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8 Game NO. 208 심장이 쫄깃쫄깃. =========================================================================
Game NO. 208
-자. 이승우 선수 조합 다 갖췄죠.
-비렴에 풍백까지. 당장 쓸 수 있는 유닛은 다 갖췄습니다.
-허영우 선수도 정말 대단하네요. 확장 타이밍이 그렇게 차이가 나는데 여기까지 쫓아옵니다.
허영우도 보통 선수는 아니었다.
결승을 2번이나 가본 선수답게 지룡 견제를 통해 이승우가 마음 껏 자원을 채취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시도했다.
첫 번째 시도가 막혔음에도 허영우는 끊임없이 운룡을 돌렸고 무려 네 번째 견제만에 피해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큰 피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간을 벌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그래도 아직 이승우 선수가 유리합니다. 신나게 견제하다가 한 방 전투에서 밀려 버리면 아무 의미 없어요!
-그렇습니다. 이번 공격까지 허영우 선수가 잘 막아 내야 앞선 견제가 의미가 있는 거예요!
김정식 해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승우의 병력이 전진했다.
한눈에 봐도 허영우보다 많아 보였다.
비렴의 천벌만 제대로 떨어진다면 입구를 뚫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자. 허영우 선수 선택해야 합니다. 아예 안에서 지키려면 진형 딱 갖춰서 기다리고 아니면 조금 더 진출해서 유리한 진형을 확보해야죠.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전자의 경우 병력 충원속도가 빠르고 상대적으로 좁은 앞마당 입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앞마당에 건설된 신전과 자원을 채취하는 용안 때문에 포지션을 잡는 것이 조금 애매하고 최악의 경우 뭉친 채로 천벌 샤워를 하게 될 수도 있었다.
나가서 싸운다면 천벌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넓은 지역이라 싸 먹힐 가능성이 있었다.
어떤 전투든 허영우에게 웃어 주는 건 없다.
그걸 극복하는 것이 지금 허영우가 해야 할 것이었다.
-지금 이승우 선수의 진출 타이밍이 정말 나이스 하거든요?
-무서운 기세로 올라옵니다.
-당장 보이는 병력 차이는 꽤 있습니다. 저게 다 앞마당 돌린 시간 차이 때문이거든요? 방금 지룡으로 피해를 주긴 했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즉 이 러시를 막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허영우는 앞마당에서 지키는 걸 선택했다.
과연 그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될 것인지, 아니면 본인을 패배로 이끄는 최악의 수가 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했다.
이승우가 앞마당 바로 앞에 2기의 지룡을 내렸다.
-펑.
그리고 토정을 발사해 허영우 병력의 용혼을 슬금슬금 깎아 냈다.
마음 같아선 확 달려들어 지룡을 잡아내고 싶은 허영우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보다 훨씬 큰 병력이 뒤에서 눈에 불을 켜고 지키고 있었으니까.
섣불리 달려들었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이승우의 컨트롤은 계속되었다.
-저것 참 얄밉네요.
-나갈 수도 없고 계속 맞고 있을 수도 없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허영우도 뒤늦게 지룡을 데려와 이승우의 지룡을 향해 토정을 발사했지만…….
-아. 진짜 얄밉게 경기 잘하네요. 이승우 선수.
토정이 채 터지기 전에 재빨리 지룡을 운룡에 태우는 이승우였다.
-이제 피해 줬다고 생각하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아마 뒤에서 달려오는 용아가 도착하는 순간 들어갈 겁니다.
미니맵에 한 줄기 선이 그어졌다.
이승우의 용아가 달려오는 선이었다.
분명 용안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처럼 물량을 폭발시키는 이승우였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허영우 선수의 병력 중 다친 병력이 많거든요?
-아. 이거 힘들겠어요. 힘들어 보입니다!
본진에서부터 쉼 없이 달려온 용아가 멈추지 않고 그대로 허영우의 앞마당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라도 되듯 다른 병력들도 일제히 진격을 시작했다.
천벌이 전장을 가득 메웠다.
이승우의 천벌도 있었고 허영우의 천벌도 있었다.
허영우 입장에선 절대 물러날 수 없는 대결이지만 점점 허영우의 병력이 줄어 갔다.
초반의 격차를 결국 줄이지 못한 것이다.
모든 병력이 죽고 앞마당이 밀리는 순간 허영우가 GG를 선언했다.
