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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68화 (168/575)

00168  Game No. 168 선전포고  =========================================================================

Game No. 168

김택윤의 GG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깍지 낀 손에 얼굴을 묻었다.

이겼다.

보통 때 하던 승리와 차원이 달랐다. 결승전 티켓이 달린 경기.

접전 끝에 난 승리를 따냈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내가 만들어 낸 결과지만 믿기지 않는다.

결승 진출이라니.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오를 수 없는 무대라고 생각했다.

그 꿈이 오늘 현실이 되었다.

힘들었다.

힘들어도 너무 힘들었다.

중간에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스코어는 3:2.

그냥 3:2여도 가슴이 터져 나갈 것 같은데 2:0으로 뒤지고 있다가 3:2로 역전한 스코어였다.

경기 내내 천 길 낭떠러지 위에서 외줄을 타는 느낌이었다.

외로웠던 싸움.

그 누구도 날 도와줄 수 없었다.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야 했다.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쏟아 냈다.

그 결과 난 승리를 따냈다. 첫 예선 진출에 결승에 진출한 선수가 되었다.

울컥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 왜 이러지? 안 이러려고 했는데.

그간 고생했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 기억력이 이렇게 좋은지 오늘 처음 알았다.

코치님들에게 구박을 받았던 것부터 데뷔전을 치를 때까지.

그때까진 썩 좋았던 기억은 없다.

항상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던 시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얻고 승승장구하는 모습.

높은 승률보다 더 좋았던 건 감독님을 비롯한 팀원들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난 자만심에 빠져 주변을 돌아볼 줄 모르는 선수가 되어 있었을지도 몰랐다.

[버프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순간 역시 좋은 일은 연달아 터진다. 업적 정도 예상했는데 버프까지 생성될 줄이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라 더 기뻤다.

[결승진출자의 위엄.]

[결승 진출자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첫 예선 진출에 결승 진출까지! 위엄이 콸콸콸.]

[효과 : 보름 간 체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 합니다. [집택신]과 중복 적용이 가능하며 보름 후 자동으로 버프가 소멸됩니다.]

대박이다.

모든 능력치가 보름간 20%나 상승한다니! 더군다나 [집택신]과 중복, 적용이 된다.

MSL에선 원래 능력치보다 32%나 높은 수치가 적용된다는 뜻이었다.

이 버프가 적용되는 기간 동안 수많은 경기가 치러진다. 프로리그는 물론이고 MSL 8강 경기도 있다.

모두 버프의 혜택을 받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OSL 결승전까지 이 버프가 적용된다.

공교롭게도 결승전 날이 딱 보름이 되는 날이었다.

20% 정도 능력치가 상승된 상태에서 이영우를 만나게 된다는 뜻!

어느 정도 승부를 걸어 볼 만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업적이 생성되었습니다.]

동시에 생성된 업적.

그래, 이래야지!

다른 것도 아닌 결승 진출인데!

입이 귀에 걸린다는 것이 어떤 표현인지 대충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설레는 마음으로 푸른 창을 열었다.

[결승 진출.]

[첫 예선 진출에 결승에 진출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스탯 포인트 40개와 스킬 포인트 5개가 주어집니다.]

스탯 포인트는 40개나 주는데 스킬 포인트는 5개밖에 안 주다니.

에게? 겨우 5개?

적어도 10개는 줄 줄 알았는데.

스탯 포인트를 40개나 주기에 스킬 포인트는 몇 개나 줄까 기대했더니.

으, 인심이 소금국처럼 짜구나.

그래도 이게 어디야? 안 주는 것보다 낫지.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어라? 이게 무슨 일이래?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얻은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업적, 버프, 스킬을 한 번에 얻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강심장/패시브]

[패패승승승!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스코어.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당신은 진정한 승리자다.]

[경기가 불리하게 진행돼도 쉽게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다.]

수치로 확인할 수 없는 효과였지만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야. 안 나오고 뭐해!”

