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0 Game No. 210 복수전. =========================================================================
Game No. 210
아스트로가 나무전자를 상대로 4:2 승리를 거두며 연승을 이어 나갔다.
이승우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허영우와 송병호를 잡아내며 2킬을 따낸 것이다.
송병호와 벌인 마지막 6세트는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 될 만큼 인상적인 경기였다.
병예로 비비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경기 MVP는 당연히 이승우의 품에 돌아갔다.
최고의 경기를 보여 준 이승우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승우에 대한 찬양 글이 올라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과거 임주혁이 솟대로 입구가 막힌 지역을 지뢰 비비기로 뚫고 갔을 때와 같은 반응이었다.
그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에 모두가 놀라워했다. 이것은 순식간에 움짤로 만들어져 각종 커뮤티니 베스트 게시물을 석권했다.
이제 남은 경기는 2경기.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자력으로 위너스 리그 결승 티켓을 따내게 되는 것이었다.
승패는 S1과 같아지지만 승점에서 앞서기 때문이었다.
아스트로가 이렇게까지 선전을 하게 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불과 3라운드가 시작하기 전만 해도 사람들의 예측은 맞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3라운드부터 아스트로가 달라졌다.
이승우라는 최고의 엔진을 장착한 아스트로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16승 4패.
아스트로가 거둔 3, 4라운드 승패다.
무려 승률이 80%다.
만약 남은 2경기에서 승리를 차지하게 되면 4라운드까지 통합 승패는 22승 22패로 딱 50%의 승률을 가지게 된다.
11위였던 아스트로가 6위까지 올라오는 것이다.
아직은 7위였지만.
3라운드 전까지 우승 후보로 절대 거론되지 않았던 아스트로가 어느새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통합 성적으론 위너스리그처럼 정규리그의 우승을 노리는 것이 불가능한 아스트로지만 6위까지 티켓이 주어지는 포스트시즌은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여차저차 포스트시즌 진출만 성공하게 되면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정규리그는 아직 먼 이야기고 당장 위너스 리그부터 신경 써야 한다.
GO, 나무전자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따내며 연승 행진을 펼치고 있는 아스트로.
이제 CT와 S1전밖에 남지 않았다.
각각 3위와 1위에 올라 있는 팀. 아스트로 입장에선 최대의 고비다.
아스트로에게도 중요하지만 이들에게도 중요한 경기다.
세 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되었지만 아직 순위는 확정되지 않았다.
승 차이도 크지 않다.
순위별로 1승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S1이 17승 3패고 CT가 15승 5패였다.
경우의 수가 복잡하다.
CT는 최대 2위까지밖에 노릴 수 없다. 남은 경기를 다 이기면 17승 5패로 위너스 리그를 마무리한다.
3라운드까지만 해도 결승에 직행할 것 같은 좋은 분위기였지만 4라운드에 많이 미끄러졌다.
이제운에게 올킬을 내주었고 그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육군에게 패하고 말았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물론 이 두 경기에 이영우는 출전하지 않았다.
그때 이영우는 이승우와의 결승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들은 남은 2경기를 전승으로 마무리하고 아스트로가 2패를 한다면 2위가 될 수 있다.
혼자만 잘해선 안 되고 아스트로가 못해야 한다.
그렇기에 CT팬들을 제외한 이들은 CT가 2위보단 3위로 위너스리그를 마무리 짓지 않을까 대부분 예상하고 있었다.
S1같은 경우 상황이 제일 간단하다
다른 경기에서 져도 상관없다.
오직 아스트로만 이기면 결승 직행이 확정된다.
그전에 아스트로가 CT에게 패배한다면 경기를 치르기 전에 축포를 터뜨릴 수 있다.
S1 입장에선 CT가 아스트로를 이기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아스트로 같은 경우 남은 2경기를 다잡으면 결승 직행.
1승을 거두면 2위 확보.
2패를 하면 CT 경기 결과에 따라 3위가 될 수도 있다.
