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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78화 (178/575)

00178  Game No. 178 도발 VS 도발.  =========================================================================

Game No. 178

스토리도 그렇고 종족도 그렇고 아무래도 육룡에 들어갈 여지가 있는 신룡 쪽에 마음이 기운다.

엄재웅 해설 위원님께서 임주혁의 황제나 홍진우의 폭풍처럼 뇌리에 꽂히는 별명을 선수들에게 지어 주긴 했지만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운만 해도 그렇다.

폭군이라 불리기 전 엄재웅 해설 위원님이 밀었던 별명이 있다.

바로 파괴신.

딱 1시즌 파괴신이라 불리고 그 후로 폭군으로 불렸다.

이제운 역시 몇 년 후에 파괴신보단 폭군이라 불려서 다행이라는 인터뷰를 남겨 엄 옹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꼭 양대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신룡이란 별명을 쟁취할 생각이었다.

오프닝 영상이 끝나고 축하 공연이 시작되었다.

요즘 인기가 많은 여자 아이돌 그룹이라고 했다. 뒤를 이어 보이그룹도 나와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이야.

장난 아니네?

사람 몸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지?

흥겨운 무대가 끝나고 곧바로 상품 추첨식이 이어졌다.

모든 관객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전현석 캐스터님이 추첨 번호를 외칠 때마다 탄식이 여기저기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당첨자를 향해 부러움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들 사이로 당첨된 사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로 향했…… 어? 저거 승대 아냐?

혹 유럽 여행권에 당첨된 것인가 싶어 귀를 기울였다.

아쉽게도 승대는 3등에 당첨되었다.

3등 상품은 디지털 카메라.

1등인 유럽 여행권이 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3등도 충분히 운이 좋은 것이었다.

곧바로 인터뷰가 이어졌다.

현직 프로게이머가 당첨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대로 상품을 받고 내려가려는 승대를 전현석 캐스터님이 붙잡았다.

이유는 하나.

혹 다른 관객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냐는 것이었다.

승대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고민을 하더니 이내 쿨하게 양보를 하겠다며 양손을 흔들며 무대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순간 관중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터벅거리는 발걸음으로 내려오는 승대의 모습에 난 웃음을 터뜨렸다.

입으론 분명 괜찮다고 하고 있지만 눈은 슬픔이 엿보였다.

승대 덕에 경기 전에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다.

긴장 풀어 줘서 고맙다. 승대야.

우승하면 집 가서 맛있는 거 사 주마!

****

―전국에 계신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2015 OSL 시즌2! 결승전이 펼쳐지는 장소입니다!

―한 자리도 빠짐없이 모든 좌석에 팬 분들이 앉아 계시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가슴 한구석에서 뿌듯함이 착 차오릅니다.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으아! 하고 소리를 질러도 상관없답니다! 적어도 이 결승전이 끝날 때까진 다 저희들 겁니다! 대신 쓰레기만 정해진 쓰레기통에 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말로 이곳, 이렇게 넓은 곳에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리고요. 정말 이영우 선수와 이승우 선수의 멋진 명승부를 통해서 멋진 추억 만들고 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저 높은 곳에 있는 지미집 카메라가 모든 분들의 모습을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엄전김의 외침에 관중들이 환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냥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피가 끓어오를 지경이었다.

―멀리 지방에 계신 분들 중 어젯밤에 출발하신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 밖에 오늘 지하철 타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이 먼 곳까지 와 주신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얼마나 감사드립니까!

―그렇게 고생, 고생하셔서 오셨는데 명승부와 명해설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자. 이제 본 경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이영우와 이승우, 이승우와 이영우의 대결이 곧 펼쳐집니다! 저희는 준비된 영상을 보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무대가 암전되고 중앙 화면에 이영우의 사진이 떠올랐다.

조지명식 때부터 결승에 진출하기까지.

이번 시즌 OSL에서 펼쳤던 모든 경기가 담겨 있었다.

―지난 시즌 우승의 기세를 몰아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최종 병기에서 신으로 거듭난 이영우!

“와아아아아!”

