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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205화 (205/575)

00205  Game No. 205  팬들이 생겼슴돠.  =========================================================================

Game No. 205

GO전이 끝나고 다시 한번 커뮤니티가 뒤집어졌다.

당연 이승우 때문이었다.

양대 진 로열로더라는, 개인리그 진기록을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또 한 번에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냈다.

이번엔 프로리그였다.

4회 올킬.

그간 누구도 하지 못했던 기록을 이승우가 해냈다.

모든 경기가 뛰어났지만 3, 4세트는 특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 줬다.

3세트에서 전략의 끝을 보여 줬다면 4세트에선 전투의 끝을 보여 주었다.

예측 속박이라니.

모두의 상식을 뛰어넘는 일을 해냈다.

인터뷰에서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그 임팩트는 모두의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었다.

그 속박이 없었다면 경기는 임동원이 가져갔을 것이다.

무서운 건 비렴이었지 용아나 용혼이 아니었으니까.

비렴 3기를 살리는 데 성공한 이승우는 마수의 앞마당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용족의 특징은 한방 러시를 너무나도 잘 보여 준 경기였다.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임팩트도 중요하다.

오늘 경기로 이승우가 김택윤보다 아래라는 반응은 싹 사라졌다.

이번 시즌 위너스리그에서 가장 빛나는 별은 단연 이승우였다.

위너스리그 역대 승수도 35승을 찍으며 이영우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라섰다.

이제 이승우의 위에 있는 선수는 오직 김택윤뿐이었다.

그것도 딱 3승 차이.

남은 3경기에서 4승만 한다면 위너스리그 최다승 기록도 본인의 이름으로 갈아 치우는 것이다.

사실 3경기에 4승이 그리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선수가 이승우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1, 2라운드를 펼치지 않았음에도 오늘 올킬로 다승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겨우 두 라운드만으로 다승왕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용족 선수 중 그보다 다승을 올린 선수는 오직 김택윤뿐이었다.

이런 경우는 프로리그가 생긴 이래 처음이었다.

만약 이승우가 이번 프로리그에서 다승왕을 차지한다면 4라운드 승리로만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 역시 최초의 기록이었다.

이런 이승우의 활약에 힘입어 아스트로는 남은 3경기에서 전부 승리한다면 S1을 제치고 1위로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4위 싸움만 존재하던 판도에 1위 싸움이 새롭게 끼어든 것이다.

아스트로의 3연전 상대는 나무전자, CT, S1으로 만만한 팀들이 아니었다.

모두 포스트 시즌을 노리는 팀들이었다.

이들 중 CT와 S1은 이미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였다.

서로간의 목표는 다르다.

S1은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로 마치며 당당히 결승에 진출하고자 할 것이고, CT는 아스트로를 잡으며 플레이오프를 노릴 것이다.

나무전자 역시 4위로 도약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낼 것이고.

초식 동물조차 화가 나면 무섭다. 위의 세팀은 초식 동물이 아닌 맹수였다.

화가 나면 무서운 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승우가 출동하면 어떨까?

결과는 모르는 것이었다.

다른 선수들이 2승 이상을 챙겨 준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런 믿음이 사람들에게 생겼다.

모두 이승우의 이름을 외쳤다.

<신 이야기>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신들의 전쟁 갤러리> 줄여서 <신전 갤러리>라 불리는 팬사이트에서 이승우와 관련 된 드립이 폭발적으로 생성되기 시작했다.

***

GO전이 끝난 지 4일이 흘렀다.

[투신]과 [폭주기관차]의 조합은 상상 이상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전투 구도를 만들어 냈다. 다만 시야가 크게 좁아져 본진의 상황을 살피기 힘들었다.

때마침 [CCTV]가 발동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추가 병력의 합류가 크게 늦을 뻔했다.

첫 속박이 빗나갔을 때 크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동시에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이걸 피해 버릴 줄이야.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이제 남은 속박은 한 번.

이것마저 피해버리면 닷발귀로부터 비렴을 지킬 수 없게 된다.

그 생각에 섣불리 속박을 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

그때 머릿속이 번쩍하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닷발귀가 움직일 방향을 예측해서 미리 속박을 쓰면 어떨까?

[투신]과 [폭주기관차] 덕에 능력치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었으니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쯤은 도박수였다.

다행히 그것이 성공했고,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모두 나를 향해 환호했지만 그 환호를 받아 줄 상태가 아니었다.

호흡을 고르며 안정을 찾은 후 벤치로 돌아와 팀원들의 축하를 받았다.

뒤늦은 세레모니를 했다.

그렇게 세레모니가 끝난 후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

[위너스리그의 사나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위너스 리그 경기를 할 때 모든 능력치를 20% 올려 주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역대 최초로 한 시즌에 4번 올킬을 달성해서 얻게 된 것 같았다.

물론 2단계 스킬이었기에 장착을 해야만 적용되었다.

다른 스킬과 차이가 있었다.

레벨 1임에도 2번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레벨 3이면 3번, MAX를 찍으면 4번이 사용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되었다.

한 선수가 위너스리그에서 최대 출전할 수 있는 경기는 4번이었으니까.

이제 위너스리그가 거의 끝나가니 급하게 MAX까지 찍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MAX까지 찍으려면 스킬 포인트 8개나 필요하다.

찍고 싶어도 스킬 포인트가 모자라다.

스킬이 생김과 동시에 스탯도 골고루 올랐다.

레벨을 올려서 올라가는 스탯보다 경기를 통해 올라가는 스탯이 더 짭짤할 정도였다.

이제 레벨은 53.

언제 100까지 올리지?

그래도 1만 올리면 스킬 포인트를 주니 힘 좀 내 보자.

예전엔 레벨에 그리 연연하지 않았다.