하필 남은 경기가 S1과 CT전이었기 때문이었다.
화성, 나무전자, GO가 벌이는 4위 싸움만큼 천상계의 전투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
“승우야.”
“네. 감독님.”
“CT전에 대한 네 생각을 들어 보고 싶어서 불렀다.”
팀원들과 한참 연습 경기를 하고 있을 때 도 수코님이 감독님이 찾으신다고 바로 감독실로 가 보라는 말을 전하고 가셨다.
인사를 하기도 전 감독님이 바로 질문을 던지셨다.
CT전이라.
무조건 이겨야 할 경기였다.
지금 팀 분위기는 최고다.
정말 2연승으로 4라운드를 마무리 지으며 결승에 직행할 기세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 역시 경기력에 몰이 올랐다.
전 우주의 기운이 몰리고 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았다.
“제 생각이요?”
“그래, 네 생각.”
편하게 말해도 된다는 듯이 감독님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내가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릴 했나? 쉽게 말하면 선봉, 차봉, 중견, 대장 중 어디로 나가고 싶어?”
아아.
그런 걸 물으시는 거였군.
두말할 필요도 없지. 1차 목표였던 양대리그 우승을 이뤘다. 그다음 목표는 위너스 리그 우승이었다.
“선봉이죠.”
더군다나 CT에겐 갚아 줘야 할 것도 있었다.
***
CT와 아스트로의 경기는 시작 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기본적으로 이승우와 이영우의 결승 리매치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용족과 환국의 결승전 중 가장 화려하고 뛰어난 경기였다는 평이 지배적이었고, 이들의 대결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굉장히 많았다.
일단 이승우가 아스트로의 선봉으로 나오면서 맞대결의 가능성이 생겼다.
별다른 인터뷰나 도발은 없었지만 이승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두 알고 있었다.
올킬 재도전.
3라운드에서 실패했던 올킬을 다시 도전하려는 것이다.
이승우의 승부욕에 모두 혀를 내둘렀다.
CT에서 선봉으로 내보낸 선수는 박수천이었다.
힘겹게 이겼던 3라운드와 달리 힘 싸움만으로 쉽게 박수천을 쓰러뜨리는 이승우.
이승우의 뛰어난 전투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한판이었다. 화려한 견제는 없었지만 대신 묵직한 한 방이 있었다.
보통 환국과 용족이 200 정면 싸움을 하면 환국의 손을 들어 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환국의 병력이 업그레이드가 잘된 기갑병력이라면 더욱 더 그렇고.
하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박수천이 전투를 못한 것이 아니었다. 이승우가 전투를 잘해도 너무 잘했다.
기립 박수가 나올 정도로.
운룡에서 비렴을 내려 천벌을 쓰는 것이 일품이었다.
용족의 병력이 전장을 지배했다.
마치 자신의 집 안이라도 되는 양 마음껏 활개를 치고 다녔다.
그 순간 경기는 끝난 것이었다.
5개가 넘는 확장을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물량을 박수천이 감당해 내는 건 불가능한 것이었다.
날뛰는 이승우를 잠재우기 위해 CT가 선택한 선수는 김대형이었다.
이승우의 올킬을 저지하며 오히려 역올킬로 아스트로를 잡아낸 적이 있는 선수였다.
이번에도 이승우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제대로 불붙은 이승우를 막을 수 없었다.
서로 간 같은 빌드를 선택했다.
빌드의 유불리는 없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순수 운영 싸움으로 승패가 갈리게 된다.
운영은 이승우가 한 수 위였다.
같은 병력이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걸 제대로 보여 줬다.
분명 비슷한 수의 용혼과 같은 수의 지룡이 중앙에서 전투를 벌였음에도 이승우의 용혼이 훨씬 더 많이 살아남았다.
추가 병력까지 제때 합류하며 아예 앞마당을 밀어 버렸다.
어느새 스코어가 2:0으로 벌어졌다.
