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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20화 (220/575)

00220  Game No. 220 이건 몰랐지?  =========================================================================

Game No. 220

중계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택윤의 제단이 반쯤 올라갔음에도 이승우의 제단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용용전에서 제단이 없다니.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관중석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몇몇 이들은 거칠게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의 기분을 표현했다.

아스트로의 팬들이었다.

이승우가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거 뭐죠? 실수인가요?

-혹시 전진 제단인가요?

-아닙니다. 빠져나간 용안 없습니다. 용안이 빠져나갔다면 저희가 가장 먼저 캐치 했겠죠.

-도대체 이게 뭐죠? 아. 궁금한데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럴 리는 없다.

본진을 빠져나간 이승우의 용안은 없었다.

전장은 까맸다.

밝혀진 곳이 양 선수의 진영밖에 없었다.

서로 본진을 빠져나간 병력이 없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전진되어 솟대가 지어질 리가 없었다.

여전히 지어진 건물은 솟대 하나였다.

중계진의 목소리에서 난감함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듣도 보도 못한 운영을 어떻게 해설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은 것이다.

섣불리 추측하기도 애매했다.

사람들도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턱에 손을 괸 채 뚱한 얼굴을 한 사람도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뭘까?

모두 혼란스러워했다.

심지어 아스트로의 벤치 쪽에서도.

이미 이승우가 어떤 빌드를 사용하는지 알고 있는 이재명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이들은 서로 웅성거리며 이승우가 전략을 추측해 내려 하고 있었다.

이승우의 전략을 알고 있는 이재명 감독님이 그나마 의연하게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입이 바짝 마르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전개다.

혹시 철 150이 모였을 때 제단 건설 명령을 내렸는데 용안을 생산하면서 돈이 부족해져 짓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정도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제단은 아니었지만 가끔 용아의 발업이나 마견의 발업을 그런 식으로 누르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성진우 캐스터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이승우가 건물을 하나 올렸다.

그 건물은 바로…….

-신전! 신전을 짓습니다!

-바로 앞마당을 가져가네요.

-와. 용용전에서 생더블이 나오나요?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것이 맞나요?

신전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건물.

혹 잘못 본 건 아닐까 두 눈을 비비고 화면을 바라보는 관중들도 있을 정도였다.

헛것이 아니었다.

떡하니 앞마당에 올라가고 있는 신전.

이승우의 선택은 놀라웠다.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빌드.

이승우는 용족을 상대로 지금 생더블을 하고 있었다.

***

지금 내 빌드를 보며 모두가 경악할 거다.

안 봐도 비디오다.

욕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

경기 공짜로 먹으려고 한다고.

하긴. 다른 선수가 이런 빌드를 했다면 나도 미쳤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 정도로 내 빌드는 미쳤다.

통하면 이기도 안 통하면 진다.

이게 뭐가 문제냐고?

안 통할 확률이 90%가 넘었으니까.

정찰만 오면 끝나는 전략이다.

김택윤의 프로리그 경기를 밤새도록 분석했다.

개인리그가 끝나서 가능한 것이지 개인리그 중이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얼마나 많이 찾아봤는지 김택윤의 경기만 봐도 신물이 올라올 정도였다.

당연히 운명의 갈림길 경기도 다 찾아봤다.

분석하는 도중 묘한 점을 발견했다.

이 전장에서 김택윤이 정찰을 거의 가지 않았다.

항상 그런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 그랬다.

정찰을 갔을 땐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때뿐이었다.

안전하게 확장을 가져가는 선택을 하면 정찰을 하지 않는다.

상대가 무난한 빌드를 선택하면 절대 지지 않는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난 여기에 모든 걸 걸었다.

오늘도 그럴 것이라고.

그럼 무난한 빌드가 아닌 상식을 뛰어넘는 빌드로 김택윤을 잡아먹자고.

물론 안전장치는 마련되어 있었다.

그냥 감으로 때려 맞추는 건 절대 아니다.

번지점프를 할 때 줄 안 달고 뛰는 사람은 없잖아?

안 그래?

