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0 Game No. 180 균형. =========================================================================
Game No. 180
지뢰를 앞마당에 깔아 방어를 해 두었지만 소용없었다.
―어? 어? 이거 지뢰 제거하려는 건데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용아와 용혼이 지뢰를 다 제거하며 제대로 길을 만들어 줬거든요? 흑완은 그냥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속도만 내면 되는 거예요!
―정말 값진 희생입니다. 이들의 희생으로 용족이 이기기 일보 직전입니다!
아까 살려 둔 용아와 용혼이 지뢰에 대신 죽어 줬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희생으로 흑완은 상처 하나 없이 이영우의 앞마당 입성에 성공했다.
―이제 지뢰 여기에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냥 오죠!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이영우가 앞마당에 지뢰를 박아 넣었지만 그보다 이승우가 더 빨랐다.
―이야! 지뢰를 그대로 썰어 버립니다!
―마이크로 컨트롤이 굉장히 뛰어나네요!
지뢰가 채 박히기 전 흑완의 공격으로 일일이 제거했다.
어떻게든 막아내려 지뢰를 곳곳에 박아 넣는 이영우였지만 흑완의 숫자가 많았다.
당연한 것이었다.
1개의 화통도감에서 생산되는 화차와 3개의 제단에서 생산되는 흑완의 수가 같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지뢰에 일꾼이 폭발에 휘말리며 역대박을 만들어 주었다.
―아! 이렇게 이영우 선수가 무기력하게 당한 적이 도대체 언제입니까?
―이승우 선수 정말 예측하기 힘든 선수입니다. 항상 변수를 만들어 내요!
―이영우 GG! GG를 선언합니다!
―3:0으로 잡겠다고 했거든요? 근데 첫 세트를 이승우에게 넘겨주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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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와 용혼이 지뢰 제거를 하는 순간 경기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겼다는 사실보다 이영우를 완벽히 속여 넘겼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스킬로 이긴 것도 기분 좋지만 심리전으로 이겼을 때의 쾌감이 더 크다.
1세트는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보단 상대 빌드와 상관없이 준비한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경기에 이기면 스탯이 오를 때가 많았다.
초반 용아 컨트롤 역시 [투신]이 아닌 오롯이 내 두 손이 해낸 것이었다.
물론 버프와 패시브 스킬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이건 내가 어쩔 수 없는 요소다. 적어도 액티브 스킬, 그러니까 체력을 소모하지 않고 1세트를 잡아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현재 남아 있는 체력은 126%.
빠른 시간에 경기가 끝난 덕에 4%밖에 체력을 소모하지 않았다.
체력이 많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종족 상성은 용족이 환국을 앞서지만 후반으로 가면 그것도 말이 달라진다.
초반이야 어느 정도 몰아치는 운영이 가능하지만 환국의 기갑 병력의 업그레이드가 공2업, 방1업이 되는 순간 쉽사리 싸울 수 없게 된다.
서로 가진 화력의 차이가 커지기 때문이었다.
중앙 싸움에서 한두 번 지더라도 한 번 천자총통을 잘 모아서 나오면 경기를 역전시킬 수 있다.
항상 환국이 불리한 상황에서 중계진들이 이런 말을 한다.
업 잘 시키고 200 모아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아무리 상황이 불리해도 역전시킬 수 있는 한 방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용족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이득을 챙기며 경기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와야 한다.
그래서 환사기, 총통사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영우는 그런 운영에 능하다.
일명 늘어지는 운영.
빈틈 따윈 없다.
그래서 더 무섭다.
늘어지는 운영이 쉬운 것이 아니다.
방어력이 그만큼 뛰어나야 한다. 어설프게 이영우를 따라하다간 큰 코 다친다. 군데군데 뚫린 구멍으로 상대 병력이 쭉쭉 밀고 들어올 테니까.
이영우는 이 모든 것이 완벽하다.
지루하다는 평을 들을 때도 있지만 승률만큼은 확실하게 나온다.
보는 사람이 토가 나올 지경인데 직접 경기를 하는 사람은 어떻겠는가?
즉 스킬을 때려 박아도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1세트에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초반에 선취점을 따왔다.
무난히 운영해서 이기면 좋지만 지면 큰일이다.
결승전에서 1세트 뒤지고 있다는 건 굉장한 압박감이다. 특히 나같이 처음 결승을 겪은 사람들에겐 더욱더.
