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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29화 (229/575)

00229  Game No. 229 날선 감각.  =========================================================================

Game No. 229

-아. 큰일 났습니다. 이제운 선수. 이제 나오는 마견으로 잡기에는 이미 피해가 너무 큽니다!

-일벌레 하나!

-이 용아는 일벌레를 잡아 주는 것도 이득이지만 지금 이제운 선수가 어떤 유닛을 뽑고 있는지 확인한 것이 더 커요!

이승우는 쉬지 않았다.

이제운이 혈풍과 닷발귀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비비와 흑완을 중앙으로 진출시켰다.

지금 이득으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특유의 난전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리 치고, 저리 치고.

그야말로 이제운의 혼을 쏙 빼 놓고 있었다.

옵저버가 화면을 쫓지 못할 정도다. 놀고 있는 유닛이 하나도 없다.

용안은 끊임없이 건물을 올리고 병력은 마수를 압박하기 위해 전장을 누비고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이 벌어지게 하는 경기력.

당연히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정도 경기력이 매번 나온다면 모든 경기가 유료로 진행되어도 문제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화면에 비친 이제운의 얼굴엔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반면 이승우의 얼굴은 편안하다. 입꼬리가 실룩이는 것이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화면 아래로 보이는 손놀림이 굉장히 가볍다.

마치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는 것처럼 경쾌했다.

본진에 난입한 용아 2기가 무려 4기의 일벌레를 끊어 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마견을 잡아내며 본인의 밥값을 제대로 해 주었다.

단순 어택땅이 아니라 뒤로 용아를 빼 주는 컨트롤도 동시에 해줬다.

반면 이제운의 상황이 너무 안 좋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조금씩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그나마 이제운이니까 막고 있는 것이지 보통 마수였다면 진작에 GG를 선언했을 것이다.

첫 용아가 찌른 그 순간에 말이다.

-이 싼 용아로 이득 볼 거 다 보고, 그다음은 무엇이겠습니까? 이승우 선수 금 거의 안 썼습니다. 비비 생산한 게 전부입니다. 그럼 그 금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조만간 조합이 갖춰진다는 뜻이거든요! 핵심타는 이제 나오는 거예요.

-공 1업 비비와 공 1업 용아의 활용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진짜 어떤 용족도 이렇게 못 할 겁니다. 김택윤 선수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1기, 1기 제대로 컨트롤해 주고 있습니다. 그사이에 5시 혹시라도 군주 잡히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 나거든요?

-으악! 이대로라면 이거 잡히죠! 지키는 병력이 없어요!

-이거 어차피 병력 없어서 잡히기 전에 먼저 난입시킬 수 있습니다! 가시 촉수 공격은 어느 정도 무시할 수 있거든요?

-군주마저 잡히면 흑완은 뭐로 봅니까?!

-못 보죠! 볼 수 없습니다! 그냥 일벌레 또 썰려야 해요!

-괴롭네요. 정말 괴로워요. 피해가 끝나지 않아요. 그냥 경기 시작했을 때부터 계속 고통받고 있습니다.

-천하의 이제운 선수가 이렇게 밀리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 시작이 6마견 잃은 것이라는 것도 참 기가 막힙니다. 이 차이가 그렇게 큰 차이였나요? 경기를 뒤집지 못할 정도로?

박광춘 해설의 말이 맞다.

6마견 차이가 이 정도로 큰 차이일 줄이야.

분명 손해긴 하지만 이 정도로 벌어질 차이는 절대 아니었다.

이 작은 차이를 손으로 크게 벌린 이승우를 백번 칭찬해도 모자랐다.

어느새 본진에서 출발한 비비와 흑완이 어느새 5시 앞마당에 도착했다.

5시 앞마당을 지키고 있는 병력은 없다.

오직 가시촉수 하나만이 쓸쓸히 제자리를 지킬 뿐이다. 이승우의 병력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수준.

탐지 기능이 있는 하늘촉수가 건설되곤 있었지만 아직 완성되려면 시간이 남은 상태다.

그전에 군주가 모두 잡히고 흑완이 난입에 성공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다.

공 1업이 완료된 비비가 순식간에 군주를 잡아냈다.

