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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91화 (191/575)

00191  Game No. 191 심쿵.  =========================================================================

Game No. 191

주운 감독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중앙 화면을 바라보았다.

통할 것이라 생각했던 빌드가 통하지 않았다.

김택윤도 막기 버거워 했던, 초반 피해에 후반 운영이 휘청거렸던 공격이다.

하지만 이승우는 완벽하게 막아 냈다.

너무나도 침착하게.

용안을 비벼 마견을 튕겨 내는 컨트롤은 예술에 가까웠다.

이러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1세트에서 이승우의 멘탈을 흔들어 놓은 후 2, 3세트를 몰아붙여 승리를 따내려 했던 계획이.

어느새 이승우는 용아를 모아 앞마당을 다시 가져갔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7용아를 진출시켜 임형규의 앞마당을 압박했다.

일벌레 뽑기 바쁜 상황에서 견제까지 당하니 상황은 더욱더 안 좋아졌다.

아직 반전의 수는 하나 더 남았다.

5일벌레 러시는 실패했지만 역전의 기회는 아직 남아 있었다.

***

-지금 이승우 선수가 절대적으로 좋습니다. 많이 유리합니다.

-7용아 때문에 건설하지 않아도 될 가시촉수 짓고 마견 뽑느라 일벌레 숫자가 아직도 부족하거든요!

-어렵네요. 이승우 선수 정말 한시도 쉬지 않네요. 언제 이렇게 용아가 나와서 철광 뒤에 자리 잡고 있습니까? 여기 임형규 선수 본진 아닌가요? 왜 저기에 이승우의 용아가 있냐는 말입니다!

뚝심 있게 밀고 올라온 용아가 철광 뒤를 장악해 버렸다.

그 직전 한 부대가 넘는 마견과의 싸움에서 1기의 용아도 잃지 않는 컨트롤이 압권이었다.

아주 미세하게 용아가 뒤로 빠지며 마견의 공격 거리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금세 다른 마견이 있는 곳으로 합류한다.

이 모든 컨트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상대 입장에선 ‘어? 어? ’하는 사이에 당하고 만다.

-힘겹게 용아를 정리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안 좋습니다. 일벌레를 뽑아야 할 것 아닙니까?

-자. 일단 그슨대로 정리 시작하죠?

광풍협곡을 건설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비비를 견제하기 위해서지 닷발귀를 뽑기 위함이 아니었다.

겨우 2개의 금광으론 닷발귀와 그슨대를 다 뽑을 수 없었다.

-용아 정리하는 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일단 마수와 용족이 같은 자원을 먹고 있다는 것부터가 마수가 얼마나 힘든지 말해 줍니다. 임형규가 이번 경기를 잡으려면 꾸역꾸역 확장 먹으면서 군락까지 끌고 가야 합니다.

-그것도 방법이지만 아마 이승우 선수가 그렇게 시간을 주지 않을 겁니다. 곧 금이 쌓이면서 테크 병력이 폭발적으로 나올 거거든요? 어쨌든 이승우 선수도 초반 방해로 인해 앞마당을 늦게 먹었습니다. 보통 타이밍보다 금이 부족하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후반을 도모하는 것보다 차라리 올인을 하는 것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이거든요?

역시 날카로운 최승원 해설의 분석이었다.

어차피 후반으로 가 봤자 답이 없다.

군락이 완성되기 전 용아-비렴 조합이 한 번 나온다.

그걸 그슨대만으로 막으라고?

닷발귀를 생산해 비렴을 저격해 주면 좋겠지만 그럴 자원이 부족하다.

그때가 되면 비비가 되었든 용혼이 되었든 비렴의 곁을 지켜줄 든든한 울타리가 쳐 있을 것이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아직 용족의 체제가 완성되기 전에 올인을 한다면?

뒤를 보지 않는다면 당장은 마수의 병력이 더 낫다.

-어차피 철은 남으니까 소굴 늘리는 셈치고 트리플 가져가면서 이승우를 속이고 몰래 숨겨서 가시귀를 뽑아 올인을 가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이승우가 모른다면 통할 수도 있거든요?

실제로 이승우는 아직도 용의 신전을 올리지 않고 있었다.

금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전면에 있는 용광포 2개만 파괴한다면 잠복해 있는 가시귀를 볼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었다.

-자. 임형규 선수 잘 생각해야 합니다. 빠르게 판단 내려야해요. 망설이면 못 이깁니다!

-저거 뭐죠! 가시귀알입니다. 가시귀알! 가시귀 개발을 한 모양입니다!

