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1 Game No. 211 투우록. =========================================================================
Game No. 211
<ㅎㄷㄷ 이승우 미친듯>
<제대로 신받았다;;;;;>
<이 정도면 신이라고 불러야하는거 아니냐?>
<이승우 용족 원탑임. ㅇㄱㄹㅇ ㅂㅂㅂㄱ>
<근데 3세트 너무 잔인한거 아님?ㅋㅋㅋㅋ 19살 짜리애한테 이무기 러싴ㅋㅋㅋㅋ>
<멘탈 터졌을 듯. ㅎㄷㄷ>
<개잔인함ㅋㅋㅋㅋㅋ 같은 용족인데 조금 봐주짘ㅋㅋ 이무기까지 꼭 그랬어야햇냐!ㅋㅋㅋ>
<정용재 표정보소ㅎㄷㄷ 혼 빠져나간 듯.>
<누가 가서 정용재 입좀 다물어줘라. 안쓰러워죽겠네.>
순식간에 <신 이야기> 게시판이 이승우의 이야기로 도배가 되었다.
GO전 올킬.
나무전자전 2킬.
CT 3킬 진행 중.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미친 활약이었다.
이제 휴가에서 복귀한 선수라고 하기엔 그 활약이 너무 뛰어났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
만약 CT전까지 올킬을 해 버리면 위너스리그 단일 시즌 5회 올킬이라는 말도 안 되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미 김택윤의 39승을 넘는 대기록을 세워 버렸다.
<이승우 휴가 간게 아니라 비밀 훈련하고 온거 아님? 시간과 정신의 방이라던가. 뭐 그런데서.>
<스파트타 학원다녀온듯. 병력 움직임에 각이 서 있다. 군대가면 잘 할 듯 ㅋㅋ 근데 너네 군대는 다녀왔냐? ㅋㅋ 안갔으면 빨리 갔다와라.>
<군부심 극혐 ㅗ>
<ㅋㅋㅋ저기서 군대 이야기가 왜 나옴?ㅋㅋㅋㅁㅊㅋㅋㅋ자랑할게 없어서 군대 자랑을 ㅋㅋㅋ>
<신 이야기>는 그나마 정상(?)적인 이야기들이 올라온 것이었다. 이미 <신전 갤러리>는 이승우의 찬양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이승우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신들의 전쟁 갤러리>는 <이승우 갤러리>로 바뀌었다.
다른 선수의 팬들이 불만을 표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이승우 갤러리를 신설하고 거기서 놀라고 말했지만 모두 귓등으로 흘렸다.
<이승우 도핑 테스트 해봐야 할 듯. 몸 안에서 다량의 열정, 희생정신이 발견 될 듯.>
<방금 이승우 경기 보는데 뒤에 백만 용족의 환영이 보였다. 이거 나만 본거냐?>
<ㄴㄴ나도 봄. 방금 팬티 갈아입고 옴.>
<이승우 부상. 우리들 마음 속의 슈퍼스타로 부상.>
그 와중에 궤를 달리 하는 글 제목이 하나 보였다.
<이승우 다들 좋음? 난 별로.>
유달리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그만큼 어그로를 끄는 제목이었다.
순간 짜증이 솟은 용족 팬들이 그 글을 클릭했다. 분노의 댓글을 남기려는 찰나 내용을 보고 마음이 풀어졌다.
내용은 간단했다.
<저 하늘의 별로>
흐뭇한 마음이 든 용족 팬들이 선플을 앞다투어 남기기 시작했다.
<놀랐잖아요. ㅎㅎ >
<제 마음 속에도 별이 되어버림ㅎㅎ>
<님 센스 쩌시는 듯 ㅋㅋㅋㅋ>
정말 훈훈한 인터넷 문화의 한 장면이었다.
***
3:0.
마지막 3세트에서 [승우네 관광버스]를 사용했다.
얻은 조각은 2개.
정확히 10개를 채우자마자 환한 빛을 내더니 바로 스킬 포인트로 교환이 되었다.
여유분의 스킬 포인트는 강철멘탈에 투자했다.
레벨 업이나 [승우네 관광버스]로 얻은 스킬 포인트는 어차피 1개다.
그렇기에 1단계 스킬에 투자했다.
