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0 Game No. 230 우승청부사. =========================================================================
Game No. 230
탄성이 터졌다.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이번 싸움에서 비비가 이긴 것이다.
무려 3기의 비비가 살아남았다. 두 눈을 다시 비비고 화면을 바라보는 사람마저 있었다.
그 정도로 엄청난 상황이었다.
사실 몇 기의 비비가 살아남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전혀 뜻밖의 상황.
모두가 어리둥절했지만 가장 속이 쓰린 건 이제운이었다.
이제운은 모든 걸 여기에 걸었다.
그간의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사그라진 것이다.
이제 이제운에게 남은 것은 마견 12마리, 한 부대가 전부였다.
반면 이승우는 지상 병력 조합이 완벽히 갖춰져 있었다.
용아에 비렴, 살아남은 비비까지.
이걸 마견 한 부대로 막으라고?
이제운 10명이 와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건 진짜 오바라고 말하는 순간 비비가 이겼는데 이승우 팬분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이걸 이길 줄 생각도 못했네요.
-얼핏 봐도 닷발귀와 혈풍의 숫자가 많았거든요? 처음 움직임은 놓쳤지만 그 후 따로 컨트롤을 해 준 것 같습니다. 혈풍이 비비에 제대로 폭사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게 아닌 모양입니다. 순간적인 컨트롤로 폭사하기 전에 혈풍을 잡아낸 것 같거든요?
-그렇죠. 그게 아니면 지금의 상황이 말이 안 됩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그 순간 다른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다 잡힐 수도 있었습니다. 아. 이제운 선수 피해 꾹 참아 가며 간신히 모아 놓은 닷발귀를 다 잃었습니다. 이제 어떡합니까?
비비의 수가 확 줄긴 했지만 여전히 살아있다.
당장 혈풍이 무서워 본진에 웅크리고 있지만 날카로운 눈매를 빛내며 언제든 뛰쳐나올 준비가 되어 있다.
틈만 찾는다면 바로 뛰쳐나와 군주를 사냥하며 흑완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 할 것이다.
이 자체로도 공포였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사이 제단을 확보한 이승우의 지상 병력이 쏟아지고 있었다.
5개의 제단에서 쉼 없이 용아와 비렴이 생산되었다.
동시에 확장도 추가로 확보했다.
확장이 활성화되면 지금보다 병력이 배는 쏟아져 나올 것이다.
용광포 같은 건 없었다. 바로 용안이 붙었다.
앞마당에 건설 된 용광포도 초반에 건설한 2개가 전부였다.
마수가 6마견 이후 단 한 번도 용족에게 압박을 주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지금 이제운은 거의 전 병력을 잃었다. 당연히 확장 견제를 보낼 병력조차 없었다.
지금 이제운은 견제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이승우의 병력을 막으려면 또다시 가시 촉수를 건설해야 한다.
없는 살림에 일벌레를 가시 촉수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마저 언 발의 오줌 누기,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승우 선수는 비비는 잃었지만 사실 피해받은 것이 아예 없다고 봐도 됩니다. 왜냐하면 나간 병력이 할 만큼 했어요. 일벌레 보세요. 철광 하나에 한 마리도 붙어 있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이제운 선수는 일벌레 보충해 줘야 하거든요? 그 사이에 두 번째 확장 완성되게 되면 끝나요. 병력 갖추고 타이밍 잡고 내려오면 막기 너무 힘들거든요? 어쨌든 지금 비비는 줄여 주지 않았습니까? 어려운 거 알지만 한 번 더 닷발귀, 혈풍 쥐어 짜내서 세 번째 신전 견제를 해야 합니다.
-정말 이승우 선수의 마수전이 대단한 게 마수와 용족이 소모전을 펼쳐서 용족이 이득을 보는 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거든요? 근데 이승우 선수는 그게 됩니다. 서로 병력 간의 교전에서 이득을 용족이 보고 있다는 게 대단한 겁니다. 그 이후에 이승우 선수는 추가적인 확장을 가져가고 마수는 일벌레를 찍으니까 그만큼 또 추가 병력 생산이 힘들어지고 그사이 이승우 선수는 병력 생산하고 또 나갑니다. 빨라요. 정말 빨라요. 이승우.