4회 올킬 대기록을 막아섰던 김대형이었지만, 이번엔 위너스리그 39승이란 기록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CT는 다급해졌다.
경기가 이렇게 되어선 안 된다.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4위와 2경기를 더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4위로 위너스리그를 마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은 화성.
화성엔 이영우의 라이벌인 이제운이 있다.
컨디션에 큰 영향을 받는 위너스리그 특성상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어떻게든 오늘 경기를 잡으며 2위로 마쳐야만 했다.
순식간에 2킬을 따낸 이승우.
혹 신인의 패기로 이승우를 막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 준 정용재를 중견으로 내보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정용재는 용족 선수로 올해 CT에서 데뷔전을 치른 선수였다.
프로리그에도 꾸준히 얼굴을 드러내며 경험을 쌓았고 그 결과 양대리그 예선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그 걸로 이승우를 상대하기엔 정용재는 너무 약했다.
사실 CT입장에선 중견으로 이영우를 내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3세트 전장이 환국에게 너무 안 좋았다.
이영우가 우승을 차지했다면 내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조금 더 유리한 전장에서 이영우를 내보내야 한다.
정용재는 경기 초반부터 말렸다.
가벼운 찌르기에도 과민 반응을 보였다.
조심하는 건 좋다.
하지만 저렇게 겁을 먹으면 안 된다.
과감하게 나아가야 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조심스럽게 플레이 했다.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는 정도가 아니라,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믿지 못해 옷을 걷고 강을 건너는 수준이었다.
승부를 걸어도 될까 말까인데 그런 배포로 이승우를 이기지 못한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 이승우는 거침없었다.
모든 것 짓밟으며 정용재를 무릎 꿇렸다.
동시에 위너스리그 40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무기로 본인의 40승을 자축하는 세레모니까지 펼쳤다.
이제 그의 앞에 남은 선수는 단 한 명.
이영우.
만약 이승우가 이영우를 잡으며 올킬에 성공한다면 본인이 만든 위너스리그 올킬 기록을 다시 한번 뛰어넘게 된다.
동시에 위너스리그 다승 기록로 41승으로 늘리게 된다.
***
-이승우 선수 요새 최고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벌써 3킬입니다, 3킬.
-거침없습니다. 손속에 자비가 없습니다. 앞을 막으면 전부 부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현재 이스포츠의 중심이라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닙니다. 그 정도로 놀라운 모습을 매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박상철 캐스터의 말을 최승원 해설이 받았다.
유영준 해설이 말을 덧붙였다.
칭찬이 나올 수밖에 없는 플레이를 연달아 보여 주고 있었다.
이승우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로운 빌드 선택에 있었다.
보통 올인에 특화 되었다든가 운영에 특화되었다든가.
본인이 잘하거나 좋아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이승우는 그런 것이 없었다.
전부다 다 잘했다.
마치 이영우와 이제운의 용족 버전을 보는 것 같았다.
아직 시기상조일지 모르지만 그토록 바라던 용족의 최종 완성형이 나온 건 아닐까 하는 말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정도로 현재 이승우의 기세는 무서웠다.
물론 이영우와 이제운에 비교되기엔 커리어가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올해 데뷔한 선수라는 걸 감안한다면 그리고 앞으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 준다면 5회 우승 이상을 달성하는 건, 식은 죽 먹기로 보였다.
-놀랍죠. 이런 선수가 정말 얼마 만에 등장하는지 모르겠네요.
-택뱅리쌍 이후 끊어졌던 절대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택뱅리쌍 이후 이스포츠계의 판도를 뒤흔들 만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우승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종종 나오긴 했지만 질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선수는 없었다.
최근 정명혁과 임동원이 그런 느낌을 받게 하긴 했지만 확신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이승우가 등장했다.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선수였다.
-CT에서 이제 나올 선수는 한 명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대장으로 나올 선수는 이영우입니다.
-빼앗긴 우승을 되찾을 순 없지만 무너진 자존심을 다시 세울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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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