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6 Game No. 206 나무전자전. =========================================================================
Game No. 206
요즘 나무전자는 매일같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매 경기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일거다.
남은 경기에서 1경기라도 패배하면 위너스리그 포스트시즌이 좌절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지금까진 잘해 왔다.
그렇기에 아직 가능성은 남아 있었다.
이제 남은 경기는 3경기.
뒤의 두 팀은 육군과 폭스라서 해볼 만하지만 당장 오늘 만나는 팀이 큰 고비였다.
아스트로.
1, 2, 3라운드 모두 승리를 거둔 팀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그땐 이승우가 없었고 지금은 있다.
이승우가 GO를 올킬 한 이후 이승우가 아스트로 복수혈전을 하고 다닌다는 말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상대가 나무전자라고 했다.
두 팀의 공통점은 하나.
3라운드에서 이승우가 출전하지 않은 아스트로에게 승리를 거뒀다는 것.
일단 주요선수와의 상대 전적은 이승우가 앞선다.
허영우와 3:0.
송병호와 2:0.
2015 MSL 시즌2 16강과 8강에서 나란히 나무전자 선수들을 잡아내며 4강에 올랐다.
나무전자 입장에선 자존심이 무지 상하는 일이었다.
칠룡 중 둘이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배했으니까.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승우에게 유일하게 상대전적이 앞서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차인환이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1:0 으로 앞서고 있었으니까.
***
“승우야. 오늘은 네가 중견 혹은 대장으로 출전해 줘야겠다. 괜찮지?”
“네. 괜찮습니다.”
선봉이든 차봉이든 중견이든 대장이든 상관없었다.
팀에 보탬이 될 수만 있다면 언제 출전하는 건 전혀 상관없었다.
전 팀원이 예선에서 통과한 덕인지 사기는 하늘을 뚫고 우주까지 날아갈 정도로 높았다.
“여준아, 부탁한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리팀 선봉은 여준이었다.
요즘 여준이 분위기가 좋다.
환국전을 바탕으로 다른 종족전의 실력도 끌어 올리는 중이었다.
내가 팀을 비운 사이, 3승이나 챙겼다고 했다.
그래. 그렇게 무럭무럭 크렴.
다른 선수들의 발전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최대 4명밖에 나서지 않는 위너스리그와 달리 5라운드부턴 최대 6명의 선수로 엔트리를 짜야 한다.
에이스 결정전에 앞서 출전하지 않은 선수가 나간다면 최대 7명의 선수가 한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다.
종족별로 최소 2명씩 믿고 내보낼 수 있는 선수들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
우리 팀에서 가장 분위기가 좋은 종족은 용족이었다.
내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연호와 여준이의 활약도 꽤 좋았다.
그다음은 환국이었다.
현우 형이 중심을 딱 잡고 있고 그 뒤를 민규가 받치고 있었다.
마수는 약간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일단 마수 1군이라 할 수 있는 승대가 프로리그에서 계속 연패를 당했다.
그래도 OSL과 MSL 예선을 모두 통과했으니 그 기세를 몰아 분위기 반전을 노려야 했다.
그 시작이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박철호는 조금만 침착하게 하면 잡을 수 있을 거야. 경기 패턴이 이제 슬슬 읽히고 있거든.”
나무전자의 선봉은 박철호였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엔트리로만 보면 우리 팀이 나쁘지 않았다.
여준이의 환국전 수준은 상당한 수준이었으니까.
박철호는 급하다.
그런 플레이로 마수를 잡을 수 있을진 몰라도 용족을 잡긴 힘들었다.
환국이 용족을 잡으려면 기본적으로 인내심이 있어야 했다.
화려한 플레이로 용족을 흔들면 순간은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그레이드와 단단한 운영이 부족하기에 점점 허점을 드러내게 된다.
박철호의 용족전에서 그런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
작은 박대호를 함부로 건드렸다간 제대로 당한 용족 선수들이 몇 있다.
박철호는 벌집이다.
조심스럽게 건드려야 하는 벌집.
“그럼 가 보겠습니다.”
“그래. 잘하고!”
“긴장하지 말고 연습실에서 하는 것처럼만 하면 될 거야!”
