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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21화 (221/575)

00221  Game No. 221 내가 왕이다.  =========================================================================

Game No. 221

지금 상황에선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

아는 게 힘일 때가 있고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다.

지금은 후자다.

그냥 우직하게 플레이를 하면 어떻게 될 줄 모른다.

원효 대사가 해골물이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아무리 목이 말라도 절대 마시지 않았을 거다.

알면 괜히 마음만 급해진다.

자멸 할 수가 있다.

실제로 상대의 몰래 멀티를 경기 내내 몰랐지만 힘 싸움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김택윤이었다.

그때 인터뷰가 매우 인상 깊었다.

병력이 조금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몰래 멀티 때문인 줄은 몰랐어요. 그냥 최적화를 잘한 줄 알았어요.

특유의 웃음소리도 잊지 않았다.

오늘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다.

그때보다 상황은 훨씬 안 좋지만.

-병력 규모 보고 움찔하는 김택윤 선수입니다.

-업그레이드도 앞서고 비렴 숫자도 앞섭니다. 김택윤 선수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정말 괴물 같은 전투력 하나뿐입니다.

서로 확장의 개수는 똑같았다.

하지만 활성화 타이밍이 달랐다.

경기 극초반부터 2개의 신전에서 자원을 펑펑 채취한 이승우의 병력의 질이 높은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언뜻 보아도 이승우의 병력이 30%는 더 많아 보였다.

단순히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우수하다.

-자. 이승우 선수 자신 있게 진군합니다.

-공격력 업그레이드 1단계와 방어력 업그레이드가 1단계 차이 납니다.

-아. 용무관 하나에서 김택윤 선수가 업그레이드 돌릴 동아니 이승우 선수는 두개에서 돌리고 있었어요!

-자. 이번 전투 정말 중요합니다. 정말 기적적으로 승리를 거둔다면 역전 가능하거든요!

기적은 없었다.

이승우는 성급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아주 차분히 김택윤의 목을 조여 갔다.

차라리 성급하게 달려들었으면 기회라도 생길 텐데 이승우는 그런 것도 없었다.

비렴의 천벌이 먼저 떨어진 후에야 병력을 들이밀었다.

가장 먼저 풍백이 달려들어 김택윤의 용아를 지웠다.

끊임없는 비명과 함께 용아가 한 줌 연기로 화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용혼이라고 다른 건 아니었다.

뒤에 있던 비렴 천벌이 용혼을 향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한 자리에 박혀 꾸준히 딜을 넣어야 하는 용혼인데 천벌을 피하느라 제대로 된 딜을 넣지 못하고 있었다.

동시에 진형이 흐트러져 공격력이 순산 되었기에 파괴력도 많이 잃었다.

그 틈을 이승우의 용아가 파고들었다.

김택윤의 용아와 달리 업그레이드가 잘된 튼튼한 용아였다.

이승우의 병력도 죽었지만 그보다 김택윤의 피해가 훨씬 컸다.

용아는 끊임없이 산화했고 용혼 역시 만만치 않게 녹아내렸다.

그나마 지룡이 꾸준히 토정을 쏘아 내며 버티고 있었지만 이제 그마저 힘들어졌다.

기본 병력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반면 이승우 선수는 병력이 많이 살아남았다.

전투 자체도 잘했지만 본진에서 추가 병력이 제때 온 덕이었다.

김택윤 진영 근처에서 싸웠음에도 병력 추가는 이승우가 오히려 더 빨랐다.

-아. 김택윤 선수 무너지나요!

-이대로라면 무너지죠!

-아. 정명혁도 그렇고 김택윤도 그렇고 현재 최고의 선수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나섰음에도 이승우 선수 한 명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승우 선수는 4강에서 김택윤 선수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할 만한 선수였습니다!

앞마당이 밀렸다.

누가 봐도 GG를 쳐야 하는 상황.

이승우를 제외한 나머지 육룡이 함께 컨트롤을 한다고 해도 결코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승부의 저울추가 이승우 쪽에세 크게 기울었다.

김택윤의 표정에서도 모든 것이 드러난다.

허탈함.

그리고 분노.

하지만 김택윤은 섣불리 GG를 치지 못했다.