2단계 스킬은 레벨을 올리려면 기본적으로 스킬 포인트가 2개가 필요하기 때문에 업적 보상으로 많은 수의 스킬 포인트를 얻을 때 한 번에 올릴 생각이었다.
스킬 포인트가 노는 꼴은 볼 수 없었다.
“마지막은 이영우다.”
충분히 예상했다.
이영우가 나오리라는걸.
슬쩍 CT쪽의 벤치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크게 동요하고 있지 않다.
스코어는 3:0.
한 세트만 내주면 팀이 패배하는 상황임에도 여유까지 내비친다.
저게 바로 이영우가 가진 힘이겠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강의 팀을 상대도 밥 먹듯 역올킬을 해 온 이영우였으니까.
S1도.
나무전자도.
화성도.
GO도
내로라하는 에이스를 가진 팀들도 모두 이영우의 역올킬이나 역3킬에 무너진 적이 있었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영우는 [날빌러]가 거의 통하지 않는 선수다.
8번이나 만나면서 제대로 느꼈다.
이영우를 빌드로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
오히려 말리는 수가 있다.
이미 겪어보지 않았는가?
그때는 지금보다 능력치가 낮았을 때긴 하지만 그래도 방심을 해선 안 된다.
[날빌러]는 굉장히 좋은 스킬이다.
상대가 방심하거나 객관적으로 낮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을 땐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는 스킬이다.
하지만 상대가 택뱅리쌍 급으로 올라간다면, 그리고 그 선수들이 방심하지 않고 경기를 한다면 [날빌러]의 효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대부분 지지 않는 빌드를 추천해 주긴 하지만 항상 이기는 빌드를 추천해 주는 건 아니다.
스킬이 안 먹힐 때도 있다.
다전제라면 모를까 이영우와의 단판에서 위험성 높은 스킬을 가져가는 건 옳지 못하다.
더군다나 전장은 화랑도.
과정 조금 보태서 10번 싸워서 10번 손해를 안 봐야 이길 수 있는 전장이다.
그럼 뭘 가져가야 하나고?
뻔한 것 아니겠어?
[투신] 하나 가져가고 그 다음엔 [투신] 챙겨야지!
[투신]만 2개 챙기면 좀 위험하니까 [폭주기관차]도 하나 챙기고.
흠. 나머지 하나는 [투신]으로 할까?
아. 앞선 경기에서 한 개씩 써서 남은 [투신]이 없구나.
아쉽네. 아쉬워.
조금 아껴서 쓸걸.
사실 3세트에선 스킬을 쓸 필요가 없었다.
[위너스리그의 사나이]로 충분했으니까.
초반 전투에서 [투신]을 쓴 것이 조금 아쉽긴 하군.
이미 지나간 일 후회하면 뭐하랴.
[위너스리그의 사나이]도 썼고 남은 건 [날빌러], [아직 모른다], [CCTV]다.
괜한 고민을 했군.
난 바로 스킬을 슬롯에 장착했다.
마지막 슬롯을 차지한 스킬은 [CCTV]였다.
닥공이 무엇인지 이번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 줄 생각이었다.
***
-CT의 대장이 4세트 만에 나왔습니다. 이렇게 이르게 나오는 건 정말 오랜만이거든요?
-과거 이영우 선수가 소년 가장이란 이야기를 들을 때라면 모를까 다른 팀원들의 수준이 확 올라간 지금, CT를 이렇게 몰아붙일 수 있는 팀은 정말 없었거든요.
-전 시즌 정규리그와 위너스리그 준우승 팀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무너져서는 안 되죠!
-CT에게 그나마 희망적인 건 이승우 선수가 연달아 경기를 펼치면서 체력적으로 조금 지쳐 있다는 겁니다.
-글쎄요. 제가 봤을 땐 오히려 다 살아난 것 같은데요?
유영준 해설의 말에 최승원 해설이 반박했다.
최승원 해설의 말처럼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더 활활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최승원 해설이 부연 설명을 붙였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승우 선수는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소모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경기력이 상대적으로 조금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경기를 던지는 건 아닐까 싶정도로 무모한 빌드를 사용한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양대 우승 이후 치러진 GO전에서 그런 모습이 싹 사라졌습니다.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개인리그 결승에서 보여 줬던 특유의 파괴적인 모습이 올킬을 하는 동안 내내 나왔거든요? 오늘 경기도 그렇습니다. 적어도 3세트까지 이승우 선수는 전혀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거든요?
