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3 Game No. 213 답답하지? =========================================================================
Game No. 213
감독님께서 알려 준 전략은 간단했다.
용아 찌르기로 이영우를 흔든 후 첫 번째 멀티를 중립 확장 지역에 가져가는 것.
몰래 멀티 개념은 아니었다.
활성화를 위해 일꾼을 보내야 하니 비교적 가까운 곳이 지어야 한다고 하셨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의미가 숨어 있는지 말이다.
곧바로 이어진 감독님의 설명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토해 냈다.
“이영우의 장점 중 하나가 정찰을 꾸준히 한다는 것이거든. 아마 네가 찌르기를 하는 동안에도 이영우는 정찰을 꾸준히 돌릴 거야. 정찰의 목적은 하나. 네 앞마당 타이밍을 보고 싶어 하겠지. 이영우가 감이 좋다고 많이들 말하는데 감도 감이지만 정찰을 정말 잘해. 상대가 무얼 하는지 그때그때 파악한다는 뜻이지. 네가 중립 지역에 확장을 가져가면 이영우는 혼란에 빠질 거야. 분명 앞마당에 신전이 있어야 할 타이밍에 없으니까. 용아 찌르기에 피해를 받던 안 받던 이영우는 머릿속이 복잡해질 거다. 이미 결승에서 흑완과 지룡에 모두 당한 적이 있으니까. 결국 화살탑과 관측소를 모두 달 수밖에 없다는 뜻이야. 그럼 그 후에 네가 뭘 해야 할 것 같냐?”
“제단 하나 유지한 채 바로 앞마당에 트리플을 가져가는 것.”
“그렇지. 역시 똑똑하네.”
“똑똑하긴요. 감독님이 말씀해주지 않으셨다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텐데요.”
정말 묘수였다.
확장 위치 하나를 움직였을 뿐인데 경기가 절로 유리하게 바뀐다.
러시 거리가 가깝다는 걸 역이용한 전략.
동시에 중반 이후 환국의 조이기를 병력의 우위로 완벽하게 막아 낼 수 있게 되었다.
“상대는 앞마당 하나 먹고 대장간에 의방 올리느라 정신없는 타이밍에 넌 트리플 펑펑 돌리면서 물량 찍어 내면 끝인 거야.”
감독님의 말씀대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아니 그보다 훨씬 유리하게 경기가 진행되었다.
찌르기를 통해 이영우가 도감 더블을 했다는 걸 알았다.
도감 더블을 했음에도 용혼의 사업까지 하고 확장을 가져가는 나와 확장에서 자원을 채취하는 시기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이것만으로 내가 좋은 상황이다.
지금의 상황을 유지만 하자.
그러면 전투에서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
-아. 이승우 선수 정말 똑똑합니다. 확장을 저기다 가져가 버리다니. 만약 앞마당 없는 거 이영우 선수가 확인하면 정말 미쳐 버리거든요?
-그렇습니다. 온갖 생각이 다들 겁니다. 왜 지금까지 확장이 없지? 전진 흑완인가? 아니면 지룡인가? 이런 저런 걱정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군영을 앞마당에 내려놓지도 못했는데 대장간과 의방을 지을 수밖에 없거든요!
최승원 해설이 말을 마치자마자 이영우의 일꾼이 이승우의 앞마당으로 향했다.
아까 망루를 짓다 도망간 그 일꾼이었다.
체력이 빠진 일꾼이었기에 본진까진 들어가지 못하고 중간에 용혼에게 잡혔다.
일꾼이 전달한 정보는 아직 앞마당이 없다는 것이었다.
제 딴엔 임무를 무사히 완수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오히려 이영우에게 안 좋게 작용하는 정보를 남기고 간 셈이었다.
-차라리 앞마당을 보기 전에 죽었으면 나을 것을. 딱 거기까지 확인하고 죽었습니다.
-아. 진짜 좋아요. 방금 앞마당 없는 거 정말 자연스레 보여 줬거든요?
