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6 Game No. 236 OSL 조지명식 =========================================================================
Game No. 236
-안녕하세요. 2015 온게임TV 신들의 전쟁 리그 시즌3를 맡고 있는 캐스터 전현석.
-해설의 엄재웅.
-해설의 김태영입니다.
언제나 같은 멘트.
그리고 언제나 같은 환호.
엄전김의 멘트가 끝나는 순간 사람들의 환호가 용산 스튜디오를 가득 메웠다.
-오늘도 많은 분들께서 조 지명식을 보기 위해 용산 스튜디오까지 어려운 발걸음을 해 주셨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먼저 올리겠습니다.
전현석 캐스터가 감개무량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들의 전쟁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출시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인기가 사그라지기는커녕 해가 갈수록 훨씬 커지고 있었다.
단순히 국내에서 머무는 것을 넘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것이다.
2~3년 전부터 해외에서도 프로팀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실력은 한국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몇몇 선수들은 한국 정상급 선수와 엇비슷한 경기력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조금 더 타국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가 되면 월드컵처럼 세계 대회가 열리게 될지도 몰랐다.
이것은 아주 허황된 꿈이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그에 대한 협의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었으니까.
-선수들의 경기만큼 선수들의 입담이 상당히 재미있거든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이번 시즌도 종족 밸런스가 아주 환상입니다. 면면들도 굉장히 화려하구요.
엄재웅 해설의 포장에 슬슬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3 역시 시즌2에 못지않은, 아니 종족 구성비만 오히려 더 나은 황금 비율을 보여 주고 있다.
용족 5명, 환국 5명, 마수 6명.
애초에 16은 3으로 딱 나눠지지 않는 숫자니, 이 정도면 완벽한 비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16명 중 우승자 출신이 무려 9명이다. 저번 시즌보다 1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승우였다.
9명 모두 저번 시즌 16강에 올랐던 선수들이었다.
이번 시즌에서 주목해야 할 건, 강자들만큼 이번 시즌에 데뷔한 신예도 꽤 있었다는 것이었다.
양대 우승을 차지한 나와 MSL 준우승을 차지한 형규를 신예로 분류하긴 애매하지만 어쨌든 올 시즌 데뷔한 선수 중 3명이 OSL 16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던 연호와 차영화도 16강에 이름을 올렸다.
저번 시즌 16강 진출했던 선수 중 4명이 16강 결정전에서 탈락했다.
그중 무려 셋이 환국이었다.
환국 수난 시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영우와 정명혁이 아직 건재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에 낙담하기엔 일렀다.
4강까지, 아니 결승까지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었으니까.
-자. 그럼 저번 시즌 하이라이트와 함께 조 지명식의 화려한 막을 올리겠습니다!
박수 소리와 함께 스크린에 저번 시즌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멋들어진 CG에 긴장감 넘치는 편집이 더해져 영화 같은 멋진 영상이 만들어졌다.
보통 이런 영상의 시작은 16강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예선.
첫 장면은 예선장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방송 경기로 중계되는 것이 아니기에 어수선하고 깔끔하지 못한 영상이었지만 온게임TV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언인지 정확하게 찍혀 있었다.
영상은 작은 문을 찍고 있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오는 청년.
바로 이승우였다.
오랜만에 탄생한 진 로열로더기에 16강부터가 아닌 예선부터 영상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자료가 많지 않았으니까.
이승우가 제대로 나온 장면이 거의 없어 영상을 제작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그나마 지금 이 장면 하나 건져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다.
유니폼도 입고 있지 않고 조금은 어리바리한 모습.
그 순간 빨리 감기를 하듯 영상이 빠르게 흘렀다.
예선 통과.
그리고 16강 결정전.
육룡 도재열에게 승리하고 16강 안착 후 조 지명식.
이영우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지금 16강에 올라온 선수 중 진 로열로더 후보가 딱 둘이잖아요. 제가 못한 기록을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고 싶지가 않아요. 그래서 둘 다 떨어뜨리려고요.
이영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번 영상의 주인공 이승우가 나타났다.
-지금 그 선택 후회하도록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8강. 4강.
그리고 결승.
명경기들이 화려한 임팩트를 터뜨리며 연달아 나왔다.
결승 마지막 5세트가 끝나고 전 시즌 우승자인 이승우가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영상이 끝났다.
-저번 시즌 우승자 이승우 선수를 이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이 필요합니다!
전현석 캐스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 이승우의 이름이 나왔을 때부터 사람들은 이미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중앙에 깔린 레드 카펫으로 이승우가 걸어 들어왔다.
그가 무대 위로 올라왔을 때 박수는 절정에 달했다.
***
“이승우 선수 준비해 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스탭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야, 진짜 잘 만들었네.
따로 소장하고 싶을 정도다.
매일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영상이라고 해야 할까? 생각보다 훨씬 근사하게 뽑아 줬다.
전 시즌 우승자답게 가장 먼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스타트를 끊는 셈이지.
저번 시즌과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아니 단순 느낌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저번 시즌엔 그저 운 좋게 예선을 뚫고 올라온 애송이 정도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승자.
그것도 양대 동시 우승자.
스탭부터 시작해서 선수들까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전과 달라져 있다.
약간 깔보던 눈빛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나와 같은 조가 되는 걸 꺼리는 것 같은 눈빛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선수 중 상대 전적이 뒤지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내가 크게 앞서고 있다.
이영우를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그런 건 아니다.
나를 향해 이글거리는 눈빛을 쏘아 내는 선수들도 있었다.