제대로 봤다.
완벽한 분석이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 시스템이 바뀌면서 이승우의 경기력이 고르게 나타나게 되었다.
1단계에선 원하는 때에 마음대로 스킬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체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2단계는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킬을 고르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만 그보다 위력이 강화되어 2번 사용할 걸 1번으로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엄청난 것이었다.
정규 프로리그나 개인리그 16강 같은 단판에선 1단계가 더 강력했을지 몰라도 위너스리그나 개인리그 다전제에선 2단계의 효율이 더 높았다.
이승우도 그걸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4세트 전장은 화랑도로 용족을 상대로 환국이 굉장히 할 만한 전장이죠?
-그렇습니다. 본진과 본진은 러시 거리가 굉장히 멀지만 큰 입구끼리의 거리가 굉장히 가깝거든요? 특히 세로 지역에 걸리면 정말 빠른 시기에 러시가 올 수 있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전장이 좁게 느껴지고 용족이 압박을 받는다는 겁니다. 중간중간 구조물로 형성되어 있어서 용족의 병력이 한 번에 달려들 수 없는 구조거든요? 그런 점도 환국에게 웃어 줍니다.
-더군다나 화랑도에서 나오는 선수가 이영우 선수입니다. 일명 엎어지는 운영의 달인이거든요?
-아마 그러한 점 때문에 이영우 선수가 대장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합니다.
-현재 양 선수의 상대 전적은 5:3으로 이승우 선수가 2경기 앞서가고 있거든요? 만약 오늘도 이승우 선수가 승리를 거둔다면 6:3. 더블 스코어가 됩니다.
이영우와 10전 이상을 치러서 상대 전적이 앞서있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동률 혹은 이영우가 상대 전적에서 앞서 나간다.
몇몇 선수들이 이영우를 상대로 4:1이나 3:0 등 천적관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10전이 넘어가는 순간 그 스코어는 모두 역전되었다.
천적이라는 설레발을 친 것이 머쓱해지는 상황이었다.
만약 오늘 이승우 선수가 이긴다면 6승을 하게 돼, 10전을 치르더라도 상대 전적에서 앞서 있는 선수가 된다.
기록이라면 기록이었다.
-요즘 이승우와 이영우를 새로운 라이벌로 꼽는 사람들의 숫자가 하나둘 늘고 있습니다. 그에 걸맞는 경기력이 나올 것이기에 누가 이기더라도 명경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눈이 호강하는 그런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많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한 마디면 됩니다. 바로 전 시즌 결승 리매치입니다.
한 시즌 만에 8번이나 만났다.
양 선수가 지금의 기세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개인리그나 프로리그에서 훨씬 더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그중 절반은 팀의 승패나 본인의 탈락 여부를 가리는 아주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 둘의 대결에 이름을 붙이려 노력했다.
여러 후보들이 나왔다.
가장 먼저 나온 건 리쌍록이었다.
이는 바로 탈락했다.
이미 이제운과 이영우의 대결을 리쌍록이라 부르고 있었으니까.
그 다음 나온 건 新리쌍록이었다.
유치한 이름에 사람들이 기겁을 했다.
도대체 그게 뭐냐고.
新리쌍록이란 이름을 제시한 가도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의 글은 비추천 20개를 받고 쓸쓸히 사라졌다.
사람들의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건 예찬휘란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올린 투우록이었다.
two우, 그러니까 이승우와 이영우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었다.
이들의 대결이 싸움소처럼 우직하게 서로 밀어 붙이는 걸 즐기니 나름 의미도 가지고 있었다.
투우록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어느새 이들의 대결을 투우록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영우 선수 그걸 지켜볼 수 없죠. 전장도 마친 화랑도입니다. 이번 경기 잡으면서 팀도 위기에서 구하고 동시에 본인의 자존심도 되찾아야합니다.
-자. 양 선수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희대의 라이벌이 될 수도 있는 이승우와 이영우, 이영우와 이승우의 대결을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