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0 Game No. 190 어쭈? 날빌이냐? =========================================================================
Game No. 190
이번에도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무대로 입장했다.
OSL무대보다 조금 작은 편이지만 그래도 화려한 무대였다.
온갖 조명이 무대를 아름답게 수놓았다.
MSL이라 그런지 내 앞에 붙은 타이틀은 ‘신룡’이었고 형규의 이름 앞에 붙은 타이틀은 ‘투귀’였다.
박성주가 생각날 만큼 공격적인 운영으로 상대를 물어뜯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아직은 투귀라고 불리고 있었지만 오늘 우승을 차지한다면 조금 더 그럴싸한 별명으로 바뀌겠지.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내가 우승할 거거든!
-자. 결승전 무대의 주인공인 양 선수를 모두 무대로 모셨습니다! 열화와 같은 박수로 이들을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김현민 캐스터님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수 소리가 경기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너무 커 순간 귀를 막을 뻔했다.
박수 소리의 크기로 사람들이 얼마나 기대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자. 먼저 OSL에서 진 로열로더를 차지하고 MSL까지 정복하기 위해 온 이승우 선수와 인터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승우 선수.
“네.”
-일주일 만에 결승에 서는 기분이 어떻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 선수가 거의 없거든요? 그건 알고 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일주일 만에 선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우승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오늘 경기 스코어 어떻게 예상하고 계십니까?
“1세트를 잡는다면 3:0까지 가능할 것 같고 그것이 아니라면 조금 힘든 승부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승우 선수가 이기는 시나리오겠죠?
“네, 그렇습니다.”
-양대 진 로열로더와 전승 우승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시죠.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경기를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이승우 선수 인터뷰 스킬이 많이 늘었는데요? 자. 그럼 같은 진 로열로더 후보 임형규 선수를 만나 보겠습니다!
나를 소개할 때 못지않은 함성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화끈한 경기 스타일로 형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외모도 관리를 받았는지 나날이 괜찮아지는 것 같다.
-이승우 선수의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습니까?
“별생각 없었습니다. 어차피 우승은 제가 할 거니까요.”
-대단한 자신감인데요?
“저 역시 진 로열로더 후보인데 무언가 조연이 된 기분이네요. 저도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경기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약 10분간 인터뷰가 더 진행되었다.
근황에 대해서나 어떻게 연습을 했는지 오늘 각오에 대한 것들을 다시 한번 다지는 시간이었다.
서로의 도발로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시간이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으로 보인다.
나와 형규 사이에 충분히 붙이 붙은 것 같았으니까.
아무리 친해도 승부는 승부다.
-양 선수 모두 화끈한 인터뷰를 해 주었습니다! 인터뷰만큼 화끈한 경기를 바라겠습니다. 자, 그럼 양 선수 부스로 이동해 주십시오!
***
1세트 전장은 용비어천가.
내 위치는 8시였다.
형규는 2시에 있겠지.
왜?
2인용 전장이니까.
용비어천가는 태백산맥과 달리 동서에 서로의 본진이 있어 공중 거리가 짧은 전장이다.
다만 뒷 길이 있어 돌아오는 병력에 대해선 신경을 꾸준히 써줘야 한다.
가시귀, 마견에 뒤가 털려 GG를 선언한 용족도 꽤 있었으니까.
일단 2인용 전장에 1, 5세트에 추첨되어 배치되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웃어 주는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2인용 전장은 용족이 할 만했으니까.
더군다나 용비어천가는 공중 거리가 짧아 비비의 파괴력이 극대화되는 전장.
뒷 길이 있는 만큼 서로의 본진이 가까워 지상 러시 거리로 짧기에 초반 견제만 잘 막아 낸다면 무난한 운영이 가능한 전장이다.
일단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땡그슨대와 빠르게 가시귀를 생산해 뒷 길을 뚫고 오는 운영.
뒷 길은 여러 개의 중립 건물이 걸쳐 있어 범위 공격을 하는 유닛이 아니면 쉽게 뚫고 올 수가 없다.
가시귀나 천자총통같은 범위 공격 유닛이 없는 용족 입장에선 거의 활용 불가능한 길이기도 했다.
