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2 Game No. 192 이번엔 네가 심쿵. =========================================================================
Game No. 192
-1세트가 이승우 선수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정말 화끈한 경기였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러시를 준비한 임형규 선수의 움직임도 좋았지만, 그보다 이승우의 선수의 센스가 더 뛰어났네요.
-감이 아주 살아 있습니다. 날카롭게 잔뜩 날이 서있어요.
-우승한지 얼마 안 되었거든요. 벌써 날이 죽으면 큰일인 거죠.
-임형규 선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2세트 전장은 철인입니다.
-그렇죠. 용족이 아주 좋은 전장이죠?
2세트 전장인 철인은 3인용 전장으로 특이하게 뒷마당과 앞마당이 동시에 있는 전장이다.
뒷마당이 있는 건 용족에게 아주 좋게 작용한다.
용무관 없이 제단 더블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그것만으로 용족의 전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맞습니다. 그래서 임형규 선수가 1세트에서 그런 승부수를 던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결승 전장 순서에 대해 말이 많았다.
용족이 유리한 전장이 1, 2, 5세트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 이승우를 우승시키기 위해 MBS게임 쪽에서 조작을 한 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 정도로 결승전 전장 순서가 용족에서 웃어 주었다.
물론 그런 건 아니었다.
전장 순서는 추첨으로 결정된다.
1, 5세트의 전장을 정하는 것부터 2, 3, 4세트 순서까지 전부다.
추첨 방식은 간단하다.
결승에 진출한 양 팀의 관계자 한 명이 참관한 가운데 공정하게 전장 순서를 정한다.
관계자면 아무나 와도 상관없지만 보통 감독들이 직접 온다.
아무래도 결승전 전장 순서 추첨이다 보니, 직접 움직이는 것이 낫다고 대부분 생각했다.
참고로 용비어천가를 1, 5세트에 배치시킨 사람은 주운 감독이었다.
이 이야기가 주운 감독 인터뷰에 의해 알려지면서 조작 이야기는 쏙 들어가게 되었다.
2세트 철인은 이재명 감독의 작품이었다.
-철인은 용족이 마수를 상대로 웃을 수 있는 전장입니다. 일단 용광포에 자원 낭비하는 것 없이 바로 확장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테크가 빠르고요.
용무관을 늦게 짓는다는 건, 그만큼 비비가 뜨는 시간이 빨라진다는 걸 의미했다.
비비가 빠르게 나오면 마수 입장에선 짜증 난다.
그슨대나 혈풍을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평소보다 한 타이밍 빨리 보여 줄 수밖에 없다.
용족 입장에선 맞춰 가기 편한 것이다.
동시에 가까운 앞마당까지 가져가면 3개의 금광을 무난히 확보할 수 있어, 후반 비렴이나 지룡도 원활하게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임형규 선수 이번 경기에도 무언가를 준비해 왔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경기까지 패배하면 2:0이거든요? 정말 3세트에서 3:0으로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임형규 선수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5경기까지 가지 않는 것입니다. 5일벌레 러시라는 필살기를 사용했음에도 막혔거든요? 2세트가 용족이 좋은 전장이긴 하지만 마수에게도 나쁘지 않습니다. 확보할 수 있는 금광이 많거든요! 초중반엔 조금 불리할지 모르지만 어떻게든 버티기만 하면 마수도 충분히 할 만……. 아니 굉장히 좋은 전장이거든요!
최승원 해설의 말도 맞다.
초중반은 확실히 용족이 유리하지만 후반이 되면 마수도 할만하다. 아니 더 유리해지게 된다.
일단 용족이 방어해야 하는 곳이 최소 세 군데이기에 군주 드랍 난전에 걸리게 되면 손이 어지러워진다.
또한 금광이 아주 많은 전장이기에, 군락 이후 금이 많이 들어가는 마수가 원하는 만큼 고급 계열 병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후반까지 버티기만 한다면 마수가 할 만하다.
그전에 무너지는 경우가 상당수였지만.
