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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27화 (22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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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227

-오늘 전체적으로 아스트로가 엔트리를 정말 잘 준비해 왔다고 말할 수 있거든요? 3:3 스코어에서 이승우 선수가 나올 수 있게 발판을 마련해 주지 않았습니까? 딱 1경기만 이기면 되도록요.

-앞선 선수들의 경기력도 좋았죠. 제 몫을 하지 못한 선수가 한 명도 없습니다. 다들 1승씩을 기록하지 않았습니까?

-조화가 잘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정말 하나의 팀이라는 느낌을 팍팍 들게 하는 팀이 바로 아스트로거든요?

아스트로가 변했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예전의 무기력한 팀이 아니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걸 포기했던 아스트로는 더 이상 없었다. 어떻게든 역전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팀이 되었다.

선수들에게 승리를 갈망하는 정신력이 제대로 깃든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명문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임과 동시에 승리 DNA를 심을 수 있게 해 주는 도화선이 되었으니까.

-힘들 일이 굉장히 많지 않았습니까? 그 과정을 함께 거치며 단단해진 거죠.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 이들도 고난을 함께 겪으며 서로 간의 연결 고리가 견고해진 거죠.

-저희 중계진들도 제 몫을 다해야 할 텐데요.

박상철 캐스터의 뜬금없는 자아성찰.

아무렇지 않은 최승원 해설과 달리 박광춘 해설은 목이 마른지 앞에 비치된 생수를 벌컥 마셨다.

무언가 찔리는 것이 있는 듯한 얼굴로 말이다.

저 말이 누구를 저격하는 걸까?

너무 뻔했다.

요즘 연기를 하는 나를 향한 말이겠지.

박광춘 해설이 조금 느리긴 해도 아예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과 관련된 건 그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다. 거의 10년 가까이 이런 공격을 받아 왔으니까.

웃기고도 슬픈 현실이었다.

-목이 타시나 봐요? 박광춘 해설께선?

-중계를 하다 보니 목이 타네요. 제가 7세트 내내 열정적으로 중계를 했거든요. 목이 터져라 외치고요. 헤헤.

박광춘 해설의 매력 어필.

요즘 연기라는 외도를 하고 있어 박상철 캐스터의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 박광춘 해설이었다.

호랑이 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박광춘 해설의 정신은 어느 때보다 제대로 깨어 있었다. 여기서 반응을 잘못했다간 5분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뭐 우리 박광춘 해설은 워낙 열정적인 분이시라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그렇습니다. 이만큼 이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루빨리 질 좋은 해설을 하고 싶어서 선수 때 전성기를 빨리 넘기고 해설가로 변신한 사람 아니겠습니까?

디스인지 칭찬인지.

애매모호한 말에 박광춘 해설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걸 느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슬쩍 양옆을 바라보니 먹이를 노리는 맹수와 같은 두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박상철과 최승원.

경기 상황에 변화가 없다면 최소 5분은 물어 뜯긴다.

-자. 일벌레가 앞마당 가는 거 보고 방해하기 위해 따라가죠.

다행히 상황 변화가 생겼다.

일벌레가 쉽게 앞마당에 소굴을 피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용안.

지으려고 하면 그 옆을 슬쩍 지나가고.

저 멀리 사라지는 듯해서 다시 지으려고 하면 그걸 귀신같이 알고 어느새 다가와서 또 한 번 방해하고.

무려 2번이나 소굴을 짓는 걸 방해했다.

박광춘 해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나머지 둘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방해하는 걸 넘어 일벌레와 전투를 펼치는 용안.

마수 입장에선 굉장히 짜증 나는 일이다.

초반부터 이렇게 꼬이면 경기 운영에 조금씩 지장이 생긴다.

이제운의 얼굴 위로 핏대가 살짝 선 것 같았다.

-어? 어? 이야.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네요.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용감하네요. 보통 저렇게까지 용안 안 쓰거든요.

-저거 잡혔으면 큰일 날 뻔했죠?

-냅다 그냥 도망가고 있어요. 일벌레가.

먼저 꼬리를 만 건 일벌레였다.