지룡이 있지 않냐고?
분명 지룡은 범위 공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시귀나 천자총통처럼 공짜로 타격을 입히는 유닛은 아니다.
토정을 철을 주고 생산해야만 공격이 가능하다.
비싼 토정을 뒷 건물 깨는 데 쓸 이유는 전혀 없었다.
어쨌든 저 두 가지만 조심한다면 무난…… 어? 뭐야?
이 녀석 5일꾼 러시잖아?
빠른 정찰로 형규의 빌드를 확인한 난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임형규 선수 1세트부터 칼을 뽑아 듭니다.
-화끈하네요. 5일꾼 러시입니다.
임형규가 승부수를 꺼내 들 거라 많은 이들이 예측했다.
이제운을 3:0으로 꺾은 이승우의 마수전은 절정에 달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승부수를 1세트에 꺼내 들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일단 지상 거리가 가까워서 충분히 통할 수 있거든요? 용광포가 건설되기 전에 무조건 마견 본진으로 들어갑니다.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겠다는 거죠. 이승우 선수에 대한 분석이 아주 잘되어 있습니다. 이승우 선수 스타일이 초반에 주도권을 가져오면서 상대를 점차 깊은 늪으로 빠트리는 것이거든요? 김상연 선수와 프로리그에서 대결했을 때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지금은 6마견이 무조건 본진에 난입하거든요?
과거 이승우는 5일꾼 마견숲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바가 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일단 러시거리가 훨씬 가깝다. 그때보다 몇 초 빠르게 도착하는 상황.
그때처럼 앞마당에서 일꾼을 비비며 막는 건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상대는 임형규.
결승에 오른 선수다.
본선 진출도 하지 못한 김상연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최승원 해설이 말을 이었다.
확실히 엄전김에 비해 전문성이 느껴지는 해설이었다.
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것이 놀라운 따름이었다.
온게임TV에서 최승원만큼 해설하는 이는 해변 김, 김정식밖에 없었다.
-이승우 선수도 대처 잘해야 합니다. 그전과 달라요. 마견 6기가 본진에 옵니다. 다른 방식으로 막아 내야 하거든요? 과연 이승우 선수가 번뜩이는 센스를 바로 보여 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아마 임형규 선수 수많은 연습을 통해 이 빌드가 통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왔을 겁니다. 2인용 전장이라 이승우 선수 정찰에 빠르게 들킬 수도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럼에도 쓴다는 건 자신 있다는 겁니다. 보여 주고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팀 내에 마수전을 가장 잘한다는 김택윤 선수가 있으니 충분한 연습은 분명 했을 겁니다.
-자 일단 이승우 선수 빠르게 임형규 선수의 5일꾼 마견숲을 확인합니다.
-이승우 선수 침착해야 합니다. 침착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일단 앞마당의 솟대와 용무관은 포기해야 합니다. 저거 지키려고 하다간 경기가 터져 버립니다.
-대신 용안 피해 없이 막기만 하면 이승우가 훨씬 유리해집니다!
***
설마 5일벌레 카드를 1세트부터 뽑아 들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2인용이고 지상 거리도 가까워 보통 전장보다 정찰이 빠르게 오는 곳이 바로 이 용비어천가다.
바로 [날빌러]를 쓰기보다 일단 정찰로 보고 용안이 일찍 잡히면 그때 [날빌러]를 쓰려고 했는데 5일벌레를 쓸 줄이야.
이 미친놈.
어디 첫 판부터 장난질이야?
칼을 갈아도 단단히 갈았구나 싶었다.
사실 [날빌러]로 형규가 5일벌레 러시를 한다는 걸 알았다고 하더라도 뾰족한 수는 없다.
본진에 솟대를 지으며 방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었으니까.
일단 앞마당에 솟대를 짓되 최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쪽으로 운영을 생각하겠지.
앞마당 솟대와 용무관은 과감히 포기한다.
본진과 앞마당의 거리가 조금 있는 전장이라 용안이 나와 비비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제 해야 할 건, 본진에 안전하게 용광포를 소환하는 것과 나가있는 용안이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후자가 훨씬 중요하다.