덕담 한 마디를 끝내고 바로 자리에 앉았다.
편하다.
좋다.
여기가 이런 느낌이었구나!
오랜만에 벤치에 앉아 편안하게 경기를 관람할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
-안녕하세요! 오늘도 이렇게 프로리그로 인사드립니다. 성진웁니다! 김정식 해설위원과 김태영 해설위원과 함께 중계를 맡으니 벌써부터 마음이 든든해져 옵니다.
-반갑습니다. 김태영입니다.
-김정식입니다!
오늘의 중계진 조합은 성진우 캐스터와 김정식, 김태영 해설이었다.
성진우 캐스터와 김태영 해설의 드립과 김정식 해설의 무당 해설이 기대되는 조합이었다.
-자. 이렇게 오늘도 활기차게 중계의 문을 열었습니다! 오늘도 굉장한 빅매치가 준비되어 있죠?
-그렇습니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나무전자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아스트로가 만났습니다.
-사실 저번 시즌만해도 두 팀의 위치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까? 나무전자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었고, 아스트로는 육군을 제외하고 꼴찌를 도맡아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단독 2위. 정말 대단한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올해 이스포츠 최고의 빅이슈 1, 2위로 이승우의 양대리그 진 로열로더와 아스트로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이 나란히 뽑혔다.
덩달아 아스트로에 대한 인기도 수직 상승했다.
거의 신드롬 수준이었다.
S1과 나무전자에 양분되어 있던 용족 팬들이 아스트로로 대거 이주를 했다.
사실 이들은 양 팀의 팬이었다기보단, 잘하는 용족의 팬을 하다 보니 용족이 강세를 보이는 S1과 나무전자를 응원하게 된 것이었다.
아무래도 칠룡 중 둘을 보유한 팀이었으니까.
이제 이것도 지나간 과거다.
역대 최초 동시 양대 우승을 차지한 이승우가 용족 팬들을 제대로 끌어모으고 있었다.
이승우로 대동단결이라는 구호까지 나올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각종 후원 계약도 맺고 있었다.
내부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어떤 후원사를 선택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1년간 유학을 가셨거나 어떤 사정이 있어서 프로리그를 시청하지 못하신 분들은 지금 순위표에서 오류가 난 것이 아닐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이 순위표가 맞습니다. 정확한 순위표입니다!
-중계 10년 넘게 했지만 아스트로가 저 위치에 있는 건 처음 보네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선수가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1위는 S1이었고 2위는 아스트로였다.
그 뒤를 CT가 바짝 따르고 있었고 4, 5위에 나란히 화성과 나무전자가 위치해 있었다.
이제 위너스리그가 팀별로 3경기 정도밖에 안 남았다.
절반의 팀이 이미 위너스리그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떨어져나갔다.
이제 남은 팀은 여섯.
그중 세 팀은 확정이 되었고 남은 한 자리를 가지고 세 팀이 티격태격하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화성이다.
나무전자와 GO가 알아서 미끄러진다면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하지 않아도 포스트 시즌 진출이 확정된다.
가장 불리한 건 GO다.
안 그래도 6위인데 아스트로에게 4:0으로 올킬을 당해 승점에서 뒤로 훅 밀려 버렸다.
아마 GO는 지금 나무전자가 지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화성은 운이 좋았다.
이승우가 휴가 간 사이, 아스트로를 만나 1승을 챙겼으니까.
4강에서의 패배를 분풀이하듯 이제운의 미친 활약에 힘입어 4:1로 신승을 거뒀다.
-오늘 양 팀에게 모두 중요한 경기입니다. 아스트로는 2위에서 만족할 생각 없거든요? 지금 4라운드에서 단 1패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남은 경기 다 잡는다면 자력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한 경기라도 놓친다면 S1이 미끄러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양 팀의 분위기 전부 좋습니다만, 아스트로가 조금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일단 팀 순위도 그렇고 얼마 전 벌어졌던 양대리그 예선에서 아스트로의 모든 선수가 통과하는 기염을 보여 줬거든요? 저번 시즌까지만 해도, 세 선수를 제외하고 모두 탈락했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완전 달라진 모습입니다.
