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5 Game No. 225 왕의 귀환. =========================================================================
Game No. 225
차봉으로 화성이 선택한 선수는 구성재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과 같은 위너스리그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선수.
동시에 위너스 리그를 워낙 잘해 잉어스 리그라고 만든 선수가 구성재였다.
나쁘지 않은 카드다.
아니 현재 화승에서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다.
이제운?
지금 낼 수 없다.
이제운은 조금 더 결정적인 순간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구성재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종족전을 상대로 안정적인 승률을 보여 준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여기는 위너스 리그.
1세트 승리로 기세가 오른 현우 형이 구성재마저 잡아 주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구성재의 벽을 허물지는 못했다.
-역시 구성재 선수입니다!
-위너스 리그에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답게 2세트를 승리하는 분위기네요.
-굉장히 어려운 경기를 역전해 내는 데 성공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네요. 양 팀의 승부!
중계진의 해설에서 대충 짐작할 수 있듯 2세트의 주도권은 중반까진 현우 형이 꽉 움켜쥐고 있었다.
환국 간의 동족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거점을 먼저 장악하는 것이다.
초반 신묘한 움직임으로 구성재의 천자총통을 몇 기 끊어주며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갔지만 구성재의 후반 운영에 조금씩 말리며 결국 반 땅 싸움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확장을 가져간 현우 형의 자원이 빨리 떨어지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지금 구성재 선수 입을 보세요!
-트레이드 마크죠. 잔뜩 벌어져 있네요!
구성재의 입이 벌어질수록 경기력이 상승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입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경기에 제대로 집중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자. 구성재 선수 칼을 뽑습니다!
-들어가죠. 러시 갑니다.
구성재의 마지막 러시에 현우 형이 GG를 선언했다.
어떻게든 막아 내기 위해 애썼지만 이미 병력의 차이가 컸다.
졌지만 잘 싸웠다.
진심으로 해 주고 싶은 말이었다.
아쉬운 얼굴로 부스를 빠져나오는 현우 형.
표정이 안 좋다.
경기를 역전당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형.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
아직 뒤엔 우리가 있지 않습니까?
-저희는 잠시 10분간의 휴식을 가진 후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와. ㅎㄷㄷ 박현우가 원래 이렇게 잘했나?>
<주목 못받아서 그렇지 항상 잘했음 ㅇㅇㅇ 이승우 오기전까지 아스트로 먹여 살린 선수>
<지리네. 2세트 존나 아깝다.>
<거의 이길 수 있었는데. ㅋㅋㅋ>
<그나저나 경기 존잼ㅇㅇㅇㅇㅇ 이승우랑 이제운 빼곤 시시할 줄 알았는데 개잼나넼ㅋㅋ>
<ㅇㅇㅇ 인정. 둘 뺴고 그냥엑스트라일 줄 알았는뎈ㅋㅋㅋ>
이번 위너스 리그 결승전은 이승우와 이제운의 대결이라고 모두 생각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그저 병풍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제나 저제나 이승우나 이제운이 나오길 바라고 있던 사람들은 의외의 경기력에 만족해했다.
1세트와 2세트.
모두 잘 준비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머지 세트도 지금 같은 수준으로 진행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아스트로 차봉 누구임? 직관 간 사람 없냐?>
<ㅇㅇㅇ 직관 간 사람 좀 알려줘라.>
<나 결승 무대임 ㅇㅇㅇ 잠시만 ㅇㅇㅇㅇ>
방송이 실제보다 조금 느리게 송출된다.
혹시 모를 사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헐.대박>
결승 무대를 관람하던 이가 남긴 댓글에 모두가 주목했다.
<대박? 헐. 차봉 누군데?>
<설마 이승우 나오나?>
<그럴지도. ㅇㅇㅇ 그러니까 대박이라고 하지.>
단 3글자에 사람들의 가슴속의 기대감이 무한대로 증폭되었다.
