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8 Game No. 228 정신없지? =========================================================================
Game No. 228
그때 이승우의 본진에서 용아 1기가 출발했다.
겨우 1기지만 경기의 흐름을 바꿔 버릴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용아다.
첫 번째 용아가 이제운의 앞마당에 도착했다.
가지고 있는 마견은 2기.
앞으로 더 생산될 것이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하는 이제운이었다.
-이승우 선수가 두 번째 용아는 5시 쪽으로 또 가고 있거든요? 이제운은 빨리, 최대한 빨리 앞마당 용아를 제거함과 동시에 5시 쪽으로 가는 용아도 잡아내야 합니다.
이제운이 총 방어를 해야 할 곳은 두 군데.
본진 앞마당과 5시 앞마당이다.
거리가 멀어 왔다갔다 컨트롤하기엔 벅차다.
일단 어느 한쪽을 완벽하게 틀어막아야 한다. 처음부터 흔들리면 답도 없다.
-잡으려면 마견 또 생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게 다 돈 아니겠습니까?
-아. 지금도 앞마당 일벌레 일 못하죠. 이거 굉장히 괴롭거든요?
-초반부터 일벌레를 제대로 생산하지도 못 했는데 자원 견제까지 받네요. 아. 이제운 선수 이러면 짜증나죠.
-이게 상당히 쉬운 플레이 같지만 용족 입장에선 손이 굉장히 많이 가는 컨트롤이거든요? 자칫 한눈팔았다간 본진 테크는 테크대로 안 올라가고 나간 용아는 용아대로 잡히고. 지금까지 이승우 선수 아주 잘해 주고 있습니다. 이제운의 신경을 제대로 긁고 있어요.
시간을 끄느라 일벌레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전투에 동원되었다. 그나마 맞고 있는 일벌레를 뒤로 잘 빼 줘, 아직까지 일벌레가 1기도 잡히진 않았지만 이마저 피해였다.
이승우는 자원을 쌩쌩 돌리며 하고 싶은 걸 다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지금 일벌레와 마견을 살려 주는 컨트롤은 좋은데 일벌레들이 계속 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손해거든요.
-이야. 요 자리. 요 자리!
-마견 수 늘어나니 바로 자리 옮기죠!
-명당에 그대로 자리 잡는 이승우 선숩니다!
용아가 비집고 들어간 곳은 철광과 철광 사이, 마견과 1:1로 싸우는 것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마견이 용아를 둘러싸면 4기로 쉽게 잡을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위치에서 1기씩 싸우면 마견의 희생이 따른다. 또한 손도 자주 가기 때문에 마수 입장에서 성가실 수밖에 없다.
저 용아를 잡아내려면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으면 쏙 빠져나와 일벌레를 잡아낼 수도 있었으니까.
용력을 채우며 앞마당 용아를 쉬게 하는 사이 이승우가 5시 쪽으로 보낸 용아를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철광에 들어가기 전 4기의 마견으로 잘 감싸 빠르게 1기를 끊어 내는 이제운.
이제운 입장에선 천만 다행이었다.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었다.
-그래도 5시 용아는 빠르게 잡아내네요.
-이건 정말 다행이죠. 5시까지 철광 사이에 용아 들어가 있으면 자원 채취 제대로 못하거든요?
-이승우 선수가 용아 1기를 5시 쪽에서 잃긴 했지만 분위기 자체가 이건 이승우 선수에게 너무 기운 느낌이에요. 일벌레도 제대로 철광이 붙이지 못하다 보니까 네 번째, 다섯 번째 소굴이 늘어나는 타이밍이 너무 딜레이가 되는 겁니다.
원래대로라면 빠르게 소굴이 늘어나야 하지만 도통 소굴이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승우의 견제가 효과를 거둔 것이다.
-저희가 이영우나 이제운에게 가중치를 두고 계산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중계도 마찬가지고요. 근데 그 상대라 이승우라면 그 가중치도 빼야 해요!
-예. 지금까지 결과에서 그랬습니다. 지금 비비 타이밍도 상대적으로 아주 빨라요. 이승우의 테크가 빠른 것도 있지만 이제운의 광풍협곡 타이밍이 초반 찌르기에 많이 늦어졌거든요?