빼는 것이 늦었다면 일벌레가 죽었을 거다. 물론 용안의 체력도 많이 달았다. 보통 이 정도까지 일벌레에 견제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추후 나오는 마견에 용안이 쉽게 잡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용력이 다시 차오른다고 해도 20이 한계다.

풀로 체력을 가지고 있어도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마견에 잡혀 버리는 것이 용안이다.

마견의 발업이 되기 전까지 용안을 살려야 하는 용족 입장에서 용안의 체력 관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이승우가 지독하리만큼 견제를 한 이유는, 체력이 적은 용안을 살릴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앞마당에 안착하지 못한 일벌레는 곧바로 5시 쪽으로 향했다.

일벌레의 복수를 하기 위해 마견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용안을 쫓기 시작했다.

감히 우리 귀여운 일벌레를 건드려?

가만 안 두겠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수가 무려 6마리였다.

이렇게 초반에 마견을 많이 뽑았다는 건……?

-자. 마견 수, 많습니다. 당장은 용안을 쫓아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용안의 도주 방향이 본진 쪽이라서 그런 거거든요? 5시 쪽으로 방향을 틀면 더 이상 안 따라갈 겁니다.

최승원 해설의 말이 정확했다.

용안을 쫓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건 페이크였다. 곧장 이승우의 본진을 향해 올라가는 6마견.

-다행히 이승우 선수 안전하게 용광포 2개 올리고 있거든요?

이승우는 정말 안전하게 플레이 하고 있었다.

마치 6마견이 올 것을 미리 알았다는 것처럼.

-근데 조금 봐야 합니다. 마견이 들어가는 타이밍이 더 빠를 것 같거든요?

이제운의 목표는 용광포를 무시하고 본진으로 마견을 난입시키는 것.

이게 성공한다면 용안에게 받은 피해는 피해도 아니다.

그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지금까지의 그림은 좋았다.

용광포가 완성되기 직전 6마견이 들이닥쳤다.

앞마당 입구를 건물로 좁혀 놓았지만 마견은 그보다 훨씬 날씬했다.

건물을 지나쳐 본진으로 향하는 마견들.

-어! 이거 들어가면 위험한데요?

-막아야 합니다! 이거 들어가지 못하게! 아. 잠시만요. 이거 들어갈 수도 있을 같은데요? 어떻게든 막아야 해요!

-4기만 들어가도 상황 위험해지거든요?

-그럼 이제운 선수 입장에서 대박이죠!

-아. 용광포 사정거리 더 이상 닿지……. 우와! 이게 뭔가요!

-길막! 길막!

-우와! 용안 비비기가 너무 좋아요!

-이야. 이게 무슨 타이밍입니까?

무려 4기의 마견이 본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

그때 이승우의 본진 쪽에서 3기의 용안이 내려오며 길을 막았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어떻게든 용안을 제치고 안으로 파고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마견이었지만 용안의 블로킹이 너무나 좋았다.

뒤로 슬쩍슬쩍 움직이며 마견의 움직임을 완벽히 막아 냈다.

발롱도르를 수상한 최고의 수비수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사이 두 번째 용광포까지 완성되었고, 모든 마견이 한 줌 혈수로 변했다.

여기까지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인 것이다.

절로 감탄이 나오는 플레이였다.

-이거 지금 나온 거 아니거든요! 마견을 용안으로 본 후 앞마당으로 빼기 시작한 거든요! 이게 무슨 말이냐? 미리 뺐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감으로 알았다는 겁니다! 감으로!

-초반에 생산한 마견을 그대로 갖다 바치고 맙니다. 이거 정말 아쉬운데요.

-정말 이제운 선수가 빈틈을 노려서 이쪽저쪽 옆으로 빠지려고 하는데 이승우 선수의 용안이 마치 마견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처럼 완벽히 막아 내네요.

-정말 용안을 지금 이 순간에 3기 빼는 판단을 하는 게 어렵거든요. 상황에 맞게 딱 맞게 나와서 일을 잠시 하지 않더라도 나오잖아요. 상대방이 들어올 게 뻔하다. 이게 완벽히 계산이 되나 봅니다. 그사이 일벌레도 하나 잡았고요.