-맞습니다. 이 전장에서 용족과 마수가 총 21번 만나 용족이 14번 이기고 마수가 7번 이겼습니다. 더블스코어로 차이가 좀 나긴 하지만 이게 최근에 마수가 해법을 찾으면서 승률을 끌어 올리고 있는 중이거든요? 최근 10전을 끊으면 6:4로 용족이 불과 1경기 앞서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일단 이 전장에서 가장 뛰어난 운영을 보여줬던 선수로 김연훈 선수를 뽑을 수 있겠죠. 특유의 단단한 운영과 심시티로 용족의 찌르기를 완벽한 방어를 해내면서 용족을 상대로 이 전장에서 3승을 기록하고 있거든요?
-이 전장은 공격적인 플레이보다 수비적으로 지키는 운영을 하며 경기를 길게 가져가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용족이야 초중반에 얻은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겠고요.
-자. 양 선수 모두 들어왔다고 합니다. 과연 김연훈 선수의 경기를 통해 임형규 선수가 해법을 찾아왔을지! 2세트 전장 철인으로 떠나 보겠습니다!
***
2세트 전장.
철인에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철인은 12시, 8시, 5시에 스타팅 포인트가 위치해 있다.
내 위치는 5시였다.
철인은 용족이 굉장히 좋은 전장.
감독님과 함께 전략을 준비해 왔다.
이 전장이 용족이 좋아 무난하게 하면 유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김연훈식 타 스타팅 먹고 6소굴 운영을 해 버리면 용족도 조금 난감해져 버린다.
똑같이 자원을 먹고 지룡이나 풍백을 조합해 마수의 난전을 막아 내고 승리를 거두는 것.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마수가 한 번 움직이면 용족은 두 번, 세 번 움직여야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다.
마수가 세 번 움직이면?
답도 없다.
어디 하나는 그냥 털리는 수밖에.
동시에 여러 화면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투신]은 능력치를 상승시켜 주는 것이지 모니터 하나를 더 달아 주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형규가 아예 퍼져 버리는 운영을 해 버릴 시 상당히 난감해지기에 초반에 끝내는 운영을 준비했다.
공교롭게도 1세트에서 형규가 날빌을 썼고 막혔다.
그리고 이어진 2세트에선 내 날빌이 펼쳐진다.
관중 입장에선 허무할 수도 있겠다. 비싼 돈 내고 왔는데 2연속 날빌이라니.
그렇다고 날빌을 안 쓸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예술의 경지에 달한 날빌로 그들을 현혹할 생각이다.
일단 무난하게 본진에 솟대를 소환한 후 정찰을 보냈다.
이 전장의 가장 큰 장점.
앞마당에 용무관을 지으며 건물로 심시티를 할 필요가 없는 점.
언덕 위에 안전하게 제단부터 확보하고 느긋하게 뒷마당을 가져가면 된다.
선 제단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지만 마수의 땡 그슨대에 용무관과 제단을 지킬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형규는 8시에 위치해 있었다.
운 좋게 첫 정찰에 찾았다.
아직 마견숲은 보이지 않는다.
‘12앞마당을 가져가겠군.’
그렇다는 건 앞마당 확장을 가져가며 무난하게 하겠다는 소리다.
역시 예상대로군.
만약 형규가 9마견숲을 했다면 준비한 날빌을 써 보지도 못하고 영영 바이바이 할 뻔했다.
고맙다. 형규야.
12앞마당 해 줘서.
며칠 전, 결승전 전장 순서 추첨이 있던 날 감독님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
“승우야! 승우야! 어딨냐?”
애타게 나를 찾는 목소리의 주인은 감독님이셨다.
“오셨어요?”
“그래. 내가 왔다.”
오늘 중요한 행사가 있었다.
결승 전장 순서 추첨.
순서에 따라 여태껏 짜 왔던 전략을 유지하느냐 뒤엎느냐가 결정된다.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를 달고 계신 걸 보니, 전장 순서가 좋은 모양이다.
“결승전 전장 순서다.”
“우와? 엄청 좋네요?”
“그치? 이 손이 신의 손이다. 신의 손!”
감독님이 오른손을 장엄하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
순간 황금빛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환상이 보였다.
“1, 5세트가 용비어천가고 2세트가 철인이라. 이 정도면 3:0까지 나올 수 있겠는데요?”
“그렇지. 충분하지. 1세트 무난하게 잡고 2세트 올인으로 잡자.”
“이번엔 어떤 전략이에요?”
감독님이 이렇게 말씀하실 때마다 어마어마한 전략이 튀어나왔다.
