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5 Game No. 185 승리를 향하여. =========================================================================
Game No. 185
그래도 정말 대단한 건 그 공격을 피해를 최소화하면 꾸역꾸역 막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환국 선수였다면 진작 마우스를 던졌을지도 모를 상황에도 이영우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토정에 맞은 천자총통을 꾸준히 수리해 줌과 동시에 그때그때 일꾼을 빼 주며 토정의 공격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야!!! 정말 장관입니다, 장관!
-마지막 5세트답게 불태워 버리네요. 아주 그냥!
-최고입니다. 정말.
-이런 견제를 이영우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선수가 누가 있단 말입니까?
-할 말이 없습니다, 할 말이. 이런 엄청난 견제를 하면서 할 건 다하고 있습니다. 병력 생산, 테크 등등 그냥 이 선수 멀티 모니터를 보며 경기를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이영우 선수도 침착합니다. 크게 당하고 있는 것 같지만, 보이는 것만큼 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거든요? 일단 천자총통을 하나도 잃지 않았다는 것이 큽니다.
눈을 뗄 수없는 화려한 컨트롤의 향연이었다.
꼭 대규모 전투만 사람들에게 희열을 주는 건 아니었다.
이처럼 마이크로 컨트롤도 사람들에게 전율을 일게 만들 수 있었다.
압권은 이승우의 운룡 무빙이었다.
천적인 신기전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살아남았다.
몇 번 공격을 허용했지만 아직 격추되지는 않았다.
물론 신기전의 사정거리 개발이 끝나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그전까지 운룡이 활개를 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 이었다.
-여러분! 이것이 OSL 결승전입니다. 저희가 더 이상 무어라 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보십시오! 그리고 느끼십시오! 양 선수들의 열정을!
최고의 경기력에 박수 소리가 결승전 무대를 가득 채웠다.
***
동시 2기 운룡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1기의 운룡으로 이영우를 흔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2기는 어떨까?
연습 결과 순수 내 컨트롤로는 힘들었다. 본진에서 병력 생산에 뜨문뜨문 되었으니까.
이마저 버프의 영향이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거다.
[투신]을 사용해 봤다.
[투신]이 생산력을 늘려 주지는 않지만 운룡 컨트롤을 보다 섬세하고 빠르게 할 수 있어, 그마나 병력 생산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게 해 주었다.
이거다.
매치포인트가 된다면 이 전략을 사용하겠다.
적어도 한 번은 통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영우를 상대로 이렇게 컨트롤 싸움을 건 용족 자체가 없었으니까.
마음 같아선 2: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인 3세트에서 이 전략을 사용했다면 했지만 이제 상관없었다.
어쨌든 2판을 잡았고 5세트까지 왔으니까.
자, 그럼 후속타 들어갑니다.
속업 된 운룡 1기를 본진 쪽으로 뺐다. 물론 지룡은 남은 운룡에 옮겨 탄 후였다.
돌아온 운룡에 4기의 용아를 태웠다.
동시에 모아 뒀던 용혼을 진출시켰다.
목적은 하나.
천자총통을 줄이기 위함이다.
지룡-천왕랑 체계의 가장 큰 약점은 연결 고리가 약하다는 것이다.
천왕랑을 생산하는 동안 자연스레 용족의 지상 병력은 초라해진다.
그때를 노리고 진출하는 환국의 병력, 정확히 말하면 천자총통을 막기 힘들다.
아마 이영우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내 다음 카드가 천왕랑이라는 것을.
바로 화포연구소 2개를 올려 주며 기갑병력 업그레이드에 열을 올리겠지.
이대로 공격을 마무리 지으면 한 번의 위기를 더 겪어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편하게 경기 하고 싶었다.
그러면 지금 공격은 필 수였다.
2기의 운룡에 각각 2기의 지룡과 4기의 용아가 탑승했다.
상대적으로 용혼의 숫자가 부족하지만 상관없었다.
지룡의 화력이 있으니까.
이번 러시의 목표는 하나.
운룡 1기는 잃어도 된다.
용아도 잃어도 된다.
용혼?
조금 아깝긴 하지만 잃어도 된다.
절대 잃어서 안 되는 건 지룡 2기였다.
