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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94화 (194/575)

00194  Game No. 194 세번 당하진 않는구나.  =========================================================================

Game No. 194

“형규야.”

“네. 감독님.”

힘없이 대답하는 임형규를 주운 감독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그 눈빛은 1초도 채 머물지 않았다. 이내 다른 감정이 깃들었다.

“아직 안 끝났다. 2:0. 분명 힘든 상황인 것 맞아. 하지만 아직 안 끝났어.”

“……네.”

여전히 맥 빠진 목소리다.

임형규는 지금 벽을 느끼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이승우라는 벽을.

솔직히 1세트는 이길 줄 알았다.

첫 번째 5일벌레 러시가 막혔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막는군. 역시 우승자답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가시귀 올인을 제단 센스로 막아 냈을 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김택윤조차 연습 경기에서 단 한 번도 보여 주지 못했던 심시티였다.

그래서 당황했다.

그슨대만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임형규도 함께 길을 잃었다.

도대체 이런 순간적인 판단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평상시에 알던 이승우가 아니었다.

불과 1달전에 만났던 16강에서도 이처럼 막막하지 않았다.

그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무어라 다시 입을 열려던 주운 감독이 그대로 멈췄다.

지금 이 순간 어떤 말을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

어떤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거다.

본인이 스스로 헤쳐 가도록 두는 것이 최선이다.

어차피 개인리그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3세트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최승원 해설께선 이런 양상 예측하셨나요?

-일주일 전에 OSL 우승을 차지하고 왔기 때문에 유리한 경기를 펼칠 거라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몰아 붙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임형규 선수도 MSL과 프로리그에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거든요?

임형규는 굉장한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다.

공격력 하나는 올해 최고가 아닐까 하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었다.

그런 임형규가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당하고 있다.

-이제운, 임동원, 삼김까지는 아직 아니더라도 그 바로 밑 혹은 거의 동등한 클라스를 보여 주고 있었기에, OSL은 이승우가 MSL은 임형규가 하나씩 진 로열로더를 나눠 가지지 않을까 했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이승우 선수가 압도하네요.

-이제 대기록까지 한 걸음이 남았죠?

-맞습니다. 이미 18연승으로 공식전 최다 연승이란 기록을 갈아 치운 후기에 더욱 기대가 되는 상황입니다.

전승 우승.

양대 진 로열로더.

단 한 걸음이 남았다.

남은 세 세트에서 한 세트만 따내더라도 양대 진 로열로더는 가능하다.

-이런 선수가 있었나요?

-없었죠. 그러니 최초의 기록 아니겠습니까?

이영우의 공식전 15연승 기록은 이미 넘어섰고, 이제운의 1패 우승도 넘어서기 일보직전이다. 한 세트를 내주더라도 최소 동률이다.

진 로열로더 역시 OSL이나 MSL 한곳에서 한 적은 있지만 양대리그를 모두 진 로열로더로 들어 올린 선수는 없었다.

-자. 영혼의 울림에서 임형규 선수가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무기력하게 패배하며 모든 영광은 이승우 선수에게 내줄지! 바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김현민의 외침과 함께 3세트가 시작되었다.

-자. 먼저 보이는 푸른색의 용족, 이승우 선수의 위치는 1시입니다. 그리고 지금 보이는 붉은색 마수, 임형규 선수의 위치는 11시입니다.

-가로가 나왔네요. 이번에도 이승우 선수가 공격적인 운영을 시도한다면 피해를 볼 수도 있거든요?

-임형규 선수 입장에선 경기가 많이 꼬였습니다. 지금도 기분이 굉장히 안 좋을 것이거든요? 그걸 뒤엎을 방법은 하나. 3세트를 이기는 것밖에 없습니다.

4강에서 이영우를 꺾고 결승에 왔다.

그런데 3:0으로 준우승을 차지한다고?

그걸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영우를 꺾고 올라와 우승을 해야 스토리가 완성되지, 준우승을 차지하면 아무런 화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하는 이조차 드물어진다.

-임형규 선수 이번엔 앞마당 대신 마견숲을 먼저 짓습니다.

-2세트에 초반에 심하게 데였거든요? 아예 피해를 받지 않겠다는 겁니다. 상황 봐서 마견수를 조절해 주겠다는 거죠.

