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9 Game No. 199 GO전! =========================================================================
Game No. 199
-자. 첫 번째 전장 화랑도에서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보이는 진형이 이승우 선수입니다. 1시에 위치하고 있죠. 그에 맞서는 김재만 선수. 7시입니다. 대각선이네요.
-일단 초반에 끝나는 경기는 나오지 않겠네요.
화랑도는 꽤 큰 전장이다.
본진이 전장 구석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러시거리가 꽤 있다.
물론 큰 입구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다른 전장보다 조금 가까운 러시거리를 가지게 된다.
-화랑도는 여전히 마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전장입니다. 안전하게 철광 멀티를 공짜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크거든요? 여기에 세 번째 소굴을 펼치면서 그슨대 생산하면 진짜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거든요?
현재 화랑도에서 펼쳐진 마수와 용족의 스코어는 20:11.
조금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큰 차이였다.
-마수가 좋은 전장이 1세트에 배치되었음에도 대놓고 이승우 선수가 나왔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죠. 1세트 전장이 화랑도로 배치된 순간 GO에서 마수가 나오리란 걸 충분히 예상했을 겁니다. 화랑도가 마수전장임과 동시에 GO에서 가장 강한 종족이 마수 아니겠습니까? 그걸 알면서도 나왔다는 건 이길 수 있다는 것이겠죠.
-실제로 이승우 선수는 이 전장에서 이제운 선수를 만나 한 차례 승리를 거둔 바가 있습니다.
-이승우 선수 큰 입구 막으면서 시작하죠.
-무난합니다.
제단을 짓는 플레이는 하지 않았다. 무난하게 용무관을 올려 주는 모습.
-김재만 선수도 무난하게 앞마당 가져가면서 시작합니다.
-원래 이게 보통 시작인데 경기를 치르는 선수가 이들이다 보니 조금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김재만도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화랑도에서 정석처럼 쓰이는 그슨대 운영을 준비했다.
***
이번 세트에 사용할 전략은 비비-지룡이었다.
이제운 전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운영을 펼칠 생각이었다.
이 전장을 두고 감독님과 많은 고민을 했다.
가장 최적화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일까?
일단 큰 입구를 마수가 막아 버리면 너무나도 쉽게 철광 멀티를 가져가게 된다.
제단 병력으로 지상 싸움을 걸면 마견-그슨대 회전력에 제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비비-지룡 운영.
현재는 많이 쓰이지 않는 빌드지만 과거 정석처럼 쓰였던 빌드이기도 하다.
마수가 철광 멀티를 쉽게 가져갈 수 있는 것처럼 용족도 철광 멀티를 쉽게 가져갈 수 있다.
지룡을 생산해도 제단을 늘리는 데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드랍에 대한 대비를 비비로 든든히 한 후 지룡으로 마수를 흔드는 것.
그것이 이번 목표였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날빌러]를 사용해 김재만이 올인이 아닌 중반 이후의 힘 싸움을 선택한 걸 확인했다.
같은 [날빌러]인데 저번 주에 사용했을 때와 느낌이 다르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언제든 사용할 수 있던 스킬이, 세 번으로 제한돼서 그런 것 같다.
낭비하는 일 없이 확실히 이득을 볼 수 있을 때 집중적으로 스킬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
[투신]도 마찬가지다.
예전이면 1용아 찌르기나 중간 전투에서도 [투신]을 남발했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적어도 위너스 리그가 끝나기 전까진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 아끼고 또 아껴야 했다.
그나마 위너스리그가 끝나면 프로리그는 보통 1경기 최대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아, 스킬 활용에 관해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문제가 생기는 건 개인리그 다전제 정도?
2015 시즌3의 개인리그, 그것도 다전제가 열릴 시기가 되면 추가 슬롯이나 추가 스킬을 확보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양대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가장 기쁜 건 1번 시드를 가졌다는 것이었다.
