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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17화 (217/575)

00217  Game No. 217 호랑이 굴에 물려가도  =========================================================================

Game No. 217

이재명 감독이 심각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상황이 좋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승우가 준비한 대로 뒷마당 신전을 가져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만약 뒷마당 신전을 가져갔다면 낭패를 봤을 거다.

아니 낭패를 본 것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예 경기가 끝났겠지.

확실히 이승우의 감이 좋다.

상대가 무얼 하는지 정확히 보지 못했음에도 촉으로 이상함을 감지하고 빌드를 변경했다.

일단 고비를 넘겼지만 앞으로 수많은 고비가 남아 있다.

무난히 앞마당을 먹고 힘 싸움으로 가면 승산이 없다.

과감히 동시 2멀티를 가져가든가 확장을 생략하고 공격적인 빌드로 정명혁을 끝낼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과감한 결단이었다.

물론 쉽진 않다.

실패하면 뒤가 없으니까.

동시에 팀이 패배하니까.

그래도 해야 한다. 우물쭈물하며 시간을 보내다간 이도 저도 아닌 경기가 된다.

이승우는 할 수 있다.

이재명 감독은 그렇게 믿었다.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었고.

그래서 이승우를 대장에 내보낸 것이었다.

설사 경기를 내주더라도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

다른 팀에 보여 주는 거다.

나는 위기에서 이렇게 움츠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택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라는걸.

이조차 일종의 심리전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승률이 좋아도 같은 빌드를 반복하면 언젠가 성적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내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 선수는 어차피 이렇게 하겠지. 그러면 방어를 하자. 혹은 더 째 버리자.

오히려 역으로 이용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극단적인 공격을 즐겨 사용하는 최현봉이다.

한때는 알고도 막지 못했다.

그래서 데뷔 이래 내내 같은 스타일을 고집했다.

이제는 당하는 선수가 드물다.

가끔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두긴 하지만 승률로 봤을 때 감독이 선호하는 선수는 아니다.

스타일처럼 승률과 경기력에도 기복이 있었으니까.

이렇게 파악되는 선수가 되면 안 된다.

이승우는 이런 점에서 아주 훌륭한 선수였다.

딱 하나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다 잘한다.

그래서 상대가 난감해한다.

어떤 걸 쓸지 모르니까.

오늘도 그런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불리하지만 이번 경기도 충분히 뒤집어 낼 수 있다.

***

무언가를 준비해 왔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결승행을 결정하는 경기니까.

나만 잡으면 S1이 결승에 가니까.

근데 이렇게 독한 걸 준비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원래 준비했던 대로 뒷마당에 신전을 가져갔으면 아주 그냥 조……. 아니 큰일 날 뻔했다.

다시 생각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네.

우씨.

내가 무슨 마수야?

망루 러시를 준비하게?

처음엔 환상을 보는 줄 알았다.

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러시였으니까.

지금 이 타이밍에 궁병이 온 것으로 보아 최소 중앙 8도감이다.

아니 더 빠를 수도 있다.

정명혁이 내 종족을 마수라고 착각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한 치즈러시를 선보였다.

궁병 3기를 발견하는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나왔다.

차마 입 밖으론 내지 못했지만 욕이 계속 나왔다.

막긴 막았지만 피해가 꽤 있다.

무난히 경기가 진행된다면 힘든 싸움이 될 거다.

기본적으로 뒷마당이 있는 전장.

정명혁은 아마 1화통에서 앞마당과 뒷마당을 모두 가져가며 배를 불릴 거다.

그 꼴을 그냥 보고 있을 순 없지.

배를 불린다고?

그럼 난 그 배를 찢어 주마.

당하고만은 못 산다.

적어도 경기 내에선 당한 건 꼭 갚아 줘야 한다.

도박수다.

실패하면 그대로 끝이다.

그냥 GG인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경기를 이어 간다고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초반 격차가 크다.

이걸 따라잡아야 하는데 상대가 정명혁이다.

현재 두 번째로 강력한 환국이라는 소릴 듣는 정명혁이 상대란 말이다.

뻔한 수는 안 통한다.

이미 머릿속에 다 있을 거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를 해야 한다.

위험부담이 크지만 그 정도는 되어야 정명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아. 전혀 뜻밖의 선택입니다. 이승우 선수! 결단을 내렸습니다!

-대박이네요. 저는 1제단 유지하면서 앞마당을 가져가면서 후반을 노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봤는데. 아. 이승우 선수 역시 다르네요. 이래서 제가 개인리그 4강까지밖에 못 갔나 봅니다. 우승자는 확실히 다르군요.

김정식 해설이 자학개그를 하며 웃음을 주었다.

김정식의 최고 커리어가 개인리그 4강이긴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환국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4강 상대가 임주혁이나 홍진우같은 당시 시대의 지배자들만 아니었다면 김정식도 우승 혹은 준우승의 커리어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1제단을 유지하며 앞마당을 가져가는 것까진 김정식 해설이 맞췄다.

틀린 건 그 뒤였다.

이승우는 안전하게 본진에서 제단을 늘리며 전투를 준비하지 않았다.

정명혁의 훈련도감이 있던 곳에 솟대를 소환하며 전진 건물을 준비했다.

완성된 솟대에 지어진 건물은 용의 신전이었다.

-전진 용의 신전인가요?

-저 위치에 꼭 지을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본진에 용혼 세워 두면 정찰 안 당할 수 있거든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 역시 이승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우와.

-단순 전진 용의 신전을 할 이승우 선수가 아니죠!

-세상에. 제가 잘못 본 건 아니죠? 정말 신개념인데요.

-저희가 성급했습니다. 그 후까지 봤어야 하는 건데요! 아. 화끈합니다!

3개의 제단이 차례대로 소환되었다.