-예선을 통과했다는 건 프로리그 경기에 나와도 좋은 실력을 가졌다는 말과 같은 말이거든요? 오늘 아스트로에서 선봉으로 내세운 선수는 윤여준 선수입니다.
-예선 통과도 통과지만 이승우 선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용족의 빈자리를 아주 잘 채워 줬던 선수죠?
-그렇습니다. 조금 미숙함이 보이긴 하지만 신인의 패기로 좋은 모습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일단 팀내에 칠룡이자 요즘 제일 잘나가는 신룡 이승우 선수가 있기 때문에 아주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자. 이에 맞서는 나무전자에서 선봉으로 선택한 선수는 박철호 선수입니다!
-박철호 선수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가장 주목받은 신예 환국 선수였거든요? 스타일리시 하고 화끈한 모습과 함께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너무 자신의 색을 살리다가 경기에서 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주체를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죠.
-그 점이 저도 상당히 아쉽습니다.
박철호의 첫 등장은 센세이션 했다.
말도 안 되는 공격력으로 승리를 거뒀으니까.
버서커의 재등장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힘을 많이 잃었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그만큼 성장하지도 못했다.
너무 본인의 것만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자. 박철호 선수 입장에선 자신보다 신예라고 할 수 있는 윤여준 선수를 만났거든요? 이런 경기에서 확실히 이겨야 이여름 감독에게 눈도장 찍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지면 주전 자리도 위태위태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1세트 전장으로 함께 떠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
-아. 아주 일방적인 경기네요.
-박철호 선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습니다.
-박철호 선수뿐만 아니라 나무전자의 이여름 감독도 표정이 좋지 않거든요?
-그럴 만도 하죠. 이런 패턴으로 패배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아. 이런 점을 고쳐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데요.
1세트 경기의 승자는 윤여준이었다.
아주 일방적인 경기였다.
박철호는 본인의 공격성을 주체하지 못했고 연달아 공격에 실패하며 경기를 스스로 망치고 말았다.
조금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박철호 선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본인의 것을 온전히 보여 주는 것도 좋지만 그러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것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는 잠시 후 2세트 경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요즘 경기력 좋다?”
“완전 물이 올랐는데?”
“아, 아니에요. 그냥 운이 좋았어요.”
“야. 운도 실력이다.”
쑥스러워하는 여준이에게 감독님이 한마디 툭 던지셨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
겪어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지금 내 존재 자체가 운이었으니까.
“나무전자에서 차봉으로 이성표 내놨다.”
엥? 이성표?
그 선수 완전 용막 아닙니까?
용족을 상대로 자신 있게 나왔다는 것이 영 수상했다.
감독님도 같은 생각인 듯했다.
“날빌 같은 거 준비했을 수도 있으니까 무조건 조심해라. 알겠지?”
“네, 반드시 명심하겠습니다.”
***
-윤여준 선수 오늘 제대로 사고 치는데요!
-아. 이성표 선수 손이 꼬였어요. 하필 그게 들키나요!
이성표가 차봉으로 나오는 순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무언가를 준비해 왔구나.
이성표는 마수에겐 자비 없는 선수였지만 용족에겐 한없이 자애로운, 성모마리아 같은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용족을 상대로 나왔다는 것이 수상했다.
아니라 다를까, 이성표는 전진 2화통이라는 상상도 못할 전략을 시도했지만 모든 전진 건물을 예상하며 여기저기 정찰을 보냈던 윤여준의 용안에 제대로 걸리고 말았다.
만약 정찰을 꼼꼼하게 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못 하고 밀렸을 것이다.
트리플 지역에서 러시 오는 2화통 러시라니.
저 정도면 거의 천룡의 부름 수준이다.
어쨌든 빠르게 눈치챈 윤여준이 천자총통의 진천형의 개발이 되기 전에 용혼으로 전진 화통을 밀어 버리며 경기를 빠르게 자신의 것으로 가져왔다.
-2킬입니다. 2킬!
-이제 나무전자는 급해지죠.
-남은 선수는 이제 뱅허 둘밖에 없습니다!
-이승우 선수도 아니고 윤여준 선수한테 발목을 잡히나요?
나무전자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아니 용암이 제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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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