천자총통을 줄이고 지룡만 살려 나온다면 환국의 러시 타이밍은 없어진다.
자. 우리 화끈하게 경기해 봅시다.
‘[투신] 사용.’
3연속 [투신]이 발동했다.
***
-이승우 선수 지금 몰려오는 거 뭐죠? 용혼인가요?
-겨우 7기의 용혼으로 러시를 오는 건가요? 너무 신내는 거 아닌가요? 무리 같아 보이는데요?
-아예 끝내겠다는 생각보다 이왕 피해를 입힌 거 더 주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환국의 병력도 많은 건 아니긴 하지만 심시티 이용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양은 있거든요? 뚫겠다는 생각 버리고 피해 준다는 생각으로 간다면 충분히 원하는 성과 얻을 수 있습니다.
엄재웅 해설의 우려와 김태영 해설의 응원.
평가가 상반된 가운데 양 선수의 병력이 격돌했다.
용아가 타 있는 운룡은 죽음을 각오하고 진천형을 하고 있는 천자총통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 운룡 갑니다. 저 운룡엔 아마 용아가 타 있을 겁니다. 죽기 살기로 가는 거거든요?
-그냥 정면에서 미는 건 아무 의미 없습니다. 심시티에 다 막히거든요? 언덕에 용아를 내려 휘저으려는 거죠!
신기전에 배치되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달라붙어 용아를 내리는 운룡.
체력이 빠져 있어 4기 전부를 내리지 못하고 3기를 내렸을 때 운룡이 터졌다. 그래도 3기면 언덕을 뒤흔들기 충분한 병력이었다.
지룡이 타고 있는 운룡은 용혼 뒤에서 움직이며 기회를 노렸다.
천자총통의 포화가 용혼에게 쏟아지자마자 지룡을 내려 토정을 발사했다.
공격딜레이를 이용한 것이다.
이 정신없는 와중에 그것까지 계산하다니.
중계진의 칭찬이 쏟아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지금 지룡 움직임 보셨습니까? 천자총통의 포신이 불을 뿜은 직후 내려서 토정을 쏘고 다시 운룡에 탔습니다. 이러면 애타죠. 지룡 내리기를 기다리자니 달라붙는 용혼이 무섭고. 용혼을 때리자니 토정이 무섭고.
-언덕 위에 내린 용아도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꾼까지 다 나오게 만들었거든요?
이승우의 공세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5기의 용혼이 죽고 1기의 용혼이 빈사가 된 순간 병력을 뒤로 물렸다.
물론 지룡 2기는 운룡에 태워 함께 빠져나갔다.
눈으로 보이는 피해만 보면 큰 피해가 아니다.
용혼 5기, 운룡 1기, 용아 4기와 천자총통 3기, 신기전 2기를 바꾼 꼴이었으니까.
하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피해까지 생각하며 이승우가 이득을 봤다.
일꾼이 일을 못하는 시간과 범위 공격 휘말려 함께 터져나간 일꾼 숫자까지 계산하면 이득을 챙겨도 제대로 챙긴 이승우였다.
-이러면 이영우 선수 나갈 타이밍 전혀 없어지죠.
-이승우 선수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이제 하고 싶은 거 다하면 됩니다.
-이영우 선수 입장에선 경우의 수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우직하게 후반을 바라봐야 합니다. 러시? 꿈에도 꾸면 안 됩니다. 나가는 순간 다 잡아먹힙니다. 안티 천왕랑 체계를 만든 사람이 누굽니까? 이영우 선수 아닙니까? 충분히 역전할 수 있습니다.
한때 나가보다 천왕랑을 많이 쓰던 시기가 있었다.
천왕랑을 쓰기 좋은 전장이 많은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환국을 상대하는 최종병기는 천왕랑이라고 모두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이영우라는 신예 선수가 등장했다.
그리고 모든 용족을 때려 눕혔다.
정확히 말하면 천왕랑을 쓰는 용족들을 상대로 너무나도 쉽게 승리를 챙겼다.
그중엔 송병호도 있었다.
이유는 하나.
안티 천왕랑이라 불리는 희대의 빌드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영우에 대처하기 위해 나온 것이 전까진 사파로 분류되던 나가 운영이었다.