-역시! 임형규 선수도 결승에 올라온 선수입니다! 이 정도 센스는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 순간 전장 구석에 가시귀 알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

경기가 술술 풀린다.

초반 6마견은 거의 피해 없이 막아 냈고, 오히려 7용아를 진출시켜 더 큰 피해를 입혔다.

조금 더 빨리 용아를 빼서 살려 돌아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뒤에서 일벌레의 자원 채취를 오랜 기간 방해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 해야 할 건 하나다.

병력을 조합해서 나가는 것.

그 조합은 내가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트리플을 먹으며 용혼까지 확보해도 되고 그전에 용아-비렴의 조합으로 들어가도 된다.

어떤 선택을 해도 내가 좋은 상황이었다.

근데 왜 이렇게 뒷목이 뻐근하지?

무언가를 놓친 기분이다.

분명 상황은 유리하다.

혹시 뒷 길?

바로 뒷길을 확인해 봤지만 여전히 중립 건물의 체력은 가득 차 있다.

아예 타격조차 없었다는 뜻. 즉 당장 이 길을 활용할 생각은 없는 것이다. 미리 솟대를 지어 시야를 밝혀 왔다.

이걸로 돌아오는 병력의 유무는 확인이 가능하다.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확실히 하고 가는 것이 좋겠지.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냐. 이건 무언가 있어.’

감이 속삭였다.

지금 형규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불안감에 곧바로 가지고 있는 비비를 멀리 퍼뜨려 정찰을 보냈다.

저게 뭐야?

가시귀 알?

지금 타이밍에 가시귀가 나온다는 건.

‘정면을 뚫겠다는 거잖아?’

이제 막 용의 신전이 올라가는 상황.

앞마당엔 용광포 2개가 전부다.

임형규가 미친 척 앞마당 용광포를 부숴 버린다면 내 병력이 아무리 많아도 1기의 가시귀조차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현룡도 비렴의 천벌도 쓸 수 없는 상황.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

-자. 이승우 선수 발견했습니다! 아까 6마견을 막았을 때처럼 침착하게 막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아차 싶을 겁니다. 내가 가시귀를 생각하지 못했구나. 상대도 보통이 아니었구나!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임형규도 운으로 결승에 올라온 선수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운도 작용했지만 그것도 실력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는 법이다.

번뜩이는 센스와 순발력은 이승우에게 결코 밀리지 않았다.

-임형규 선수는 여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합니다. 뒤는 없습니다. 막히면 지는 겁니다.

-어쨌든 임형규에게 마지막 기회가 왔습니다. 앞에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건 확실한 기회입니다. 이승우 선수를 완벽히 속이는 데 성공했거든요? 전승 행진을 달리고 있는 이승우에게 흠집을 낼 수 있는 기회거든요? 지금 상황 좋습니다. 충분히 통할 수 있습니다. 이승우 선수 가시귀는 아예 배제했어요! 겨우 2금광인데 가시귀까지 뽑을 수 있겠냐 생각한 거예요!

2금광에서 그슨대를 이렇게 많이 뽑고 가시귀를 가는 건 쉽게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승우가 이영우전에서 용아를 3기까지 찍고 흑완을 뽑은 것처럼 몇 번 꼬는 선택이었다.

만약 초반에 5일벌레 러시를 하지 않았더라면 뒷길이 있는 전장이니 이승우도 가시귀에 대해 충분히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5일벌레 러시를 하느라 앞마당 확보가 느렸기에 가시귀는 우선순위에서 조금 밀려 있었을 거다.

그것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냈다.

-만약 처음 5일벌레 러시를 했을 때부터 여기까지 그려 놓은 것이라면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임형규 선수는.

-사그라지던 불씨에 장작을 던진 느낌입니다.

-이게 다시 타오르느냐, 아니면 제대로 불이 붙지 못하고 꺼지느냐는 임형규 선수의 손에 달렸습니다.

-임형규의 투심이 슬슬 끓어오릅니다. 이제운보다 박성주에 더 비교되는 임형규 선수거든요? 자. 가시귀 생산되었고 러시 갑니다. 부랴부랴 용광포 늘리지만 그보다 임형규의 러시가 더 빨라요!

이미 이승우가 이길 거란 생각에 심드렁한 얼굴로 경기를 관전하던 관중들의 얼굴에도 변화가 생겼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그중엔 S1의 감독 주운도 있었다.

원래 빌드는 하나에 모든 걸 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하나를 더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완성도 있는 빌드다.

굴에 두개의 구멍을 파 놓은 너구리처럼.

-자. 갑니다. 갑니다!

-용광포 이제 절반 정도밖에 완성 안 되었거든요? 이승우 선수, 시간 벌어야 하는데 어떻게 법니까?

