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1 Game No. 171 영혼의 울림. =========================================================================
Game No. 171
1세트 전장은 영혼의 울림이었다.
세 번째 자원지대, 그러니까 두 번째 확장에 금광 없이 철광만 있는 데다가 거리까지 멀어 마수가 용족을 상대로 경기를 하기 좋은 전장이었다.
특히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철광 멀티를 바탕으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마견과 그슨대 물량이 감당되지 않는 전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전략을 준비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가 불리해진다.
거의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철광 멀티 때문이다.
‘그 전에 끝내야지.’
그럼, 바로 [날빌러]를 사용해 이제운이 공격적인 빌드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냈다.
[날빌러]로 파악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날빌러]는 정확히 상대의 빌드를 알려 주는 스킬이 아니다.
일단 초반에 용광포를 여러 개 지으라는 언급이 없었으니 자연스레 마수가 평범한 운영을 택했다는 말이 된다.
체력이 10%나 더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줄 모른다.
스킬을 한 번 사용했음에도 남아 있는 체력은 105%.
보기만 해도 배가 다 부르군.
원래대로라면 앞마당 솟대 옆에 용무관을 지어야 하겠지만.
―지잉.
난 용무관 대신 제단을 건설했다. 초반에 이제운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였다.
아마 초반부터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리라 예상 못 할 것이다.
1세트는 간을 본다는 심정으로, 손을 푼다는 심정으로 하겠지.
그렇게 1세트를 넘기려 하면 안 되지! 난 어깨를 작게 돌리며 근육을 이완시켰다.
이번 공격으로 반드시 피해를 준다.
그것이 내 생각이었다.
자, 본격적으로 경기를 시작해 봅시다.
***
―이승우 선수 평범하게 하지 않네요.
―제단 초반부터 찌르고 시작하겠다는 거죠.
―이제운을 상대로 초반 컨트롤 싸움을 건다? 그것도 용족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거든요!
―요즘 이승우 선수가 얼마나 물이 올라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거침없습니다, 거침이! 내가 제일 잘나가는 용족이라는 걸 보여 주겠다 이거 거든요?
―기선 제압의 의미도 있죠. 보통 이제운을 만나면 최대한 방어적으로 플레이 합니다. 왜냐? 공격적인 이제운을 상대로 맞공격으로 나갔다면 잡아먹힐 수가 있으니까. 하지만 이승우는 그런 거 없습니다.
―자, 정찰도 한 번에 되죠.
이승우의 위치는 5시였고 이제운의 위치는 7시였다.
세로가 아닌 가로로 정찰을 떠났기에 한 번에 본진을 찾을 수 있었다.
이승우의 용안이 앞마당을 지으려는 일벌레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아, 벌써부터 피해받죠. 이거 굉장히 신경 쓰이거든요?
―본진에 올라가지 않았지만 이승우 선수는 이제운 선수가 12 앞마당이 아닌 군주-숲을 했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굳이 올라가지 않고 앞마당에서 일벌레가 소굴을 짓는 걸 방해하고 있는 거거든요!
군주-숲은 말 그대로 인구수 9에 군주를 1기 생산한 후 마견숲을 짓는 걸 뜻한다.
만약 이제운이 12 일벌레에 앞마당을 폈다면 용안이 도착하기 전에 소굴이 지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운 선수 빌드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마견 6기 생산해서 첫 용아만 잘 잡아내면 오히려 이득 보고 시작하는 겁니다.
―그래도 지켜봐야죠. 요즘 이승우 선수 날이 잔뜩 서 있거든요?
아마 이승우는 이제운의 12 앞마당을 노리고 선 제단을 올렸을 거다.
하지만 이제운은 12 앞마당이 아닌 군주-숲을 택했다.
빌드 자체만 보면 이제운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중계진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요즘 이승우가 보여 주는 절정에 달한 컨트롤 때문이었다.
―용안 이리저리 피하면서 잘 살아남네요.
―지금 용안은 절대 잡히면 안 됩니다.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첫 번째 용아가 올 때까지 살아남아야 하거든요!
지금이야 마견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고 있지만 용아가 이제운의 본진에 도착하는 순간, 용아의 뒤를 든든히 받치는 공격 유닛이 된다.