-역시 이승우 선수입니다! 허영우 선수를 잡으며 팀을 승리 직전으로 이끕니다!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전투였습니다. 정석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아주 뛰어난 전투였습니다.
충격이 큰지 허영무가 양팔로 머리를 감싸 쥐며 쉽사리 부스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반면 이승우 선수는 승리를 확정 짓는 순간 부스를 뛰쳐나오며 세레모니를 했다.
***
-이승우 선수 역시 뛰어난 전투력으로 승리를 따네요.
-허영우 선수의 견제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거나 마찬가지였네요. 그게 신호라도 되듯 바로 공격을 나와 밀어 버리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허영우 선수 입장에선 자존심이 좀 많이 상할 겁니다. 4:0. 4번이나 붙어 한 번도 이기지 못했거든요?
-스코어도 스코어지만 경기 내용도 썩 마음에 들지 않겠죠. 뭐 제대로 보여 준 게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빌드에서 밀리고 전투에서 밀리고. 허느님다운 모습은 4경기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절치부심해야죠. 자 이제 스코어는 어느새 매치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스코어는 3:2.
나무전자는 이제 대장밖에 남지 않았다.
대장으로 나올 선수는 모두가 알고 있는 선수였다.
-팀을 구원하기 위해 나무전자에서 나온 선수는 송병호 선수입니다!
-나와야죠. 이럴 때 나와야죠. 송병호 선수 확실한 에이스 카드 아니겠습니까? 이럴 때 나와서 팀의 승리 챙겨 줘야죠.
-실제로 3라운드에서 아스트로를 만나 송병호 선수가 3킬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지 않았습니까? 오늘도 그러지 말란 없습니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아스트로엔 이승우 선수가 버티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 패배하면 나무전자 포스트시즌 정말 암울해지거든요?
-거의 가능성이 바늘구멍처럼 작아지는 거예요. 내일 화성과 GO가 나란히 패배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걸 기다릴 나무전자가 아니죠. 아마 송병호 선수가 시원하게 2킬 해내면서 이번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길 바랄 겁니다.
-일단 양 선수 상대전적은 이승우 선수가 2:0으로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앞선 경기에서 이승우 선수가 3:0으로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했던 허영우 선수를 꺾으며 4:0으로 만들었거든요? 이번에도 송병호 선수를 꺾으며 상대 전적을 3:0으로 벌릴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일단 송병호 선수도 많은 준비를 해 왔을 겁니다.
-과연 송병호 선수가 팀을 위기에서 구해 낼 수 있을지!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
송병호와의 경기라.
용용전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굳이 스킬이 없더라도 말이다.
이번 경기에는 전략을 사용할 생각이다.
그래서 슬롯 구성을 [투신] 2개, [폭주기관차], [위너스리그의 사나이], [아직모른다]를 준비했다.
마지막까지 [날빌러]를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과감히 제외했다.
머릿속에 그린 경기 구성에선 [날빌러]보다 [아직 모른다]가 훨씬 나아 보였다.
전장은 폭풍의 언덕이었다.
내 위치는 11시였다.
일단 시작은 무난했다.
본진에 솟대를 짓고 제단을 짓고.
보통의 선수가 그러하듯, 변화는 이제부터였다.
제단을 완성시키고 여의주탑을 지은 후 바로 용안을 트리플 지역으로 보냈다.
***
-자. 양 선수 모두 정찰 안 갑니다.
-심지어 용안 한기를 딴 곳으로 빼는 것까지 똑같은데요?
-아직 무언가 제대로 나온 것이 없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경기가 만들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트리플 지역에 숨어 있던 이승우의 용안이 솟대를 소환했다.
동시에 앞마당 철광 뒤에 있던 송병호의 용안도 솟대를 소환했다.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움직임.
-양 선수 모두 건물을 몰래 숨겨 짓네요.
-분위기 보니까 딴 건물 지을 것 같죠?
-지금 상황에서 저기다 몰래 지을 이유는 하나밖에 없죠. 양 선수 빌드 같습니다. 초패스트 흑완을 서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야. 이거 경기 재미나지는데요?
-양 선수 같은 빌드를 선택했습니다. 여기서 관건은 눈치 싸움이거든요? 누가 먼저 이상함을 눈치채고 용무관을 짓느냐? 거기서 승부가 결판이 납니다.