1세트를 이김으로써 많은 걸 얻었다.
일단 이영우의 머릿속에 내가 언제든 올인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이제 2세트만 잡아내게 된다면 우승을 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내가 역스윕을 해냈듯 이영우도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는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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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이영우의 가슴 속에선 천불이 일어나는 중이었다.
전진 제단에서 흑완이 나올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분함과 동시에 상대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 전략이다.
빌드면 빌드, 심리전이면 심리전.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떨어졌다.
1세트는 당했다.
기분이 나빴다.
상대방의 손에서 그대로 놀아난 꼴이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것이 화가 났다.
하지만 2세트는 이렇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준비해 온 만큼 그도 준비를 해 왔다.
이미 여덟 번이나 결승을 치른 몸이다.
겨우 한 세트를 내줬다고 흔들리진 않는다.
이영우가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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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1:0으로 앞서나가는 순간 결승전 현장이 난리가 났다.
단순 힘 싸움이 아니라 기발한 전략으로 선취점을 획득했다. 상대 입장에선 너무나도 허망한 경기.
아스트로 선수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승우 진짜 쩐다. 쩔어!”
“그러게. 이영우 표정 봤어? 진짜 화나 보이더라.”
“당연하지. 아무것도 못하고 졌는데.”
가슴이 뻥 뚫리는 경기였다.
이승우의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스트로 선수들처럼 방방 뛰진 않았지만 잔잔한 미소로 기쁨은 표현했다.
눈빛에서 얼마나 이승우를 자랑스러워하는지 엿보였다.
물론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다.
하지만 이영우를 상대로 앞서고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자. 이제 2세트 시작한다!”
경기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2세트 전장은 태백산맥.
양 선수에게 굉장히 중요한 세트였다.
―자. 이번 세트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렇죠. 만약 이승우 선수가 2세트마저 승리한다면 이영우 선수를 벼랑 끝까지 내몰 수 있습니다. 2:0. 그것도 결승전. 아무리 이영우라 하더라도 부담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거든요?
―1세트를 너무 허무하게 내줬습니다. 겨우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경기를 헌납하고 말았거든요? 이건 이영우의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영우는 어떻게든 2세트를 잡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야합니다.
―이영우 선수 정말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싶습니다. 팬들이 많을수록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긴장하지 않고 제 실력이 나온다는 말이 사실이었네요. 실로 과감한, 뒤가 없는 빌드를 쓰면서도 전혀 떨지 않습니다. 진 로열로더의 자격이 충분히 있는 선수입니다.
―겨우 1세트가 끝났을 뿐인데 무대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양 선수가 내는 기운에 경기장 전체가 뜨겁게 불이 붙었습니다. 그 열기가 여기 계신 모든 관중 분들에게 제대로 전해지리라 믿습니다.
―자. 양 선수 준비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이영우 선수가 1세트를 만회하면서 균형을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이승우 선수가 승부를 매치포인트로 만들어 버릴지! 지금 바로 2세트 전장! 태백산맥으로 떠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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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트가 시작되었다.
전장은 태백산맥.
위치는 7시였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여기서 경기를 내주면 말짱 도루묵이다. 어떻게든 2:0으로 세트 스코어를 벌려야 한다.
바로 [날빌러]를 사용해 추천 빌드를 확인했다.
추천해 준 빌드는 생더블.
이번에도 이영우는 무난한 선택을 하는 모양이었다.
후반으로 간다면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태백산맥은 2인용 전장.
기본적으로 용족이 좋다.
전진 건물과 금광 러시 등을 별도의 정찰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초반의 이야기다.
후반까지 경기가 흐르게 되면 유불리는 바뀐다.
타 스타팅에 제단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용족의 병력이 생산되는 통로가 본진으로 한정된다. 이것만으로 환국이 난전에 휘말리지 않게 되니 좋다.
거기에 더해 확장의 개수도 한정되어 있어 업그레이드만 잘 돌린다면 어쨌든 같은 자원을 먹고 싸울 수가 있다.
웬만하면 그 전에 끝내고 싶은 것이 내 심정이었다.
그 첫 시작이 생더블이다.
많이 먹는다.
그만큼 빠르게 병력과 테크로 환산해 평소보다 한 타이밍 빠르게 승부를 볼 작정이었다.