-자. 그럼 이승우 선수는 무얼 하고 있을지.

-어? 용무관이 아닙니다? 제단 올라갑니다.

-동시에 제단 건설한 용안 자리 안 떠나죠. 정찰 안 갑니다. 또 하나 뭐 지으려는 거 아닙니까?

-설마?

언제나 그렇듯 설마는 사람을 잡는다.

용안이 옆으로 이동하더니 또 하나의 건물은 소환했다.

-제단입니다!

-이야! 제단!

-또 제단입니다! 또! 또!

합창하듯 중계진이 외쳤다.

99제단.

이승우는 승부를 길게 가져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3세트가 시작되었다.

이번에 사용할 전략도 이미 마음먹었다.

이 전장에서 무난하게 가면 마수가 스타팅 포인트를 먹는 걸 방해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골치 아프다.

마수보다 배는 잘해야 경기를 이길 수 있다. 그렇기에 변수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보통 타이밍에 용안을 앞마당으로 보내서 솟대를 건설했다.

그리고 아홉 번째 용안까지 생산한 후 바로 2개의 제단을 올렸다.

99제단.

누군가 그랬지.

세 번쯤 쓰면 한 번은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그리고 또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지.

같은 전략을 세 번 쓴 사람이 잘못된 거냐? 아니면 같은 전략에 세 번이나 똑같이 당한 사람이 잘못된 거냐?

미안하다, 형규야.

넌 99제단에 또 한 번 무너질 거야.

2:0으로 앞서는 순간 컨디션이 115%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능력치가 더 높아졌다.

여기에 [투신]을 사용하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지.

형규가 앞마당보다 마견숲을 먼저 올렸다는 건 [날빌러]로 이미 확인했다.

그럼에도 99제단을 하는 이유는 하나.

컨트롤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마견숲을 지었더라도 6마견에 한 번에 생산한다는 보장은 없다.

아마 2~4마리의 마견을 생산하고 나머지는 일벌레를 찍겠지.

이게 맞춰 가는 플레이다.

한 번에 정찰만 당하지 않는다면 분명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상황을 봐서 아예 경기를 끝내도 좋고 후반을 도모해도 된다.

일단 대각선이면 아예 끝내는 건 불가능하다. 최대한 용아를 살리면서 견제를 해야겠지.

형규의 위치가 어디건 가장 중요한 건 마견이 바로 내 본진으로 달려오지 못하게 하는 거다.

용무관이 없어 용광포는 소환 할 수 없다.

또한 본진과 제단의 위치가 너무 멀어 용아가 모두 지키기는 힘들다.

분명 어디 한곳은 피해를 받는다. 일단 마견이 달리면 무조건 피해를 받는다.

그럼 마견이 떠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누가?

내가. 그리고 용아가.

두번째 제단을 지은 용안은 바로 정찰을 보냈다.

위치는 11시.

다행히 원서치로 형규의 위치를 찾았다.

99제단을 염두에 둔 선마견숲은 아닌 모양이다. 당장 마견보다 일벌레가 나오고 있었으니까.

그럼 넌 끝났어.

거리는 가장 가까운 가로.

생산 된 용아의 집결지를 형규의 앞마당으로 바꾸는 동시에 본진에서 2기의 용안을 추가로 보냈다.

***

-빌드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군주를 세로로 보내는 바람에 정찰이 늦고 있어요.

-동시에 6마견이 나온다면 쉽게 막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게 아니거든요? 당장 무언가 오지 않으니 일단 일벌레 섞어 가면서 뽑는다는 거예요.

-이러면 이승우 선수의 공격이 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 순간.

화면에 비친 이승우의 본진.

2기의 용안이 밖으로 향하는 것이 비춰졌다.

관중석에서 어마어마한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울렸다. 어찌나 큰지 지진이 난 것처럼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야! 이승우 선수 아예 경기를 끝낼 생각인가 봅니다.

-정말 화끈하네요. 가로니까 끝낸다. 너 한 번 죽어 봐라! 뭐 이런 거죠!

-굳이 시간 끌 필요 없다는 거예요. 너도 피곤하지? 그냥 빨리 집에 보내 줄 테니까 일찍 씻고 자라! 뭐 이런 거죠!

