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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73화 (173/575)

00173  Game No. 173 15연승.  =========================================================================

Game No. 173

1세트를 끝낸 이제운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당했다.

상대의 두 손을 꽉 묶은 적은 있어도 이렇게 본인의 손이 묶여본 적은 거의 없었다.

화가 났다.

자존심이 상했다.

이승우의 스타일을 분석했다고 생각했다.

어떤 패턴으로 나올지 예상까지 해 왔다.

하지만 이승우는 예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 예상을 뛰어넘는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여러 경우의 수를 적은 종이가 의미 없는 휴지 조각이 되었다.

분노를 하면 판단력을 잃는 이가 있는 반면, 분노를 할수록 오히려 냉철해지고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이가 있다.

이제운은 후자였다.

그가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이승우가 앉아 있는 반대편 부스였다.

***

감독님. 이번에도 성공했습니다!

숙소에서 보고 계시죠?

이번 전략도 감독님과 함께 만들었다.

감독님과 함께 짠 전략의 성공률은 아직까지 100%였다.

선수 출신이 아니셨으나, 선수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것 같았다.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신 타이밍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이대로라면 2세트까지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았다.

2세트 역시 어마어마한 전략이 준비되어 있었으니까.

1세트에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다.

경기 내내 사용한 스킬이 [날빌러]와 [투신] 1번밖에 없다.

모두 초반에 사용한 것이다.

그 후엔 스킬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워낙 유리한 구도에서 전투를 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남은 체력은 98%.

겨우 12%의 체력으로 이제운을 잡아냈다.

전에 프로리그 경기를 치렀을 때와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체력을 소모한 것 같다.

확실히 느낀다.

이제운에게 주도권을 내주면 안 된다는 것을.

주도권을 잡고 있음에도 아직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이제운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대단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위축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었다.

예전에는 느낄 수 없던 것들이었다.

경기가 재밌다.

강자와 맞붙는 게 즐겁다. 경기 내에서 새로운 걸 매일 배우는 느낌이다.

자, 그럼 다음 세트를 하러 가 볼까?

***

―정말 대단한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올해의 전략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지 않나 싶을 정도로 뛰어난 전략이었습니다.

―이제운 선수 전혀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았거든요? 많이 화가 나 보입니다.

―이제 반격해야죠. 이제운 선수도 준비해 온 전략이 있을 것 아닙니까!

―벌써부터 두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게 보입니다!

―이번 승리는 이승우 선수에게 굉장한 의미가 있는 경기입니다. 공식전 15연승, 이영우 선수와 타이를 기록했거든요! 이제 1경기만 더 이기면 최다연승이자 본인의 기록을 만들어나가는 겁니다!

―그럼 2세트,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이번에도 경기 시작과 동시에 [날빌러]를 사용했다.

[날빌러]는 그 어떠한 종족전보다 마수전에 빛을 발했다.

‘2세트는 공격적인 운영이군.’

원래 준비했던 전략은 잠시 미뤄야겠다.

[날빌러]가 추천해 준 빌드는 앞마당에 용광포를 늘리는 것이었다.

이번엔 이제운이 공격적으로 나온다는 뜻이었다.

1세트처럼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겠지.

운영이면 운영, 컨트롤이면 컨트롤 다방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 주는 이제운이었지만 뭐라 해도 이제운의 트레이드마크는 공격력이었다.

무쇠처럼 단단한 방어를 수수깡처럼 쉽게 부러뜨리는 공격력에 많은 마수팬들이 환호했다.

이번 경기도 본인의 그런 장점을 살려 스코어를 동점으로 만듦과 동시에 주도권을 되찾으려 하는 것이다.

순순히 당해 줄 내가 아니지.

일단 무난하게 앞마당을 가져갔다.

그리고 정찰.

다행히 이제운은 대각선인 7시에 위치해 있었다.

이러면 러시 거리가 있기 때문에 초반 공격이 조금 약해진다.

상대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걸 알았다고 해도 아예 경기를 이길 정도의 정보를 얻은 건 아니다.

3소굴 땡그슨대로 용광포를 부수고 앞마당을 장악하거나 발업 된 마견을 한 번에 확 뽑아 올인성 공격을 할 수도 있지만 적당히 그슨대를 뽑아 용족에게 용광포만 강제시키고 후반 운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날빌러]가 알려 준 건 용광포를 늘리라는 것이지 이제운이 올인을 한다고 콕 집어 알려 준 것이 아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말씀!

생각해 보니 열 받네?