천왕랑 운영에 비렴의 천벌로 신기전을 줄이는 것도 해법 중 하나였지만, 금이 많이 들고 손이 많이 간다는 단점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는 드물었다.
-어쨌든 2개의 화포연구소에서 업은 계속 돌아가고 있거든요? 길게 봐야 합니다. 아예 전장 반땅 긋는다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운영해야 합니다.
-불리하긴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거든요? 수도 없이 역전을 해 온 이영우 아니겠습니까?
이영우 입장에서 피해가 만만치 않다.
본인의 가장 큰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라인 긋고 수비하면 버티기.
더 이상 흔들려선 안 된다.
더 이상 흔들리게 되면 아예 경기를 내줄 수가 있다.
최대한 단단하고 묵직하게 플레이 한다.
트리플을 가져가며 느리게 전진해야 한다.
혹여 러시를 갈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반대로 이승우 선수는 지금 유리함을 적극 살릴 필요성이 있습니다. 전장 상황만 봐도 이승우 선수가 훨씬 좋아 보이거든요!
-그사이 이승우 선수도 가만히 있진 않겠죠. 모든 스타팅 먹고 자원전, 물량전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면 이 유리함 계속 살릴 수 있습니다. 나중에 비렴까지 섞어 주면 질래야 질 수가 없어집니다. 방금 전 전투 보지 않으셨습니까? 충분히 비렴의 천벌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김태영 해설이 잔뜩 흥분해서 외쳤다.
용족의 우승이 코앞까지 왔다.
만약 이승우가 승리를 차지해 우승한다면 정말 오랜만에 용족에서 우승자를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리쌍을 필두로 환국과 마수의 선수들의 우승 레이스에 용족이 참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을 중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김태영 해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
연달아 [투신] 3번을 사용해 15%의 체력을 사용했지만 그보다 값진 성과를 얻었다.
시뮬레이션으로 생각했던 콤보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마지막 공격을 하지 않았어도 용족이 유리한 건 맞다.
혹 손이 꼬여 실패하게 되면 앞서 얻은 이득이 무효가 될 수도 있다.
무리하지 말고 그냥 천천히 차이를 벌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 생각에 나도 동의한다.
상대가 이영우만 아니라면.
마지막 공격이 없었다면 이영우는 분명 실낱같은 타이밍을 잡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 전투 결과로 이영우는 진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즉 이영우를 한동안 본진에 가둘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느냐?
내가 하고 싶은 걸 다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다.
테크를 올리고 싶으면 테크를 올리면 되고 확장을 하고 싶으면 확장하면 된다.
견제만……. 견제만 완벽하게 막으면 된다.
일단 트리플을 가져가며 천왕랑을 갈 생각이다.
더 이상 속업 운룡은 쓰지 않는다.
괜히 무리하게 견제를 간다고 얼쩡거렸다가 터지는 수가 있다.
그랬다간 여태 얻은 이득이 무용지물이 된다.
그냥 시야 끝에 왔다 갔다 거리면서 긴장감만 심어 주면 된다.
혹 진출하는 환국의 병력이 있다면 그때 전장에 합류해도 늦지 않다.
이렇게 마음 편하게 천왕랑을 가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이영우를 상대로.
중간중간 화차 견제가 나왔지만 그 숫자가 매우 적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화통도감은 신기전을 생산하느라 바쁠 테니까.
내가 천왕랑을 생산하고 있다는 건 이미 천리안으로 확인했을 것이다.
이왕 들킨 거 여의주탑을 아예 2개 건설해 본격적으로 천왕랑의 업그레이드를 돌려주었다.
용무관 역시 2개를 지어 하나는 지상 병력 공격력 업그레이드를 나머지 하난 용력 업그레이드를 돌려주었다.
쓸 거면 제대로 써야지.
용력 업그레이드를 돌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내가 상황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평소라면 용력 업그레이드는커녕 여의주탑에서 공중 공격 업그레이드를 돌리는 것도 버거웠을 것이다.
공업이 잘된 신기전의 공격은 무지 아프다.
스치면 사망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방업과 용력업을 하지 않으면 진짜 매서운 바람을 맞은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진다.
모든 준비가 하나둘씩 끝나 간다.
내가 원하는 구도에서 전투만 펼친다면 승리는 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