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6 Game No. 196 영광의 시대. =========================================================================
Game No. 196
김현민 캐스터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 용족과 마수의 병력이 격돌했다.
-쇄혼! 쇄혼! 들어갔어요! 들어갑니다!
-이야!!!! 저게 손으로 플레이가 됩니다. 입으로 하는게 아니라 실제 손으로 플레이가 됩니다!
-제가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게 맞나요?
-임형규 선수 당황합니다. 당황하고 있어요!
-당황할 수밖에 없죠! 전투를 위해 술력을 가득 채운 망태할배를 이렇게 모아 놨는데! 그게 다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지 않습니까!
-1기가 살아남긴 했는데 너무 부족해요. 이걸로는 안 됩니다!
중계진의 외침이 계속해서 맞물렸다.
동시에 외치는 통에 누가 무어라 하는지 잘 못 알아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화면에서 펼쳐지는 전투 자체가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로 화려했으니까.
병예의 쇄혼 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무려 4기의 망태할배를 쇄혼으로 죽인 것이다.
단 2기의 병예로 해낸 일.
그 후 그슨대의 공격에 병예가 죽었지만 이미 제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남은 건 1기의 망태할배.
-으아!!! 이게 뭡니까? 이승우 선수 사람 맞습니까?
-이건 진짜. 말도 안됩니다. 말도 안됩니다. 용족의 이상향입니다. 용족이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신룡이 아니겠습니까!
그마저 빙룡의 숨결로 얼려 버리는 이승우였다.
이제 임형규가 당장 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망태할배는 없게 되었다.
아무리 업이 잘되었다고 해도 단순 마견, 그슨대로 용족의 조합된 병력과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
평소라면 바보가 되는 용혼도 뒤에서 계속해서 데미지를 넣고 있었다.
더군다나 나가 때문에 유닛도 잘 안 보이는 상황.
얼마나 많은 유닛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임형규가 이를 악다물었다.
물러날 수 없다.
물러나면 진다.
황급히 군주를 데려와 전투를 이어 나가 보지만 이번엔 비비가 말썽이었다.
그사이 공업을 충실히 시켜 줬는지 비비가 군주를 잡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잠시나마 보였던 용족의 병력이 다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뒤늦게 합류한 망태할배가 토혈과 흑운을 뿌리며 항전을 해 봤지만 너무 늦었다.
용족의 덩어리가 거의 줄지 않은 것이다. 그 병력이 그대로 임형규의 본진을 덮쳤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밀리는 마수.
군락체계의 마수가 이렇게 약해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동시에 다른 확장도 순차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건 스타팅 포인트 확장 하나.
테크도 무너졌고 자원도 떨어졌지만 임형규는 GG를 못 치고 있었다.
아쉬워서였다.
-아. 이승우 선수. 입으로만, 상상으로만 가능하던 플레이는 직접 해내며 승리를 따내는 분위기입니다.
-신입니다. 여태까지 제2의 김택윤, 제2의 송병호. 제2의 강명 등등 수많은 신예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승우 선수는 ‘제2의’를 붙이면 안 됩니다. 제1의 이승우입니다!
-임형규 : GG.
그순간 임형규가 GG를 선언하며 경기가 3:0으로 끝났다.
-이승우가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 냅니다!
-수많은 강자를 꺾고 이 자리에 오릅니다!
-정말……. 정말 대단합니다!
***
이겼다.
이겼어!
병예 작전이 먹혀 들어가는 순간 짜릿한 전율이 온몸에 퍼졌다.
OSL 우승 땐 적어도 부스에선 울지 않았다. 근데 지금은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나왔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형규를 이겼다는 생각보단 S1을 상대로 이겼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복수 했다기보단 진가를 보여 줬다는 것이 더 컸다.
눈물을 닦고 바로 부스 밖으로 나갔다.
-와아아아아아!
그 순간 수만 명이 내지르는 함성이 나를 덮쳤다.