그리고 그 증폭감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시드는 데엔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아스트로 차봉 신연호임 ㅋㅋㅋㅋ>
****
우리 팀의 차봉은 연호로 정해졌다.
경기장에 오기 전부터 합의된 상황이었다. 무조건 차봉으로 정해진 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3세트에 상대가 환국일 때 연호가 나가기로 했다.
지금이 바로 그 상황이었다.
3세트 전장은 태백산맥.
연호가 준비한 전략이 있었다.
바로 전진 제단.
그 후 흑완으로 이어지는 콤보다.
-신연호 선수! 오늘 손끝이 살아있습니다!
-아주 좋은 컨트롤로 구성재의 혼을 쏙 빼놓는 신연호!
-큰일 났습니다. 용아 막기에 급급해서 다음 수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스트로에서 준비를 참 잘해 왔네요. 그냥 나온 선수가 없습니다. 무난히 하면 되겠지라고 하면 큰 코 다칩니다!
전략은 멋들어지게 성공했다.
연호의 용아 컨트롤이 좋았다.
태백산맥은 2인용 전장에다가 러시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기에 생 더블이나 도감 더블을 선택하는 환국이 많다.
이번에도 그걸 노린 빌드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 노림수는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물론 연호의 컨트롤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초반 일꾼도 일꾼이지만 궁병을 많이 끊어 줬다. 또 무엇이 올 줄 모르는 환국 입장에선 궁병을 계속 찍어 줄 수밖에 없다.
그 말은 테크가 늦어지고 연호가 준비한 흑완이 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뜻했다.
대기석에서 바르르 떨던 연호는 없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은 연호는 어느새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는 승부사가 되어 있었다.
긴장하지 않은 연호는 최소 칠룡이다!
숙소 내에서 통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오늘 연호는 그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물 흐르듯 운영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어쩌죠? 구성재 선수 어쩝니까? 이제 흑완 나오는데 볼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초반에 너무 가난하게 시작했기 때문에 배제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용아 찌르기가 오니 테크가 느려 흑완은 안 오겠지 생각하고 흑완을 배제했는데 딱 흑완이 왔어요!
-신연호 선수가 테크가 느린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흑완 타이밍도 다른 용족보다 확실히 느립니다. 구성재 선수 여기까진 잘 맞췄어요. 하지만 본인의 상황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본인의 테크는 더 느렸거든요!
지뢰를 깔며 어떻게든 버텨 보려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용아를 밀어 넣어 몸으로 대신 지뢰를 제거하기도 했고 지뢰가 채 심어지기 전 흑완의 높은 공격력을 활용해 제거하기도 했다.
오늘 제대로 손이 풀렸구나!
흑완으로 지뢰를 제거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흑완이 근접 공격 유닛인 데다 지뢰의 크기가 굉장히 작기 때문이다.
우클릭을 하다 미스라도 나는 날엔 그대로 지뢰에 폭발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오늘 연호의 손끝은 제대로 살아 있었다.
지뢰가 박히는 족족 흑완으로 완벽하게 제거하고 있었다.
모든 지뢰가 불발이 났다.
탐지 기능이 없는 구성재로선 지뢰가 유일한 답인데 그마저 무산이 되었다.
이러면 경기는 끝났지!
어느새 구성재의 얼굴은 땀범벅이 되었다.
동시에 시뻘겋게 달아올라 금세라도 터질 것 같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어느새 팀원 중 자리에 앉아 있는 인원이 한 명도 없었다. 모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에 벌떡 일어나 있었다.
결국.
-구성재 GG! GG를 선언합니다!
-다시 앞서가는 아스트로! 2:1입니다. 2:1
-아. 오늘 경기 아주 재미있는데요?
-진짜 최고입니다. 양 팀 모두 엄청나게 준비를 해 왔어요! 모두 우승을 할 자격이 있는 팀입니다!
****
아스트로와 화성의 결승전.