마수는 왜 이렇게 용족한테 센 거야?

***

―이승우 선수는 무난하게 빌드 올리고 있죠?

―맞습니다. 정석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변칙적인 공격을 시도했던 이승우는 이번에 가장 무난하고 정석적인 빌드를 선택했다.

이제운이 선택한 빌드 역시 언뜻 보기엔 무난해 보였다.

타 스타팅 앞마당을 먹으면서 5소굴 혹은 6소굴 운영을 할 것처럼 보였으니까.

―이번 세트에서 변화를 보여 주고 있는 건 오히려 이제운 선수 쪽입니다.

―독기를 품었죠. 1세트에 허무하게 당했거든요? 이번엔 그렇게 당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일벌레가 생산되지 않았다.

마굴도 진화시키지 않았다. 곧바로 올라가는 그슨대굴.

―그슨대로 튀어나와 있는 건물 해체한 후 후반 운영을 추구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운 선수 특성상 3소굴에서 승부를 볼수도 있거든요?

―충분히 가능하죠!

이제운은 모든 걸 잘한다.

후반 운영도 일품이지만 초반 올인도 뛰어나다. 그래서 다전제에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것이다.

팔색조처럼 다양한 운영을 너무나도 쉽게 보여 주었으니까.

―당한 걸 그대로 돌려주는 이제운 선수의 특성상 올인으로 끝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견제하고 후반을 가는 건 이제운의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폭군.

강력한 힘으로 상대방을 찍어 누르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지금 그 모습이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자, 일벌레 쉬죠. 일벌레 쉽니다. 공격에 힘을 실을 생각입니다.

―이승우 선수 어떻게든 용안으로 그슨대 봐야…… 아! 보네요. 봤습니다. 앞마당 쪽에서 나오는 그슨대 발견했네요. 이러면 바로 용광포 늘려야죠!

중계진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곧바로 용광포의 숫자를 늘리는 이승우.

그슨대가 나오는 걸 용안으로 발견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용안이 아닌 비비로 그슨대를 확인한 후 용광포를 늘리면 늦는다.

용광포가 채 완성되기 전에 마수의 공격이 들이닥친다.

―3개로 안 됩니다. 부족해요. 4개, 5개 더 늘려야 해요. 원래 막을 수 있는 숫자보다 더 지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그슨대도 아니고 이제운의 그슨대입니다!

―확장을 먹었는데 먹어도 먹은 게 아니네요. 가난해요!

11시 앞마당 소굴에서 자원을 채취하고 있는 일벌레의 숫자는 겨우 4기.

―이거 끝을 보겠다는 겁니다! 이승우 선수 용광포 더 지어야 해요! 그렇죠! 그래야죠!

상황이 급박하게 변했다.

초 싸움이다.

모두 긴장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생산된 그슨대가 이승우의 앞마당 앞쪽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심시티로 건설되어 있는 제단을 때리는 그슨대.

이승우 입장에선 지킬 수 없는 건물이었다.

괜히 지킨다고 용아나 용안이 깔짝댔다간 본전도 못 거둔다.

―이승우 선수 용광포 더 늘려야 합니다. 비비로 일벌레 안 찍고 그슨대 계속 찍는 거 봤거든요?

―이제운 선수 승부를 내겠다는 겁니다. 사실 생각보다 빠른 타이밍에 러시를 들켰기 때문에 막힐 가능성이 높은 러시입니다. 하지만 이제운이기 때문에, 이제운이니까 모르는 겁니다! 이제운이라면 충분히 뚫어 낼 수 있거든요!

최승원 해설이 절규하는 사이 그슨대가 부드럽게 앞으로 움직이더니 가장 오른쪽에 있는 용광포를 때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슨대가 건물 부수는 데엔 도사였다.

―적절한 타이밍에 용안 나오면서 뒤에 있는 용광포 지켰거든요? 지금 이승우 선수 4제단까지 올리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용광포 지으면서 버텨야 합니다. 용아 발업이 되면 그때 기회가 생기거든요? 지금은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방어에 전념해야 합니다!

치열한 컨트롤 싸움이 이어졌다.

뛰어난 이제운의 컨트롤에 용광포가 하나씩 파괴되었다. 이승우도 이를 악물고 방어에 집중했다. 용광포가 파괴되면 바로 용광포를 지었다.

용광포는 같은 라인 혹은 그 뒤에 지어야 한다. 앞서 지었다간 그슨대 컨트롤에 의해 깨지고 만다.

―이제운 선수 너무 시간 끌리는데요?