임형규의 병력이 성난 파도처럼 이승우의 앞마당으로 몰려들었다.

가시귀를 생산하느라 그슨대의 수가 좀 줄긴 했지만 그래도 2개의 용광포를 깨기엔 충분한 양이었다.

-임형규 선수 마견 추가 생산해서 왔죠. 어차피 금광 없습니다. 그슨대도 사업밖에 안 되어 있거든요? 추가 병력은 계속 마견입니다. 지금 나온 그슨대로 어떻게든 용광포 치워 내고 몰아붙여야 합니다!

흑완에 막힐 걸 대비해 군주까지 앞마당에 데려온 임형규.

비비의 시야를 비해 그 느린 군주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칭찬을 해줘야 했다.

한 화면에 양 선수의 병력이 잡혔다.

탐지만 제대로 된다면 순수 병력은 이승우가 많다.

하지만 눈을 가려 버리면 그만이다. 저 많은 용아가 장님이 되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이승우의 용광포가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어? 어? 지금 이승우 선수? 뭐죠?

-이야!!!! 이승우 선수! 이 센스는 어디서 나온 건가요!

-이런게 스타급 센스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괜히 칠룡이 아닙니다! 일주일 전에 우승한 선수가 맞네요. 이 선수!

전열을 재정비한 그슨대가 앞으로 달려드는 순간, 길을 막기 위해 튀어나온 줄 알았던 용안이 2개의 제단을 건설하며 입구를 막았다.

아무리 사정거리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는 그슨대라도 2개의 제단 뒤에 있는 용광포를 때릴 순 없었다.

순간 멈칫하는 그슨대.

새롭게 지어진 제단을 향해 산성을 뿌렸다. 용광포가 파괴되면 달려들려고 했던 마견들도 부랴부랴 달려와 제단을 부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제단이 체력이 닳았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시간이 끌리는 사이, 하나둘 용광포가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임형규에겐 문제였다.

-막기만 하면! 막기만 하면 이기거든요! 이승우 선수는!

-이렇게 시간을 끌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건물 바리케이트라뇨! 전 용안이 왜 나와 있나 했습니다. 가시귀가 긁으면 저거 다 죽거든요! 그럼에도 나와 있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건물을 건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두 기 나와 있다가 그슨대의 공격에 죽으면 바리케이트를 세울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렇게 바리바리 나와 있던 겁니다!

-아. 용광포 완성됩니다. 이러면 이승…… 아니, 임형규 막히죠! 용광포가 2개 있을 때 뚫을 수 있는 거지 이렇게 용광포가 늘어나면 용광포를 깨기 전에 그슨대가 용아에게 다 녹습니다!

-이러면 막히죠!

-막힙니다! 그슨대 숫자 줄면 끝이에요!

-다섯! 넷! 둘!

-아. 다 잡힙니다. 이러면 가시귀가 가도 소용없죠!

애초에 가시귀를 뽑느라 그슨대의 숫자가 적었다.

뒤늦게 마견과 가시귀 달려들어 용아를 정리했지만 이미 뒤엔 7개가 넘는 용광포가 완성된 상황이었다.

살아남은 가시귀로 뚫을 수 없는 양이었다.

심지어 용광포를 부술 그슨대도 전면했다.

이제 임형규에게 남은 건 하나.

-임형규 : GG

GG 선언뿐이었다.

***

1세트가 끝난 순간 한쪽에 놓여 있는 물병을 들어 물을 벌컥 벌컥 마셨다.

놀란 가슴이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다.

휴, 마지막에 진짜 놀랐다.

제단으로 입구를 막지 않았다면 뚫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지막 러시까지 막힌 임형규가 깔끔하게 GG를 선언하고 나갔다.

이기긴 이겼지만 긴장의 고삐를 바싹 당겨야 할 것 같다.

항상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 생각만 했지, 내가 당황하게 되는 상황이 올 줄은 몰랐다.

운이 좋았다.

패시브 스킬이 발동한 것일 수도 있고.

몰랐다면 크게 당할 뻔했다.

앞마당 용광포가 깨지는 건 순식간이었을 테고, 그 뒤 앞마당이 밀리며 꼼짝없이 본진에 갇히고 말았을 테지.

앞마당이 밀리면 끝이다.

막아도 막은 게 아니다.

그사이 마수는 일벌레를 가득 채워 넣겠지.

1세트부터 날빌 했다 이거지?

미안하지만 날빌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란다.

너의 날빌엔 혼이 담겨 있지 않아.

혼이 담긴 날빌이 무엇인지 2세트에서 제대로 보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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