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2 Game No. 172 쉴 틈이 없어요. =========================================================================
Game No. 172
경기가 원하는 대로 흘렀다.
초반 용아 찌르기가 큰 이득을 거뒀다. 오히려 내 생각보다 더 큰 피해를 입혔다.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방방 뜨려는 기분은 억지로 눌렀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후 웃어도 늦지 않다.
일단 [투신]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피해를 줬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32%나 증가한 능력치 덕분이었다.
[투신]을 쓰지 않아도 [투신]을 쓴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으니까.
확실히 손이 가볍다.
시야도 넓은 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그랬다. 평소라면 1기의 용아로 이렇게 많은 피해를 입히지 못했을 거다.
내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다음 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대로 기세를 몰아 아예 이제운을 무너뜨릴 것이다.
바로 비비의 공업을 해 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최대한 금을 아껴야 한다.
일단 평범한 비비―흑완 운영인 것처럼 이제운에게 보여야 했다.
묵직한 한 방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
―어? 이게 뭐죠?
―아, 이승우 선수 준비한 게 또 있었네요.
―이 선수가 이렇게 전략적인 선수였나요?
12시 중립 확장 지역에 이승우의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우뚝 솟은 솟대 좌우로 건설되는 2개의 제단.
―이거 발업 용아로 한 번에 뚫어 버리겠다는 건가요?
―현재 하늘성소까지 올라가 있거든요? 저기서 용아가 아니라 흑완이 생산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진짜 큰일 나는 거죠!
초반 일벌레 피해를 입었다.
거기에 더해 마견까지 과하게 생산했다.
받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일벌레에 충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제운.
제대로 카운터다.
실제로 11시 앞마당 지역엔 방어 병력이 전무했다. 더군다나 테크까지 느려 군주의 속업이 되기까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이승우의 선택은 탁월했다.
아예 이제운에게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것.
마수의 회복력은 무지막지하다.
천하의 이제운이면 몇 분 내에 모든 피해를 복구할 거다.
―오히려 군주로 이승우 선수의 본진을 훤히 보고 있는 것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만 보면 어? 제단 1개? 그리고 비비의 공업이 안돌아가네. 그냥 비렴의 천벌을 빠르게 업그레이드 하는 체제구나라고 착각할 수 있거든요! 이러면 마수가 무엇을 선택하느냐? 일벌레를 더 뽑죠!
최승원 해설의 말처럼 이제운은 더욱더 일벌레 생산에 박차를 올렸다. 어느새 자원을 채취하는 세 군데 전부 일벌레가 채워져 있었다.
소굴을 늘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단 완성되었습니다. 제단! 충분히 속을 수 있어요. 이승우 선수 정말 꼼꼼하네요. 앞마당에 용광포 2개 더 늘려 주면서 변수를 아예 대처하고 있어요.
―동시에 메시지를 던지는 거죠. 초반에 이득 얻었으니까 나 안전하게 방어적으로 할 거야라고!
―비비가 마수의 상황을 파악하는 순간, 이승우 선수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그려질 겁니다. 일벌레 뽑을 거 다 뽑고 소굴 늘릴 거 다 늘리고 이제 마굴 올라가고 있거든요!
그슨대굴이 건설되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비비―흑완의 견제를 막기 위한 그슨대굴이다. 마굴이 느린 탓에 혈풍을 생산할 수 있는 광풍협곡이 없기 때문이었다.
당장 많은 수의 그슨대를 생산하진 않을 거다.
더군다나 앞마당에 용광포를 늘리고 있는 걸 마견으로 본 상황.
대비하고 있는 상대에게 병력을 들이 받아 주는 마수는 없다.
지금 이제운은 이승우가 비렴의 천벌을 개발하고 있다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12시의 제단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흑완 나왔습니다! 바로 안 가죠!
―숨깁니다. 모아서 가겠다는 겁니다. 4흑완이면 파괴력 장난 아니거든요!
이제운의 11시 앞마당에 심시티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가시촉수와 하늘촉수가 나란히 건설된다면 4흑완은 쉽게 막히겠지만, 지금 타이밍에 촉수가 건설될 리가 없다.
기껏 해야 1기 정도의 흑완이 찌르기를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 이제운이었기에 소수의 그슨대만을 배치해 두었을 뿐이었다.
이승우에겐 기회였다.
―비비가 군주 착실하게 정리해 주고 있죠!