-어떻게 보면 잔인하게까지 느껴집니다. 이승우 선수가 임형규 선수한테 99제단을 쓰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거든요!

한종엽 해설의 말처럼 이승우는 시간을 끌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초반 소수 유닛 컨트롤 싸움으로 아예 끝장을 보겠다는 것 같았다.

-과연 이번엔 막아 낼 수 있을지.

-지금 상황만 보면 조금 힘듭니다. 자. 지금 발견했죠. 마견 뛰어나가다가 깜짝 놀라서 옆으로 빠집니다.

-처음에 6마견을 찍었다면 일부 마견을 이승우 선수의 본진으로 돌릴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되거든요? 모든 벌레, 마견으로 돌리고 일벌레 동원해서 막아 내야 합니다. 앞마당 완성 되었을 때, 바로 촉수 박아 줘야 하고요!

-아. 시작부터 마수가 또 불리해지네요.

-이게 참 이승우 선수의 매력 포인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마수와 용족의 경기는 마수가 초반에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승우 선수는 반대입니다. 항상 먼저 주도권을 잡습니다. 그리고 마수를 뒤흔듭니다. 이렇게 무난히, 아니 오히려 마수한테 피해를 입히고 시작하는 용족은 김택윤을 제외하고 본 적이 없습니다.

-자. 이 순간, 용아 들어가죠!

순식간에 맞붙는 용아와 마견.

그 뒤를 용안과 일벌레가 지원하고 있었다.

임형규도 이를 악물고 컨트롤에 집중했다.

-자. 맞는 마견 잘 빼 주고 있죠! 계속 마견 추가 되고! 자. 일벌레도 버벅이지 않고 제 역할 해 주었습니다.

전과 다른 양상.

깔끔하게 이승우의 공격을 막아 내는 임형규였다.

축 쳐졌던 임형규 응원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촉수 지어야 해요. 촉수! 용아 계속 올 거거든요? 이대로 마견 뽑으면서 용아 막는 건 이승우 선수를 도와주는 일입니다. 빨리 촉수 짓고 여유 나는 대로 마견 돌려야 합니다. 멀티태스킹 싸움 유도해야 합니다! 어쨌든 임형규 선수가 방어하는 입장이지 않습니까? 방어하면서 견제하는 것이 공격하면서 견제 막는 것보다 훨씬 쉽거든요?

임형규는 어떻게든 촉수를 지으려 하고 있었고 그 못지않게 이승우도 용안을 이동시켜 촉수가 건설되는 걸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용력이 깎인 용아를 뒤로 빠지고 그 자리를 새 용아가 차지했다.

임형규 역시 같은 컨트롤을 해 주고 있었다.

-촉수 지어집니다. 지금 저거 부수러 갔다간 진형 흐트러지거든요?

-빠르게 용안을 잡아내 준 것이 컸네요.

아까 전 순식간에 달려들어 용안 2기를 끊어 냈다.

용아에게 훤히 몸을 드러낸 터라 4기의 마견이 죽기는 했지만 용안을 잡아낸 게 훨씬 큰 이득이었다.

촉수를 지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승우 선수 이득 더 봐야 합니다. 지금도 상황 나쁘진 않지만 더 큰 피해, 아니 아예 끝내고 싶었을 거거든요? 여기서 만족하지 못할 겁니다.

-어! 임형규 선수. 마견 6기 뺐죠! 순식간에 용아를 비집고 빠져나가는 마견!

-아. 이러면 더 이상 용아 못 보내죠. 본진 지켜야 하거든요?

최승원 해설이 탄식을 내뱉었다.

용아가 더 이상 올 수 없게 되었다. 지금처럼 보내면 본진의 용안이 다 털린다.

나온 용아는 본진을 단단히 지켜야 한다.

-이승우의 공격은 여기서 끝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임형규가 이승우의 초반 공세를 막아 냈다는 걸 의미했다.

사실 상황은 여전히 이승우가 나쁘지 않다. 아니 여전히 좋다.

오랜 기간 일벌레가 일을 못 하게 하고 계속 마견을 생상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이승우의 공세에 맥없이 쓰러지던 1, 2세트와 달리 방어를 해내고 반격의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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