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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26화 (226/575)

00226  Game No. 226 해보자. 이제운.  =========================================================================

Game No. 226

어깨가 무겁다.

팀원들의 모든 염원들을 어깨에 짊어진 까닭이다.

그렇다고 부담스럽진 않다. 부담은커녕 오히려 힘을 주고 있다.

반드시 이기고 돌아가고 싶다.

팀원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그려지는 걸 보고 싶었다.

7세트에 나오기 전 많은 고민을 했다.

슬롯에 어떤 스킬을 장착해야 할까?

일단 [날빌러]는 필수였다. 운이 좋아 [지금 이순간]이 발동하면 최고였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운의 초반 빌드를 대충 확인할 수 있으니 꼭 챙겨야 할 스킬 중 하나였다.

이제 남은 슬롯은 3칸.

고민 끝에 [투신], [폭주기관차], [CCTV]를 채워 넣었다.

마지막까지 [위너스리그의 사나이]와 고민을 했다. 상대가 이제운이 아닌 일반적인 마수였다면 [위너스리그의 사나이]를 택했을 거다.

하지만 상대는 리쌍의 일인이자 최강의 마수 이제운.

후반 멀티태스킹 싸움을 위해 [CCTV]를 챙겼다.

과거 모든 선수들을 무릎 꿇게 만들었던 본인의 색을 완벽히 찾았다.

폭풍을 뛰어넘는 맹공.

분명 이것만 막으면 이길 것 같은데 그걸 막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제운의 공격력이었다.

스킬을 정한 후 마지막으로 장비를 점검했다.

이런 곳에서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

만약 장비 문제로 경기를 그르치게 된다면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것이다.

[강심장]과 [강철멘탈]의 효과 때문인지 긴장은 크게 되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진정되었다.

외부 소리로 상황을 전달받는 걸 방지하기 위해 부스는 쉼 없이 쿵쿵거렸지만 마음이 편안하다 보니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컨디션은 좋다.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모든 걸 보여 줄 수 있는 최상의 상태다.

더 이상 그릇을 쥐고 있지 않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고 부스에 앉아 있다.

프로게이머로서의 자긍심이 극에 달해 있다.

할 수 있다. 이승우!

모두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해 보자!

아자! 아자! 파이팅!!

마지막 7세트 전장은 영혼의 울림.

솔직히 말하자면 용족 입장에서 그렇게 좋은 전장은 아니다.

세 번째 신전을 확보하기에 까다로운 곳이니까.

이제운의 스타일상 제대로 확장을 가져가지 못하게 끊임없이 방해할 것이다.

사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거니까. 방해를 하다가 오히려 자신의 손이 꼬여 버리는 수가 있다.

하지만 상대는 이제운.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하는 것도 뻔하다.

이제운이 견제를 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전에 피해를 준다.

이제운이 무난하게 확장을 가져가며 후반을 도모할 수 있게 만들면 안 된다.

그대로 날뛰게 만들면 안 된다는 의미다.

무조건 그 전에 승부를 내야 했다.

어떻게?

아주 잘.

****

-자. 이제 여기까지 왔습니다. 마지막 7세트!

-정말 양 팀 가진 모든 걸 제대로 쏟아내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명경기만 이어지니 해설하는 것이 너무 기쁘네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이 경기를 중계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중계진의 낯에 진한 행복이 묻어 나왔다.

중계를 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스포츠를 잘 모르는 이는 앉아서 소리만 치는 것이 뭐가 힘드냐 하겠지만 1세트라도 직접 중계를 해 본다면 중계가 얼마나 고된 일인지 몸소 느낄 수 있을 거다.

더군다나 보통 경기보다 결승전 중계가 훨씬 많은 체력을 요한다. 세트가 끝날 때마다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걸 챙겨 먹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었다.

7세트까지 온 상황.

일반 사람들이었다면 벌써 탈진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프로였다. 진정으로 이스포츠를 사랑하는 프로.

