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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93화 (193/575)

00193  Game No. 193 날빌 깎는 장인.  =========================================================================

Game No. 193

-이 정도면 장인이라고 불러야겠습니다. 빌드 장인!

-아. 임형규 선수 이 경기까지 내주면 어떡합니까? 2:0으로 밀리면 아…….

솟대 근처에 제단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제단을 대놓고!

-네.

-쓰리 제단!

-시야가 저기까지 닿지 않습니다. 군주도 없고요.

-저게 대충 지은 것 처럼 보이지만 완벽히 계산해서 나온거예요. 딱 보이지 않은 정도. 하지만 정찰을 나오면 들키는 정도의 위치.

-애매하죠. 위치가 참.

-자. 일벌레 빠져나간 용안 찾으러 나오죠?

본진과 앞마당에 용안이 보이지 않자, 일벌레 1기가 이리 저리 다니며 용안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혹 용광포 러시를 하는 건 아닐까 싶어 철광 뒤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철광 뒤 보고 안심해선 안 됩니다!

-맞습니다. 지금 이승우 선수는 용광포 러시보다 더한 걸 준비하고 있거든요!

-양 선수 2군 때 굉장히 친했다는데. 1, 2세트 살벌하게 하는거 보니 정말 친했던 건지 궁금해집니다.

-자. 앞마당 쪽으로 가면 제단 보죠!

-보면 깜짝 놀라죠. 이게 뭔가?

-이야. 도합 4제단. 4제단! 올인이에요!

-이거 완성되면 큰일입니다.

임형규의 반응속도로 굉장히 빨랐다.

1기의 일벌레는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일벌레가 나와 제단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거 2기 이상만 생산되고 본진에서 오는 1기와 합쳐져서 피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임형규 선수 입장에서는 제단 빨리 제거해요! 완성되면 끝납니다!

-용안이 살아있으면 용력충전소도 언제든 건설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어쩔 수 없죠. 제단 깨야죠.

솟대를 때리지 않는 이유는 이영우전과 같았다.

솟대가 있어야 다른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용족의 특성상 솟대의 소환시간은 가진 체력에 비해 굉장히 빨랐다.

솟대가 파괴되든 말든 옆에다 두어 개 지어지면 제단은 펑펑 돌아간다.

일벌레가 공격 유닛으로 활용되었다.

얼마나 급하게 나왔는지 철광을 물고 있는 일벌레도 있을 정도였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짠하게 보였다.

-자. 임형규 선수를 상대로 이승우 선수 전략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어요.

-네. 여기서 제단 올인!

-무난히 할 게 뻔한 선수한테 굳이 맞춰 줄 필요 없다는 거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올인에는 올인 아니겠습니까? ‘1세트 나 놀라게 했지? 너도 한 번 놀라 봐라!’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빈틈이 보이면 바로 압박을 하네요.

그 순간 제단 하나는 파괴되었다. 이승우 입장에선 큰 피해가 아니었다.

어차피 하나 파괴될 생각으로 3개의 제단을 지은 것이었으니까.

2개의 제단에서 2기의 용아가 생산되고 본진에서 1기가 더 추가되면 충분히 견제를 할 수 있다.

이미 일벌레를 1기 빼고 자원 채취 못 하게 하는 것 자체도

손해였다.

지금 이 순간 이승우는 훨씬 많은 용안으로 자원을 채취하고 있었으니까.

-자. 용아 3기 되었고요!

-마견도 동시에 튀어나옵니다.

-싸우죠. 싸우죠!

-어차피 지금 일벌레 일하러 가 봤자 소용없습니다. 일단 여기 다 정리하는 것까지 보고 들어가야 해요!

-일하면 뭐하냐! 싸워라 일벌레!

마이크로 컨트롤 싸움이 펼쳐졌다.

3기의 용아와 마견, 일벌레 떼의 전투. 그사이 마견으로 빠르게 용안을 잡아내는 임형규.

용아에 섞여 있는 용안이 얼마나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지 임형규는 잘 알고 있었다.

-이승우 선수 무빙샷 해 주죠.

-컨트롤 예술이네요!