그 순간, 언제 왔는지 도 수코님이 부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도 수코님의 얼굴엔 기쁨이 가득 묻어 있었다.

“해냈다, 네가 해냈다고!”

알아요, 제가 해낸 거.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잘했다, 정말 잘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난 도 수코님의 축하를 받으며 부스에서 빠져나왔다.

***

화면을 바라보는 권 코치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건 아닐 거야.’

지금 이 순간이 꿈이 아닐까 싶어 손으로 볼을 꼬집어 봤지만 아릿한 고통만이 느껴졌다.

이건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권 코치 입장에선 기적이 아니라 지독한 악몽이었다.

결승 진출자는 이승우였다.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자리에서 일어날 힘도 없었다. 그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화면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 옆에 임형규가 앉아 있었다.

그가 깊은 눈으로 화면을 쳐다보았다.

가고 싶었던 길.

진 로열로더.

이승우가 한 계단 더 올라섰다.

친했던 형이라 기뻤다. 그리고 그만큼 부러웠다.

‘이대로 있을 수 없지.’

갑자기 몸이 달아올랐다.

OSL에선 기회가 사라졌지만 아직 MSL이 남아있다.

진 로열로더가 기회가 말이다.

아직 경기가 치러지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이영우의 양대 결승 진출을 벌써부터 말하고 있었다.

프로게이머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이대로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오늘 보지 않았는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기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임형규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연습실이었다.

***

“풍악을 울려라!”

“에헤라디야!”

아스트로 숙소가 난리가 났다. 다름 아니라 이승우의 결승 진출 때문이었다.

이스트로 창단 역사상 최초로 결승 진출자가 나왔다.

평생 없을 줄 알았던 일이 현실화된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날뛰며 이승우의 결승 진출을 기뻐했다.

평소라면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말렸을 박현우조차 춤을 추며 거실을 돌고 있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상태였다. 그 누구도 이들을 말리지 않았다.

“이승우 지리구요! 클라스 오지구요!”

다들 이승우란 환각에 빠져 제정신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박현우였다.

역시 주장이었다.

“잠깐만!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승우 오기 전에 파티부터 준비하자!”

박현우의 말에 모두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었다.

역시 주장의 위엄이었다.

이재명 감독은 그저 잔잔한 미소를 띤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해냈구나.’

피가 끓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재명 감독이 서둘러 감독실로 향했다. 이영우의 VOD를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

―이승우 선수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정신을 채 차리기도 전 인터뷰가 바로 진행되었다.

혹 오늘 이기면 해야 할 말을 잔뜩 정리해 놨는데 누가 지우개로 지워 버린 것처럼 머릿속에 새하얗게 변했다.

―인터뷰에 앞서 오늘 결승 진출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어…… 그러니까. 흠.”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아, 이렇게 바보처럼 말을 더듬지 않으려고 미리 할 말을 준비했던 건데.

다 소용이 없구나, 소용이 없어.

―천천히 말씀하시면 됩니다. 천천히. 어차피 이 시간은 이승우 선수를 위한 시간입니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현석 캐스터님.

이 말이 도움이 되었다. 가까스로 숨을 고르며 정신을 차리는 데 성공했다.

“아까 질문이 뭐였죠?”

섣부른 판단이었다. 아직 정신을 다 못 차렸다.

―오늘 결승 진출하신 기분이 어떠신지 질문했었습니다.

“아, 일단 너무 기쁩니다. 제가 처음 프로게이머를 꿈꿨던 때가 임주혁 선수와 홍진우 선수의 OSL 결승전 무대를 봤을 때거든요. 꿈꾸던 무대에 제가 올라가서 진짜 정말 좋습니다.”

다행히 준비한 멘트는 제대로 했다.

이 말 못했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

―혹시 그건 아십니까? 오늘 경기가 동족전 첫 역스윕 경기였다는 걸.

알다마다요.

그래서 제가 [강심장]이라는 패시브 스킬도 얻지 않았습니까?

“네 알고 있었습니다.”

