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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24화 (224/575)

00224  Game No. 224 난투  =========================================================================

Game No. 224

오늘 위너스리그 해설의 조합은 박상철 캐스터, 박광춘 해설, 최승원 해설이었다.

제대로 힘을 준 해설 조합이었다.

캐스터 중 뛰어난 드립력과 완급 조절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박상철 캐스터와 취객이라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는 별명을 지닌 박광춘 해설.

마지막으로 온게임TV 김정식 해설과 함께 가장 정확한 해설을 한다는 최승원 해설까지!

해설의 질도 질이지만 이들끼리 만들어가는 상황극이 일품이었다.

-사전 인터뷰부터 불꽃이 튀겼던 아스트로와 화성, 화성과 아스트로의 위너스리그 결승전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결과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박상철 캐스터의 질문에 최승원 해설이 입을 열었다.

가장 냉철한 분석으로 이름이 높은 최승원 해설이었기에 그의 입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미리 방송이라서 하는 이야기라 아니라는 점 말씀드립니다. 박빙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팀이 우승하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거든요? 관건은 이승우 선수와 이제운 선수에 있습니다. 양 선수가 어느 타이밍에 나오느냐? 그리고 몇 승을 거둬 두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크게 좌우될 것 같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

하지만 지금은 이런 당연한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위너스 리그는 에이스의 역할이 너무나 크다.

최초의 1인이 모두를 침묵 시킬 수도 있고 최후의 1인이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위너스리그다.

3:0으로 이기고 있고 방심해선 안 되고 지고 있다고 해서 포기해서도 안 된다.

-요즘 이제운 선수의 기세가 상당히 무섭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음. 요즘 제3의 전성기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합니다. 종족 가리지 않고 정말 무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

-말씀하시는 중에 끼어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만. 제 몇의 전성기라. 너무 식상한 표현 아닌가요?

박광춘 해설의 말을 박상철 캐스터가 끊었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박광춘 해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네?

당황한 박광춘 해설.

하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조금 더 참신한 표현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보다 더 나은 답이 없다는 걸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습득했다. 박광춘 해설을 보며 최승원 해설이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우리 박광춘 해설은 인정이 참 빠른 해설위원입니다.

-보기 드문 장년이지요. 이렇게 올바른데 왜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언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더군요. 아주 건강한 사냅니다. 우리 박광춘 해설은.

어쩌다 대화 화제가 여기까지 흘렀는지 모르겠다.

당황한 박광춘 해설이 한쪽에서 땀을 삐질 흘렸다. 그 모습에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멋있다! 박광춘!”

“잘생겼다! 박광춘!

-이것 보십시오. 자연스럽게 관객분들이 호응해 주시지 않습니까?

-역시 박광춘 해설입니다.

한 번도 맞춰 본 적 없지만 수십, 수백 번 호흡을 맞춘 것처럼 자연스레 상황극을 진행하는 관객과 중계진이었다.

직접 대화를 한 적은 거의 없지만 수년간 방송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쌓아 온 친숙함이리라.

-아까 어디까지 이야기했죠?

-이제운 선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박광춘 해설에게 반격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가 날카로운 눈매를 빛내며 최승원 해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최승원 해설께선 이제운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요즘 제3의 전성기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합니다. 종족 가리지 않고 정말 무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죠.

어라?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 같은데?

잠깐. 아까 내가 했던 말이잖아!

박광춘 해설이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기회다.

이건 기회!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

하지만 여전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박광춘 해설이었다.

그가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최승원 해설이 같은 말을 내뱉은 데에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박광춘 해설이었다.

-너무 진…….

-역시 최승원 해설입니다. 아주 좋은 말씀이네요. 진부하다는 표현이 나올 수 있는 말이지만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게 아주 깔끔하게 정리를 해 주셨네요.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이번에도 박광춘 해설은 말을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잽싸게 박상철 캐스터가 끼어 든 것이다.

박광춘 해설이 할 말을 잃었다. 표정에서 모든 것이 느껴졌다.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은 입가에서 몇 번 메아리치다가 이내 목구멍으로 사라졌다. 다시는 꺼낼 수 없는 말이 된 것이다.

아마 집에 가서 거울을 보며 한 번쯤은 꺼낼 수 있겠지.

아무 의미도 없겠지만.

그가 황당한 눈빛으로 박상철 캐스터를 바라보았다.

물론 박상철 캐스터는 박광춘 해설을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박광춘 해설은 오늘도 의문의 1패를 적립했다.

웃음과 함께 말이다.

이들의 말이 길어지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아직 경기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중계진은 경기만 중계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모든 상황을 중계하고 매끄럽게 이어가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지금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도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만담을 이어 가는 것도 뛰어난 능력이었다.

-자. 양 선수 첫 번째 세트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래 기다리신만큼 화끈한 경기로 보답해 드릴 것을 악속드립니다!

-그럼 위너스리그 결승전 첫 번째 세트가 벌어질 나주평야도 가 보겠습니다!

***

박영오는 리틀 이제운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호전적인 스타일을 지닌 선수다.

이번에도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나주평야는 중앙에 커다란 평지가 있는 전장.

지형을 활용할 수 없기에 마굴 단계에서 뿜어져 나온 다수의 병력으로 환국과 전투를 치르는 것이 괜찮은 전장이다.

그리고 박영오는 실제로 빠르게 군락을 올리는 요즘 트렌드의 운영이 아닌 마굴 단계에서 가시귀를 폭발적으로 생산하는 빌드를 선택했다.