-임형규 선수는 빨리 정리해야 합니다. 지금 제단 다시 돌아가고 있거든요? 용아 추가 생산되면 안 됩니다! 그전에 밀어내야 해요!

-마견 더 생산했죠!

-일벌레 뒤로 돌아가면서 무빙샷 하려는 용아의 길을 막아버리네요. 이건 정말 좋은 플레이입니다.

-일단 밀어냅시다. 밀어내고 생각합시다!

임형규로선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못 막으면 진다.

막아도 엄청 불리해진다.

연습 경기였으면 GG를 선언하고 다시 경기하자고 할 정도로.

그걸 중계진도 알고 있었지만 당장 언급하지 않았다.

일단 막느냐, 못 막느냐가 더 중요한 상황이었으니까.

-밀어내나요?

-결국 밀어냅니다. 하지만 상처만 남은 승리죠. 얻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승우 선수가 투자한 돈을 생각해 봅시다. 솟대 1개와 제단 3개, 용아 3기, 용안 1기를 잃었습니다. 언뜻 보기엔 어? 이승우도 돈 많이 썼네?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임형규 선수가 입은 피해는 훨씬 심각합니다. 소굴이 2개인데 일벌레가 없어요. 대신 마견이 득실득실합니다. 이거 얻다 씁니까? 어차피 본진 언덕에 용아 버티고 있어서 올라가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테크가 너무 느립니다. 임형규 선수가 일벌레 1기로 자원 채취할 때 이승우 선수는 1부대가 넘는 용안으로 자원 채취 했거든요? 곧 있으면 금광 채취하고 공중제단 올라갈 텐데 임형규 선수는 아직도 경기 시작 1분 후 상태입니다!

앞마당 제단이 완벽히 제거된 순간 이승우가 바로 뒷마당 확장을 가져갔다.

견제 한 번 받지 않을 아주 안전한 확장이었다.

-그래도 마견 놀고 있을 수 없으니 이승우 선수 본진으로 향하는데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아까 1기 용아 뒤로 돌렸거든요? 그거 지금 본진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거 용아 1기 큽니다. 못 보면 큰일이에요. 만약 일벌레만 찍고 있으면 또 피해 받거든요?

-어? 이거? 어어?

-으. 다 일벌렌데요.

-아. 올 일벌레!

-마견 돌아오죠.

-마견이 한 것이 없습니다. 그냥 똥개 훈련한 거예요!

하필 알에서 나온 유닛은 마견이 아니라 일벌레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상황에선 일벌레를 뽑는 것이 정상이니까.

그걸 아니까 이승우가 용아를 돌린 것이다.

마견을 피해서.

-와. 이렇게 흔들어주나요?

일벌레가 2기가 또 잡혔다.

안 그래도 가난한데 더 가난하게 되었다.

마견이 돌아와 용아를 정리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마수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네요. 그냥 2소굴 그슨대굴 올려서 입구 뚫기 시도해야 합니다. 그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네요.

-근데 그건 이승우 선수가 본진 언덕에 용광포 2~3개만 지어도 그냥 막히죠.

-이승우 선수가 정말 똑똑하네요. 이 전장은 용족이 초중반 굉장히 좋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마수가 유리해지거든요?

-네, 그렇죠.

-실제 요즘 경기도 김연훈 선수가 후반으로 가는 운영을 선보인 후부터 용족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적이 말해 주죠.

-하지만 이승우 선수는 초반 극단적인 제단 러시를 함으로써 임형규 선수가 소굴 심시티를 하고 일벌레를 째고 군락을 가는! 후반 운영을 하지 못하게 아예 원천 봉쇄해 버린 겁니다! 마굴도 가지 못하고 그냥 소굴 단계에서 그슨대 올인 하라고 강제해 버린 겁니다! 이러면 용족이 유리한 초중반에 무조건 경기가 끝나 거든요?

최승원 해설이 열변을 토했다.

이승우와 이재명 감독의 생각을 정확히 꿰뚫는 눈이었다.

자신의 빌드로 상대의 빌드를 제약하는 건 굉장히 고차원적인 전략이다.

이번엔 제대로 통했다.