화려한 경기가 나오는 순간 이영우를 응원하는 팬들이 목을 놓아 소리를 질렀다.

어찌나 큰지 거대한 무대가 순간 진동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곧 바로 이승우의 영상이 이어졌다.

―처절했던 재경기. 그 지옥에서 살아남아 결승까지 단숨에 올라온 삼족오 이승우!

“우오오오오!!!!”

이승우를 지지하는 팬들의 함성도 만만치 않았다.

다시 한 번 굵직한 성우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최초이자 최연소 4회 우승을 눈앞에 둔 이영우와 진 로열로더를 향해 나아가는 이승우! 그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오늘! 신과 삼족오. 그들 중 끝까지 살아남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2015 OSL 시즌2 결승전! 이영우 대 이승우!

****

“이승우 선수 등장 준비해 주세요.”

“네!”

이제 등장할 차례가 되었다.

아까 리허설을 했음에도 다시 심장이 쿵쾅거렸다.

혹시 실수하면 어쩌지?

설마 넘어지지는 않겠지?

그런 불안한 마음을 살짝 가진 채 입구에 올라섰다.

이제 등장 후 무대에서 사전 인터뷰를 한 후 경기 부스에 들어가게 된다.

경호원의 안내를 받아 중앙에 난 길로 걸음을 옮겼다.

머리털 나고 처음 받는 경호다.

사실 이런 일을 겪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승우 선수. 처음 리그가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운으로 올라온 선수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실력으로 본인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냈습니다. 이제 그를 비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진 로열로더 후보로서 영롱히 빛나고 있는 이승우!

―무난하게 올라왔으면 이영우를 절대 못 이길 것 같거든요? 하지만 이 선수 재경기 끝에 간신히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그 재경기를 하게 된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이영우를 다시 만났거든요? 그때의 이승우가 아니라 이겁니다!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내가 이기길 바라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팀이 아닌 정말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

신기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점차 무대가 가까워졌다.

어느새 VIP석으로 들어왔다. 주변을 살폈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엄마와 동생을 한 번에 찾아냈다.

그 둘이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다.

굳이 말은 필요 없었다.

피를 나눈 가족.

눈빛이면 충분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질 수 없다.

반드시 이긴다.

엄마에게 우승 트로피를 꼭 안겨 줄 것이다.

내가 무대에 오른 순간 이영우도 반대편에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8번이나 결승전 무대를 밟아 본 선수답게 포스가 느껴진다.

드림 스튜디오나 히어로 센터에서 만났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나와 이영우가 무대에 오르는 내내 박수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딱 두 사람이 더 올라왔는데 무대가 꽉 차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이 선수들이 가진 아우라가 대단하다는 것이겠죠.

―자. 그럼 경기에 나서기 전에 두 선수와 인터뷰를 간단히 진행해 보겠습니다. 먼저 이영우 선수. 인사가 늦었습니다만 팬들에게 유일신 이영우가 이 자리에 도착했음을 알려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현석 캐스터님의 마이크가 이영우에게 넘어간 순간.

“와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다시 한번 무대를 가득 메웠다.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라니.

관중들의 함성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약 20초가량이 지난 후에야 잦아들었다.

“일단 저를 이렇게 반겨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구요. 오늘 정말 연습 많이 하고 왔고 기대도 많이 하고 왔습니다. 팬 분들도 정말 많이 와 주신거 같은데 이런 멋진 자리에서 최초 4회 우승과 함께 플래티넘 마우스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여유가 넘친다.

나도 저렇게 버벅이지 않고 잘할 수 있을까?

할 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아, 이렇게 많은 분들. 그리고 파격적인 결승 무대. 몇 번 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렇게 큰 무대는 처음 아닙니까? 이러면 저희도 영향을 받거든요? 이영우 선수 이런 분위기 어떻습니까?

오늘 결승전을 위해 평소보다 큰 무대를 대관했다고 들었다.

확실히 신경을 많이 쓴 것이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그래서 더 주인공이 되고 싶다.

이런 화려한 무대에서 주연을 빛내 주는 조연으로 전락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정말 멋진 곳에서 처음으로 하게 되었는데 지금 경기가 하고 싶어 미치겠어요. 정말 부스에 빨리 들어가서 하고 싶어요.”