지금만큼은 흑완 세상이었다.

철광 쪽으로 성큼 성큼 걸어온 흑완이 일벌레를 썰기 시작했다.

흑완을 막을 수 있는 병력은 없었다.

1방에 1마리.

강한 공격력이 여지없이 발휘되었고 일벌레가 꽥 하는 비명을 지르며 터져 나갔다.

경기 내내 일벌레의 수난 시대였다. 철광을 캐기 바쁜 일벌레가 도망가기 바쁜 상황.

고구마라도 잔뜩 먹은 것처럼 속이 답답한 이제운이었다.

평소라면 군주가 비비에게 맞는 알림음에 빠르게 반응했을 이제운이지만 오늘은 반응이 더뎠다.

그만큼 이승우에게 많이 시달렸다는 뜻이었다.

한 군데만 견제당하면 모를까 동시 여러 군데에서 알림이 정신없이 울렸기에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느새 5시 앞마당엔 일벌레가 2기밖에 남지 않았다.

평소 타이밍의 반의 반도 되지 않는 일벌레 수다.

상당히 절망적인 상황.

뒤늦게 하늘 촉수가 완성되며 흑완을 잡긴 했지만 너무 큰 손해를 봤다.

본진까지 포함해서 자원을 총 네 군데서 채취하고 있었지만 앞마당 하나 돌리고 것만 못한 효율이 나오고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화승 감독과 여유롭게 화면을 바라보는 아스트로 감독의 얼굴이 번갈아가며 화면에 잡혔다.

-아. 본진, 5시 연달아 다 털리고 있습니다.

-이거 도대체 뭡니까?

-요즘 이제운 선수 분위기 정말 좋았거든요. 이영우고 김택윤이고 다 누르고 결승까지 팀을 이끌었는데 이승우 앞에서 무너지나요?

물론 이제운도 놀고만 있던 건 아니었다.

회심의 한 수를 준비하긴 했다.

어차피 그슨대 뽑아봤자 용아-비렴에 밀릴 것이 뻔한 상황.

대신 공중을 장악하기 위해 닷발귀과 혈풍을 잔뜩 뽑았다.

그 병력이 5시로 오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1~2기씩 계속 난입을 시도하는 용아 때문이었다.

겨우 1기지만 무시할 수 없다.

무시했다간 본진이 쑥대밭이 될 거다. 겨우 1기의 용아에 쑥대밭이 된다고?

쉽게 상상이 안 가겠지만 현실이었다.

거기서부터 계속 발목이 잡히다 보니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다른 곳이 무너지고 있었다.

-아무리 이제운 선수라고 해도 시작부터 아주 좋게 시작했던 이승우를 넘을 수 없나 봅니다.

-많이 앞서 나가네요. 아. 요즘 이승우 선수 최고네요. 최고에요.

-정상급 선수들마다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는 시점이 있지 않습니까?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포스를 보이는! 골든 마우스를 차지했을 때의 이제운이 그랬고 한 시즌 모든 결승에 올랐던 이영우가 그랬고. 전대 본좌를 끌어내리며 혁명을 성공시키고 이어 3연속 결승에 진출했던 김택윤도 그런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승우도 양대리그 우승자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그런 시기가 있겠죠. 그 시기가 바로 지금인 것 같습니다. 경기력이 완벽합니다. 물이 올랐어요. 사람이 하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합니다. 신룡이라는 별명이 절대 과한 것이 아니에요!

최승원 해설의 극찬이 나왔다.

가장 경기를 잘 보고 선수를 잘 파악한다고 정평이 나 있는 최승원 해설이다.

그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흑완의 활약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이재명 감독의 얼굴이 다시 한번 화면에 비추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의 표정도 모두 편안해 보였다.

이미 결과를 낙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방심?

아니다.

이 정도면 확신이다.

질 수 없는 상황.

이걸 화성 벤치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이제운이니 드라마틱한 역전 경기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그 실낱 같은 가능성에 모든 걸 걸고 있는 것뿐이었다.

-자. 이제운 선수 그래도 꾹 참으면서 혈풍이랑 그슨대 많이 모았거든요?