예선전을 치를 필요 없는 건 물론이고, 내 조나 다른 조를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팀원이 본선에 올라온다면 상대하기 껄끄러운 선수를 바꿔 줄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예선이 치러지는 동안 난 프로리그에 집중하면 된다.
이게 얼마나 큰 여유인지 새삼 느끼고 있었다.
양대 리그가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벌써 예산 날짜가 결정되었다.
다시 숨 가쁜 일정이 시작 된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김재만의 그슨대가 견제하기 위해 올라왔다.
걱정은 없었다.
-펑.
-키엑-!
왜냐하면 바로 지룡이 나와 줄 테니까.
토정에 그슨대 2기가 터졌다.
동시에 제단을 때리고 있던 그슨대로 뒤로 빼는 김재만. 컨디션은 괜찮은 모양이다.
그대로 있었다면 토정에 터진 그슨대는 2기보다 많았을 것이다.
재빠르게 뒤로 빼 준 덕에 2기로 피해를 최소화시킨 것이다.
나로선 아쉬운 상황이고 김재만에겐 다행인 상황.
그래도 여기까진 내가 예상한 대로 진행되었다.
***
-이승우 선수 지룡을 선택했네요.
-이 전장에서 지룡 나쁘지 않죠.
-이제운 선수와의 대결에서도 지룡을 선택했던 이승우 선수였죠!
지룡이 비렴의 천벌보다 한 타이밍 빠르게 나온다.
화랑도가 용족에게 부담스러운 이유 중 하나가 마수가 마음만 먹으면 초반 입구 뚫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전장이면 앞마당이나 타 스타팅 앞마당에 지어졌을 3~4번째 소굴이 철광 지대에 지어진다는 것 자체가 마수에게 너무 좋은 것이었다.
어차피 늘여야 할 소굴인데 철광까지 확보가 가능했으니까.
그것도 매우 안전하게.
마음먹고 마수가 용족의 입구를 두드리면 난감해진다.
그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승우는 지룡을 빠르게 확보한 것이다.
-그때와 비교해서 상황은 굉장히 좋습니다. 그땐 초반 마견 난입을 허용하면서 초반에 크게 흔들렸었거든요? 그리고 빌드도 그때와 조금 다릅니다.
-맞습니다. 빠르게 혈풍을 확보하는 빌드를 선택했던 이제운 선수와 달리 김재만 선수는 초반 그슨대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마굴이 느리긴 하지만 한 타이밍 빠르게 나온 그슨대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죠.
이승우는 이제운과 임형규를 3:0이란 놀라운 스코어로 찍어 누른바가 있다.
그 후로 많은 팀에서 이승우 해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GO역시 마찬가지였다.
GO에서 내놓은 해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
이승우에 맞먹는 피지컬.
그리고 속칭 깡.
이 두 가지를 완벽히 갖춘 선수가 김재만이었다.
빠르게 그슨대롤 확보한 후 전장을 조금씩 장악해 나가는 것.
그슨대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만약 김재만이 보통 마수처럼 마굴을 가고 혈풍을 생산했다면 지룡은 견제를 위해 진작 큰 입구를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김재만이 빠르게 그슨대를 확보해 준 덕에 지룡은 쉽게 자리를 비우지 못했다.
비운 사이 그슨대가 몰아치면 입구가 뚫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섵불리 자리를 비우기보단 운룡의 속업이 완료되었을 때, 그리고 입구를 지킬 수 있는 지룡이 나왔을 때 견제를 떠날 것이다.
-이승우 선수 비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마수가 무엇을 하는지 확실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거든요? 당장 혈풍이 없는 김재만 선수 입장에선 부지런히 그슨대로 따라다니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 곧 속업 됩니다. 그럼 이승우 선수 바로 견제 떠날 것이거든요?
-김재만 선수는 제대로 대비해야 합니다. 이승우 선수 보통 용족과 달라요. 운룡이 1기 더 날아올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자. 비비 돌아다니면서 길 열고 있죠.