-어차피 눈으론 볼 수 없습니다. 가 봤자 무난한 본진 모습이거든요! 마수전처럼 용안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용혼이 나오면 본진 밖으로 쫓겨 나와야 하거든요? 어차피 여의주탑은 공중 공격력 업그레이드 돌아갈 거고. 이야. 경기 진짜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용혼의 사업보다 공중 공격 유닛의 공격력 업그레이드의 가격이 30%정도 싸다.
그래서 용혼 사업을 돌리는 척을 할 때, 대신 업그레이드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정찰 병력을 제거하면 취소하면 그만이었으니까.
-자. 이제 황룡성지 올라갑니다.
-사이좋게 모두 황룡성지 올리네요.
-이야. 전략이 이렇게 똑같이 맞물리는 이런 상황이네요.
-세상에.
-사실 이러기도 쉽지 않거든요?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보통 한 선수가 이런 전략을 취하면 다른 선수가 이걸 눈치채느냐 마느냐 싸움인데 이건 그런 거 없습니다.
-서로의 본진에 흑완이 본진에 난입되는 굉장히 재미난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네요.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죠. 정찰을 해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서로 없으니까요.
-네. 그러니까 이제 누가 더 흑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누가 더 입구를 수비를 잘하느냐 싸움이 된 겁니다.
-그렇죠. 그것들이 승패를 나누는 열쇠죠.
관중석도 술렁거렸다.
경기는 대 혼돈에 빠져들었다.
누가 이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정말 감이 미친 듯이 좋아 왠지 상대가 흑완을 쓸 거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흐름에서 상대의 흑완을 눈치챌 가능성은 희박했다.
서로의 용안이 본진에 들어갔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냥 용혼 생산하면서 무난히 하는구나 하고 서로 착각을 할 뿐이었다.
-일단 순수 컨디션만 보자면 이승우 선수가 한 수 위입니다. 요즘 경기력을 보면 상대의 흑완도 눈치챌 수 있을 만큼 물이 제대로 올랐거든요?
-맞습니다. 혹시 이상하다 느끼고 용무관을 먼저 올리는 선수가 경기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사이 이승우와 송병호는 두 번째 제단을 올리며 하늘성소를 바로 건설해 주었다.
하늘성소가 완성되는 순간, 양 선수 모두 2기의 흑완이 찍힐 것이다.
그때부터가 중요했다.
-자. 폭풍 전야입니다. 양 선수 서로의 빌드 발견하는 순간 어? 뭐야? 나랑 똑같잖아? 라는 생각하면서 경악할 겁니다.
-지금까지 온 이상 현재 서로 이걸 막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일단 서로 흑완을 본 후부터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 된다고 봐야 합니다.
-그때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멈칫하고 당황하면 경기 흐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이게 재미있는 거예요. 누가 더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지 나오거든요!
-볼 수가 있어야 서로 막거나 그럴 텐데 현재 상대방의 본진 상황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어느 감이 딱 들어서 용무관을 올리는 선수가 좀 유리하긴 한데.
-근데 사실 지금 이 타이밍에 용무관 감을 찾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습니까?
-칼을 꺼내 들었는데 양 선수 똑같은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들키지 않으려고 서로 아등바등 용혼으로 용안 끊고 있는데. 아. 양 선수의 화면을 모두 보고 있는 상황에선 너무 재미있네요.
이제 양 선수 모두 흑완이 나온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흑완은 중앙에서 만날 것이다.
그때 양 선수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까?
그때였다.
-어? 이승우 선수? 지금 건물 하나 새로 올라가는 거 뭐죠?
당장 지금 올라갈 건물은 서로 없다.
2흑완까지 찍은 후 바로 앞마당 신전을 가져가는 것이 이 빌드의 정석이었다.
하지만 이승우 선수는 다른 선택을 했다.
새롭게 지어진 건물을 확인한 중계진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감탄을 토해 냈다.
동시에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오!오! 대박!! 정말 대박입니다! 뭐 딱히 말이 안 나옵니다!
-이게 뭔가요. 이승우 선수!
-이야!!!!!! 역시 우승자! 우승자입니다! 감이 좋아요!
-이승우 선수!!! 지금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승우가 방금 올린 건물은 용무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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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입니다!
으.
설날이에요!
모두 행복한 한해 되시길!
그리고 맛난 명절 음식 많이 드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