이제운도 칼을 뽑아 들었다.

지금 이승우의 핵심 유닛은 비비.

비비를 잡아낸다면 더 이상의 흑완 활약은 없다. 동시에 한 동안 이승우는 본진에서 갇혀 있어야 한다.

이제운이 노리는 상황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노릴 수 있는 상황이 그것밖에 없었다.

그 순간 공중 유닛 방 1업이 되었다.

이제운이 기다려온 타이밍이었다.

적어도 공 1업 비비와 싸울 만한 여건은 마련되었다는 뜻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닷발귀의 숫자가 많았다. 그슨대 생산을 포기하면서까지 생산한 덕이었다.

당장 비비와 맞붙는다면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양.

밑에서 덮치면 비비가 도망갈 수 있다. 그래서 이제운은 위에서 덮칠 생각이었다.

마지막 기회.

여기서 비비를 싹 다 잡아먹는다면 기회가 생긴다.

이승우의 추후 조합은 용아와 비렴.

비비가 있기 때문에 용혼은 생산하지 않을 것이다.

비비를 싹 다 잡아낸다면 용아와 비렴이 쉽게 진출할 수 없다.

컨트롤로 비렴을 끊어 주고 동시에 두 번째 금광 멀티를 견제해 준다면 아직 모른다.

어쨌든 이승우도 앞마당 자원에서 쥐어짠 병력이었으니까.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이제운이 이를 악물었다. 이번 기회마저 살리지 못하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패배하는 것이다.

그런 일은 절대 당하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힘들게 위너스 리그 결승에 팀을 올렸다.

여기까지 온 거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 짓고 싶었다.

숫한 결승을 치르면서 이제운이 느낀 것이 있다.

세상은 2등을 기억해 주지 않는다는 것.

특히 프로리그라면 더 그렇다.

비비가 빠지기 전 이제운이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닷발귀를 앞세워 달려들었다. 그 뒤를 혈풍이 뒤따랐다.

-이제운 선수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거 놓치면 답 없습니다. 그냥 지는 거예요!

-어? 지금까진 덮치는 구도가 좋습니다. 위에서 닷발귀가 비비의 공격을 대신 맞아 주고 옆구리 쪽에서 혈풍이 덮치고 있거든요?

전투 구도는 일단 잘 만들었다.

혈풍이 먼저 다 잡혔다면 아무리 닷발귀가 많아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닷발귀가 먼저 맷집을 대 준 후에 혈풍이 달려들었다.

아무리 비비의 공격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이걸 커버하는 건 조금 힘들어 보였다.

언뜻 혈풍이 비비에게 제대로 폭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화성의 감독을 비롯한 모든 팀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화성의 팬들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며 화면을 주시했다.

-어? 잠깐만요? 구도 안 좋거든요? 혈풍이 자폭을 잘했어요.

-어? 이건 비비 다 죽습니까?

-그래도 이거는 이렇게 싸우면 안 되죠!

-너무 자신감에 넘쳤나요? 비비를 잃으면 이제운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거거든요. 차라리 본진까지만 다 살려 왔으면 지금까지의 이득 고스란히 이어 나가는 거였는데 말입니다.

-물론 다 잡혀도 여전히 이승우 선수가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멀티 철광 뒤에서 일명 닷발귀 짤짤이로 견제를 심하게 받을 수 있거든요?!

중계진이 다급하게 외쳤다.

닷발귀가 비비를 잡아먹는 그림이다.

마주치는 순간 뺐어야 했다. 딱 흑완 견제까지 성공시키고 비비를 본진으로 회군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애초에 이승우는 비비를 뺄 생각이 없었다.

만약 지금 비비가 다 잡혀 버리면 그전에 거둔 이득이 다 허사가 되어 버린다.

모두 숨을 멈추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이제운이 이기면 또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 다시 한번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우 선수 이건 오바……. 뭐죠? 이것도 이기나요?

-맙소사. 정말 말이 안 나옵니다. 이승우 선수의 비비는 다른 선수들과 다른 비비인가요?

-싸웠으면 왜 싸웠겠습니까? 계산 끝났으니 싸운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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