나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떨어져도 끊어지지 않는 안전망이 내 밑에도 하나 쳐 있다.

[날빌러].

추천해 주는 빌드로 김택윤이 어떤 빌드를 선택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

김택윤이 정찰을 가지 않는 경우는 전부 1제단 이후 앞마당 확장을 가져갔을 때였다.

그걸 노리고 생더블을 준비했다.

아마 상상도 못 할 거다.

내가 용용전에서 생더블을 꺼내 들 줄은.

통하면 가장 사기 빌드가 생더블이다.

이건 어떤 종족전이든 마찬가지다.

다만 용족전에선 꺼내 들지 않는다.

그전에 3제단 용혼 철퇴에 와장창 무너지니까.

꼭 3제단 용혼뿐만이 아니다.

제단 확장을 제외한 모든 빌드에게 불리하게 시작하는 것이 생더블이다.

상대가 바보라면 모를까 생더블을 그냥 둘 리가 없다.

그냥 용혼으로 툭툭 치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용광포를 늘려야 한다.

그것도 잔뜩.

상대가 용혼으로 찌르면서 확장을 가져가 버리면 생더블을 한 이점이 사라진다. 더군다나 지룡까지 와 버리면 미치는 거다.

그전까지 천벌 개발이 된 비렴이 나와야 하는데 불가능에 가깝다.

용광포에 자원을 많이 투자하니까.

하지만 내가 생더블을 한 사실을 상대가 모른다면?

용의 신전을 늦게 올리는 빌드를 쓴다면?

그렇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역으로 빌드를 먹을 수 있다는 뜻이지.

신들의 전쟁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완벽한 빌드는 없다.

상대가 한 빌드보다 좋은 빌드가 있을 뿐.

만약 김택윤이 다른 운영을 사용한다?

그럼 나도 차선책으로 준비해온 빌드를 쓰면 그만이다.

꾀 많은 토끼는 굴을 세 개 파 놓는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꾀가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기까지가 내가 그린 그림이다.

밑그림만 완성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완벽하게 채색을 할 자신이 있었다.

처음 이 계획을 감독님께 말씀드렸을 때 반대를 하셨다.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충분히 이해한다.

미친 소리처럼 들렸을 거다.

양대 우승을 차지하기 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이보다 더한 반응이 나왔겠지.

용용전에서 생더블을 하겠다는 말이 얼마나 정신 나간 소리인지 나도 잘 알고 있다.

아예 빌드 개념이 없는 사람 수준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날빌러]가 없었다면 꿈에도 못 꿀 빌드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난 감독님을 설득했다.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김택윤의 경기를 분석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당연히 [날빌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신 끝에 감독님의 입이 열렸다.

난 긴장한 채 감독님의 입만 바라보았다.

“그래. 한 번 해 봐라.”

……솔직히 의외였다.

이렇게 흔쾌히 허락하실 줄 몰랐다.

뭐 전략 선택은 선수의 의견이 가장 크게 반영되긴 하지만 더 좋은 전략을 찾아보자고 하실 줄 알았다.

그래도 그건 힘들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나올 것 같아 설득을 위한 말까지 준비했는데 다 필요 없게 되었다.

나에게 감독님이 딱 한 마디를 더 덧붙이셨다.

“네가 하고 싶으면 해라.”

든든했다.

감독님께서 날 얼마나 믿어 주시는지 알 수 있었다.

감독님의 두 눈에 어린 건 미심쩍음이 아니었다.

믿음.

확고한 믿음이 감독님의 눈동자에 아로새겨져 있었다.

난 정말 생더블을 하고 싶었고 진짜 그 빌드를 꺼내 들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날빌러]로 추천 빌드를 확인했다.

제발. 제발.

공격적인 빌드만 아니어라.

원래 하던 대로만 하길.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만약 김택윤이 공격적인 운영을 시도하면 준비해 온 것이 다 허사였다.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다행히 김택윤이 공격적인 빌드를 선택하지 않았다.

속으로 나이스를 연신 외쳤다.

상대의 빌드를 알려준 건 아니지만 김택윤이 어떤 빌드를 택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무조건 1제단 앞마당이다.