―아직 안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4흑완으로 확실한 견제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
11시 본진에 있는 군주 1기와 11시 앞마당 뒤편에 있는 군주를 잡아 주는 비비.
―움직입니다! 움직여요!
―4흑완입니다. 공격력 면에선 어마어마하죠!
그때 4기의 흑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격력을 합치면 무려 160이다.
소굴하나 날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본진에 웅크리고 있던 2기의 용아와 1기의 흑완이 중앙으로 진출했다.
딱히 피해를 입히려는 건 아니다.
그저 시선을 돌리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이승우 선수 정말 치밀하네요. 소수 용아가 나오면 마견이 그리 뛰어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럼 11시 앞마당에 남는 건 뭡니까? 7기 정도의 그슨대와 군주밖에 없지 않습니까!
지금까지는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떨어졌다.
최승원 해설의 말처럼 마견들이 용아를 잡기 위해 뛰어갔다.
―들어갑니다, 들어가요!
―이 정도 그슨대면 4흑완으로 썰어 버릴 수 있습니다!
―완전 초토화시킬 수 있어요!
그리고 용아와 마견이 붙는 순간 비비가 먼저 군주를 잡기 위해 들어갔다. 그슨대의 공격이 자연스레 비비로 향했고 그 찰나의 틈을 비집고 흑완이 파고들었다.
―붙어요! 붙습니다!
―붙으면 그슨대 금방이에요! 숫자도 많지 않거든요!
―아차 싶은 이제운 선수!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이제운이 그슨대로 흑완을 일점사했지만 너무 늦었다.
―이러면 군주가 다 잡히죠! 군주가 다 잡혀요!
―그 전에 흑완 다 잡아내야 하지만……. 아, 못 잡네요. 못 잡아요! 그슨대 줍니다.
―그슨대가 모였을 때 강력하지 지금처럼 소수면 흑완이 이길 수 있거든요!
진퇴양난.
군주도 지켜야 하고 그슨대도 지켜야 한다.
그슨대 역시 비비를 칠지 흑완을 칠지 선택해야 한다.
―군주 다 잡혔어요!
―이러면 흑완을 뭐로 보죠!
―못 보죠! 못 보면 그냥 당해야죠!
비비가 군주를 정리하는 사이, 그슨대가 열심히 흑완을 쳤지만 2기가 살아남았다.
기껏 충원한 일벌레들이 흑완의 칼질에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잘려나갔다.
이제운 입장에선 환장한 노릇이었다.
반은 죽고 반은 도망치고.
경기 내내 괴롭힘을 당하는 일벌레였다.
―아, 완벽히 성공했어요. 이러면 마수 제대로 자원 채취 못 하죠!
―소굴까지 날립니까? 소굴 날립니까?
곧바로 소굴을 때리는 이승우.
만약 소굴까지 날린다면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겨 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운도 센스가 있었다. 소굴을 마굴로 변태시키며 체력을 늘린 것이다.
이승우의 판단도 빨랐다.
소굴을 깰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바로 표적을 진화장으로 변경한 것이다.
진화장에선 그슨대의 공 1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진화장이 깨짐과 동시에 속업 된 군주와 그슨대가 올라와 흑완을 밀어냈다.
막아도 막은 것이 아니었다.
이미 11시 앞마당은 쑥대밭이 되었다.
이승우가 원하는 이득을 충분히 거둔 것이다.
일벌레가 잡힌 것도 피해였지만 그보다 진화장이 깨진 것이 더 컸다.
군락 이후의 운영을 노리는 체제가 아닌 마굴단계의 그슨대―가시귀 체제를 선택한 이제운.
공 1업이 되고 있던 진화장이 깨진 건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아, 용아 발업 됐죠! 바로 뛰쳐나옵니다!
―이제운 선수 침착하게 방어해야죠!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쳤다.
발업 된 용아가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운 선수 가시귀 나왔네요. 이러면 일단 용아는 막아 낼 수 있죠.
―이제운 선수도 대단하네요. 예상치 못한 전략에 휘둘리긴 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계속해서 내고 있거든요? 이제운이 아닌 다른 마수였다면 흑완에 멘탈이 무너져 가시귀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적당한 타이밍에 가시귀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만약 가시귀가 늦었다면 본진 앞마당이든 11시 앞마당이든 한 번 더 피해를 받았을 거다.
―상황이 안 좋아요. 이승우 선수 정말 기똥찬 전략을 준비해 왔어요!