용안은 기본적으로 사정 거리가 조금 길다.
2까지 되지 않지만 1보다는 긴, 1.5 정도 된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용아 뒤에 세워 놓으면 앞에 용아가 있어도 마견 같은 상대 근접 유닛을 타격할 수 있다.
이게 효과가 꽤 크다.
원래 용아 3방에 죽는 마견이지만 뒤에 용안 1기가 있으면 2방에 죽는다.
즉 용아의 공격이 공 1업이 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자, 용아 들어옵니다!
―정말 중요한 순간이죠!
그때 첫 번째 용아가 이제운의 본진으로 입성했다.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다.
아직 이제운의 마견은 4기.
곧 2기가 더 합류되지만 아직까지는 4기뿐이라 이제운 입장에선 조금 불안한 상황이었다.
―어? 어?
―용아 진짜 잘 싸우는데요?
―이러면 이득 봤죠!
마견이 일벌레에 끼이며 제대로 용아에게 덤비지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최소 2기 이상이 동시에 용아를 때리며 용력을 갉아 먹었어야 하는데 본인의 일벌레가 길을 막아 1기씩밖에 가지 못한 것이다.
용아 입장에서 땡큐였다.
용아 2방, 그사이에 용안 1방.
순식간에 마견이 잡혀 나갔다.
―이러면 이득 보죠!
―아, 이제운 선수 초반 컨트롤 싸움 밀리네요.
―기분 나쁘죠. 이러면!
―기분만 나쁜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피해를 받았습니다. 마견을 다시 찍어야 하거든요!
총 2기의 마견을 줄인 용아가 철광 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약이 바짝 오른 마견 둘이 그 뒤를 맹렬히 뒤쫓았다.
앞만 보고 가던 용아가 뒤로 몸을 홱 돌리더니 순식간에 마견 1기를 더 잡아냈다.
이로써 잡힌 마견은 총 3기.
이제운 입장에선 잃지 않아도 될 마견을 잃은 것이었다.
마견 1기를 추가로 잡아낸 용아가 향한 곳은 가장 바깥쪽 철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일벌레였다.
―어? 어! 일벌레 잡힙니다? 이거 잡혀요!
―이야! 잡았습니다.
―1킬! 1킬! 더 지켜봐야 해요. 아직 용아 쌩쌩하거든요? 용력만 깎였지 체력 남아 있거든요?
순식간에 터지는 일벌레 1기.
마견을 잡은 것만으로 이득인데 일벌레까지 잡다니.
1기의 용아로 거둔 이득치곤 꽤 컸다.
―이제운 선수 용안부터 먼저 잡아야 합니다. 뒤에서 용안의 제대로 딜을 넣고 있거든요? 더 피해 받으면 안 됩니다. 절대 안 돼요!
동시에 2기의 마견이 용안을 잡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절묘한 컨트롤로 용안을 살리는 이승우.
뿐만 아니라 용아의 무빙 샷으로 마견을 깔끔하게 잡아내 버렸다.
―이거 큰일 났습니다. 피해가 너무 커요!
―마견 5기를 쏟아부었음에도 용안 하나 못 잡았습니다. 반면 본인은 일벌레까지 잃었구요!
―다시 마견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입니다. 상대는 용광포 하나 없이 앞마당을 가져가고 있거든요? 오히려 마견이 용족의 앞마당으로 뛰어가 견제를 해야 하는데 자신의 본진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피해예요.
―이제운 선수 당황했죠. 눈빛이 흔들립니다.
―이야! 메시를 보는 것 같네요! 절묘한 드리블로 마견을 완벽히 따돌립니다.
―이러면 일벌레 또 위험하죠!
―으야!
―잡혀요!
그 순간, 귀신같이 파고들어 일벌레 1기를 더 끊는 용아.
직후 마견에 둘러싸여 목숨을 잃긴 했지만 이미 이득이란 이득은 다 본 상태였다.
관중석에서도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승우를 응원하는 팬들도 많았다.
원래 특정 선수를 응원한다기보다는 용족 자체를 응원하는 남자들이 많았다.
모든 용족이 떨어진 지금 이승우로 대동단결한 상태였다.
―겨우 용아 1기, 용안 1기로 마견 5기, 일벌레 2기를 끊었습니다.