-이러면 짜내기 같잖아요! 초반 이득을 거두고도 앞마당을 가져가지 않는 용족을 보고 후반지향적이구나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그렇죠. 방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방이든 대장간이든 무조건 하나를 올라갑니다. 이러면 내려오는 타이밍 더 늦어지죠!
-안 그래도 상황이 안 좋은데 오지도 않을 흑완과 운룡을 대비하게 생겼습니다. 아.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네요.
-이영우는 그거 모르죠! 흑완이 올 수도 있고 3센티 드랍이 올 수도 있는 거고 지룡이 날아올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저번처럼 흑완이 어디선가 걸어 나올 수도 있는 거고!
-오히려 많은 경기를 펼쳤기에 이영우 선수가 완벽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아. 이영우 선수 대장간 짓네요.
이영우의 선택은 대장간이었다.
두 번째 화통도감보다 빠르게 대장간을 지었다. 그리고 본진에 무려 3개의 화살탑을 건설했다.
본진 입구 망루까지 하면 군영 하나를 방어 건물에 쏟아부은 격이었다.
유영준 해설의 말처럼 오지도 않을 흑완과 운룡에 대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헛돈 쓴 것이다.
이렇게 쓰일 돈이 아니었다.
화통도감 올리거나 병력을 생산하는 데 쓰였을 철이었다.
본진 입구에 망루까지 건설하는 이영우.
그는 이승우가 올인을 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제대로 헛다리 짚은 상황이다.
올인은커녕 이승우는 공격을 들어갈 마음조차 없다. 용의 신전 지으며 편안히 경기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사이 완성된 6시확장 신전에 용안을 붙이는 이승우.
-아. 제단 하나에서 테크부터 확장까지 다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것도 모르고 이영우 선수는 잔뜩 움츠려서 오지도 않을 펀치를 막을 준비를 하고 있네요.
-용안 앞마당으로 가는 걸 보니 세 번째 신전 소환할 생각인가보네요.
-이러면 용족이 어떻게 집니까? 1제단에서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고 아니 오히려 환국에게 피해를 입히며 신전을 세 개나 늘립니다!
-아. 당했어요. 이영우 선수 완전히 당했어요!
-아직은 경기 중이라 모르겠지만 경기 끝나고 리플 보면 아뿔싸. 내가 너무 당했구나. 이런 생각 들 겁니다.
-뒷목을 잡고 쓰러질 수도 있어요! 천하의 이영우가 이렇게 속아 넘어가다니!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기면 됩니다. 역전승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저도 압니다. 하지만 지금 경기를 펼치는 선수가 이영우지 않습니까? 다른 선수라면 몰라도 이영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고 있는 책임감이 크면 클수록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이영우 선수지 않습니까? 지금 이영우 선수가 지면 뒤가 없습니다. CT는 잘해야 3등인 거예요!
이승우가 두 군데서 펑펑 자원을 돌리며 세 번째 신전을 짓는 사이 천자총통의 진천형 개발이 완료되었다.
천자총통의 포격이 한 번 터지고 나서야 앞마당에 군영을 옮길 수 있게 된 이영우였다.
***
‘당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이정훈 감독이 이를 바득 갈았다.
이영우의 전략을 함께 준비했기에 분노는 더욱더 컸다.
이승우를 속이기에 위해 입구를 막는 플레이를 준비했는데 상대는 그보다 더한 전략을 들고 나왔다.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다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자존심이 상했다.
오히려 선수에게 독이 되는 전략을 추천했으니까.
저런 기발한 운영을 들고 나올 줄 상상도 못했다.
저 전략을 이재명 감독이 짰다면 감독전에서 완전 밀린 꼴이다.
뒤늦은 후회.
이미 경기는 시작했고 어느새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대로 흘러간다면 이영우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10%도 되지 못한다.
어떻게든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제3자의 눈으로 앞이 캄캄하다. 경기를 직접 치르는 이영우는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에 홀로 떨어진 기분일거다.
하지만 이영우라면.
이영우라면 모른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 패배한다면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0이 된다.
보통 선수라면 위기 상황에서 약해지지만 이영우는 오히려 강한 모습을 보여 준다.
지금은 거기에 모든 걸 걸어야 했다.