***
곧바로 우승자 인터뷰와 시상식이 이어졌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관중들이 이승우의 이름을 크게 외쳐대는 통에 중간에 인터뷰가 잠시 끊겼을 정도로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전승 우승.
그리고 양대 진 로열로더.
더 이상 말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보다 더 큰 환호를 받아도 충분했다.
아쉬웠는지 준우승 시상을 하면서 눈물을 왈칵 쏟는 임형규.
첫 결승 무대라 더 아쉬웠는지도 모른다.
준우승 시상이 끝나고 드디어 우승자 시상의 차례가 왔다.
-자. 이승우 선수는 무대 중앙에 서 주시기 바랍니다.
-2015 MSL 시즌2! 대망의 우승자는! 이!승!우!
***
김현민 캐스터와 외침과 함께 중앙으로 난 길을 걸었다.
OSL과 같았다.
이 길의 끝엔 MSL 트로피가 있었다.
등 뒤로 폭죽이 터지며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점점 트로피가 가까워졌다.
이미 한 번 해 본 일인데도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우승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더니, 그게 정말이었나 보다.
트로피를 한 발자국 남기고 그 앞에 섰다.
잠시 숨을 고른 후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동시에 터지는 꽃가루.
그 꽃가루를 맞으며 난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업적이 생성되었습니다.]
[영광의 시대.]
[임주혁도, 이민열도, 최연규도, 이영우도, 이제운도, 역대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양대 진 로열로더를 최초로 이뤄 냈습니다. 당신의 시대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
MSL 결승전이 끝이 났다.
3:0.
충격적이 결과였다.
이승우가 완승을 거두며 MSL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양대 시즌을 동시에 정복한 일곱 번째 선수 임과 동시에 최초로 양대 진 로열로더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이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전승으로 우승한 선수가 되었다.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이스포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기록들이었다.
최초 그리고 최고.
이번 시즌은 이승우를 위한, 이승우에 의한, 이승우의 시즌이었다.
아스트로도 난리가 났다.
우승자는커녕 4강 진출자와도 연관이 없던 팀이었지만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양대 우승자를 배출하게 되었다.
후원에 관한 이야기가 물밀듯 밀려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좋은 건 아니었다.
근심과 걱정도 함께 떠 앉게 되었다.
만년 꼴찌나 마찬가지인 아스트로에 양대 우승을 차지한 이승우가 계속 남아 있겠냐는 것이었다.
일단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진 남아 있겠지만 차기 시즌엔 S1으로 다시 복귀하지 않을까란 추측도 솔솔 나왔다.
터무니없는 건 아니었다.
이미 S1에서 어마어마한 금액과 대우를 보장하겠다는 이야기가 관계자에 의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대접을 받고 돌아간다면 이승우로선 최고의 복수를 하는 셈이다. 물론 안 갈 수도 있다.
방출이 선수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을 수 있을테니까.
아무리 S1이 최고의 팀이라 하더라도 이승우의 생각은 조금 다를 수 있다.
그 점에 희망을 걸고 다른 명문팀에서도 호시탐탐 이승우를 노리고 있다고 했다.
이번 시즌이 끝났을 때, 이승우가 아스트로에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적어도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 잠잠해지지 않을 폭풍.
그 폭풍의 진원지가 바로 이승우였다.
용족 팬들도 난리가 났다.
역대 두 번째 양대리그 우승한 용족이 나왔고 동시에 양대리그를 정복한 용족은 역대 처음이었다.
자연스레 서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서열이 밥을 먹여 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팬들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였다.
양대리그를 동시에 점령한 순간 다른 선수의 이름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오직 김택윤과 비교가 이뤄졌다.
의견은 세 가지.
김택윤을 뛰어넘었다.
아니다.
동급이다.
김택윤을 뛰어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승우가 현역 용족 중 유일한 양대리그 우승자인데 반해 김택윤은 MSL만 우승한 반쪽짜리라고 평가했다.
즉 양대우승이 골든배지보다 더 값지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김택윤이 비수류를 하며 마수전에 해법을 제시한 것 처럼 이승우도 병예를 활용한 조합으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고 강하게 말했다.