-군주가 어떻게든 잘 피해 있으면서 살아남아야지 만약 군주까지 끊기면 이제운 선수 경기 내내 끌려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수치는 언제나 상대적이다.
어느 정도 짜인 빌드가 있긴 하지만 순간순간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빌드를 변경시켜야지 준비한 그대로만 했다간 경기를 그르치기 십상이다.
현재 이제운은 광풍협곡이 느리다.
초반에 6마견을 생산한 것부터 꼬였다.
정확히 말해 본진 난입을 시도하다 1기도 살아남지 못하고 전멸당한 것부터 꼬였다.
마견 8기를 추가 생산해, 도합 14기를 생산했다.
초반 마견이 살아 있었다면 추가 마견을 생산할 필요도 없었고 지금처럼 용아의 견제를 받아 테크가 느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쫓기듯이 경기를 운영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모든 것은 사소한 차이에서 시작된다.
어쨌든 혈풍이 그만큼 늦게 나온다는 소리는 군주가 오랜 기간 무방비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제운이 믿을 건 자신의 감이었다.
군주를 여기저리 퍼뜨리며 혈풍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버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진 굉장히 잘해 주고 있었다.
-아. 이제운 선수. 이승우 선수의 비비 움직임이 눈에 보이나요? 어찌 저렇게 완벽하게 군주를 숨길 수가 있죠?
-대단하네요. 이제운은, 이제운입니다.
2기의 비비가 군주를 찾기 위해 전장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지만 아직 1기의 군주도 비비의 시야에 잡히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시야 바로 밖에서 스치는 경우는 있었지만 미묘하게 각도를 트는 바람에 마주치지 않았다.
-군정 정말 잘 빼놨네요. 저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어떻게든 사각으로 파고드는 것이 일품입니다.
-기가 막히네요.
-한마디로 그거 아닙니까? 알아서 피한다!
1기가 추가돼, 도합 3기의 비비가 전장을 쥐 잡듯이 뒤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군주는 1기도 잡히지 않았다.
작은 탄성이 관중석에서 터져 나왔다.
최소 2기, 많으면 4~5기까지 잡힐 수도 있었던 상황.
위기를 센스와 감으로 넘기는 이제운이었다.
곧 있으면 혈풍이 나온다.
소수의 비비가 전장을 누비는 것도 거기까지.
조금만 더 버티면 벌어졌던 차이를 약간이나마 줄일 수 있다.
-이제야 1기 잡힐 수도 있겠지만 이승우의 비비를 상대로 정말 잘 은신했는데요?
-군주가 탐지 유닛이 아니라 은신 유닛인 줄 알았습니다.
-무슨 은신술을 쓰는 군주 같았습니다. 이 정도면 원래 타이밍으로 봤을 땐 최소 군주 2~3기 정도 잡힐 수준이었어요.
이제운이 잃은 군주는 단 1기.
이 정도면 거의 완벽하게 막아 낸 것이었다. 생산된 혈풍이 비비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더 이상 비비가 활개를 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당장은 비비가 움직일 수 없을 거다.
아직 그 숫자가 적었으니까.
한동안은 본진에 발에 묶여 있겠지. 그사이에 이제운은 무슨 수를 내놓아야 한다.
-흐름 자체는 아직도 이승우 선수가 좋거든요?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지금 이승우 선수의 핵심 유닛은 비비거든요? 비비를 잡아 주는 데 집중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 이승우도 용아 4기 아래로 내려 보냅니다. 이제 막 촉수가 올라가고 있거든요?
이승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본진으로 비비를 돌림과 동시에 생산된 4기의 용아를 이제운의 앞마당 쪽으로 내려 보냈다.
소굴을 늘리고 일벌레는 생산하느라 당장 가시 촉수는 없는 상황.
-상대적으로 촉수 타이밍이 조금 늦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승우 선수가 바로 그냥 어택을 찍고! 빼지 않고! 망설이지 않는다면요. 조금 더 괴롭혀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 그리고 철광 뒤편으로 갈 수 있잖아요!
-아직 가시촉수 완성되지 않았으면 자리 잡을 수 있죠! 어? 가시촉수? 아직 안 만들어졌네. 그럼 들어가 볼까?