헐. 무섭게 왜 그래?

―이영우 선수 3개 종족 상대로 다 잘합니다만 최근 용족전이 살짝 흔들리거든요? 그리고 이승우 선수에게 상대 전적이 2:1로 밀리고 있거든요? 이승우 선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 이름이 나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한 티가 너무 났는지 엄재웅 해설 위원님께서 손을 꼭 잡아 주셨다.

아버지 같은 따스함이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엄재웅 해설 위원님.

그러는 사이 이영우가 대답을 위해 입을 열었다.

“어. 굉장히 쉬운 승부는 안 될 것 같아요. 그치만 아마 승자는 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돼요.”

어쭈? 뭐라고?

살짝 울컥했다.

이것도 심리전의 일종이겠지?

릴렉스하자. 릴렉스.

―자. 그러면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이승우 선수도 인터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의 화살이 나에게 돌아왔다.

나름 예상 대답을 준비해 왔다. 내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관중들의 함성이 다시 들려왔다.

어째 이영우 때보다 조금 작은 것 같다?

―자, 이렇게 아스트로의 이승우 선수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으시네요. 사실 이승우 선수 이번 결승이 처음이거든요? 첫 무대부터 이러면 압도당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

“음. 이렇게 큰 무대에서 많은 분들이 계신 곳에서 이런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것 같고요. 지금 정말 재미있을 것 같고 기대돼요.”

다행이다.

일단 준비한 말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잘 내뱉었다.

―네! 이승우 선수 가슴이 떨리거나 경기력에 영향은 없겠습니까? 팬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어떻습니까?

“사실 저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응원해 주는 상황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물론 기분 좋은 당황스러움이고, 어. 저는 팬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힘이 나고 오히려 긴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이 진 로열로더 후보라는 걸 알고 계십니까?

“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 전혀 부담스럽지는 않던가요?

“네.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줍니다. 반드시 우승해서 이영우 선수는 경험해 보지 못한 영광스런 길을 걷고 싶습니다.”

너는 못해 봤지?

난 이번에 해 볼 거다!

조금 유치한 도발이긴 하지만 상대를 흔들 수 있으면 상관없었다.

―이야. 이 자리에서 이영우 선수를 도발할 수 있는 선수는 몇 안 되거든요?

―어쨌거나 상대 전적에서 2:1로 앞서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객관적인 데이터 역시 다 웃어 주고 있거든요!

―이영우 선수. 이승우 선수가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습니까?

“제가 걷지 못했으니 이승우 선수도 걷지 못하게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상대 전적 역시 오늘 3:0으로 이겨서 더블 스코어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긴장도 많이 하신 거 같은데 그걸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세게 나오는데?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희가 봤을 때도 약간 얼굴이 굳은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저희가 잘못 본 건가요?

“전혀 아닙니다. 속으로는 심장도 정상 속도로 뛰고 있고 마치 연습실에 있는 것처럼 굉장히 편안합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심장이 터져 나갈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3:0으로 이겨서 스코어를 더블로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그건 힘들 것 같고요. 제가 이겨서 차이를 더 벌려 놓도록 하겠습니다.”

너만 도발하냐?

나도 도발한다.

―알겠습니다. 끝으로 가족 분들과 팬 분들에게 한 말씀!

“오늘 가족들이 이 자리에 와 주었는데 정말 고맙고 반드시 이겨서 우승하는 모습 보여 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끝으로 이영우 선수도 한 말씀 해 주시죠.

“네 번째 우승 트로피를 넣어 둘 장식장을 사야 할 것 같아요. 반드시 우승할게요.”

그 장식장 살 필요 없을 거다.

내가 우승할 거니까.

―알겠습니다. 네. 이렇게 경기를 나누는 두 선수와 몇 말씀 나눠 봤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경기를 시작해야겠죠? 이 무대를 가득 메운 팬 분들의 뜨거운 함성과 환호와 함께 2015 OSL 시즌2! 대망의 결승전을 시작!!!! 하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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