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4 Game No. 204 올킬! 올킬! 올킬! 올킬! =========================================================================
Game No. 204
-정말 무난하게 경기를 하고 있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오히려 이러니까 불안하네요. 제단 더블이라든지 99제단이라든지 전진 제단이라든지 뭐 이런 게 나와야 정석 같아요!
-임동원 선수도 배짱 좋네요. 바로 앞마당 가져가면서 마견숲 천천히 가져갑니다.
-어떤 러시가 와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겠죠?
-임동원 선수도 대단하네요. 이승우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알고 있으면 저렇게 쉽게 확장을 가져가기보단 마견숲을 지어 초반 공격을 대비하는 경우가 일반적일 텐데요.
확실히 임동원은 다른 GO선수들과 달랐다.
최근 우승을 경험한 덕인지 감이 날카롭게 서 있었다.
초반 그슨대로 이승우의 앞마당 입구를 압박해 용광포를 늘리게 한 후, 일벌레를 뽑으며 자원 축적에 박차를 가하는 임동원.
어느새 소굴의 숫자는 5개가 되어 있었다.
두 번째 확장의 위치가 조금 특이했다.
타 스타팅 앞마당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 중립 확장, 그러니까 전장 옆구리 지역에 있는 확장을 가져갔다.
본진과 최대한 가까운 곳을 먹어 용아 견제에 아예 피해를 받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그 의도는 잘 먹혀 들었다.
테크는 조금 느리지만 최대한 안정적으로 찌르기를 막아 냈다.
그 결과, 전혀 피해를 입지 않고 확장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자원을 채취하는 세 군데 모두 일벌레가 빵빵하게 붙어 있었고 소굴 역시 쉬지 않고 그슨대를 뿜어내는 중이였다.
상황 자체는 임동원이 조금씩 좋게 가져가고 있었다.
-이승우 선수 이번엔 비비 안 모아 줍니다.
-공업도 안 해 주고 있죠?
-정찰용으로 1기 생산한 것이 다입니다. 이러면 평소보다 지상 병력이 한 타이밍 빠르게 나오거든요?
이승우도 결단을 내렸다.
과감히 비비를 생략했다.
요즘 마수전에서 비비는 필수다.
군주는 끊고 정찰을 하는 목적도 있지만 마수의 역 닷발귀를 억제할 수 있는 것이 컸다.
비렴이 갖춰진 용족의 조합은 강력하다.
마굴 단계의 마수가 막아낼 수 없을 정도로.
몇 번 당하다 보니 마수도 내성이 생겼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것이 바로 역 닷발귀였다.
혈풍으로 최대한 비비를 줄여준 후 용족이 치고 나오기 직전에 닷발귀를 1부대 가까이 뽑아 주는 것.
이 닷발귀의 역할은 하나였다.
비렴을 끊어 주는 것.
닷발귀로 비렴을 끊고 모인 그슨대로 용아와 용혼을 정리한다.
이것이 마수가 원하는 시나리오였다.
용족의 한 방 타이밍이 강력한 건 비렴이 있기 때문이었다.
비렴이 없으면 오합지졸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비비를 얼마나 살려 놓느냐에 따라 선수의 클래스가 정해지곤 했다.
하지만 오늘 이승우는 비비를 단 1기밖에 뽑지 않았다.
역 닷발귀에 취약한 체제.
대신 이승우가 선택한 건 병예였다.
-오늘도 병예 카드를 뽑아 드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사실 속박이 굉장히 좋은 술법이긴 하지만 제대로 쓰지 못하면 비렴은 비렴대로 끊기고 돈은 돈대로 나가고. 최악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거든요?
닷발귀는 이동속도가 빠르다.
정말 빠르다.
갑자기 훅 치고 들어와 비렴만 쏙 잡아먹고 유유히 사라진다.
비비라면 모를까 속박으로 모든 닷발귀를 묶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 내내 병예만 붙잡고 있다면 모를까 전투 중에 속박을 쓰는 건 굉장히 어려웠다.
속박으로 채 묶기 전 비렴을 다 솎아 낼 수도 있고 속박으로 묶더라도 비렴이 절반 이상 털려버리면 큰 의미가 없게 된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나오는 것이다.
-일단 MSL 결승전에서 병예를 사용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땐 군락 체제의 마수를 상대했을 때였습니다. 그슨대가 주 병력을 이루는 지금같은 상황에선 아직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없거든요?
-자. 이승우 선수 제단 늘리죠? 용안 생산도 멈췄습니다. 트리플 가져갈 생각 없다는거죠!
-역시 이승우 선수네요. 공격으로 끝을 볼 생각입니다. 제가 초반에 잘못 생각했어요! 역시 이승우는 공격입니다! 공격!
이승우의 의도를 임동원도 파악했다.
트리플 지역에 마견을 두어 확장을 타이밍을 계속 체크한 덕분이었다.
지금까지 확장을 먹지 않는다는 건 둘 중 하나다.
용족이 바보거나 앞마당 자원으로 제단을 늘려 병력이 집중하던가.