직접 경기를 펼치는 선수만큼 신들의 전쟁을 아끼고 사랑했다.

목소리는 쉬었지만 얼굴엔 윤기가 돌았다.

지쳐 보이는 표정 사이로 언뜻 미소가 배어 나왔다.

선수가 경기에 모든 걸 쏟아내 듯 이들도 해설에 모든 걸 쏟아내고 있었다.

이들의 열기는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번 경기를 끝으로 우승팀이 정해집니다. 양 팀의 대장은 이제운과 이승우! 서로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선수가 격돌합니다!

-전장은 마수에게 조금 웃어 주거든요? 과연 어떤 경기로 저희를 즐겁게 할지. 양 선수 모두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바로 7세트 전장 영혼의 울림으로 가 보겠습니다!

박상철 캐스터의 목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관중들의 함성도 같이 커졌다. 어찌나 큰지 지진이 난 것처럼 느껴졌을 정도다.

“하나. 둘. 셋! 이제운 파이팅!”

화승의 팬들이 먼저 응원을 했고 이에 뒤질 새라.

“하나. 둘. 셋! 이승우 파이팅!! 우오오오!!”

아스트로의 팬들이 훨씬 더 큰 목소리로 화답했다.

경기는 선수들만 펼치는 것이 아니었다.

관중석에서도 팬들이 응원으로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자신들의 기운이 선수에게 전달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팬들이었다.

대장전이라 그런지 폭죽이 터졌다.

축포가 하늘을 수놓는 사이 드디어 마지막 7세트가 시작되었다.

-네. 경기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보이는 이제운 선수의 진영입니다. 이곳이에요. 7시. 노란색. 그리고 이에 맞서는 이승우. 붉은색 11시입니다.

위치는 세로.

아직은 위치에 대한 유불리를 논할 때가 아니다.

어떤 빌드를 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러시 거리가 가까운 편이니 공격적인 빌드를 선택하는 선수가 조금 더 좋을 수 있다. 아니면 아예 방어적인 빌드를 선택하거나.

이제운과 이승우.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양대리그를 모두 정복해 본 선수들이다.

자신들의 역할은 확실히 알고 있을 거다.

에이스 간의 맞대결에서 승리.

모두 중요한 승리지만 가장 무게감이 있는 승리기도 했다.

단순히 1승이 아닌, 경기를 결정짓는 승리.

그러기 위해서 여태까지 서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먼저 나온 건 이제운.

6세트에서 나와 김승대를 제압했다. 그리고 눈빛으로 말했다.

이제 나오라고.

아스트로의 진정한 에이스가 나와 붙어 보자고.

아스트로가 그 외침에 응답했다.

이승우.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용족이다. 아니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선수다.

양대리그 진 로열로더라는 업적을 남기고 위너스리그에서도 43승을 거뒀다.

개인리그 시즌1과 프로리그 1,2라운드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다승 랭킹에도 최상위에 속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은 기운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가운데 있으면 숨이 멎을 것처럼 공기가 무거워졌다.

기세.

앉아서 게임만 하는 게임폐인이라 이들을 폄하하는 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이었다. 이들도 프로다. 스포츠 정신이 살아 있는 프로들이다.

-정말 아스트로에서 분명히 이거 다 노리고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특히 최강의 마수 이제운 선수. 지금도 최고의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인데 그 선수를 상대로 매번 경기를 잡아낼 수 있는 카드가 있다? 이거 정말 이제운 선수로선 넘어야 할 벽이거든요.

-많이 맞붙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스코어로 보면 벽이라고 볼 수 있겠죠.

커리어 자체는 이제운이 훨씬 앞선다.

데뷔한 시기가 다르니까.

하지만 올해만 한정한다면 이승우가 꿀릴 것 없다. 아니 오히려 앞선다.

이승우와 이제운의 상대전적은 4:0으로 이승우가 훌쩍 앞서고 있다.

올해 신들의 전쟁 경기를 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 볼 스코어다.

혹시 이거 반대로 되지 않았나요?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지.

