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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31화 (231/575)

00231  Game No. 231 정상에 서다.  =========================================================================

Game No. 231

이겼다!

초반에 위기는 있었다. 만약 마견 난입을 허용했더라면 굉장히 큰 피해를 받았을 것이다.

용안이 제대로 일을 못하는 건 물론이고 정보를 계속해서 넘겨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 후부턴 일사천리였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었다.

비비도, 용아도. 모두 자유롭게 움직였다. 마치 인공지능을 따로 가지고 있는 것처럼.

즐거웠다.

경기를 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마수전이 이렇게 재미있었다니.

이 재미를 예전엔 왜 몰랐을까 싶었다.

과거엔 마수전이 싫었다. 정말 하기 싫었다.

마수의 변화에 맞추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간신히 따라가도 그슨대나 후반 풀업 마견에 털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신나서 하다 보니 어느새 경기가 이겨 있었다.

그 대단한 이제운의 손발을 꽁꽁 묶어 버린 것이다.

“어?”

부스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언제 왔는지 팀원들이 잔뜩 진을 치고 있었다.

아, 이번에도 공중으로 날아오르겠구나.

이런 감은 틀린 적이 없다.

팀원들에 의해 부스에서 뽑히다시피 빠져나왔다. 미처 균형을 찾기도 전 내 몸은 팀원들의 단단한 손에 의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래. 즐기자. 즐겨.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폭죽이 터졌다.

굉음과 함께 공중으로 쏘아 올린 폭죽이 하늘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었다.

한 번이 아니었다.

연달아 터졌다.

-프로리그 2015! 위너스리그! 우승팀은! 아스트로입니다!

박상철 캐스터의 외침.

동시에 터지는 관중들의 함성.

그래, 이거야.

어릴 적 꿈이 현실이 되었다.

공중에 떠올랐다가 내려올 때 기분이 참 묘했다.

소변이 움찔움찔 나올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되게 묘한 느낌이다.

짜릿하다고 해야 할지 시원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 학창 시절 소풍으로 놀이동산에 갔을 때 탔던 바이킹이 딱 이 기분이었다.

물론 이게 훨씬 더 위험하다.

높이야 바이킹이 훨씬 높게 올라가지만 이 둘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안전장치 유무.

바이킹은 안전장치라도 제대로 되어 있지 이건 그런 것도 없다.

누군가 ‘어? 손이 미끄러졌네?’ 하면 난 끝나는 거다. 눈 뜨면 병원이겠지.

왠지 모르게 승대가 조금 불안하다. 저 해맑은 얼굴로 나를 놓칠지도 모른다고 생각나니.

으. 이건 아니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서너 번쯤 더 공중으로 던져졌을까?

날 받치는 손에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저, 저기요? 슬슬 내려놓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무겁잖아요. 우리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아. 다행히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더 이상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일은 없었다.

천만다행이군.

양발이 땅에 닿는 것이 느껴지자마자 두 눈에 불을 켜고 주변을 훑었다. 다음 타깃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런 호사를 혼자 누릴 순 없다.

원래 기쁨은 나누면 2배가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절대 복수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진심으로 함께 즐기고 그래서 그런 거다.

진짜다.

그때 레이더망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다들 감독님! 감독님 잡아요!”

감독님이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을까?

평소보다 배는 더 큰 목소리가 내 입에서 터져 나왔다.

본인이 헹가래의 대상이 될 거라 생각 못 하셨는지 감독님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잔뜩 묻어 나왔다.

생각해 보니 이 기쁜 행사에 감독님을 빼놓은 순 없다.

내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 감독님을 향해 돌진했다.

온몸에 끈적이는 샴페인을 묻힌 남정네 열댓 명이 달려드는 광경이란.

아아. 나도 겪어 봐서 알지.

이게 꽤나 공포스럽다는걸.

잠깐 몸을 움찔하신 감독님이지만 이내 도주를 포기하셨다.

