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7 Game No. 197 휴가. =========================================================================
Game No. 197
휴가.
휴가를 떠났을 때만 해도 마음이 아주 편했다.
일단 웃으면서 집에 왔으니까.
오는 길 내내 정말 즐거웠다. 인터넷에 내 이름을 쳐 보며 내내 기사를 찾았던 것 같다.
그렇게 집에 온 순간, 고민이 시작되었다.
2억이나 되는 상금을 어떻게 쓸까 부터 시작해서 곧 하게 된다는 연봉 협상까지.
이 모든 것들이 고민의 대상이긴 했지만 이보다 훨씬 큰 것이 있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2단계로 업그레이드 하시겠습니까?]
바로 양대 우승을 한 후 뜬 푸른 창 때문이었다.
어떤 보상이 뒤따를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내 뒤통수를 딱 치는 문구였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 2단계라니.
초보자 단계랑 지금만 있는 게 아니었어?
저 문구가 떠오른 이후 제대로 휴가를 즐기지 못했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났을 때도, 가족들과 대화를 할 때에도 온통 정신은 여기에 쏠려 있었다.
무슨 걱정이 있냐는 말을 연달아 들었을 정도였다.
업그레이드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좋게 변했다면 이렇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미리 보기로 알게 된 2단계 내용은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이 섞여 있었다.
좋은 것부터 말하자면 일단 99로 제한되어 있던 능력치의 한계가 150으로 풀린다고 했다.
그리고 히든 스탯인 ‘포스’와 3단계 연계&진화 스킬 및 2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스킬이 추가, 생성된다고 했다.
아, 칭호 시스템도 추가된다고 했구나. 정확히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순 없었지만 적어도 해가 되는 건 아닌 듯싶었다.
여기까진 좋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속으로 물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만약 이것만 적혀 있었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날름 2단계로 업그레이드로 했겠지.
문제는 이다음에 있었다.
지금은 체력만 있다면 하나의 스킬을 열 번이고 이십 번이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2단계로 업그레이드 시키면 스킬 사용에 제한이 생긴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횟수 제한.
자세히 알고 싶었지만 이 이상의 정보는 직접 업그레이드를 한 후 확인하라는 말에 생각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조금 의아했다.
업그레이드인데 왜 마이너스 같은 느낌이 드는 거지?
업그레이드면 다 좋아져야 하는 거 아닌가?
이미 잘 쓰고 있는 스킬을 왜 제한하려 하는 건지 의아했다.
대신 스킬의 위력이 더 강력해진다고 되어 있긴 했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2단계 내용을 알려 준 후 마지막엔 선택은 자유라고 되어 있었다. 굳이 업그레이드 하지 않고 1단계를 유지해도 상관없다고.
솔직히 고민되었다.
아직 모든 능력치를 99를 찍은 것도 아니니 99이상을 고민하기엔 이른 단계다.
또한 스킬도 아직 MAX를 찍지 못한 것도 많다. 그리고 간신히 MAX를 찍어 체력 5%만 들게 만들어 놨는데 사용 횟수 제한을 건다고?
뒤통수로 이런 뒤통수가 없다.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업그레이드 하지 말까?
1단계로도 충분한 것 같은데?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실제로 1단계의 능력만으로 양대리그 동시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마저 풀로 찍은 능력도 아니다. 물론 버프발이 있긴 했지만 더 이상 무리하지 않고 그냥 스탯 99로 만족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스킬 MAX까지만 찍어도 충분히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고민하는 이유는 하나.
이번에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 다신 2단계로 업그레이드 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 말만 없었다면 일단 모든 스탯이 99가 될 때까지 업그레이드를 유보했겠지.
“이젠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새로운 푸른 창이 떴다.
[오늘 내로 업그레이드 여부를 알려 주십시오.]
시간제한까지 있어?
조금 더 느긋하게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이것 참 너무하네.