용족 출신 프로게이머인 박광춘 해설이 이승우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눈으로 보기엔 저게 저렇게 어려운가?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직접 해 보면 이승우가 말도 안 되게 잘하는거였구나, 라고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귀찮은 컨트롤을 일일이 다 해 주고 있다.
마수전을 잘하는 용족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다.
한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
김택윤이 독보적으로 잘하고 그 뒤를 윤영태와 송병호, 허영우가 바짝 뒤쫓고 있다.
지금 보여 주는 이승우의 마수전은 송병호, 윤영태와는 색이 조금 다르다.
이 둘은 일명 공굴리기라 불리는, 마수에 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지룡이나 풍백을 잘 유지하면서 한 방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스타일이다.
이승우의 스타일은 김택윤이나 허영우 쪽에 더 가까웠다.
끊임없이 마수를 괴롭히는 스타일.
마수 선수의 입에서 도저히 못 해 먹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견제를 하는 선수가 이승우였다.
그렇다고 전투가 약한 건 아니다.
후반에 지룡을 기가 막히게 사용한 경기들도 있다.
마치 김택윤과 송병호를 합친 것 같은 느낌.
서로의 장점이 만나 단점을 없애 버렸다.
괜히 완성형 용족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 대단한 이제운이 꼼짝도 못하고 있었으니까.
-항상 상대방보다 한 템포 빠르게 움직이죠. 지금도 또 나가고 있습니다.
-병력이 움직이는 방향이 정말 상대하기 어려워요. 상대 입장에서 까다로운 곳만 골라서 들어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용족의 병력이 또다시 본진에서 출발했다.
그 어떤 공격보다 덩어리가 크다.
묵직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단순 용아나 흑완이 아닌 용아에 풍백이 섞여 있다.
전처럼 단순 닷발귀로 상대하기 힘든 조합이었다.
일벌레를 충원하느라 아직 가시 촉수도 제대로 늘어나 있지 않은 상황.
이번엔 위기다.
그것도 엄청난 위기.
전 같은 경우 그래도 막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묵직하다. 제대로 된 한 방이다.
충분히 5시 앞마당을 뚫고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가장 먼저 용아가 가시촉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풍백은 약간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유는 하나.
가시촉수의 강제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아마 가시촉수가 파괴되면 곧바로 용아에 합류해 닷발귀를 상대로 위용을 드러낼 것이다.
-이쪽 5시에 눈 돌리고 여기 급한 불 끄면 더 큰 불이 본진을 휘감거든요? 군주 이렇게 계속 트러블 생기는 거예요.
-처음부터 계속 이랬습니다. 첫 용아 견제가 있을 때도 본진과 5시 나눠서 갔고, 그 후 4용아가 5시로 갔을 때도 추가 2용아는 이제운의 본진을 뒤흔들기 위해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지상 병력은 5시를 치고! 비비는 본진을 치고! 이제운 선수 답답하죠.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이번에도 단 방향 공격이 아니었다.
비비가 어디 갔나 했더니 이제운을 본진에 있는 군주를 치고 있었다. 군주가 무방비로 찢겨져 나갔다.
완전 비비의 세상이었다.
진퇴양난.
지금쯤 이제운의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있을 것이다.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갈 테고.
어딜 먼저 막아야 하는가?
5시와 본진.
모두 중요하다.
5시를 막으면 본진에 있는 모든 군주가 죽는다. 본진의 비비를 몰아내면 5시 확장이 밀려 버린다.
어느 걸 선택해도 결과는 암울하다.
이제운의 판단은 5시부터 지키는 것이었다.
어차피 비비를 타격할 수 없는 마견들이 줄지어 5시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닷발귀 소수와 혈풍을 본진으로 보내 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앞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군주는 찍소리 한 번 못 내 보고 한 줌 혈수가 되어 녹아내렸다.
-아. 이건 진짜 천하의 이제운이라도 정신 못 차립니다.
-싹 죽었어요. 싹! 군주가 한 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운에게 굴욕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른쪽 하단에 잠시 나온 이제운의 상황.
인구수 제한이 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더 큰 문제는 인구수 제한이 겨우 6밖에 되지 않는 다는 뜻이었다.
현재 이제운의 소굴은 6개.
소굴이 인구수 제한을 1씩 늘려 주니 이제운의 인구수 제한은 오직 소굴로만 유지된다는 말이다.