사람들의 기대 이상의 경기가 쏟아져 나왔다.
이승우나 이제운 나오기 전까지 지루하면 어쩌지 하는 건 괜한 걱정에 불과했다.
반드시 우승을 하겠다는 각오가 선수들의 경기력에서 묻어 나왔다.
잔실수는 없었다.
수십, 수백 번 연습한 빌드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경기에 적용시켰다.
그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에 결승전 무대가 후끈 달아오를 정도였다.
흥분으로 얼굴이 붉게 익어 있는 건 선수들뿐만이 아니었다.
관중들 역시 그랬다.
어느새 그들의 목소리도 중계진처럼 쉬어 있었다.
-자. 위너스리그 대장정의 끝이 이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대장 대 대장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정말 양 팀 최고네요. 박수가 아깝지 않아요. 이런 경기라면 밤새워서라도 보고 싶습니다!
방금 6세트가 끝났다.
스코어는 3:3.
승부의 추는 쉽사리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한쪽으로 기운다 싶으면 상대가 바로 다음 세트를 가져가며 균형을 맞췄다.
4세트에서 손정웅이 나와 신연호를 무너뜨렸고 5세트에 김승대가 나와 손정웅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이어진 6세트.
드디어 화승의 대장 이제운이 출동했다.
등장만으로 상대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힘을 지닌 폭군의 등장이었다.
팀이 지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절체절명의 상황임에도 이제운을 여유를 잃지 않았다.
빌드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음에도 극에 달한 전투력으로 경기를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폭군이 건재하다는 걸 만천하에 다시 한번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제 아스토로도 대장을 내보내야 한다.
-자! 이제 아스트로에서 대장으로 나올 선수가 등장합니다!
무대가 새까맣게 암전되었다.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저 거친 숨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 순간 중앙 스크린에 프로리그 로고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스트로에서 나올! 최후의 1인! 대장은 바로!
박상철 캐스터가 목이 터져라 외쳤다. 목엔 굵은 핏줄이 잔뜩 올라서 있었다.
-이! 승! 우!
박성철 캐스터가 한 자, 한 자 힘을 주어 외쳤고 그 외침에 맞춰 불기둥이 하늘을 향해 힘껏 솟아올랐다.
동시에 스크린이 좌우로 갈라지며 그 사이로 이승우가 걸어 나왔다.
-자. 이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의 메인 매치라고 할 수 있는 경기죠!
-아마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이 가장 기대하고 계신 매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승우가 등장하는 순간 커뮤니티에 폭발적으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치열한 승자 예측.
어느 한쪽으로 특별히 기울지 않았다.
2주 전이라면 이승우가 압도적으로 유리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승우의 표가 조금 더 많긴 했지만 이 정도면 백중세.
아주 팽팽한 수치다.
-상대전적은 이승우 선수가 훨씬 앞섭니다. 무려 4:0! 네 번이나 만났음에도 이제운 선수는 단 한 번도 승리를 이승우 선수에게서 빼앗아 온 적이 없습니다! 프로리그에서도! 4강에서도! 모두 패했습니다. 오늘마저 패할 겁니까? 오늘마저 진다면 폭군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이승우 선수도 물러날 생각 전혀 없죠. 그간 많이 이기지 않았느냐? 이번에 확실히 내 상대가 아니라는 걸 보여 주겠다! 프로리그의 경기도 경기지만 MSL 4강은 충격 그 자체였거든요!
-아. 정말 위너스리그 결승전에 걸맞는 화려한 피날레입니다. 이보다 완벽한 대진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중앙 계단을 통해 내려온 이승우가 관중석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이더니 자신의 부스로 향했다.
한결 여유로운 모습.
자리가 사람은 만든다.
2번의 개인리그 결승을 치른 이승우는 더 이상 신예가 아니었다.
현재 최강이라 불리는 신룡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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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221~225까지! 추천 많이 찍어주신다면 내일도 연참으로 보닥하겠습니다아!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