확실히 3세트의 병예가 인상적이었다.
마수전에서 그렇게 병예가 잘 활용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자원을 원 없이 먹고 군락체계가 완성된 마수가 망태할배 없이 전투를 펼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직은 이승우밖에 활용하지 못하지만 조금만 더 최적화를 시킨다면 이승우뿐만 아니라 다른 용족들도 적극 활용하게 될 지도 몰랐다.
이는 엄청난 발견이었다.
용마전의 양상이 아예 뒤바뀔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발견.
아무리 자원을 잘 먹어도 후반 마수의 망태할배 운영에 밀렸던 용족들에게 한 줄기 빛을 제시한 셈이었다.
아직 김택윤을 넘지 못했다는 이들은 김택윤이 MSL만 우승하긴 했지만 어쨌든 용족 중 유일무이한 3회 우승자다.
우승 횟수가 같다면 모를까 아직은 아니다. 그리고 이승우가 프로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 주고 있긴 하지만 김택윤은 그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냈었다.
올해가 지난 후 다시 평가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병예 운영 역시 임형규를 상대로 한 번 성공한 것 뿐이라 운영보단 깜짝 전략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적어도 상대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썼을 때도 위력을 발휘해야 새로운 운영이라 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견 수긍이 가는 의견이었다.
이승우가 프로리그든 차기 시즌 개인리그든 마수를 만나 병예 운영을 들고 나와 다시 성공한다면 그때 새로운 빌드라 불러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동급이라고 주장한 이들은 이승우의 우승 횟수가 1회 적긴 하지만 양대 우승이니 거의 같다고 봐야 하고 프로리그는 아직 비교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이렇게 세개의 의견이 어느 한곳으로 치우치지 않고 팽팽하게 맞섰다.
이들의 다툼은 올해가 가기 전까지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시즌3에서 김택윤이나 이승우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확실한 답이 나오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내년까지도 논쟁이 계속될 주제였다.
하나 확실한 건 적어도 올해 이승우보다 뛰어난 커리어를 쌓은 용족 선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시즌3에서 한 명의 용족 선수가 양대리그를 동시에 제패하지 않은 한 올해가 가도록 이 커리어를 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벌써부터 올해의 용족 주인이 정해졌다는 분위기다.
개인리그 양대리그 우승뿐만 아니라 팀을 위너스리그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등 프로리그의 활약도 상당했다.
프로리그에서 거둔 31승 2패란 성적만 봐도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기운이 제대로 전해진 것일까?
아스트로는 프로리그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하긴 했지만 이승우 없이 펼친 3경기에서 2승 1패를 거두며 S1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었다.
동시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남은 3경기에서 전패를 하더라도 4위 밑으론 떨어지지 않는다.
이 역시 아스트로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정규 시즌 포스트시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위너스 리그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이젠 포스트시즌이 문제가 아니라 결승 직행과 플레이오프를 걸고 남은 경기를 임하게 되었다.
혹자는 정규 시즌보다 위너스리가 포스트 시즌이 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확실한 에이스 카드가 없다면 바닥을 깔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렇듯 이승우와 아스트로는 매일 신화를 써 내려 가고 있었다.
양대결승이 끝났음에도 이승우가 출전하지 않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그에게 일주일간의 휴가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그간 쉬지 못했으니 푹 쉬고 오라는 뜻이었다.
처음엔 거절하던 이승우였지만 이재명 감독과 대화를 나눈 후 순순히 휴가를 떠났다고 했다.
이제 그가 휴가를 떠난 지 5일이 지났다.
이틀 후 그가 복귀하고 그 다음 날 GO와의 프로리그가 예정되어 있다.
3라운드에서 이승우는 GO전에 결장한 적이 있다.
그때 아스트로는 패배했다.
과연 이승우가 돌아와 3라운드의 설욕을 하게 될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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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세종으로 이사왔습니다.
길을 전혀 모르겠습니다.
.....안그래도 길치인데.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