―2세트가 끝났을 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솔직히 많이 불안했지만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며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자칫 날아갈 뻔했던 멘탈을 붙잡아 준 도 수코님께 감사의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저기 도 수코님이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내 말에 입이 헤벌쭉 벌어지는 도 수코님. 내 눈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지만 어떨 때 보면 정말 귀엽다.

깨물어 주…… 아, 이건 아니다.

말하고 보니 어째 수상 소감 같다?

아무렴 어떠냐, 오늘은 결승에 진출한 좋은 날인데.

―정말 그게 보통 정신력 가지고 안 되는 거거든요? 아직 안 끝났다고 다짐하는 것 자체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 점에서 오늘 이승우 선수는 박수를 받아 마땅합니다.

―그렇죠. 1, 2세트에서 패배하고 3, 4, 5세트를 연달아 잡는 것 자체가 보통 선수가 아니라는 걸 증명한 것이죠.

대놓고 칭찬을 들으니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 좋다.

인터뷰는 계속되었다.

16강 재경기 했을 때의 이야기도 나왔다. 진 로열로더에 관한 것도 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10분정도 지났을까?

어느 덧 인터뷰는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십니까?

“저번에 이영우 선수가 저희 팀을 올킬 하겠다고 도발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엔 제가 선수를 치려고 합니다. 이번 우승은 제가 하겠습니다.”

인생은 한 방.

지르고 보는 거다.

***

인터뷰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차 안. 아직도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하다.

결승 진출.

단 네 글자지만 그 어떤 것보다 마음속을 꽉 채웠다.

드디어 꿈을 이뤘다.

어릴 적 결승 무대를 보며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웠다.

이제 내가 그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고 누군가 나를 보며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절대 질수가 없다.

일단 스탯을 찍기 위해 스탯창을 열었다. 무려 40의 스탯 포인트다.

아, 일단 한계 능력치가 있는지 확인해 볼까?

해당 스탯에 스탯 포인트를 투자한다고 바로 반영되는 건 아니다.

적용이라는 버튼을 눌러야 온전히 내 스탯이 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얼마든지 다른 스탯에 분배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내 공격력은 68.

한계가 없다면 108이 되어야 한다.

‘흠. 99밖에 안 찍히네?’

하지만 공격력이 99가 되는 순간 더 이상 스탯은 올라가지 않았다.

스탯 포인트가 부족한 건 아니었다.

이제 확실히 알았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의 한계 스탯은 99라는 것을.

적용 취소를 누른 순간 다시 스탯 포인트가 40이 되었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거다.

확인하니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했다. 조금 아쉬운 것도 있었다.

한계가 있다는 예상이 틀렸으면…… 오히려 기분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쉬워한다고 변하지 않을 일.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말자.

어쨌든 궁금증을 해결했으니 이제 진짜 스탯을 찍어 볼까?

한참 고민하던 난 공격력, 시야, 밸런스, 반응속도에 각각 10씩 스탯 포인트를 투자했다.

이번엔 확실히 적용까지 눌렀다.

피지컬

속도 : 63.

지상 유닛 컨트롤 : 54.

공중 유닛 컨트롤 : 42.

생산력 : 61.

공격력 : 78.

수비력 : 43.

시야 : 51.

밸런스 : 53.

반응속도 : 62.

체력 : 100%

그 결과 현재 내 스탯은 이렇다.

한결 보기 좋군.

물론 이 능력치는 버프가 적용되지 않은 순수 능력치였다.

히어로 센터에서 경기를 펼치면 여기다 132%를 곱하면 되고 그 밖의 장소에서 경기를 펼치면 120%를 곱하면 된다.

앞으로 보름 간 말이다.

원래 부족한 수비력에 스탯 포인트를 투자할까 했지만 그냥 강점에 더 투자했다.

당장 결승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력 높인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애매한 능력치를 가질 뿐이다.

[투신]과 [일점돌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스탯에 분배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헐. 대박.”

그렇게 스탯을 살피고 있던 와중에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해 버렸다.

그만큼 놀라운 일이 벌어져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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