올인이다. 올인.

정명혁을 상대로 3라운드에 보여 줬던 전진 3제단 러시.

물론 그때보다 상황은 안 좋다.

당시엔 아무런 피해 없이 준비된 전략을 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초반 피해 때문에 타이밍이나 위력이 많이 반감되었다.

애초에 준비 된 전략이 아니었을 거다.

초반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일 것이다.

뒤가 없는 전략.

통하면 이기고 안통하면 진다.

어차피 후반으로 가면 답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급하게 꺼낸 카드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

이것이 관건이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용의 신전에서 운룡을 생산해 함께 러시를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본진이나 뒷마당 언덕으로 병력을 실어 나를 수도 있고 지룡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끌은 후 지룡과 함께 정면을 뚫을 수도 있다.

분명 그 타이밍의 러시는 강력하다.

하지만 막지 못할 것도 아니다.

완벽히 뚫지 못하면 용족이 이길 수 없다.

그사이 화통도감이 늘어나고 용족보다 훨씬 많은 수의 병력이 생산될 테니까.

시간은 이승우의 편이 아니었다.

-이승우 선수 용안 생산도 쉽니다. 여기에 모든 걸 걸었어요.

-한 타이밍이 느린 올인이네요. 역으로 먹힐 수도 있거든요?

-이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정명혁 선수 대장간부터 올리느라 화통도감의 확보가 한 타이밍 늦었습니다.

-이게 무엇이냐? 운룡이 나올 때 천자총통의 숫자가 적다는 말이에요!

-하나의 화통도감을 유지하며 대장간을 짓고 뒷마당 군영까지 가져갔습니다. 화통도감 하나로 나오는 병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불과 몇 분 전 예약 정찰을 통해 앞마당을 가져간 후에도 용혼의 사업을 돌리지 않고 있는 걸 확인한 정명혁.

혹시 흑완이나 지룡을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바로 대장간을 올린 후 화살탑을 앞마당과 본진에 건설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지룡이나 흑완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용혼의 사업이 늦은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초반 견제로 인해 금을 제대로 채취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앞마당을 가져가기 위해 철을 먼저 캐느라 금을 캐는 용안이 1기밖에 없었다.

정명혁의 일꾼이 정찰을 오기 얼마 전 3기로 늘은 것이었다.

만약 상대가 이승우가 아닌 보통 용족이었다면 자신이 준 피해 때문에 사업을 돌리지 못하고 있구나라고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보통 용족이 아닌 이번 시즌 양대 우승을 차지한 최고의 용족.

혹시 다른 전략을 준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가능성이 20%도 안 된다 하더라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찝찝하니까.

이것이 이름값이 가지는 힘이었다.

-자. 제단 완성되었습니다. 용안 숫자가 적긴 하지만 그래도 총 두 군데서 자원 채취하고 있거든요? 3라운드와 달리 4개의 제단을 모두 돌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제단이 4개기 때문에 운룡과 동시에 4용아가 나오거든요? 운룡으로 병력 실어 날라서 뒷마당 쪽 견제도 충분히 해 줄 수 요.

여전히 두 번째 화통도감은 올라가지 않았다.

정명혁이 건설하는 건 화포연구소와 의방이었다.

흑완과 지룡이 오지 않는 순간 느꼈다.

이승우가 굉장히 가난하다는걸.

그걸 갈 금조차 없이 빡빡하게 운영을 하고 있다는걸.

그래서 기반 시설을 먼저 확보한 후 화통도감을 늘려 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즉 우선순위에서 병력을 가장 끝에 있는 것이다.

뒷마당이든 앞마당이든 어딘가 한 번은 두드릴 것이다.

그건 심시티와 소수 병력 배치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착각이었다.

이러면 이승우의 한 방이 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번 제대로 보여 줄 생각입니다. 초반에 전진 도감으로 그렇게 해? 너만 할 줄 아냐? 나도 전진 제단 할 줄 안다!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네요.

-정명혁 선수의 앞마당과 이승우 선수의 전진 건물이 얼마 차이나지도 않습니다. 진짜 과장 조금 보태면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서 칼을 갈고 있거든요?

-그렇죠.

-딱 두 화면 정도 차이죠.

후끈 달아올랐던 S1의 벤치의 분위기가 점점 차게 식어 갔다.

좋지 않다.

지금 상황이라면 어디든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막지 못하면 끝나고 막아내도 유리한 게 아니다.

5:5.

초반의 유리함은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관중들도 경기에 집중했다. 솔직히 초반에 끝난 경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끝나기는커녕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안개 속으로 빠져버렸다.

이승우는 대단했다.

쉽게 무너지는 선수가 아니었다.

지더라도 무언가를 보여 주는 선수라는 걸 사람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었다.

-자. 용아까지 생산해 냈습니다.

-딱 맞춰서 운룡도 나왔죠.

-운룡에 4용아 타서 완벽한 타이밍에 딱 뚫는, 그래서 거의 경기를 마무리 짓는 단계까지 가야합니다.

-언덕에 다 올리는 겁니다. 이거를. 용혼 전부 실어 나른 후에 운룡에 용아 4기 꾹꾹 채워서 떨구게 되면 화살탑 2개 정도는 지으면서 안전하게 막아야 해요!

본진과 앞마당엔 화살탑이 건설되어 있었지만 뒷마당엔 아직 화살탑이 없었다.

띄워 놓은 대장간으로 용족의 병력이 뒷마당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걸 확인한 정명혁이 2기의 천자총통과 4기의 궁병을 보내며 방어를 준비했다.

뒷마당이 넓은 지역이라면 한 번에 덮칠 수 있지만 좁은 길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2기의 천자총통은 이승우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그걸 해소시켜 주는 것이 바로 운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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