누구냐고?
말할 필요 있나?
이영우를 비롯해서 이제운, 정명혁, 김택윤 같은 최정상급 선수들이지.
너무 나를 뚫어지게 바라봐서 부담스러울 정도다.
이러다 진짜 뚫리는 것 아……. 그럴 리가 없지.
당연히 대우도 많이 달라졌다.
모든 스탭이 나의 컨디션에 온 신경을 쏟았다. 사전 인터뷰도 전과 달리 충실하게 진행했고, 지나가는 말로 살짝 덥다는 말을 했을 뿐인데 전체적으로 에어컨을 틀어 주기까지 했다.
헛기침을 했을 때도 바로 물을 가져다주었고.
처음엔 살짝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조금 적응이 되었다.
연호나 현우 형이 그랬다.
지금을 즐기라고.
지금 이 순간은 네가 왕이라고.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영상을 보는 순간 느꼈다.
많은 공을 들였구나 싶었다.
어깨와 목에 힘이 살짝 들어갔다. 거만해진 전 아니다. 기분이 좋아졌을 뿐이다.
“자, 이제 나가시면 됩니다!”
그사이 내가 나갈 차례가 되었다.
작게 심호흡을 한 후 바로 무대로 향했다.
그래도 두 번째라서 예전처럼 어리바리 타는 일은 없었다.
준비된 의자에 앉았음에도 여전히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전현석 캐스터님이 그만해 달라고 말한 후에야 박수 소리가 멈췄다.
이것 참 흐뭇한 일이구만.
-안녕하세요, 이승우 선수.
-반갑습니다.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자기소개 한 번 해 주시죠.
“안녕하세요. 아스트로의 이승우라고 합니다.”
입을 떼는 순간 다시 함성이 터졌다.
이거 몰래 카메라 같은 거 아니지?
내가 인기가 이렇게 많았어?
대부분 남자라는 것이 조금 슬프게 만들었지만 팬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
-역시 이승우 선수 인기 많습니다.
-많을 만하죠! 전 시즌 우승자 아닙니까?
-보통 우승자도 아닙니다. 오랜 시간 맥이 끊겼던 진 로열로더 아닙니까? 그것도 양대 진 로열로더! 최근 용족의 희망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선수거든요!
아직 별다른 말도 없었는데 벌써부터 비행기를 태워 주시는 엄재웅 해설위원님.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지금은 가벼운 모습보다 우승자다운, 진중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저번 시즌 조 지명식과 많이 달라졌어요.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여유가 흘러넘칩니다.
-그때의 이승우가 아니거든요. 앞서 말한 것처럼 요즘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선수 아니겠습니까? 오늘 컨디션 어떻습니까? 이승우 선수.
드디어 첫 질문이 나에게 넘어왔다.
“컨디션 아주 좋습니다.”
-오늘 생각하고 있는 조 편성이 있습니까?
“일단 저희 팀 선수들이 한 조에 뭉치는 걸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렇죠. 아스트로에서만 이번 OSL에 무려 4명의 진출자를 배출했습니다. 이번 시즌 최다 배출자거든요? 명문 GO와 S1보다 1명이 많은 숫자이고 그 외의 팀은 4팀을 합쳐야 할 정도로 많은 숫자죠.
-이것도 최초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요즘 아스트로 기세가 상당히 무섭습니다. 위너스 리그 정복에 이어 OSL까지 정복을 노리나요?
내 칭찬을 넘어 우리팀을 칭찬하는 중계진분들.
요즘 우리 팀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가장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건 개인리그였다.
그중 OSL.
MSL도 4명이 진출해 있긴 하지만 32명 중 4명과 16명 중 4명은 그 비중이 다르다.
이중 절반만 8강에 생존해도 최고의 결과다.
다 올라오면 좋고.
-그렇다면 아스트로 선수가 같은 조에 뭉치지만 않으면 상관없다 이건가요? 다른 선수들의 도발을 다 받아들이겠다라고 해석해도 됩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석하셔도 무방합니다.”
난 슬그머니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 지명식에서 이 정도 패기는 괜찮잖아?
전 시즌 우승자인데.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중석이 술렁였다. 그래, 내가 원하던 반응이야.
-오! 이승우 선수. 패기가 상당합니다!
-전 시즌 우승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 어떤 선수가 와도 상관없다 이겁니까?
“그렇습니다. 저와 경기를 하고 싶은 선수는 얼마든지 제 옆에 이름을 붙여 주시기 바랍니다. 피하지 않겠습니다.”
딱히 피하고 싶은 선수는 없다.
정확히 말한다면 누굴 만나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영우와 이제운, 김택윤은 각 조의 시드권자이기에 16강에서 같은 조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팀원 3명까지 제외하면 남은 선수는 8명.
이 중 누가 되고 할 만했다.
간단한 질문이 몇 개 더 이어졌다.
요즘 근황에 대한 것부터 시작해서 팀의 분위기까지.
가벼운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마 OSL에 대한 본격적인 인터뷰는 후에 시드권자의 권한을 행사할 때 제대로 치러질 것이다.
-자세한 인터뷰는 추후에 이어서 하도록 하고 여기서 인터뷰는 일단 마무리 짓겠습니다. 이승우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시길.
관중석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인 후 한편에 마련된 선수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차기 시즌(OSL, MSL, 프로리그) 구상으로 토요일 연재를 쉽니다.
(구상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으면 일요일까지 쉴 수도 있지만 일단 그런 일은 없도록 최대한 노력 하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