놀라운 건 이 전략을 감독님께서 미리 예측했다는 것이다.

-아. 환국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박현우 선수는 나올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정말 차분하죠. 나가기는커녕 오히려 확장 가져가면서 천천히 할 생각입니다.

-이러면 마수 답답하죠. 나올 거 잡아먹은 후 군락을 가려고 하고 있는데 환국이 나와 주질 않네요. 아, 망했어요. 진짜.

-정말 애매해진 게 지금 군락을 갈 수도 없거든요? 군락을 갔다간 망태할배가 나오기 직전 타이밍이 굉장히 위험해집니다. 박영오 선수가 지금 해야 하는 건 전투인데 그것도 상대가 싸워 줘야 하지 지금처럼 웅크리고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들어가는 건 최악의 선택입니다. 환국 망루 3개나 짓고 대비하고 있어요.

-전설이 있지 않습니까! 전설이! 3개의 망루는 무적이라는!

중계진의 해설 내용에서 알 수 있듯 경기는 현우 형이 매우 유리하게 가져가고 있었다.

감독님이 알려 주신 해법은 굉장히 간단했다.

상대가 원하는 타이밍에 싸워 주지 않는 것.

지금 박영오는 제대로 똥줄이 탈거다.

병력을 제대로 펌핑해서 뽑았는데 상대가 싸워 줄 생각이 없다.

지금 싸우면 무조건 이기는 데 말이다.

그렇다고 러시를 가자니 그러기엔 조금 버겁다.

이제와 테크를 올리자니 모든 걸 갖추고 나올 환국의 병력이 너무 무섭다.

진퇴양난.

무엇을 선택해도 애매하게 되어 버렸다.

계속 병력을 찍어 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분명 지금은 박영오가 강한 타이밍이다. 하지만 이것도 5분 후면 역전이 되어 버린다.

환국이 마수를 상대로 무서운 건 군락 체계이지 마굴 단계가 아니다.

천리안으로 마수가 테크를 올리는 타이밍만 꾸준히 확인한다면 경기를 쉽게 가져갈 수 있다.

-아. 박현우 선수 금와 계속 날려서 견제해 주네요.

-괴롭죠. 이러면!

-원래 박영오 선수가 노린 타이밍은 지났습니다. 이제 선택해야 합니다. 계속 마굴 단계의 병력을 뽑아 주는 건 환국이 좋은 일이거든요?

현우 형도 가만히 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상황이 좋긴 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어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건 아니었다.

끊임없이 동시 두 군데에 금와를 날리며 자원에 타격을 입히는 현우 형이었다.

동시에 천자총통과 해모수를 앞세워 중앙 쪽으로 움직였다.

러시를 위한 진출이라기보단 추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진출이었다.

“제발, 제발!”

승대는 아예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두 손을 가만히 모은 채 기도를 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결승 무대가 처음이라 긴장한 모양이었다.

다른 팀원들도 대부분 비슷한 모습이었다.

연호도 의연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손이 바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가만?

안 떨고 있는 건 나뿐이야?

이래서 경험이 무섭다는 말이 있나 보다.

이미 결승 무대를 두 번이나 경험해서 그런지 긴장되기보단 묘한 흥분이 느껴졌다.

아직 1세트라 그런 모양이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무대에도 점점 적응하겠지.

아. 그래서 감독님께서 선봉으로 현우 형을 선택한 거구나.

주장이자 맏형으로서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는 현우 형을.

나를 제외하고 연습실의 모습을 이 무대에서 바로 보여줄 수 있는 건 현우 형뿐이었다.

예상은 점점 확신으로 굳어 갔다.

역시 엔트리도 아무렇게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분위기를 보면 현우 형이 1세트를 잡는 분위기다.

우리 팀에서 차봉으로 나설 선수는 최소 동점 스코어에서 경기를 준비하게 된다.

확실히 선봉이나 지고 있는 스코어에서 나가는 것보다 마음의 부담을 조금 덜 수 있는 상황.

지금의 긴장도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무뎌질 것이다.

그 자리를 투지가 대신하겠지.

과연! 이 모든 것이 계산된 수였구나!

난 존경심 가득한 눈으로 감독님을 바라보았다.

저도 감독님같이 용병술이 뛰어난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뭐냐?”

심드렁한 감독님의 반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네. ‘멋짐이 잔뜩 묻었네요’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말하진 못했다.

“아뇨. 그냥…….”

“싱겁네. 경기 어떻게 보이냐?”

“현우 형이 유리해 보이네요.”

“그치?”

“네.”

“휴. 현우가 스타트를 잘 끊어 줘서 다행이다.”

감독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지만 7:3 이상으로 현우 형에게 기울였다.

현우 형은 잔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다.

모험적인 선택을 하기보단 유리함을 확실히 굳히는 쪽을 택한다.

이번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아. 박현우 선수 러시 갑니다.

-이거 못 막죠.

-천자총통의 숫자가 너무 많네요.

-망태할배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 흑운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흑운이 없으면 가시귀를 무슨 수로 지키나요!

정말 칼 같은 타이밍의 러시로 단숨에 박영오의 숨통을 움켜쥐는 현우 형.

그 러시에 한 번에 본진까지 밀린 박영오는 GG를 선언하고 말았다.

-박영오 선수 GG! GG를 선언합니다!

-1:0으로 앞서는 아스트로!

-박현우 선수가 한 건 제대로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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