옵저버가 이승우의 앞마당을 비추고 있는 사이, 마수 본진에서 자유롭게 활개를 치던 용안이 일벌레를 잡아낸 모양이었다.

당당히 킬수 1이 기록되어 있는 용안. 체력이 조금 빠졌지만 여전히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이제운이 원했던 이득을 오히려 이승우가 챙겼다.

그것도 용안으로.

경기가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이승우 쪽으로 조금 기울었다.

초반 마견을 이렇게 허무하게 잃은 건 마수에게 어마어마한 피해였다.

마견의 역할은 중요하다.

특히 동시에 생산된 6마견의 역할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정찰 용안을 끊어 주는 역할도 해야 하고 견제를 위해 나오는 용아를 잡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마수는 제대로 일벌레를 철광이 붙일 수 없다.

더군다나 지금의 마견은 일벌레 생산은 늦춰 가면서 뽑은 마견.

어떻게든 피해를 줬어야 했다.

그게 아니면 살려 놓든가.

둘 모두 무산되었고 이제운은 일벌레를 찍어야 할 타이밍에 마견을 다시 생산해야 한다.

이제운 입장에서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승우 선수 분위기 정말 좋게 이끌어 나가는데요!

-이제운은 이승우만 만나면 손이 꼬이네요.

초반 주도권을 확실히 잡는 이승우였다.

***

휴. 십년감수했네.

초반 견제를 잘 막았다.

상대가 이제운이었기에 혹시 몰라 3기의 용안을 미리 빼놨다. 결과적으로 베스트 판단이었다.

초반 [날빌러]로 확인했을 때 무난한 빌드가 나와 조금 안심하고 있었는데 역시 이제운은 달랐다.

거기를 비집고 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미리 용안을 빼놓지 않았다면 난입을 허용했을 것이고, 준비해 온 모든 것이 꼬였을 것이다.

이제운의 마견 4기는 다른 선수의 마견보다 훨씬 날카롭고 무섭다.

확실히 최상급 선수들에겐 [날빌러]가 항상 통하는 건 아니었다.

중간에 굴곡이 있긴 했지만 지금 결과만 봤을 때 상황이 좋다.

이제운은 무리를 했고 그걸 만회해야 한다.

자연스레 조급해지겠지.

난 그걸 최대한 활용하면 된다.

일단 초반 견제로 더 피해를 입힐 생각이다. 6마견을 잡아낸 성과를 그냥 지나치면 안 되지.

1제단에서 꾸준히 용아를 찍어 괴롭혀 줄 생각이다.

계속해서 마견을 찍으라고 강요하는 거지.

얼마나 짜증날까?

일벌레를 찍어야 할 타이밍에 마견을 찍고 앉아 있으면.

예전 같으면 [투신]이 없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난전 유도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승을 하며 많은 능력치가 올랐다.

스탯 포인트로 올린 능력치보다 자연스레 성장한 능력치가 더 높다. 즉 나 스스로 이뤄낸 성장도 꽤 있다는 뜻이었다.

멘탈도 마찬가지다.

예전 경기를 치르면 냉동 창고라도 온 것처럼 잔뜩 얼어 있었는데 이젠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심리를 이용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걸 다 보여 준다.

지금 출발하는 첫 번째 용아가 그 시작이다.

***

-이거 시작부터 이승우 선수가 아주 많이 유리한 거예요. 지금 이렇게 되면 용아가 나오게 되면 이제운 선수는 이 가난한 상황에서 마견을 더 생산해야 해요.

-그렇죠. 일벌레 찍을 타이밍이 없습니다.

-그게 얼마나 돈 아깝습니까?

-거기다 용아가 철광 뒤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4기 생산 할 마견을 6기, 8기까지 또 생산해 줘야 하거든요.

-아. 이제운 경기 많이 꼬이는데요.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는 이제운 선수입니다.

-최근 들어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만, 유독 이승우만 만나면 경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네요.

-그래서 이번 경기 잡기 위해서는 마견이 나와서 고작해야 용아 1기, 2기 나오는 거에 절대 피해를 받아선 안 됩니다. 만약 일벌레 피해받으면 경기 다시 되돌리기 힘들 정도로 안 좋아집니다.

-지금부터 확실하게 컨트롤해 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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