-근데 이거 아무나 할 수 없는 겁니다. 어? 이거 통하네 싶어서 철인에서 이와 같은 전략 들고 나온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거 아닙니다. 뛰어난 초반 컨트롤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경기는 굉장히 암울한 상황이었다.

아직 금도 채취 못하는 임형규와 돌리 이승우는 금을 채취하며 테크를 올리고 있었다.

일벌레를 미친 듯이 뽑으며 어떻게든 따라가려 하고 있었지만.

-아. 3용아 또 뜁니다. 모아 뒀던 거 또 달리죠.

-임형규 선수 마견 안 찍고 일벌레만 찍었거든요? 그걸 이승우도 아는 겁니다. 어차피 마견 없는 거 아니까. 그냥 내달리는 거예요.

-이러면 임형규 마견 또 찍어야죠.

-괴롭네요. 괴로워요!

-3용아 이거 어떡합니까? 이거 완전 난리 났습니다.

-방어 타워 올립니다.

-돈도 없어 죽겠는데 가시 촉수 박을 수밖에 없어요.

-이제 들어와요. 이제 들어와요!

-용아가 죽지도 않고 마견 찍어야 하는데 이러면 가시촉수도 두들겨 맞거든요? 아.

-깨집니다. 깨져요. 3용아 진짜 압박이죠!

3용아의 공격에 가시촉수의 체력이 금세 붉게 변했다.

마견 몇 기가 있는 임형규지만 쉽사리 달려들지 못했다. 추가 마견이 생산되었을 때야 마견이 용아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이미 가시촉수는 깨진 후였다.

-용아 그냥 뒤로 쭉 빼면 되죠.

-마견 또 뽑았습니다. 일벌레 잡혀서, 일 못해서! 가난해 죽겠는데! 지금 또 마견을 뽑아야 합니다!

-아. 진짜 화가 날 것 같습니다. 아니 진짜 방송만 아니면 키보드 던져 버릴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괴롭히네요.

-이승우 선수 악마인가요?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용아아 마견 찍으면 막아 낼 수 있지만 테크는 어쩔 겁니까? 비비 날아오면 비비 어떡할 건가요?

이러는 와중에 공중제단이 완성된 이승우였다.

-어차피 테크 따라가려면 불가능하니 그슨대 올인밖에 할 게 없습니다.

-근데 그걸 이승우 선수도 알죠. 본인이 강제한 거니까요. 그냥 언덕에 용광포 2~3개 박으면 임형규 선수 할 게 없어집니다!

***

2세트는 시종일관 내가 주도권을 쥔 채 경기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형규가 그슨대를 몰고 러시를 왔지만 언덕 용광포로 쉽게 막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스코어는 2:0.

이제 1세트만 더 이기면 우승은 내 손에 들어온다.

이영우 전보다 훨씬 마음이 편했다.

우승을 한 번 경험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보다 상대가 형규라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실력이 떨어진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니다.

숱하게 경기를 해온 상대이기에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눈에 뻔히 보인다는 의미였다.

1세트는 조금 예외였지만.

반대편을 슬쩍 바라보니 고개를 푹 숙인 형규가 보였다.

표정이 보이지 않아, 멘탈이 나간건지 화를 삭이고 있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많이 위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제대로 철퇴에 후려 맞았으니까.

이런 식으로 지면 충격이 배가 된다.

미안하다, 형규야.

원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란다.

“잘했다.”

“저야 뭐 감독님이 알려 주신대로 한 것밖에 없습니다.”

그냥 듣기 좋으시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이렇게 기발한 전략을 혼자 생각해 내는 건 무리였다.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그저 뒷마당을 가져가며 초중반 유리함을 살리는, 철인에서 보통 용족 선수들이 하는 것처럼 했겠지.

“이제 한 세트다. 3:0으로 잡으면 좋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으니까 너무 부담가지지 말고.”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3세트 전장은 영혼의 울림.

트리플 지역에 금광이 없고 거리가 있어 스타팅 먹는 운영을 할 수 있는 마수가 조금 더 좋은 전장이다.

이번에도 무난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깔끔하게 3:0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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