경기 내용이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상황이 불리해졌을까?

분명 좋았는데.

만약 김택윤이 빠른 정찰로 이승우의 생더블을 발견했다면 활성화가 되기 전에 밀어버리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김택윤이 빠른 정찰을 택했다면 이승우가 생더블을 하지 않았겠지만.

그땐 또 다른 전략으로 김택윤을 궁지로 몰았을 거다.

[날빌러]가 큰 도움을 주긴 했지만 이승우가 김택윤을 잘 분석한 것이 가장 컸다.

그걸 알지 못하는 김택윤으로선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경기였다.

대지엔 죽음만이 가득했다.

살아있는 건 오직 이승우의 병력뿐이었다.

앞마당을 폐허로 만든 이승우의 병력이 기세등등하게 본진 언덕을 뚫고 올라갔다.

이제 본진이 쑥대밭이 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던 김택윤이 GG를 선언했다.

-김택윤 GG! GG를 선언합니다!

-이로써 아스트로가 S1을 누르고 위너스리그 1위를 차지합니다!

-정말 최고네요! 한 선수가 이리 큰 영향력을 미치다니!

-아스트로 창단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이룩해 내는 시즌입니다!

***

개인리그를 우승했을 떄만큼의 희열이 온몸에 가득 퍼져 나갔다.

이겼다.

경기 초반 심장이 쿵쾅거려 죽는 줄 알았다.

[날빌러]가 추천해준 빌드로 김택윤이 공격형 빌드를 택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지만 정찰까지 안 올지는 100% 확신할 수 없었다.

물론 여태까지 그래 왔으니 이번에도 그러지 않겠지 하는 믿음은 있었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할 변수가 생기는 것이 신들의 전쟁 경기이기도 했다.

전까진 그래 왔지만 오늘은 감이 쎄 해서 정찰을 보낸다면?

완전 망했겠지.

생더블을 시도했을 때만 해도 시야를 가린 경주마처럼 내가 할 것만 보여서 딴생각이 들진 않았다.

막상 경기가 끝나니 온갖 걱정이 뒤늦게 밀려왔다.

패배했다면 후회로 점철되었겠지만 이겼기에 웃으며 할 수 있는 걱정들.

부스를 열고 나갔다.

“이승우! 이승우!”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내 이름을 외치고 있다.

열정적으로 손을 흔들고 있는 관중들도 있었다.

기분이 좋다.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난 아주 천천히 벤치를 향해 걸어갔다.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 짜릿함에 손끝이 움찔거렸다.

그래, 이 기분이야.

이걸 느끼고 싶었다고.

뒤에서 지켜보는 걸로 만족하는 것이 아닌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서 말이야.

개인리그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가장 먼저 감독님이 마중 나와 계셨다.

“통한다고 했죠?”

장난기 어린 말에 감독님이 흐뭇하게 웃으셨다.

“그래. 잘했다.”

팀원들이 나에게 슬금슬금 다가온다.

눈빛을 보아하니 무언가 또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어째 얼마 전에 본 눈빛……. 어라!

생각하는 사이 팀원들이 내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으악!”

그리고 사정없이 공중으로 던져졌다.

***

아스트로가 S1을 잡으며 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번 시즌 프로리그 최대의 이변이자 기적이었다.

경기 MVP는 이승우가 차지했다.

정명혁과 김택윤.

우승자 라인을 잡아냈기 때문이었다.

S1 최강의 에이스 라인이기도 했다.

S1에겐 너무나 뼈아픈 패배였다.

3라운드 중반 이후부터 4라운드 마지막 경기 전까지 1위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경기에 꼬꾸라지고 말았다.

그서도 방출한 이승우에 의해서.

이미 기자들은 이에 관련 된 내용으로 기사를 신나게 써 내려가고 있었다.

자극적인 제목도 굉장히 많았다.

주운 감독이 보면 차마 읽지 못하고 창을 내려 버릴 정도로.

오늘 S1의 숙소 분위기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역대 최악이라는 말을 갈아 치울 것이 분명해 보였다.

S1의 자존심은 이미 산산이 부서졌다.