김택윤과의 상대전적 역시 5:2로 앞선다.

두 눈을 끔벅거리며 다시 한번 묻겠지.

정말 이거 맞나요?

절정은 이영우와의 상대전적이다.

6:3.

이 역시 이승우가 앞서나가고 있다. 더블스코어로.

여기서 할 말을 잃겠지.

송병호와 허영우도 이승우를 상대로 한 세트로 따내지 못했다.

현재 이승우의 기세를 잘 보여 주는 자료였다.

이제운은 중대한 사명을 안고 있다.

팀으로서도, 그리고 개인으로서도 반드시 이승우를 꺾어야 한다.

OSL 16강이나 MSL 32강 같은 자잘한 라운드가 아닌 지면 떨어지는 중요한 자리에서 꺾어야 한다.

그래야 잃었던 기세를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자리였다.

-아무래도 MSL 4강에서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 가장 컸었죠.

-3경기지만 임팩트가 굉장했거든요? 천하의 이제운을 이렇게 쉽게 요리하는 용족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김택윤의 전성기 시절에 볼 수 있던 마수전이 2015년 이승우의 손에서 뿜어져 나왔습니다.

-개인리그도 그렇고 프로리그에서도 한차례 패배를 기록했죠. 해당 경기는 아스트로의 승리로 끝났고요. 4라운드에서 이제운 선수가 복수에 성공했지만 거기에 이승우 선수의 이름은 없었거든요? 오늘 그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제운 선수 꼭 잡아야 합니다. 오늘 패배하면 산의 주인인 호랑이가 잠시 자리를 비우 사이 사냥을 한 사냥꾼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에이스의 숙명.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것도 에이스지만 패배했을 때 가장 비난을 받는 것도 에이스다.

그것이 에이스의 숙명이자 운명이다.

그래서 에이스는 아무나 될 수 없다.

실력만큼 멘탈도 강력해야 한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그걸 실현시키는 자가 에이스다.

뛰어난 실력을 지녔지만 그 실력이 해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진 선수들도 많다.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탓이다.

-이제운이 나와 있는 상태고 기본적으로 마수와 용족의 대결에서 마수가 좋은 전장에서 이제운을 잡기 위해 이승우를, 사실 송병호도 잘합니다만 송병호 선수 내기 어렵거든요. 이제운 선수 잡으러 나가라! 용족! 이렇게 말하기 굉장히 힘들다는 거죠. 근데 이승우가 나왔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거죠.

-이제운 선수를 잡아라라고 해서 나올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죠. 전 종족을 따져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네! 가겠습니다! 가 아니라 저, 저요?라고 말을 더듬는 선수가 훨씬 많거든요!

-저 선수만 피해 가자. 1승 하자. 이런 생각이 솔직한 마음일 거라 생각합니다만 이승우 선수는 그런 거 없습니다. 이제운 선수의 화성의 에이스라면 이승우 선수는 아스트로의 수호신입니다, 수호신!

아직까진 무난한 경기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이승우는 앞마당에 솟대를 건설하며 신전을 가져갈 준비를 했고 이제운은 군주-숲을 가져가며 안전한 빌드를 택했다.

이승우의 선제단 플레이를 의식한 선택이었다.

이미 크게 당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었다.

-양 선수 아직은 모두 무난하게 가고 있죠.

-앞마당이 건설된 후의 빌드를 보면서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 정찰운은 좋았다.

이제운도 첫 번째 군주를 11시로 보냈고 이승우 역시 솟대를 건설한 용안이 5시를 향해 갔다.

이제운의 본진에 도착한 용안이 자원을 채취하는 일벌레를 톡톡 건드리기 시작했다.

이제운의 신경을 건들기 위해서였다.

귀찮을 만도 한데 이승우는 멈추지 않았다. 사소한 거라도 앞설 수 있다면 한다는 것이었다.

굉장히 좋은 생각이었다.

물론 손까지 따라 주느냐의 여부는 그 다음 이야기였지만.

적어도 이승우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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