이번엔 어떤 전략일지 벌써부터 기대되었다.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네. 이 전장의 가장 큰 장점이 뭐냐?”
“뒷마당이 있다는 거죠.”
“그렇지. 뒷마당이 있어서 용무관을, 용광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거지.”
“어마어마한 장점이죠!”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린 제단 조금 더 짓는다.”
“호오?”
내 호응에 신이 났는지 감독님이 어깨를 들썩이셨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단 조금 나가서 짓는다.”
감독님이 전장을 화면에 띄우셨다.
“얘가 5시면 여기에, 8시면 여기에, 12시면 여기에 제단 올리자.”
감독님이 짚으신 곳은 각 스타팅 포인트 앞마당 바로 앞이었다.
“어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그렇게 말하곤 씨익 웃는 감독님.
그때 난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 감독님을 적장으로 만나지 않아 천만 다행이라고.
내가 형규였다면 감독님이 악마로 보였을 거다.
***
감독님이 추천해 주신 전략은 일명 ‘제단 러시’였다.
송병호를 상대로 극단적인 전진 제단을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지어 본 적은 없었다.
목적은 하나.
일벌레가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어차피 안정적으로 뒷마당을 가져갈 수 있으니 막혀도 이득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언덕 입구를 용아가 막고 있으면, 마견 역시 본진으로 들어올 수 없고.
다른 전장이면 용무관과 용광포에 쓸 돈을 제단 러시에 쓰는 것이니 확장 타이밍이 그렇게 느려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직 뒷마당이라는 특수성을 지닌 전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물론 약점은 존재했다.
뛰어난 컨트롤로 생산된 용아를 오래 살려 내지 못한다면 그저 돈 낭비로 끝날 수 있다는 점.
적어도 3기 이상의 용아가 모인다면 성공이라고 덧붙이셨다.
제단의 역할은 일벌레가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이영우에게 77제단을 썼을 때보다 더 많은 일벌레가 나와서 제단을 때릴 수밖에 없다.
아마 거의 대부분의 일벌레가 나오겠지.
감독님 말씀으론, 상대가 신인이니 한 번은 반드시 통할 거라고 하셨다.
그 점에 있어선 나도 동의한다.
형규는 옛날부터 날빌에 많이 약했다.
나도 99제단은 쏠쏠한 재미를 본 적이 많을 정도였다.
자.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
-용안이 정찰을 더 하지 않고 바깥쪽으로 빠져나옵니다?
-지금 용안이 나갈 이유가 하등 없거든요? 어차피 타 스타팅에 확장을 가져간 것도 아니고 이제 막 앞마당을 가져간 상황인데 말이죠.
-설마? 뭐 또 지으려고 하나요?
설마는 항상 사람을 잡는다.
-솟대! 솟대가 지어집니다!
-에엑? 선 마견숲이 아닌 걸 확인하는 순간 여기다?
-일벌레 더 뽑는다는 거 눈으로 확인했거든요?
-아니. 저렇게 대놓고 지어지는 솟대는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저기에 솟대를 짓는다는 건 전진 제단을 하겠다는 의미다.
보통 전진 건물은 들키지 않는 것이 상책.
하지만 이승우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종족은 다르지만 비슷한 전략을 이영우 선수한테 써서 통한 적이 있었죠!
-아직은 임형규 선수 모르죠.
-알 수가 없습니다. 소굴이 완성된 것도 아니고.
-사실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입니다! 저걸 어떻게 압니까!
-이거까지 당하면 멘탈 터지겠는데요?
-확실히 이승우 선수가 과감합니다. 전략을 걸어야 할 때를 압니다. 지금 임형규 선수는 1세트에서 전략을 걸었다가 실패해서 움츠려져 있는 상태거든요? 무난한 운영을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오히려 극단적인 전진 제단으로 끝낼 생각인겁니다!
-거기다 철인이 뒷마당이 있는 전장이라, 제단 더블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이게 막혀도 됩니다. 일벌레 일하지 못하게 하고 제단 파괴되면 손해 아닙니다. 왜? 그냥 뒷마당 가져가면 되니까!
이승우의 전략에 최승원 해설이 혀를 내둘렀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
전편은 연재 예약을 해야하는 걸 실수로 그대로 올려버렸습니다.
.....
이런 실수를 ㅠㅠ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