OSL 4강에서 김택윤이 패하고 MSL 결승에서 임형규가 준우승을 했을 때부터 말이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자존심을 그나마 세울 수 있는 방법은 이제 한 가지뿐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이겨 리벤지 매치를 만드는 것.

이마저 실패하면 주운 감독은 혈압으로 뒷목을 부여잡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그 옆을 화병으로 얼굴이 시뻘게진 최연규가 지키겠지.

그런 그림이 나오는 걸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S1이었다.

어쨌거나 오늘의 주인공은 이승우 그리고 아스트로였다.

아스트로가 위너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다니.

그서도 4등으로 포스트시즌 턱걸이를 한 것이 아니라 3, 4라운드 결과 통합 1위로 결승전에 오른 것이다.

3라운드가 막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무도 이런 예측을 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그때 그런 말을 했다면 미친 놈 소리를 들어도 싸다.

4승 18패의 팀이 18승 4패를 거두며 위너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스트로는 해냈다.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써 냈다.

승률도 높았지만 그보다 승점이 압도적이었다.

이길 땐 화끈하게 이기고 질 땐 끈덕지게 따라잡은 모습을 보여 줬다는 뜻이다.

그 결과가 창단 첫 위너스리그 결승 진출이다.

4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승률이 5할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보통 3할 초반 대였고 최악의 시기에 2할도 안 되기도 했었다.

아무도 아스트로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저 승점자판기에 불과했다.

가끔 포스트진출을 노리는 팀을 잡아내면 아스트로에 대한 칭찬보단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렸다는 표현이 훨씬 많이 나왔다.

그렇게 아스트로는 팬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런 팀이 한 시즌 만에 환골탈태했다.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었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마치 죽순처럼.

아스트로를 상대하는 팀이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어제의 그 팀이 아니다.

강팀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S1, CT, 나무전자, GO.

우승을 차지하며 어깨에 꽤나 힘을 줬던 팀들도 아스트로에게 맥을 제대로 추지 못했다.

그 중심엔 신룡 이승우가 있었다.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표현이 너무 잘 어울리는 선수였다.

무려 위너스리그에서만 43승 2패를 거두며 팀을 1위로 이끌었다.

역대 위너스리그 사상 최다 승이었다.

동시에 프로리그 다승 순위도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의 앞에 있는 선수는 이영우와 김택윤이 전부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다승 경쟁을 펼치게 되었다.

남은 2라운드만 잘해도 충분히 다승왕을 차지할 수 있다.

만약 프로리그 다승왕까지 차지한다면 겨우 4라운드로 다승왕을 차지하는 최초의 선수가 된다.

승률로 따지면 단연 1등이었다.

90%가 훌쩍 넘는 승률.

그 누구도 보여 주지 못한 승률이었다.

심지어 신으로 추앙받는 이영우조차도.

이뿐만이 아니었다.

S1전에서 2킬을 달성하면서 프로리그 21연승을 달성하며 본인의 기록을 1승 차이로 바짝 뒤쫓게 되었다.

22연승이 깨졌을 때만해도 언제 다시 20연승을 넘겨 보나 했었는데 위너스리그 한 라운드 만에 20연승 고지를 점령했다.

이런 선수는 역사상 처음이었다.

앞으로 2승만 더한다면 이영우의 대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우승을 할 때도 경기력이 좋았지만 지금이 훨씬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일단 플레이가 많이 원숙해졌다.

단순 힘 싸움인 아닌 전략적인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센스는 두말할 것도 없다.

그 모습이 제대로 드러난 경기가 송병호전, 이영우전, 정명혁전, 김택윤전이었다.

모두 상식을 파괴하는 선택으로 승리를 따냈다.

보통 선수도 아니고 최정상급 선수를 그런 방식으로 잡아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점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사람들은 이승우가 반짝 스타로 끝나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단순히 피지컬이 좋은 선수는 많이 나왔다.

반대로 전략적인 부분이 뛰어난 선수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 둘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냉정하게 말해 열 손가락도 채우지 못한다.

거기에 이승우 선수가 추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위너스리그가 끝나가는 지금.

2015 개인리그 시즌3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이영우도, 이제운도 아닌 이승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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