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6 Game No. 176 운명의 날. =========================================================================
Game No. 176
스탯 포인트를 무려 50개나 줬다. 일단 공격력에 2를 투자해 80을 맞춰 줬다.
처음으로 80에 달하는 능력치가 나오는군.
공격력을 시작으로 원하는 스탯에 포인트를 모두 분배했다.
그 결과 내 능력치는 다음과 같다.
피지컬.
속도 : 70.
지상 유닛 컨트롤 : 60.
공중 유닛 컨트롤 : 50.
생산력 : 61.
공격력 : 80.
수비력 : 50.
시야 : 61.
밸런스 : 63.
반응속도 : 62.
체력 : 65%.
점점 능력치가 안정화되어 가는구나!
양대 리그 결승에 올라가서 그런지 멘탈 능력치도 꽤 올랐다.
여전히 피지컬에 비하면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버프의 영향으로 준수한 능력치를 가질 수 있었다.
이제 스킬을 찍을 차례다.
7개의 스킬 포인트.
많아 보이지만 딱히 많은 것도 아니다.
양대 결승을 가야 12개의 스킬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데 이래서 언제 [마스터리]까지 다 MAX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탄은 뒤로 미루고 일단 스킬부터 찍자.
당장 경기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스킬을 뽑아 봤다.
1만 찍으면 MAX가 되는 [엄대엄]은 무조건 찍을 것이다.
그다음은 [신의 한 수]다.
[스타급 센스] 시절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액티브와 달리 체력을 소모하지 않고 발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발동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
확실한 건 스킬 레벨이 높을수록 발생하는 빈도와 효과가 더 커지므로 투자해서 나쁠 건 없다는 것이었다.
아, [킹 슬레이어]도 있구나.
[킹 슬레이어]는 상대 성적에 따라 능력치 상승이 가능한 패시브 스킬이다.
MAX까지 찍는다면 우승자를 상대로도 능력치 상승의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이름이 [킹 슬레이어]인데 마스터 하고 왕을 잡지 못하면 말이 안 되지.
그럼에도 주저하는 이유는 하나.
4개의 포인트를 한 번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어설프게 하나, 두개 찍어 봤자 소용없다.
형규에게조차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결승 진출자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었으니까.
이왕 투자하려면 MAX를 만들어야 한다.
이건 조금 더 생각해 보자.
가장 마지막으로 떠오른 스킬은 [강심장]이었다.
여태껏 드림 스튜디오나 히어로 센터 같은 곳에서만 경기를 했지 결승전이 벌어지는 큰 규모의 체육관에선, 단 한 번도 경기를 해 본 적이 없다.
달라진 환경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 주고 싶다면 [강심장]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아직 확실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망설여질 뿐이다.
머리가 슬슬 복잡해진다.
일단 고민의 여지가 없는 [엄대엄]부터 투자하자.
[[엄대엄]에 스킬 포인트 1을 투자하시겠습니까?]
YES!
[[엄대엄]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을 마스터 하셨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자, 이번엔 어떤 스킬이냐!
[스킬 [엄대엄]의 진화형 스킬 [아직 모른다]가 생성되었습니다.]
어? 진화형 스킬이라고?
설마 [엄대엄]이 사라지는 거야?
그건 안 될 일이었다.
[아직 모른다/액티브.]
[병력상으로 밀리고 있고 자원으로도 밀리고 있지만 지금 경기를 펼치고 있는 선수가 누굽니까? 정말 대단한 선수 아닙니까? 아직 누가 이길지 경기는 더 해 봐야 합니다. 아직은 절대 모릅니다.]
[효과 : 불리한 경기가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게 해 준다. 단 상황에 따라 발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난 떨리는 마음으로 스킬창을 확인했다.
어? 아직 [엄대엄]이 남아 있잖아?
혹 헛것을 본 건 아닐까 싶어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았다.
여전히 [엄대엄]은 있었다.