김택윤이 정찰을 가지 않는 빌드.

김택윤이 이 전장에서 정석처럼 사용하는 빌드다.

공격적인 빌드를 선택하지 않는 이상 정찰은 당연히 없을 거다.

여태껏 그래 왔으니까 이번에도 그러겠지.

김택윤의 특유의 난전 유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

김택윤이 변칙적인 빌드를 많이 쓴다고.

반대다.

김택윤은 안전을 지향한다.

가장 무난한 빌드를 선택해 피지컬로 상대를 압사시킨다.

이것이 김택윤이었다.

물론 가끔 변칙적인 빌드를 꺼내 드는 날이 있지만 적어도 오늘은 아니었다.

그럼 별수 있나?

당해야지.

***

이승우와 김택윤의 경기가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초반 이승우의 생더블 빌드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용용전에서 생더블이라는 빌드를 꺼내 들다니.

말도 안 되는 빌드.

신들의 전쟁을 좀 한다 아는 이에게 말하면 용용전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이란 소릴 들을 정도였다.

그 대상이 이승우라고 하면 다시 합죽이처럼 입을 다물겠지만.

더 놀라운 건 이 빌드를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그것도 김택윤을 저격했다.

용족의 생더블을 이길 수 있는 빌드가 10개가 있고 지는 빌드가 딱 하나 있다.

김택윤이 선택한 건 하나밖에 없는 지는 빌드였다.

김택윤의 불운에 모두가 탄식을 쏟아 냈다.

S1 벤치의 분위기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초상집 분위기가 어떠한지 제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영하 40도 러시아의 북풍한설이 제대로 몰아치고 있었다.

모두 표정이 안 좋다.

딱딱하게 굳었다는 말로는 설명이 모자란 정도로 경직된 얼굴이다.

처음 이승우가 생더블을 들었을 때 정찰만 하면 이긴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정찰을 안 할 줄이야.

이게 성공할 줄이야.

머리가 핑 돌았다.

김택윤이 선택한 빌드는 1제단 앞마당 이후 3제단을 늘리는 것.

평상시 자주하는 빌드이자 초반 공격을 할 수 없는 빌드였다.

그제야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단순한 배짱으로 생더블을 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김택윤을 완벽히 분석한 끝에 나온 빌드라는 것도.

특히 빌드 깎는 코치로 유명한 최연규의 충격이 컸다.

분석력도 분석력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과감하다. 상대가 뭘 하는지 훤히 보지 않는 이상 선택할 수 없는 빌드.

최연규가 중지와 엄지로 양쪽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김택윤은 자신이 이승우보다 빠르게 확장을 가져간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훨씬 늦게 앞마당을 활성화시켰다.

결과적으로 이승우가 한 타이밍 빠르게 병력을 폭발시켰다.

초반 견제를 전혀 받지 않고 생더블 성공시킨 보상이었다.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생더블을 성공시킨 용족은 무서웠다.

제단 확보와 테크가 동시에 올라가고 있다.

-경기를 하고 있는 김택윤 선수는 계속 의아할 겁니다. 왜 이렇게 병력이 많지? 테크가 빠르지? 비렴이 많지? 분명 나랑 비슷한 시기에 확장을 먹었을 텐데. 도대체 뭐지? 혹시 몰래 확장이 있나? 그래서 지금 용아가 분주히 전장을 돌아다니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정식 해설의 말처럼 김택윤의 용아가 전장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있었다.

존재하지 않는 이승우의 몰래 멀티를 찾기 위해서였다.

의아할 거다.

같은 자원을 먹는 데 이렇게 차이가 난다고?

그럴 리 없다.

무언가 숨겨 놓은 신전이 있을 것이다!

몰래 멀티가 있음 있었지 생더블은 절대 생각 못 하는 김택윤일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S1 벤치에서 그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허탈감에 다리에 힘이 제대로 풀릴 것이다.

============================ 작품 후기 ============================

내일 연재 쉴 수도 있습니다.

만약 쉬게 된다면 화요일에 4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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