―비비로 계속 그슨대를 생산하고 있는 걸 완벽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굳이 무리할 필요 없죠. 용광포 계속 지으면서 돈 쓰고 있지만 자원을 채취하는 일꾼의 수가 다릅니다. 이대로 가면 유리한 건 이승우 선수입니다.

―지금 소굴 늘리는 건 철이 남아서 어쩔 수 없이 늘리는 겁니다. 이제 운영을 선택할 타이밍은 지났습니다. 뚫어 버리든가! 뚫다가 막히든가! 둘 중 하나입니다.

시간은 이승우의 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제운의 러시는 힘이 빠진다.

어느새 건설되고 있는 것까지 합쳐 용광포의 숫자가 7개가 되었다.

4제단이 완성되었고 용아도 하나둘씩 합류하고 있다.

비렴까지 나온다면 더 이상 그슨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전에 승부를 내야했다.

―이제운 선수 침착해야 합니다. 무작정 들이받는다고 못 뚫어요. 어차피 전방 라인 걷어 내는 바람에 뒤에 더 이상 용광포 지을 자리 없거든요? 일단 용광포로 방어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용광포로 길이 좁아져있기 때문에 용아가 한 번에 달려들 수도 없습니다. 용광포를 계속해서 지었기 때문에 어쨌든 테크가 느리거든요? 비렴이 나오기 전, 비렴의 천벌이 떨어지기 전! 3, 4부대가량 그슨대를 모아서 아예 한 번에 돌파하는 것이 답입니다. 어렵죠. 근데 해야 합니다. 이제운이니까 할 수 있습니다.

이제운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최승원 해설이 말한 방법 하나뿐이었다.

이제운은 뒤가 없다. 용족이 병력을 조합해서 나오면 막을 수 있는 병력이 없다.

그슨대?

아무리 많아 봤자 용혼과 비렴의 밥이다.

이제 와서 운영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운영 가는 순간 용혼이나 비렴까지 갈 것도 없이 발업 용아에 밀릴 것이다.

그 전에 뚫어야 한다.

체력이 쌩쌩한 그슨대 1부대로 순식간에 달려들어 용광포 하나를 깨고 뒤로 뺐다.

체력이 닳은 그슨대는 뒤로 뺐고 그 자리를 체력이 많은 그슨대가 다시 채웠다.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컨트롤이다.

삐끗하면 용광포도 깨지 못하고 오히려 그슨대만 잔뜩 다칠 수가 있었다.

이처럼 꾸준히 그슨대로 용광포를 파괴해 계속 철을 사용하게 만드는 건 잘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마저 하지 않았다면 용아의 수가 지금보다 배는 더 모였을 것이다.

―자, 이제운 선수도 슬슬 타이밍 잡아야 합니다. 이승우 선수 이미 하늘성소 완성되었습니다. 곧 비렴 나와요. 그러면 절대 못 뚫습니다!

좁은 입구가 지금까진 마수에게 웃어 줬지만 비렴이 나오는 순간 상황은 역전된다.

진퇴양난.

앞에는 용광포와 용아가 버티고 있고 뒤로 빼자니 비렴의 천벌이 쏟아진다.

손에 땀을 쥐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었다.

과연 뚫을 수 있을 것인가?

막아 낼 수 있을 것인가?

이 한 번의 교전에 2세트의 승패가 나뉜다.

―자, 모든 준비가 끝났죠. 여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합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보통 이렇게까지 상황이 안 오거든요? 진작 조합된 용아, 비렴 조합에 그슨대가 물러나거든요? 하지만 이제운은 다릅니다. 초반부터 지금까지 용족의 입구를 꽉 잡고 있습니다.

어느새 4부대 가까운 그슨대가 모인 이제운.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숫자다.

집중된 공격력 역시 어마어마했다.

―그슨대 숫자 많습니다. 천벌 안 떨어지면 이거 막기 힘듭니다!

“야, 대박이다.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끌고 오냐? 사실 들킨 순간 끝난 러시 아니었냐?”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 한 명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야말로 입신전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게. 용족이 개 유리한 건데. 이걸 여기까지 끌고 오네.”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맞장구를 쳤다.

“용광포 안 깼으면 진작 비렴 나왔겠지?”

“당연하지. 벌써 이제…….”

“쉿. 들어간다. 들어간다!”

―자, 들어갑니다! 이번 러시 결과에 따라 2:0으로 달아나느냐! 1:1로 추격을 시작하느냐! 이 둘의 차이는 어마어마합니다!

김현민 캐스터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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