혜자와도 같은 미소가 환영처럼 펼쳐졌다 사라졌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진화형 스킬이라고 무조건 스킬이 사라지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효과가 중복되면 사라지는 건가?
[스타급 센스]와 [신의 한 수]는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반면 [엄대엄]과 [아직 모른다]는 효과가 미묘하게 다르다. [엄대엄]은 5:5의 상황을 만들어 주는 거라면 [아직 모른다]는 경기가 유리해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또 있었다.
[신의 한 수]는 패시브 스킬이라 스킬 레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아직 모른다]는 액티브 스킬이라 스킬 레벨에 따라 체력 소모가 달라지는 점.
만약 [엄대엄]이 사라졌으면 진짜 억울했을 것 같다.
기껏 MAX 만들어 놨는데 사라지면. 으…….
생각하는 순간 뒷골이 땡겼다.
어쨌든 [엄대엄], [아직 모른다]가 전부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직 레벨이 1이라 [아직 모른다]는 활용하기 힘들겠지만 레벨 MAX가 되면서 소모 체력이 5%가 된 [엄대엄]은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남은 스킬 포인트는 6개.
[아직 모른다]에게 미안하지만 너에게 스킬 포인트를 투자할 생각은 없단다.
다시 고민 스타트.
[신의 한 수]와 [킹 슬레이어].
둘 중 하나를 일단 MAX로 만들고 싶었다.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을까?
[신의 한 수]는 변칙적이다.
경기 내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점에서 발휘된다. 경기 내내 발휘가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단 한 번 발동에 경기를 이기는 경우가 나올 수도 있다.
흔히 게임에서 나오는 물음표 상자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에 반해 [킹 슬레이어]는 안정적이다.
그 자체로 경기의 결과를 뒤바꿀 순 없지만 능력치가 경기 내내 상승되기에 초반부터 후반까지 준수한 경기력을 일관되게 보여 줄 수 있다.
한 방을 노린다면 [신의 한 수]에, 안정성을 노린다면 [킹 슬레이어]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이거 무슨 주식 같은 느낌인데?
해 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쉽사리 결정을 못 내리겠다.
한 번 확정한 건 되돌릴 수 없으니 신중하게 결정해야겠다.
아직 결승전까진 이틀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토요일 오전에 결정해도 늦진 않는다.
둘 중 하나에 4개의 스킬 포인트를 투자하면 남는 스킬 포인트는 2개.
난 망설임 없이 강심장에 투자했다.
결승전에도 잘 부탁한다, 심장아.
***
어느 덧 개인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시기가 되었다.
예전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체육관을 대관해 결승전을 진행했지만 요즘은 그 위상이 많이 커져 유명 가수들이나 내한 가수들이 콘서트장으로 사용하는 장소를 빌려 결승을 치른다.
물론 좌석은 항상 매진이다.
또 달라진 점이 있다면 4강까진 무료로 진행되었지만 결승 무대만큼은 유료로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다.
VIP, R, S, A 총 4단계의 좌석 구분이 있는데 그중 구매할 수 있는 R부터 A까지 3단계다.
VIP는 선수 가족과 소속팀의 자리로 따로 구매할 수 없다.
VIP석 다음으로 선수들의 모습과 중계진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R석의 가격은 20,000원이고 S석과 A석의 가격은 각각 10,000원과 5,000원이었다.
비싸다면 비싸고 싸다면 싼 가격이었다.
처음 유료 결승제를 도입했을 때 이것이 잘될까 하며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졌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단순 선수들의 경기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돈이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이스포츠 팬들이 일 년에 3번이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자리매김한 상태였다.
판매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이미 양대리그 결승전 티켓은 매진이 되었다.
흥미진진한 매치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동족전이 아니었고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결승에 올랐다.
OSL은 이영우라는 역대 최강의 선수와 이승우라는 현재 최고의 기세를 보여 주고 있는 용족의 매치가 준비되어 있었고 MSL은 이영우를 4강에서 꺾으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임형규와 OSL 결승에 이어 MSL 결승까지, 양대 결승에 오른 이승우의 진 로열로더록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항상 보던 얼굴이 아닌 새로운 얼굴들이 결승에 올랐다는 점이 컸다.