그리고 본인의 몸은 우리들에게 맡겼다.

그래요, 그게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역시 감독님답네요.

“하나. 둘. 셋!”

구호와 함께 감독님을 힘껏 하늘을 향해 던졌다.

쑥 공중으로 떠오르는 감독님.

애써 숨기려 하지면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이거 너무 높은 거 아냐?

제대로 받아야 하는데?

못 받으면 우리에게 5라운드는 없다.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감독님이 없는 아스트로라니.

이건 팥 없는 붕어빵보다 훨씬 안 좋은 상황이다.

순간 주변에 있는 팀원들과 눈이 마주쳤다. 한 마디 말도 없었지만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걸.

오버했다.

기분이 좋다 보니 힘이 훨씬 많이 들어갔다.

자. 그래도 잡아야…….

“크헉.”

“흡.”

감독님의 몸이 묵직하게 양팔에 안겼다.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래도 무사히 받아 내서 다행이었다.

방금 전의 일 때문인지 다시 감독님을 하늘로 던지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역시 사람은 경험을 해 봐야 해.

땅으로 내려온 감독님이 무대 아래를 향해 다급하게 손짓을 했다.

흠? 뭐 준비된 것이 있나?

감독님의 손짓에 아래 있던 프런트 직원들이 무언가를 가지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현수막이었다.

돌돌 말려 있어 정확히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승에 관련 된 것이겠지.

예상대로 현수막엔 ‘2015 위너스리그 우승!’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밑엔 팀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역시 감독님.

어느 하나 놓치지 않으시는구나!

직원이 양 옆을 잡고 현수막을 펼쳤다.

현수막의 크기는 생각보다 컸다. 다시 한번 우승을 했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모여!”

감독님의 말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현수막 아래로 몰려들었다.

곧바로 기념 촬영이 시작되었다.

정신없이 터지는 플래시.

두 눈을 뜨기 힘들 정도였지만 억지로 눈을 부릅뜨며 플래시에 맞서 싸웠다.

이 사진은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될 것이다.

홍보 용도로도 사용되고 기사 사진으로도 사용될 것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사진.

결코 흑역사를 만들어선 안 되었다.

이건 예전에 뷔페에서 찍었던 사진처럼 지울 수도 없다.

다행히 눈을 감는 불상사는 없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일단 기사로 걸린 사진을 봐야 알 것 같았다. 사진 촬영을 끝내고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행복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오늘을 빛내고 있을 거다.

적어도 이 무대의 주인공은 우리였다.

[업적이 생성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달성하는 업적이구만!

내용은 뻔하지.

위너스 리그 우승.

사실상 주축이 돼서 우승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영광의 중심.]

[위너스 리그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43승을 거두며 팀의 중심이 되어 아스트로를 우승까지 이끌었습니다. 아스트로 역사상 처음 있는 위업입니다. 위대한 업적의 보상으로 스킬 포인트 10개와 스탯 포인트 50개가 주어집니다.]

스킬 포인트 10개!

무려 레벨을 50 올려야 얻을 수 있는 수치!

우승만큼 기쁜 소식이었다.

내 표정은 안 봐도 뻔하다.

입이 귀에 걸려 있겠지.

요즘 스킬 포인트 난에 허덕이고 있었는데 이보다 좋은 소식이 어디 있을까?

난 팀원들과 뒤섞여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물론 머리로는 오늘 얻은 스킬 포인트와 스탯 포인트를 어디에 배분할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

***

위너스 리그가 끝났다.

우승팀은 아스트로였다.

이변으로 시작해 이변으로 끝난 리그였다. 이승우의 활약이 이번에도 돋보였다.

마지막 이제운과의 대장전 경기는 그 어떠한 찬사도 모라자랄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

요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던 이제운의 기를 팍 꺾어 놓았다.

아무리 날고 기어 봤자 양대리그 우승자보다 못하다는 걸 확실히 증명한 경기였다.