충분히 파고들 수 있는 틈이 있었지만 이승우는 그러지 않았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살짝 겁만 주고 뒤로 빠지는 이승우.
이 정도만 해 줘도 이제운은 크게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마당과 5시 앞마당에 가시 촉수를 건설해 주는 건 물론이고 마견도 더 생산해야 한다.
겁만 주는 거겠지. 들어오지는 않겠지.
이렇게 안심하고 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언제든 빈틈이 있다면 날카롭게 파고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승우였으니까.
-용아 모습만 보여 주면서 마견 강제시키고 상대적으로 이미 약간 소굴을 늘리는 속도가 느린 이제운 선수를 더욱더 가난하게 만들겠다 이런 거죠.
-지금도 마견 또 찍지 않았습니까?
-마치 벌레가 이미 마견으로 생산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처럼 쏙 빠지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만약 들어갔으면 저 용아 다 싸먹혔거든요.
-그러면 이제운 선수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겠죠.
-결과적으로 이제운 선수는 또 자원 낭비만 했습니다.
앞마당에서 모습을 살짝 드러냈던 용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5시 앞마당 쪽이었다.
목적은 같았다.
가시 촉수 강제.
-이제운 선수도 마견 많이 생산했거든요? 용아 어디 있는지 빨리 파악해서 무사히 집에 돌려보내면 안 됩니다.
-애초에 나온 용아 막으려고 생산한 거였잖아요. 그럼 제 역할을 해야죠. 지금처럼 집만 지키고 있으면 결국 손해만 잔뜩 안고 가는 꼴입니다.
이제운도 그걸 알고 있었다.
5시 본진에 소굴을 건설해 줌과 동시에 마견으로 빠져나간 용아의 족적을 쫓았다.
하지만…….
-아. 타이밍 좋게 발업과 공업이 동시에 되어 버리네요. 이러면 마견 단독으로 싸우기엔 조금 애매하죠.
타이밍 좋게 공업과 발업이 완료 된 용아.
이러면 마견만으로 잡기엔 힘들다.
잡아도 큰 희생이 뒤따른다.
공업 전엔 3방인 마견이 이제 2방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이동 속도가 빨라져 마견의 속도를 활용한 전투 구도로 만들 수 없게 되었다.
-자. 용아 5시 앞마당 쪽에 마견 적은 거 파악하고 파고듭니다!
-그래도 이승우 선수 이거 무리수 될 수 있어요. 공업 되긴 했지만 마견의 수가 아주 많거든요? 가시 촉수의 지원을 받는다면 마견도 싸워 볼 만합니다.
본진에 마견을 잔뜩 생산하게 해 놓고 5시 앞마당을 들어가는 센스가 빛났지만 이제운의 움직임도 그에 못지않았다.
다른 마수였다면 용아의 움직임을 놓치고 5시에 큰 피해를 받았겠지만, 황급히 도움을 온 마견에 의해 용아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언덕 위로 쫓겨나듯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야 이제운 선수 길 제대로 막아 버리네요!
-자. 일단 용아 4기는 쉽게 잡아냈거든요? 이 정도면 정말 잘 막아 낸 겁니다!
그마저 올라가기 직전 마견으로 길을 막아 용아 1기만 올라 갈 수 있었고, 나머지 2기는 언덕 아래에서 방황하다 마견의 집중 공격에 비명횡사했다.
하지만 이승우도 보통 용족은 아니었다.
시선을 5시로 끈 지금.
언제 보냈는지 2기의 용아가 이제운의 앞마당에 나타난 것이다.
-이건 또 언제 나타난 건가요? 천룡의 부름이라도 쓴 건가요? 왜 여기 와있죠?
-이거 무시하고 난입! 바로 본진으로 올라가야 해요!
-자자. 바로 올라가죠! 이승우 선수 망설임이 없습니다.
5시에 난입한 용아를 정리하느라 모든 마견이 그쪽에 가 있었다. 당연히 앞마당을 지키는 병력은 가시 촉수 하나가 전부였다.
용력이 많이 깎이긴 했지만 무사히 본진으로 올라가는 데 성공한 용아 2기.
굉장히 크다.
본진엔 일벌레밖에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