양대 리그 우승의 기쁨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 이런 고민덩어리를 안겨 주다니.
[업그레이드는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진행됩니다. 굳이 원하시지 않으시면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2단계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시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실 수 없습니다.]
3단계도 있는 거였어?
혹시 3단계 내용도 미리 볼 수 있으려나?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또다시 푸른 창이 나타났다.
[3단계 업그레이드 내용을 미리 보시겠습니까?]
무조건 YES.
대답을 한 직후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이 정보가 내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굳이 3단계로 갈 이유가 없다면 2단계 업그레이드를 포기할 것이다.
반대로 3단계가 매력적이라면?
당연히 2단계 업그레이드를 해야겠지.
의외로 푸른창이 알려 준 정보는 심플했다.
길게 나열되어 있던 2단계 미리 보기와 달리 딱 1줄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걸 본 순간 내 생각은 바뀌었다.
난 망설임 없이 바로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2단계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도대체 어떤 말이 쓰여 있기에 손바닥 뒤집듯 쉽게 생각을 바꾸었냐고?
아주 짧고 굵은 한 문장이 내 마음을 제대로 울려 버렸다.
왜 스킬 사용 횟수에 제한을 두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스킬을 선수라 가정하면 여러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난 하나의 팀이 된다.
스킬의 사용 횟수 제한이 생기면 경기에 따라 어떤 스킬을 활용해야 할지 고민과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전장에서 어떤 스킬이 가장 잘 어울릴지, 이 선수에게 카운터가 되는 스킬은 무엇인지.
왜 이런 제한이 생긴 것인지 3단계 내용을 보니 어렴풋이 이해가 갔다.
2단계는 3단계 적응 훈련이었던 것이다.
3단계 미리보기에 나왔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 3단계는 감독 전용입니다.]
***
아스트로의 분위기는 아주 좋다.
이미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지었기 때문이었다.
각 팀별로 3~4경기밖에 남지 않은 지금 위너스 리그 포스트 시즌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이미 확정된 팀이 무려 3팀이나 된다.
S1, CT, 아스트로.
아스트로만 제외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팀들이다.
아스트로 역시 이승우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과처럼 느껴졌다.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세 팀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화성과 나무전자 그리고 GO.
세 팀 모두 4라운드 성적만 보면 S1이나 CT 못지않는 호성적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 세 팀 중 한 팀이 아스트로와 경기를 마쳤고, 나머지 두 팀이 아스트로와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 경기 결과가 포스트 시즌 진출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았다.
바로 오늘 GO가 아스트로와 프로리그 4라운드 대결을 펼치게 된다.
3라운드에선 GO가 아스트로에게 승리를 거뒀지만 그땐 이승우가 없었다.
오늘은 다르다.
양대 우승을 거머쥐고 휴가까지 다녀와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해있는 이승우 선수가 출전한다.
그것도 선봉으로.
***
“일단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되었으니, 긴장하지 말고 경기 치르자.”
“2회 우승자 승우가 선봉으로 출전하는데. 긴장은커녕 걱정조차 되지 않습니다.”
승대의 말에 감독님이 두 눈에 불을 켰다.
“그건 모르는 거야. 혹시 아냐? 승우가 선봉전에서 바로 패할지.”
그런 무서운 말을 넣어 두시죠.
전 이기고 싶습니다.
꼭 이길 거고요.
난 GO전 선봉으로 나가게 되었다.
누가 등을 떠민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
그간 휴가를 보내느라 잃었던 실전 감각을 빠르게 찾고 싶다고고 이야기했지만 이건 표면적인 이유였고, 실제는 변경된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바로 적용해 보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경기 수가 적은 대장보단 4경기까지 바로 치를 수 있는 선봉이 유리했으니까.
업그레이드 된 신들의 전쟁 매니저는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좋은 것부터 말하자면 스탯의 한계가 99에서 150으로 올라갔다.
당장 효과를 누리기 힘들었지만 언젠가 제대로 된 효과를 누리겠지.