경기에서 패배한 이제운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억울함.

그리고 분함.

온갖 감정이 뒤섞인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그도 잘했다.

다만 이승우가 더 잘했을 뿐이다.

그것이 전부다.

프로의 세계이기에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

모두가 승자일 수 없다.

승자가 나온다면 패자가 나온다.

오늘의 패자일 뿐 영원한 패자는 아니었다.

개인리그부터 위너스리그까지. 모든 주인공은 아스트로에서 나왔다.

이제 프로리그는 후반기인 5라운드에 접어들게 되며 개인리그 시즌3도 각각 9월 9일과 10일 조지명식을 시작으로 대장정을 시작하게 된다.

프로리그나 개인리그나 많은 이들이 관심은 이승우에게 쏠려 있었다.

이번에도 이승우는 각종 기록을 쏟아 냈다.

프로리그 연승 기록을 깨지는 못했지만 공식전 연승 기록을 포함하여 도합 3개의 연승 기록을 자신의 이름으로 갈아 치우는 데 성공했다.

일단 공식전 16연승을 다시 한번 달성하며 본인의 기록을 역대 1, 2위에 놓는 데 성공했다.

프로리그 연승보다 더 값진 기록이다.

개인리그, 프로리그 가릴 것 없이 활약했다는 뜻이니까.

더군다나 이승우는 많은 수의 다전제를 치른 상황.

그럼에도 연승을 이어 갔다는 건 1세트조차 내주지 않고 이긴 다전제가 여럿 있다는 뜻이었다.

MSL을 무패로 정복한 것이 가장 컸다.

허영우 3:0.

이제운 3:0.

임형규 3:0.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압도하며 연승 행진을 이어 나갔다.

여기서 한 세트라도 내주었다면 공식전 최고 연승 1, 2위를 홀로 독차지하는 위업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승우는 모든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데 성공했다.

그간 마수와 환국에 의해 기 죽어 있던 용족 팬들이 제대로 기쁨을 표출했다.

이런 기록에서 용족은 항상 제외되었다.

그나마 김택윤이 12연승으로 체면을 세워 주었을 뿐 그 외에 연승 랭킹 상위권에 용족 선수의 이름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불완전한 종족이기에 저격에 번번이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 한을 이승우가 완전히 날려 버렸다.

어찌 안 예뻐 보일 수가 있을까?

공식전 연승 기록을 정복한 이승우의 다음 타깃은 용족 내 연승 기록이었다.

총 3개의 연승 기록 중 2개를 갈아 치우는 데 성공했다.

용족전 연승과 마수전 연승이 바로 그것이다.

용족전은 17연승, 마수전은 14연승으로 그 전의 기록을 훨씬 앞서며 1위로 등극했다.

그전까지 용족전과 마수전의 연승 1위는 각각 10연승과 12연승이었다.

용족전은 기존 기록보다 무려 7연승이나 더 해낸 것이었다. 17연승은 용족 내 최고 기록임과 동시에 모든 종족을 대상으로 한 기록에서도 1등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종족불문 환국 연승 1위는 이영우가 하고 있었고 마수 연승 1위는 이제운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17연승으로 용족을 상대로 최다 연승을 한 이승우까지 포함하면 각 종족 최다 연승자가 해당 종족의 선수가 되는 웃기고도 슬픈 기록이 탄생한다.

적은 내부에 있다더니.

그 말이 꼭 틀린 말이 아닌 모양이다.

환국전까지 갈아 치웠으면 참 좋았겠지만 OSL 결승전에 이영우에게 2세트를 내주는 바람에 환국전 기록은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환국전 용족 연승 1위는 송병호의 11연승.

지금은 그 기록보다 한참 못 미치는 연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승우지만 지금과 같은 기세를 꾸준히 보여 준다면 이 기록도 갈아 치우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이 모든 것이 겨우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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