―이거 피해 크죠. 오! 용아 1기 더 들어옵니다!
―지금 이 용아는 마견이 자신의 본진으로 달려오지 않기 하기 위해 온 거예요. 시간을 끌러 온 거죠.
―맞습니다. 어차피 이미 마견이 많이 나온 상태라 추가로 피해를 입히기는 어렵습니다. 이 용아는 어떻게든 시간을 더 끌어야 해요. 아직 앞마당에 용광포 없거든요!
용아가 본진 깊숙이 침투했다.
딱히 일벌레나 마견을 잡지 않고 오래 살아남는 것만으로 마수에게 피해였다.
―어? 이제운 선수 정신 차려야죠!
―마견 뭐 하는 거죠?
―아, 이러면 일벌레. 일벌레 또 위험합니다!
그때 순간적으로 마견이 용아의 움직임을 놓쳤다.
이제운이라는 이름값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실수였다.
그리고 그 실수는 곧바로 이승우의 득점으로 연결되었다.
―아, 1기의 일벌레가 더 잡히네요!
―실수가 연달아 나오고 있어요!
―이승우 선수의 기세가 어마어마한 거예요! 그 대단한 이제운 선수가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게 이제운 선수가 맞나요?
도합 3기의 일벌레가 잡혔다. 단 2기의 용아에 의해서 말이다.
―이제운 선수 화났습니다.
―마견 달리죠.
―근데 늦어요. 가도 할 것이 없습니다!
계속 용아가 달려올 것이라 예상해 마견을 1부대 이상 생산한 이제운.
하지만 이승우는 더 이상 용아를 보내지 않았다.
앞마당 심시티 사이를 용아로 틀어막아 마견이 지나갈 수 없게 지키고 있었다.
즉 이제운이 평소보다 많이 생산한 마견으로 할 것이 전혀 없다는 말이었다.
어차피 모든 틈을 용아가 막고 있어서 무시하고 지나가는 플레이를 할 수 없다.
정면을 뚫고 가야 한다는 소리인데 몇 초 안 있으면 용광포가 완성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승우로선 너무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할 일을 잃은 마견이 정찰 나와 있는 용안을 끊기 시작했다. 이제 이제운이 해야 할 건 하나였다.
더 이상의 정보를 내주지 않으면서 상대를 헷갈리게 하는 것.
이제운은 현재 11시 쪽 앞마당을 가져가면 3개의 소굴을 가지고 있는 상황.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일벌레를 추가 생산해 주며 중반 이후를 노릴 것이냐 아니면 소수만 추가 생산한 후 땡 그슨대를 갈 것이냐.
이제운의 선택은 전자였다.
모든 소굴에서 일벌레가 거침없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앞마당에 하나의 소굴이 추가로 건설되었다. 일벌레가 어느 정도 충원되자 다시 금을 캐기 시작하는 이제운.
―초반 움직임이 너무 좋네요. 이승우 선수 공격하는 데 도가 튼 모습입니다.
―5분밖에 안 되었는데 상황이 너무 불리해졌거든요? 지금 일벌레 찍고 있다는 거 들켜서 안 됩니다. 지금 내가 무지막지하게 화가 났다. 그래서 그슨대로 뚫어 버릴 거다라는 늬앙스를 끊임없이 풍겨 줘야 합니다!
큰 피해는 아니지만 그래도 용광포를 건설하게 함으로써 테크나 제단이 올라가는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이 현재 이제운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였다.
그나마 이제운에게 좋은 건, 본진 깊숙하게 군주가 들어가 이승우가 무얼 하고 있는지 다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단의 숫자는 여전히 하나.
그러면서 공중제단과 황룡성지가 동시에 올라가고 있었다.
앞마당에 있는 용무관은 돌아가지 않는 상태.
이러면 맞춰 갈 수 있다.
공발업 용아가 뛰쳐나오는 빌드는 아니구나.
비비―흑완이구나!
중계진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아직까지 용무관에서 공 1업이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비비―흑완으로 마수를 조금 더 괴롭혀 줄 생각인 듯싶습니다.
―근데 비비의 공 1업이 돌아가지 않는 건 실수인가요? 지금 비비를 적극 활용해 주는 모습을 보여 줄 것 같은데 공 1업을 해 주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