이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건 히든 스탯인 포스의 등장이었다.
아직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스탯 포인트 1이 드는 다른 스탯과 달리 무려 스탯 포인트 3을 써야 스탯 1을 올릴 수 있었다.
투자한 만큼 확실한 보상을 주는 시스템이니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포스에 스탯 포인트를 투자할 생각이었다.
일단 기본 스탯부터 90이상씩 맞출 거다.
그다음 추가된 시스템은 칭호다.
칭호는 버프와 비슷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영구적으로 적용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신 효과는 버프였을 때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칭호는 레벨 50당 1개를 추가할 수 있다.
즉 현재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칭호는 총 2가지.
한번 칭호로 정하면 1달간 다른 칭호로 변경할 수 없기에 아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칭호는 [영광의 시대] 하나였다.
무려 모든 능력치를 20% 올려 주었다.
나머지 한 칸은 비워 두었다.
[집택신]을 넣을까 하다 말았다. 더 좋은 칭호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집택신]이 적용되는 장소는 오직 히어로 센터뿐이다.
지금 사용해 버리면 앞으로 한 달간 칭호를 변경할 수 없다.
더 좋은 칭호를 얻어도 당장은 무용지물이란 말이다.
그사이 더 좋은 칭호를 얻을 가능성도 높았다.
아직 위너스리그 포스트시즌이 남아 있었으니까.
만약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면 [영광의 시대]만큼 좋은 호칭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좋은 이야기.
입이 귀에 걸린 얼굴로 떠들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이젠 조금 우울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스킬 제한.
이게 이런 식으로 날 압박할 줄은 몰랐다.
단순히 사용 횟수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경기당 쓸 수 있는 스킬의 수까지 제한되었다.
스킬의 레벨을 MAX까지 찍게 되면 사용할 수 있는 횟수는 하루에 3번.
레벨 1이면 1번을 사용할 수 있고, 3이면 2번을 사용할 수 있었다.
예전처럼 타 스킬은 배제하고 [투신]만 10번 사용하는 건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즉 그동안 활용하지 않았던 스킬들도 활용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마나 다행인 건, 업그레이드 하는 순간 보상으로 [투신]을 다른 스킬보다 2배, 그러니까 하루에 6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얻은 이래, 가장 많이 사용한 스킬이 [투신]이었다.
하긴 그동안 [투신]으로 힘든 경기를 많이 역전하긴 했다.
그나마 배려를 해 줘서 고맙다.
이왕이면 [날빌러]로 함께 횟수를 늘려 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날빌러]가 [투신]에 이어 사용 횟수 2위였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런 보상이 고맙긴 하지만 그렇다고 [투신]을 남발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스킬의 자체의 횟수 제한도 있었지만 경기당 사용할 수 있는 횟수의 제한도 있었다.
총 4개의 슬롯이 주어졌다.
한 경기에 활용할 수 있는 스킬 횟수는 4번뿐이라는 것이었다.
기본은 3개였고, 레벨 50당 슬롯이 1개씩 추가되어 총 4개의 슬롯을 가질 수 있었다.
설명을 듣자 하니 레벨을 올려서 슬롯을 개방할 수도 있지만 호칭이나 기타 업적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당장은 4개의 슬롯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아직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의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추가 스킬을 계속 얻게 된다면 4개의 슬롯으론 어림도 없어 보였다.
그마나 다행이라면 패시브 스킬은 언제든 쓸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1단계에서 얻은 패시브 스킬들.
2단계에선 1단계에서 얻은 패시브 스킬보다 훨씬 강력한 걸 얻을 수 있게 되지만 액티브 스킬처럼 장착을 해야 경기 중에 사용할 수 있다.
2단계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2단계 스킬을 2개 얻었다.
하나는 액티브 스킬이었고 다른 하나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확실히 2단계 스킬이라 그런지 그 위력이 1단계 스킬과 천지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