즉 모든 군주가 잡힌 것이다.
인구수가 막혔다.
완벽히.
병력을 생산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군주를 다시 뽑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설상가사응로 5시를 막은 것도 아니었다. 용아에 의해 가시 촉수가 파괴됨과 동시에 풍백이 마무리를 짓기 위해 들어왔다. 이 조합을 막아 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다수의 닷발귀는 내내 5시에 붙잡혀 있었다.
그나마 닷발귀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는데 이마저 힘들게 되었다.
본진 군주를 정리한 비비가 5시로 온 것이다.
-정말 이승우 선수 이번 경기는 평소 때보다 더 완벽한 플레이를 해 주고 있네요. 이제운 선수가 요즘 굉장히 분위기 좋았거든요? 그 모습에 화성 팬들은 잔뜩 기대를 하고 오늘 결승전을 맞이했는데. 아. 정말 허무할 것 같네요. 허탈할 것 같습니다.
-다시 각인시켜 주는 거죠. 내가 바로 전 시즌 양대리그 우승자다. 아직 그 힘이 남아 있다!
-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네요.
닷발귀가 비비를 만나는 순간.
-이제운 : GG.
이제운이 패배를 선언했다.
-아. 지금 우리가 본게 이제운의 플레이가 맞습니까?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예요. 정말 이승우 선수는 마수전에서 완벽한 모습, 어떻게 하면 마수를 잡을 수 있나? 이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팍팍 줍니다.
-네. 폭군 이제운을, 그냥 보통 마수로 전락시켜 버리는 것이 이승우의 위력이에요. 그 모습을 이번 경기에서 보여 주네요.
-이승우 선수 수호신이라는 별명이 너무나도 어울리네요. 완벽한 경기력으로 팀에 위너스 리그 우승컵을 안기는 순간입니다!
***
<ㅎㄷㄷㄷ 지렸다.>
<난 이미 팬티 갈아입었다.>
<ㅉㅉㅉㅉ 팬티 왜 갈아 입음? 애초에 경기 시작 전부터 기저귀 차고 봐야지>
<이 새끼 ㄹㅇ천재. 와. 나도 기저귀 차고 볼걸.>
<이승우 화면 동시에 2개 이상 보냐? 뭐 이렇게 많이 나오냐.>
<경기 내내 입 벌리고 봤다. 파리 10마리는 들어갔다 나온 듯.>
<그냥먹지 그러냐?ㅋㅋㅋㅋ>
이승우의 경기력을 칭찬하는 글도 모든 게시판이 도배가 되었다. 다른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였다.
불만을 토로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이승우의 플레이에 매료되었으니까.
이제운이나 화성 팬이야 당연히 기분이 나쁘겠지만 그렇다고 이승우의 플레이를 까 내릴 순 없었다.
비록 상대팀이지만 너무 뛰어난 실력을 보여 줬다.
최고의 경기력이었다.
요즘 이제운의 기세가 너무 좋아 혹시 이제운이 이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던 이들이 무안해질 정도로 압도적인 힘이 이제운이 찍어 눌렸다.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못 해 봤다.
공격은커녕 시도조차 못 해 봤다. 초반 6마견에 들어가려고 시도하다 막힌 것이 전부였다.
거기서부터 경기가 이렇게 꼬였다.
이제운 입장에선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든 것이다.
한 번 잡은 기회를 이승우는 놓치지 않았다.
계속해서 물고 늘어지며 차분히 차이를 벌렸고 결국 승리를 따냈다.
물이 올랐다.
올라도 제대로 올랐다.
아무리 이제운이 페이스를 되찾아도 절정의 실력을 보이고 있는 이승우를 뛰어넘는 건 무리였다.
압권은 후반부였다.
이제운의 모든 군주를 찢어발겼다.
전장에 보이는 군주가 한 마리도 없었다.
이제운을 그렇게 처참한 상태로 만드는 용족이 있을 줄이야.
한때 용족의 재앙으로 군림하던 이제운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최강의 용족은 김택윤도 송병호도 아니었다.
바로 이승우였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다섯편입니다.
추천 쫘라락 찍어주시면 제가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드디어 위너스리그도 마무리 되었습니다.
위너스리그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럭처럼 질주한 아스트로지만 1,2라운드 성적을 합치면 22승 22패.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이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개인리그 시즌3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