용안이 절대 잡혀선 안 된다.
마수가 일벌레를 얼마나 더 찍는지, 앞마당은 언제 가져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앞마당을 방해해 주면 좋고.
그 사이 생산 된 마견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 본진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용안을 이렇게 무시하는 마견은 처음 보네.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리지 않겠다는 것이겠지.
현재 내 상황은 앞마당에 용무관이 완성되고 본진에 솟대가 건설된 상황.
이번 6마견을 잘 막아 내기만 하면 무조건 내가 유리해진다.
어차피 서로 본진 플레이인 건 똑같고 자원을 채취하는 용안이 일벌레보다 훨씬 많았으니까.
모든 용안을 보호할 수 있는, 철광과 신전 중간에 용광포를 바로 소환했다. 돌출 된 곳에 지었다간 마견에 의해 깨길 수 있다.
언제든 용안이 비빌 수 있는 공간에 소환해야했다.
그때 앞마당 솟대 시야에 6마견이 들어왔다.
이번에도 솟대를 무시하고 곧 바로 본진으로 파고드는 마견.
당연한 것이었다.
앞마당에 있는 솟대와 용무관은 언제든 깰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이제 컨트롤 싸움이다.
아직 용광포가 완성되려면 시간이 좀 남았다.
형규는 그 전에 어떻게든 피해를 입히려고 할 거다.
용안아, 부탁해!
달려드는 마견을 피해 열심히 용안을 비볐다.
맞고 있는 용안은 바로 바로 뒤로 빼줬다.
곧 용광포가 완성되기에 마견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진 못했다.
밖으로 튀어나오는 용안을 때릴 뿐이었다.
-펑.
그때 용안 1기가 터져났다.
동시에 내 가슴도 터져나갔다.
윽. 컨트롤 미스.
뼈아픈 실수였다.
안 잡힐 수 있었던 용안이었다.
그사이 용광포가 완성되었고 마견이 뒤로 물러났다.
형규 입장에서도 저 마견은 무조건 살려야 한다.
그래야 추가 자원의 소모 없이 나를 계속 견제할 수 있을 테니까.
피해는 용안 1기.
잘 막은 것이지만 완벽하게 막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이승우 선수 판단 정말 예술이네요!
-1, 2초만 머뭇거렸어도 큰 피해를 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보는 순간 완벽한 대처를 바로 뽑아냅니다.
-우승을 해 본 선수의 여유겠죠. 정말 대단합니다.
-용안 체력 눌러 봐 주시겠습니까? 빨갛고 노랗고 아주 형형색색입니다. 이게 무엇을 말하느냐? 맞고 있는 용안을 제때제때 빼 주었다는 겁니다. 만약 이런 컨트롤이 없었다면 용안의 피해는 지금보다 훨씬 컸을 겁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극한의 컨트롤이 서로에게 나왔다.
승자는 이승우였다.
임형규의 변칙적인 공격이 완벽하게 막혔다.
용안 1기를 잡은 건 이득도 아니었다.
일벌레 숫자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아직 앞마당도 가져가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임형규는 지금 당황하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막힐 러시가 아니었다.
김택윤을 상대로도 용안 몇 기를 더 잡아냈던 임형규다.
그런데 겨우 용안 1기라니.
꼬였다.
꼬여도 너무 꼬였다.
-저 1기의 용안도 눈엣가시입니다. 저 용안이 아니었다면 컨트롤에 더 집중해서 피해를 더 입힐 수도 있었거든요?
-훤히 본진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도 큽니다. 이러면 마견 소수는 본진 돌아오고 나머지는 앞마당에 지어진 솟대와 용무관부터 파괴해야죠?
-이승우 선수는 이제 2제단 올리면서 천천히 하면 됩니다. 용아 쌓일 때까지 무리하게 나오지 않고 그냥 본진에 있다가 7기 정도 되면 앞마당 쪽으로 올라오면 됩니다.
최승원 해설의 말처럼 곧바로 본진에 2개의 제단을 올리는 이승우였다.
이승우는 완벽한 답만을 내놓고 있었다.
이대로 진행되면 이승우의 승리는 확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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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