처음 진출한 신예긴 하지만 쉽게 보면 안되거든요? 전 시즌 우승자가 누굽니까? 이승우 선수 아닙니까? 신룡 이승우 선수도 저번 시즌 처음으로 예선을 뚫고 16강에 올라왔던 선수거든요. 한민규 선수가 그러지 말라는 법 없습니다. 실제로 예선 경기력이 굉장히 훌륭했거든요? 그 실력이 본선에서도 나온다면 8강, 4강, 결승까지 갈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충분히 기대를 해 볼 선수라는 점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엄재웅 해설의 포장 기술이 여지없이 빛을 발했다.
한민규는 이번 시즌 처음 진출한 신예.
프로리그에도 간간히 얼굴을 드러내고 있지만 완전한 주전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하다.
팀 내 비중도 이승우, 박현우, 신연호, 김승대 다음이고.
그런 선수를 단숨에 다크호스로 만들어버렸다.
정말 대단한 능력이었다.
-이제운 선수 옆에 이름표를 붙인 이유가 있습니까?
“음. 일단 A조엔 같은 팀인 승우 형이 있으니 안 되니 남은 건 B,C,D조인데. 신기하게 딱 종족 별로 한 선수씩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차피 어느 조를 간다고 해도 쉬운 경기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가장 자신 있는 종족전인 마수가 있는 C조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 말은 이제운 선수도 보통 마수와 다를 바 없다. 뭐 이런 이야기인가요?
짓궂은 질문에 한민규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어...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음. 제가 마수전을...”
한민규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신예치고 침착하게 인터뷰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신예치고 였다.
곤란한 질문이 나오자 바로 흔들려버렸다.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경기로 보여주는 것을 한민규 선수도 원할겁니다. 사실 이 자리가 그렇게 편안한 자리는 아니거든요. 신인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은 굴뚝같겠지만 그걸 다 내뱉을 수도 없죠. 굉장히 조심스러운 자리라는 것 이해합니다.
엄재웅 해설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한민규를 감싸주었다.
수습에 한민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곤란했다. 흔히 그런 말을 한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고. 지금이 딱 그 모양새였다.
지우개로 깔끔하게 지워버린 것 처럼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딱 엄재웅 해설이 멘트를 치며 분위기를 전환시켜주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십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팀 선배인 승우 형처럼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한민규 선수를 향해 박수 한 번 부탁드립니다!
한민규를 시작으로 하나, 둘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이름표를 조에 붙였다.
중간에 아스트로의 신연호가 너스레를 떨며 분위기를 확 띄웠다.
확실히 개그에 소질이 있는 신연호였다.
광역 도발을 시전 하더니 이내 모든 선수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처음의 당당함을 잃지 않은 신연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승우야. 뒤를 부탁한다.”
였다.
신연호로 인해 조금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유쾌하게 변했다. 인터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저번 시즌 8강에 오른 선수들까지 모두 자리 배치를 끝내고 이제 남은 선수는 5명 뿐이었다.
전 시즌 4강에 올랐던 선수들과 임형규가 그 주인공이었다.
나름 파격 대우다.
16강에서 탈락한 선수, 차기 시즌 진출권을 확보하지 못한 선수를 4강 바로 아래 배치했으니까.
MSL 준 우승자 대접을 해주는 것이다.
어쨌든 양대리그를 모두 포함했을 때 두번째로 빛난 별이었으니까.
-자. 임형규 선수는 무대에 올라와 본인의 이름표를 붙여주시기 바랍니다!
임형규 성큼성큼 무대로 올라왔다.
여전히 자신감이 넘치는 움직임. 그가 자신의 이름표를 떼었다.
그리고.
-설마?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이 방향이면....
-맙소사! 정말 저기다 붙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