레벨 업이 필요한 이유는 스탯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를 얻기 위함이었다.

굳이 레벨 업이 아니더라도 업적을 통해 스탯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기에 레벨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레벨 50 별로 보상이 주어진다.

칭호와 스킬 슬롯 칸의 증가.

이게 엄청 크다.

이제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방법도 꽤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처음엔 슬롯이 생긴 2단계가 1단계보다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GO전을 펼친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위력 면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다른 부분에서도 2단계가 훨씬 낫다.

안 좋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물론 한 스킬을 연달아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전체 경기로 봤을 때 사용 가능한 스킬의 숫자는 오히려 전보다 늘었다.

한동안 버프의 힘을 받고 있어서 잠시 까먹었었다.

체력 100%기준으로, 최대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10번밖에 안 된다는걸.

정확히 따지면 그것도 안 된다.

경기를 하면서 소모되는 체력도 있었으니까.

그간 체력이 30%, 40%씩 뻥튀기 되어 있어 잘 몰랐다.

스킬 펑펑 쓰다가 원래대로 돌아온 순간 난감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을 거다.

이밖에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오늘과 어제 펼쳐진 OSL, MSL 예선전이었다.

예선을 면제받은 나와 현우 형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이 전부 예선장으로 총출동했다.

나야 양대 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니 당연히 예선 면제였고, 현우 형은 OSL은 16강 결정전, MSL은 본선 진출이 확정된 상태였다.

이번엔 반드시 통과하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승대와 연호에게 엿보였다.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로리그 1군으로 나가고 있는데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 꽤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프로리그에 나가지 못하는 다른 팀원들을 볼때 더 그랬을 것이다.

승대와 연호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모두 예선을 통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내 기도가 통했는지 팀원 전부 1차 예선을 통과했다.

MSL도 마찬가지였다.

전부 듀얼토너먼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일단 팀원 전부가 방송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사람마다 재능을 발아하는 시기가 다르다.

연습실에선 본좌이지만 경기만 나가면 죽 쑤는 선수가 있는 반면, 연습실에선 죽어라 안 풀리는데 방송 경기만 나가면 술술 잘 풀리는 선수도 있다.

일명 방송 스타일.

그런 선수가 우리 팀에 없으란 법은 없었다.

어쨌든 전원 예선을 통과한 건 아스트로가 생긴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상기된 감독님의 얼굴은 정말 오랜만에 봤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내 양 볼을 움켜쥐시며, 복덩이가 굴러들어왔다고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웃음을 연신 터뜨리셨다.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처음으로 예선을 통과한 여준이나 동주, 승훈, 형모, 강식, 민규가 크게 기뻐했다.

심지어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자랑을 하는 녀석도 있을 정도였다.

저렇게 좋을까?

문득 처음 예선을 통과했던 날이 떠올랐다.

그리 먼 과거는 아니다.

불과 두 달 전 이야기.

나도 저렇게 온 세상을 얻은 것처럼 기뻐했었지.

팀원 전체가 예선을 통과한 기념으로 회식을 했다.

1차는 내가 쐈고 2차는 감독님이 쏘셨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양대 리그 우승.

팀은 포스트 시즌 진출 확정, 그리고 지금은 단독 2위.

팀원 전부 예선 통과.

꿈과 같은 일들이었다.

불과 한두 달 전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한 날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

다음 날.

오랜만에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아팠다.

평상시 술을 안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간 경기가 워낙 많았던 탓에 회식이 있더라도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었다.

오랜만에 술을 마셔서 속이 조금 놀란 모양이었다.

그래도 상태창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걸 보니 잠시 이러고 말 것처럼 보였다.

“일어났냐?”

머리가 잔뜩 헝클어져 언뜻 새둥지처럼 보이는 연호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었다.

“응. 일어났다.”

“조금 더 자지 그러냐?”

그 말은 스스로한테 해야 할 말인데?

아무리 봐도 나보다 저 녀석의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

표정에서부터 ‘나 피곤해요’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았다.

“난 괜찮다.”

그렇게 대답하고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거 봤냐?”

다시 연호가 말을 걸어왔다.

“그게 뭔데?”

“이거.”

연호가 보여 주는 화면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오피셜 이승우 치매 초기 증상.JPG>

엥? 이거 뭔 소리야? 내가 치매라니?

내가 프로게이머들 중엔 나이가 조금 있는 편이긴 하지만 아직 26살밖에 되지 않았다고.

내 벙 찐 얼굴을 보며 키득대던 연호가 바로 글을 클릭했다.

내용을 본 순간 난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지는 법을 잊어버림>

……이게 뭐지?

“재밌지? 웃기지? 요즘 이거 유행이다.”

어쨌든 칭찬이니 기분은 좋았다.

“다른 글도 볼래?”

이게 전부가 아냐? 또 있어?

"야. 이거 봐라. 이것도 재밌다.

제목은 <태양과 이승우의 차이점.TXT>이었다.

“헐.”

<태양은 지지만 이승우는 지지 않음.>

이런 내용의 글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베스트 란을 빼곡히 차지하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웃긴지 연호는 배를 붙잡고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저 정도로 웃기진 않는데.

저거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난 물끄러미 연호를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도나 지켜보자’라는 마음도 들어 있었다.

연호는 회전(?)을 쉽게 멈추지 않았다.

괴기스러운 웃음과 함께 연신 바닥을 문대며 빙빙 돌고 있었다.

이야.

비보이 하면 잘하겠다.

되게 신명나게 도네?

난 다시 시선을 모니터로 옮겼다.

이런 류의 게시물을 보는 내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오글거리기도 했지만 그보다 기쁨이 훨씬 컸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것.

그리고 응원해 준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나에게도 팬이 생겼다는 것이 실감 났다. 일반 팬들과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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