이승우는 바보가 아니다.
바보라면 결코 양대리그 우승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임동원도 소굴을 풀로 돌리며 병력을 뽑는 데 집중했다.
-자. 이제 임동원 선수 닷발귀 뽑습니다!
-자. 임동원 선수도 잘 먹고, 잘 업그레이드 하고., 잘 뽑았거든요!
-이승우 선수 병력 많아요. 덩어리 큽니다.
-하지만 저게 마지막 병력입니다. 더 이상 저만큼 안 나와요!
-승부는 간단해졌습니다! 저거 막으면 임동원 선수가 잡습니다. 그러면 끝이에요!
***
앞마당만 먹고 병력 뽕 뽑기.
이번 세트의 테마였다. 트리플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폭주기관차] 때문이었다.
[폭주기관차]를 쓰면 시야가 좁아진다.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이면 모를까 난전에 쉽게 휘둘리게 된다.
어차피 깨질 거 그 자원 아껴서 병력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일단 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비는 생략했다.
마수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1기만 생산했다.
공업 역시 해 주지 않았다. 그렇게 남은 금은 비렴을 위해 투자되었다.
병예도 2기 뽑았다.
역 닷발귀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1기는 러시용이었고 나머지 1기는 본진 방어용이었다.
돌아오는 닷발귀를 잡기 위한 것이었다.
비렴은 금광 뒤에 숨겨 보이지 않게 두었고 병예는 본진 위쪽에 숨겨 닷발귀가 쉽게 찾을 수 없게 했다.
대신 단축번호 0으로 지정해 둬, 언제든 술법을 쓸 수 있게 준비해 두었다.
이제 슬슬 나갈 채비가 갖춰지고 있다.
앞마당 자원만으로 생산한 병력이다 보니 이번 러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전멸당하면 답이 없다.
금이 부족하기에 후속 병력이 조촐하다. 뒤늦게 트리플을 먹는 건 최악의 선택이다.
그사이 마수는 전 전장을 장악할 것이다.
[투신]과 [폭주기관차] 이 둘로 끝냈다.
러시를 나가기 전 닷발귀로 용안 견제를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속박으로 병예를 묶은 후 천벌로 잡아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타이밍이 러시를 가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으니까.
하지만 임동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 정도 내 의도를 읽은 것 같았다.
확실히 잘나가는 마수의 움직임은 달라고 한참 달랐다.
일반적인 마수였다면 내가 뭐하는지 궁금해서라도 닷발귀를 본진이든 앞마당이든 한 번 찔러 봤을 것이다.
제대로 천벌이 떨어지기만 한다면 최대 10방을 사용할 수 있다.
용혼도 많다.
[CCTV]는 본진을 켜 두었다.
제단에서 생산된 용아를 빠르게 본대에 합류시키기 위해서였다.
치고 나가는 과정에서 용혼과 비렴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철만 들고 생산 시간이 비교적 빠른 용아가 앞에서 공격을 맞아주며 용혼과 비렴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병력을 체크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시간을 더 끌면 이보다 많은 병력을 뽑을 수 있겠지만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지금까진 내가 마수보다 빠르게 병력을 충원했다면 이제 시간이 갈수록 마수의 병력 생산 속도가 나를 뛰어넘는다.
지금 이 순간이 내가 딱 나갈 타이밍이다.
본진 점검을 끝낸 난 모든 병력을 이끌고 중앙으로 향했다.
***
-자. 이승우 선수 나옵니다. 나왔어요!
-그걸 마견으로 봤죠!
-병예도 봤나요? 본 거 같죠?
-임동원 선수도 생각 잘해야 합니다. 넓은 곳에서 싸 먹을 것인가 아니면 본진 쪽에서 방어하고, 일부 병력 돌아가서 이승우의 본진을 칠 것인가!
-어정쩡한 선택을 했다간 이승우 선수의 공격력에 뚫립니다. 요즘 전투 하면 윤영태가 아닌 이승우가 떠오를 정도로 신들린 전투력을 선보이고 있거든요?
-임동원 선수. 자, 이제 결정 내려야죠! 뭐 하나요!
임동원이 잠깐 망설이는 사이 거침없이 전장 중앙까지 진출한 이승우의 병력들.
그들은 뒤도 보지 않고 마수의 본진 쪽을 향해 내달렸다.
이동 속도가 유닛마다 다르기에 이에 대해 신경을 잘 써 줘야 한다.
단순 어택을 찍어 놓으면 이동 속도가 빠른 용아가 가장 먼저 앞서가고 그 뒤를 용혼이 따른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동속도가 느린 비렴이 홀로 뒤쳐져 쓸쓸히 병력을 따라붙게 된다.
가장 최악의 상황이다.
그걸 마수가 아는 순간 이때다 싶어 마견이나 닷발귀로 덮쳐 비렴만 잡고 쏙 빠질 것이다.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이승우는 병력을 잘 추스르며 이동하고 있었다.
쉽사리 틈은 보이지 않았다. 비렴 근처에 항상 병예가 상주했다.