이영우도 후반을 노리는 운영을 준비했으니 초반에 위험을 없을 것이다.
서로 잘 먹고 중앙에서 싸워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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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우 선수 한 세트만에 본인이 누구인지 사람들에게 보여 줍니다.
―1세트와 같은 사람이 맞나요?
―지금은 신입니다. 아예 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1세트를 너무 무기력하게 패배했거든요? 그래서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영우가 누굽니까? 갓! 신 아니겠습니까? 감히 신을 의심하다니? 라고 근엄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초반에 평범하게 플레이한 이유가 있었네요. 방해 받지 않고 내가 무난히 할 수 있다면 네가 무슨 빌드를 써도 상관없다. 생더블? 그래. 자원 많이 먹어 놔라. 지금은 웃겠지만 조금 있다가 울게 만들어 주겠다. 뭐 이런 거거든요?
경기 초반은 이승우가 좋게 시작했다.
아무런 피해 없이 생더블을 먹었으니까.
피해만 받지 않는다면 생더블만큼 좋은 빌드는 없었다.
이영우 역시 도감 더블을 하며 본인이 가장 잘하는 빌드를 선택했다.
서로 간에 먹을 만큼 먹은 후의 싸움.
빌드보단 운영으로 승부를 보는 경기가 되었다.
이승우도 뛰어난 운영 실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영우가 조금 더 뛰어났다.
중반까지 주도권을 잡고 흔들던 이승우.
초반 운룡과 용혼으로 트리플 지역을 견제하고 나가 이영우의 본진에 병력을 소환하는 등 다채로운 공격을 펼치며 이영우의 손을 어지럽게 만들려 했지만 결정적인 피해를 주지 못하고 흐지부지 막히고 말았다.
과연 이영우였다.
다른 환국이라면 수많은 공격 중 하나엔 타격을 입고 비틀거렸을 것이다.
이영우는 달랐다.
우직하게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먼저 상대방의 공격을 눈치채고 역 견제로 이득을 챙겨 넣기도 했다.
잠시 소강상태가 된 그 순간 이영우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2/1업 된 기갑 병력을 진출시키며 중앙을 장악한 것이다.
이승우 입장에선 어떻게든 막아야 했지만 상대할 병력이 없었기에 그냥 손가락을 빨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2인용 전장의 특성상 중앙을 잡히면 운신의 폭이 급격하게 좁아진다.
어딜 가도 중앙을 통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단숨에 이승우의 멱 줄을 움켜쥔 이영우.
상황은 이영우에게 7:3 이상 기울어졌다.
―이승우 선수 답답하죠. 1경기와 달리 제대로 풀리는 것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첫 번째 천룡의 부름이 허무하게 막힌 것이 컸습니다. 시간을 끌었어야 하는데 제대로 시간을 끌지 못했거든요.
이승우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연달아 천룡의 부름으로 병력을 환국 본진 깊숙이 소환하며 난전을 유도했을 때가 바로 그 기회였다.
그때 적어도 공격력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화포 연구소를 파괴하거나 본진 군영을 파괴했어야 했다. 그것도 아니면 창고의 수를 줄여 환국의 추가 병력이 빠르게 충원되지 못하도록 만들었어야 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그만큼 이영우의 대처가 좋았다.
―저 많은 병력을 도대체 어떻게 막아낼 겁니까? 징그럽게 많습니다. 징그럽게!
―이영우 선수 정말 영리하게 병력 운영하죠? 멀티를 깨러 전 병력이 우르르 움직이지 않습니다. 주 병력은 묵직하게 중앙에 자리 잡고 딱 멀티를 깰 수 있을 병력만 보냅니다. 저거 이승우 입장에서 정말 골치 아프거든요? 소수만 보내도 되는 환국과 달리 거의 전 병력을 보내야 합니다. 그렇게 좌우로 흔들리며 피해란 피해는 다 받고. 아 힘드네요. 힘들어.
이영우가 거의 판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이승우의 병력이 중앙 기갑 부대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천자총통의 강력한 포탄 앞에 산화하고 말았다.
더 이상 앞길을 막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이영우가 전 병력을 이끌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승우의 앞마당에 대규모의 천자총통이 진천형을 했다.
―쾅!
굉음과 함께 삽시간에 폐허가 되는 이승우의 앞마당.
건물과 병력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결국.
―이승우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신이 다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