***
이영우를 상대로 초반의 유리함을 가져가기란 매우 힘들다.
중간 이후 흔드는 운영에 자신도 모르게 페이스가 말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승우는 본인의 색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이영우도 가만히 있던 것이 아니다.
어쨌든 2개의 화통도감을 확보했으니, 모아 놓은 천자총통과 궁병을 끌고 피해를 줄 요량으로 남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용안 1기를 이영우의 큰 입구 근처에 배치해 놓아 진출을 빠르게 캐치해 이영우의 시도를 무위로 돌렸다.
5기의 천자총통이 있어 용혼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섞여 있는 2기의 용아가 눈엣가시였다.
화차 없이 천자총통과 궁병으로만 구성되어 있었기에 2기의 용아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결국 이영우는 전진을 포기하고 길게 늘어서며 후반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이승우의 용혼 배치가 좋았다.
돌아오는 일꾼이나 화차를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용혼이 있다가도 병력이 나올 것 같으면 바로 한 덩어리로 뭉쳐 전투를 준비했다.
-아, 틈이 없어요. 틈이.
-너무 단단하네요. 이승우 선수. 유리합니다. 굉장히 유리하게 경기가 진행되고 있어요. 이영우를 상대로 이렇게 태산 같은 굳건함을 보여 주는 선수가 또 있었나요?
-이대로 더블 스코어로 벌어지나요?
이영우의 화차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이승우의 방어에 오히려 화차만 잃는 모습을 보여 줬다.
어느새 이승우는 남쪽 지역을 전부다 가져간 상태였다.
반면 이영우는 앞마당을 포함하여 3개의 확장만을 보유한 상태.
그중 1개는 큰 입구 쪽에 붙어 있는 철광 확장이었다.
본진의 금광은 이미 떨어진지 오래고 단 두 군데서만 제대로 채취를 하고 있었다.
제대로 자원난에 허덕이는 상황이었다.
가지고 있는 자원의 차이가 꽤 컸다.
그나마 이영우가 잘해 준 건 전선을 가로로 길게 가져가며 11시 지역을 확보할 수 있는 기점을 마련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멀티를 12시에 먹은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었다.
3시 멀티가 가져가기 더 쉬운 확장 지역이었지만 그 곳을 먹을 경우 자연스레 1시와 3시에 갇히게 된다.
그사이 용족이 11시 스타팅까지 가져가 버리면 회전력 싸움에서 결코 이길 수 없게 되어 버리니까.
당장 11시 멀티를 가져갈 순 없지만 적어도 용족이 먹는 걸 방해할 수 있게 된다.
역시 이영우는 이영우였다.
물론 유리한 건 아니다.
여전히 상황은 안 좋다.
이영우가 놀고 있지 않듯 이승우도 놀고 있지 않았으니까.
-이승우 선수가 9시 멀티를 먹으면서 전선을 위로 가져간 건 정말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그렇죠. 그것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안전하게 7시를 확보할 수 없었을 겁니다.
4인용 전장을 기준으로 중립 확장을 먹은 용족이 다음 확장으로 선택하는 곳은 스타팅 포인트다.
방어가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승우가 선택한 곳은 9시 중립 확장 지역이었다.
전선을 위로 끌어 올림과 동시에 병력을 전진 배치시켜 상대적으로 7시를 안전하게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9시에 용광포를 짓고 그 옆길로 용혼을 배치하니 화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천자총통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이동하는 순간 병력에 싸먹히니까.
굉장히 공격적인 멀티 위치로 환국의 움직임을 제한한 것이다.
동시에 7시의 3군데 확장지역을 아무 피해도 받지 않고 가져갈 수 있게 되었고.
테크도 쑥쑥 올려 2개의 나가도 3기 이상이나 확보했다.
비렴 역시 몇 기가 함께 보였다.
환국은 지금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제한이 많다.
지뢰가 없는 곳에서 싸우면 안 되고 이동 중에 싸워도 안 된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을 때, 그러니까 자리 잡은 환국의 병력에게 용족이 들이부을 때 싸워야 한다.
이승우가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해 줄 리가 없다.
이영우가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매우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