-말씀드리는 이 순간 속업 운룡이 출발합니다!
***
이번 견제 성패에 따라 쉬운 경기를 펼칠 수도 있고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도 있다.
당장 혈풍은 없는 상태.
충분히 이득을 거둘 수 있다.
비비로 상황을 살피며 속업 운룡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신] 2개를 장착하긴 했지만 섣불리 사용할 순 없다.
언제 어떤 전투가 벌어질지 몰랐으니까.
다만 확실히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투신]을 사용할 것이다.
운룡이 마수의 본진 주변을 배회했다.
어슬렁어슬렁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빈틈이 보이면 언제든 날카롭게 파고들 준비를 하고 있다.
잠깐?
저거 틈 아냐?
왜 이렇게 트리플 지역을 활짝 개방해 놓았지?
본진이나 앞마당 쪽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했나?
예상치 못한 틈에 혹시 이게 함정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고민은 짧았다.
밑져야 본전.
들어가자.
함정이면 그 함정을 부숴 버리면 되니까.
***
-어? 빈틈! 빈틈 찾아냈습니다!
-견고하게 방어를 한다고 했는데, 그슨대를 이동시키는 찰나의 순간 틈이 살짝 벌어졌습니다.
-그걸 귀신같이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이승우 선수네요!
철광 뒤에 살짝 지룡이 내려 토정을 발사했다.
아차 싶은 김재만.
-펑!
-키엑-!
-켁!
재빨리 일벌레를 뺐지만 5기의 일벌레가 한 번에 터지고 말았다.
럭키 토정.
항상 불발로 용족 선수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지룡이 오늘 화끈한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다.
토정을 발사한 지룡이 미련 없이 운룡탄 후 뒤로 빠졌다.
-이승우 선수 대단합니다. 결국 피해를 주네요.
-이러면 김재만 선수 기분 나쁘죠. 이런 피해 안 받으려고 초반부터 병력 위주로 플레이 했는데. 참 할 말이 없습니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네요.
-붉은 운룡의 곡예사라고 불리는 김우현 선수보다 견제가 더 뛰어난 것 같습니다. 김우현 선수의 운룡은 아슬아슬하게 체력이 닳기라도 하지 이승우 선수는 그런 것도 없습니다. 운룡이 저렇게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건 처음 봅니다.
-마치 저기에 그슨대가 없다는 걸 알고 돌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전장에 깔린 그슨대가 몇 마리인데 운룡 하나를 못 쫓아가네요.
-어? 지금 또 날아오는 거 뭐죠? 비비인가요?
-비비라기엔 동선이 조금 이상하죠.
옵저버가 곧바로 전장의 중앙을 보여줬다.
이승우 본진에서 날아오고 있는 유닛의 정체는.
-운룡!
-운룡입니다!
-또! 또 운룡 2기!!!!
중계진이 합창이라도 하듯 동시에 외쳤다.
비어 있는 운룡은 아닐 것이다. 아마 저 안엔 지룡과 용아가 타고 있을 것이다.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승우 선수 도대체 손이 몇 개인가요?
-운룡 2기 컨트롤 하고 비비 움직이고 본진에서 테크 올리고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란 말입니까?
-크. 정점입니다. 용족의 정점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간혹 커뮤니티에서 택뱅을 합친 선수가 나오면 시대를 완벽히 지배할 것 같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이승우가! 지금 경기를 펼치고 있는 이승우가 그런 선수입니다!
중계진들이 앞 다투어 칭찬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승우의 견제는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신출귀몰한 운룡의 움직임.
홍길동이 따로 없었다.
-아. 이러면 김재만 선수 상황 꼬이죠.
-아예 견제를 받지 않기 위해 초반부터 그슨대에 집중을 했는데! 이게 뭔가요!
중계진의 안타까운 외침이 김재만의 상황을 대신 말해 주었다.
화면에 비친 김재만도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어느새 경기의 주도권은 다시 이승우에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