병예는 눈에 불을 켠 채, 닷발귀가 달려들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임동원 입장에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임동원 선수 간단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막으면 이긴다는 생각! 괜히 뒤를 생각하고 이러면 어쩌지? 저러면 어쩌지? 고민하면 안 됩니다! 그냥 싸워서 이길 생각만 해야 합니다!
결심을 한 듯 임동원이 병력을 움직였다.
-자. 이제 싸워야 합니다. 임동원 선수 병력 많아요. 아직 앞마당까지 못 왔거든요? 잘만 감싸면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단순 병력은 임동원이 낫다.
관건은 천벌이었다.
천벌이 제대로 떨어진다면 이번 전투의 승자는 이승우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반대로 천벌을 수만 줄여 줄 수 있다면 승자는 임동원이 될 것이다.
엄청난 수의 마수 병력이 거대한 원을 그리며 전장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용족의 병력이 그 원 안에 들어왔다.
-자. 일촉즉발의 상황! 이 전투가 모든 걸 가릅니다!!!!
박상철 캐스터의 외침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마수의 병력이 용족의 병력을 향해 일제히 돌진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병력이었다.
화면을 가득 메우는 그슨대.
닷발귀는 그 주위를 맴돌며 비렴을 잡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천벌! 천벌!
-이승우 선수는 지금 천벌에 목숨 걸어야 합니다!
-그슨대 업그레이드 잘되었거든요? 보통 그슨대가 아닙니다! 슈퍼 그슨대입니다!
-자. 천벌 아직까지는 잘 떨어지고! 자. 자. 닷발귀 움직이죠. 닷발귀 움직입니다!
정신없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때 닷발귀가 움직였다.
이승우가 전투에 집중한 타이밍을 노린 것이다. 닷발귀가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천벌을 모두 피했다.
기묘한 움직임이었다.
무사히 비렴이 있는 곳까지 날아온 닷발귀.
그럼에도 닷발귀는 무빙을 멈추지 않았다. 병예의 속박 때문이었다.
-속박! 속박! 아! 첫 번째 속박 피해 내는 임동원! 닷발귀 컨트롤이 말도 안 되게 떼어 냅니다!
놀랍게도 첫 번째 속박을 피해 내는 닷발귀.
조금만 움직임이 늦었더라면 속박에 모든 닷발귀가 묶이고 말았을 것이다.
-이야! 임동원 선수! 닷발귀가 살아 있습니다! 살아서 움직입니다!
이제 이승우에게 남은 속박은 단 한 번뿐.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와중에도 비렴은 한 기씩 끊기고 있었으니까.
비렴이 전부 끊기면 마수의 병력을 전부 잡아도 소용이 없다.
추가 병력에 싸 먹히고 전멸당하고 말테니까.
-이승우 선수 이제 속박 한 번 남았어요! 신중해야 합니다! 신중해야 합니다만, 시간을 끌어서도 안 됩니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거든요? 근데 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이 그만큼 어려워요!
이제 남은 비렴의 숫자는 3기.
더 이상 비렴을 잃어선 안 되었다. 그나마 천벌을 잘 활용해 그슨대를 잘 줄여 줬지만 한 번에 본진까지 밀려면 이보다 더 큰 대승을 거둬야 했다.
-어! 어! 속박! 속박 들어갔습니다!
-이건 또 뭔가요! 예측 속박!
-임동원 선수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그 순간 공중을 제 집처럼 누비던 닷발귀가 속박에 걸려 꼼짝 못하게 되었다.
그 위로 쏟아지는 천벌.
귀가 찢어지는 비명과 녹아내리는 닷발귀.
동시에 용족 팬들의 체증도 싹 가라앉았다.
-놀랍네요. 예측 속박이라니! 예측 천벌은 봤지만 예측 속박은 처음 봅니다!
만약 아까 전처럼 속박을 썼다면 두 번째 속박마저 임동원은 피했을 것이다.
이번엔 다른 방법을 썼다.
미리 닷발귀가 움직일 장소를 예측해서 그곳에 속박을 거는 것.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지만 이승우는 성공했다.
-자. 비렴 3기. 비렴 3기 남았습니다!
-저희가 이 쪽에만 집중해서 몰랐는데 병력도 많이 살아남았습니다!
-나이스 타이밍에 합류하는 용아!
힘을 얻은 용족의 병력이 다시 마수 앞마당을 향해 진격했다.
좁은 입구에 모인 그슨대는 천벌의 밥이었다.
결국 앞마당이 뚫렸고 그 순간 임동원이 GG를 선언했다.
임동원 입장에선 너무 아쉬운 경기였다.
반쯤 손에 잡혔던 경기.
닷발귀가 그렇게 잡히지 않았다면 결코 입구가 뚫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올킬! 올킬을 해냅니다!
-전투의 신이라는 별명은 이제 이승우가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짜릿한 승입니다!
-동시에 전무후무한 기록인 한 시즌 올킬 4회를 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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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설날이지요?
연재는 쉬지 않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