택뱅리쌍의 경기력이 매우 뛰어나고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뉴 페이스에 대한 갈증이 최고점에 달한 시기이기도 했다.
임형규와 이승우의 등장은 그 갈증을 해소시키는,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사람들에게 안겨 주었다.
무엇보다 양대 결승에 진출한 이승우가 모두 우승을 차지하면서 양대 진 로열로더라는 대기록 달성 여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매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의 스토리를 다룬 기사를 포함하여 이승우와 관련 된 거라면 토씨하나 놓치지 않고 기사로 내보냈다.
심지어 이승우의 연습생 시절을 취재하기 위해 S1 숙소를 찾았다가 코치들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기자까지 있을 정도였다.
작년의 아이콘이 이영우였다면 올해의 아이콘은 이승우였다.
***
난 누구?
여기는 어디?
난 그야말로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져 있었다.
기사들을 안 읽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전부 읽고 말았다.
칭찬이 그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모든 이의 기대가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숨을 쉬기가 조금 힘들 정도다.
무대에 오르기도 전임에도 이런데 무대에 오르면 어떨지?
에휴, 살짝 걱정된다.
2시간 후면 결승전이 시작한다.
우황청심환을 챙겨 먹었지만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강심장]을 안 찍었으면 더 크게 뛰었으려나?
이렇게 떨릴 줄 알았다면 아예 [강심장]을 MAX까지 찍어 버릴 걸 그랬다.
고심 끝에 오늘 오전, 결승전 무대로 출발하기 전 스킬 포인트를 소모했다.
어디다 찍었냐고?
[신의 한 수]에 전부 투자해 버렸다.
이영우를 상대하는 데 있어 [킹 슬레이어]보다 [신의 한 수]가 더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우승한다면 분명 업적 달성으로 스킬 포인트를 줄 거다.
[킹 슬레이어]는 그때 찍으면 된다.
김칫국을 항아리째로 들이켜 버린 느낌이긴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우승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패패승승승이라는 스코어도 경험하지 않았던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걸 몸소 경험했다.
경기력과 전략 모두 준비를 했다.
변수가 있다면 상대가 이영우라는 것.
이영우와 다전제에서 맞붙은 적이 없다.
모두 단판이었다.
이영우가 용족에게 다전제에서 패배한 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마저 최전성기에 오르기 전 미완성 갓(GOD)이었을 때 당했던 패배다.
그 이후로는 아예 안 졌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지 찾아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참았다. 굳이 상대의 대기록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승우야, 천천히 심호흡하고.”
오늘은 도 수코님 대신 감독님이 함께 대기실에 와 주셨다.
두 수코님은 팀원들을 이끌고 VIP석에 앉아 계셨다.
“준비한 대로만 한다면 이길 수 있다. 알겠지?”
오늘도 1세트에 전략을 준비해 왔다.
성공하면 이기고 실패하면 진다.
완벽히 해낼 자신은 있다.
변수는 아까도 말했지만 상대가 이영우라는 점이다.
보통 환국이라면 충분히 속겠지만 이영우라서 불안했다.
정찰로 찾아다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전진 77제단이 조금 아까워지는 순간이다.
그 전략을 이번에 사용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괜히 경각심을 심어 준 꼴이 되었다.
물론 그땐 내가 결승에서 이영우를 만나게 될 줄 몰랐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나 온 과거에 ‘만약’이라고 가정을 하는 것 자체가 참 의미 없는 짓인 것 같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이 역시 알 수 없다.
그저 과거에 좋은 결과를 낳았으니 이번에도 좋은 결과를 낳지 않을까 추측하는 정도?
즉 아무 의미 없다는 말이다.
============================ 작품 후기 ============================
내일부터 이영우와의 OSL 결승전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