―이런 전략은 처음 보네요. 이승우 선수의 무서운 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피지컬이 굉장히 훌륭하지만 피지컬로만 승부를 보는 선수가 아니에요. 지금처럼 듣도 보도 못한 전략을 들고 와 성공시키는 대범함이 더 큰 무기입니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상황이 7:3으로 되었다.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곧 용혼이 조합되어 나오는 용족의 병력을 막기 버거웠다.
물량이 그만큼 받쳐 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승우는 뭘 해도 된다.
두 번째 확장을 확보한 후 천천히 용혼을 모아 진출해도 되고, 앞마당만 먹은 지금 일명 뽕 뽑기로 용혼을 폭발시켜 러시를 와도 이제운은 막기가 힘들다.
―그렇게 일벌레를 뽑아 댔는데 다시 가난해졌어요. 이러면 허무하죠. 다 때려치우고 싶죠!
―이제운 선수 비수를 조용히 갈기 시작합니다. 드랍. 폭탄 드랍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가만히 중앙 싸움을 기다리면 이길 수 없거든요. 감나무 밑에 누워 입을 벌리면 감이 떨어집니까? 아니죠. 나무를 흔들든 올라가서 따든 무언가 노력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이제운 선수 지금 상황의 돌파구로 드랍을 선택했습니다.
꼭 폭탄드랍이 아니어도 된다.
2기씩 가시귀를 태워 본진과 앞마당에 견제하면 된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용안의 수를 줄여 준다면 용족의 진출을 늦출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복구할 시간을 벌게 된다.
전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오지 않았는가?
김윤호와 이승우의 경기에서 말이다.
―이승우 선수 용혼 생산하기 시작하죠.
―어차피 이제운 선수가 그슨대, 가시귀 위주의 병력이기 때문에 용아의 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천벌을 쓸 수 있는 비렴과 다수의 용혼이 있으면 충분히 싸울 수 있거든요?
―지금 6시 쪽으로 날아가는 거 뭐죠?
옵저버가 바로 6시를 찍었다.
―운룡이네요. 또 견제를 갈 생각인가 봅니다.
―정말 지독하게 견제를 하네요.
―11시 앞마당을 쳤으니 이제 본진이라는 거죠! 지속된 공격으로 이제운 선수의 병력이 자연스레 전진 배치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본진이 취약하다는 거죠!
사실이 그랬다.
본진엔 군주가 없었다.
흑완을 볼 수 없다는 뜻이었다.
정신이 없어 광풍협곡이 아직까지 없는 이제운.
운룡을 공중 폭사시킬 수도 없었다.
본진 끝에 내리는 흑완. 흑완이 거침없이 일벌레를 향해 걸어갔다.
―무방비입니다, 무방비예요!
―또 썰립니다. 또 썰려요!
―일벌레의 수난시대입니다. 일 좀 하겠다는데 왜 이렇게 방해를 한단 말입니까?
―김택윤 선수의 마수전을 보는 것 같습니다.
본진에 난입한 흑완이 어느새 일벌레 5기를 썰었다.
1방에 일벌레가 터지기 때문에 알림도 가지 않는다.
5기가 잡혔을 때 파악한 건 그나마 이제운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마수 선수였다면 본진의 일벌레가 싹 전멸을 당했을 거다.
―이거 어쩌죠? 일벌레를 그렇게 뽑았는데 또 없습니다.
―이러면 용족 진출할 때 병력 제대로 안 나오죠. 못 이깁니다. 못 이겨요.
5개의 소굴에서 그슨대를 뽑고 있었지만 그 수가 4소굴에서 뽑은 그슨대보다 적었다.
자원이 부족해 모든 소굴을 돌리지 못한 탓이었다.
―시간 끌지 않겠다는 거죠. 기가 막힌 타이밍에 진출하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이승우가 용혼 위주의 병력을 끌고 이제운의 본진 쪽으로 진격했다.
항전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병력 차이가 너무나 컸다.
―마수가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이승우 선수 시간을 주지 않네요.
―눈 녹듯 녹는 마수의 병력입니다. 천벌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용혼의 화력으로 밀어 버립니다!
물량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천벌을 쓰지 않았음에도 용족이 이겼다.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던 이제운이 GG를 선언했다.
―이제운 GG! GG를 선언합니다.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경기입니다.
―기가 막힌 전략으로 1승을 먼저 챙기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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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