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5 Game No. 165 다행이다. =========================================================================
Game No. 165
<이승우 클라스 보소 ㅎㄷㄷㄷ>
<흑완 선택 지린다 ㅋㅋㅋㅋㅋㅋ 와. 나같으면 쫄려서 못할듯.>
<ㅅㅂ ㅋㅋㅋ만약 김택윤이 현룡 먼저 갔으면 어쩔 뻔 했냐? 3:0으로 경기 터질 뻔 했는뎈ㅋㅋㅋ>
<이승우 입장에선 김택윤이 현룡 안갈거라고 생각했나보지 ㅇㅇㅇ>
<이승우가 신임? 그걸 어떻게 암?>
<암은 ㅅㅂ 네 경기력이 암이고. 앎도 모르냐?>
<ㅅㅂ 똑똑해서 좋겠네.>
<ㅈㄹ 네가 무식한거지.>
<시비털지 마라 ㅡㅡ>
커뮤니티가 터졌다.
방금 전 있던 이승우와 김택윤의 3세트 경기 때문이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걸 제대로 증명한 1, 2세트.
많은 팬들은 실망했다.
특히 송병호와의 경기를 보며 차세대 용족 선수의 탄생이라며 이승우에게 기대했던 이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너무 평범한 움직임, 단조로운 선택.
그동안 보여 주었던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1, 2세트였다.
그간의 기대를 접으려는 찰나 이승우가 변했다.
예의 과감한 움직임을 다시 보여 주며 사람들을 다시 기대하게 만들고 있었다.
동족전 역스윕이 여태 한 번도 없었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뜻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이승우라면 모른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간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 냈다.
여전히 스코어는 1점 뒤지고 있지만 승부는 알 수 없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1승을 따낸 이승우.
과연 대역전극을 해낼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당했다.’
김택윤이 입술을 깨물었다. 완벽하게 당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수에 당했다.
2:0으로 뒤지고 있는 순간에 그렇게 뒤가 없는 빌드를 사용하다니.
이 정도 배포가 이승우한테 있었던가?
김택윤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어.’
제대로 역카운터에 맞아 쓰러졌다.
도대체 뭐가 이승우를 그렇게 변하게 만든 걸까?
연습생 시기를 함께 보내면서, 그리고 같은 팀에 오랜 시간 함께 있으면서 많이 봐 왔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승우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의 성적은 운으로 얻은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것을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괜찮아. 이제 1세트 내준 것뿐이야. 다음 세트 가져오면 돼.”
김택윤의 귀에 최연규의 위로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김택윤이 심호흡을 했다.
“이번엔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
“잘했다, 잘했어!”
대기실로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본 건 도 수코님의 환한 미소였다.
도 수코님이 연신 엄지를 치켜들며 나를 칭찬해 주었다.
“진짜 거기서 흑완 판단 최고였다. 사실 나도 그 빌드 추천해 줄까, 말까 했다. 혹 김택윤이 안전하게 하면 어쩌지 싶어서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었지. 이야, 네가 진짜 감이 좋구나!”
[날빌러]의 도움으로 패스트 흑완을 선택하긴 했지만 [날빌러]가 없었어도 3세트에서 난 패스트 흑완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겨서 하는 말이 아니다.
진심이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을 해서 패하는 것이 차라리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원하는 빌드를 선택했고 경기에서 승리했다.
사용한 체력은 단 7%.
77%의 체력을 두 경기에 분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코어는 여전히 뒤지고 있지만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4세트에서 생각한 경기 운영은 있어?”
“어느 정도는요.”
4세트 전장은 운명의 갈림길.
3인용 전장이다.
처음부터 생각해 둔 빌드가 있다. 감독님과 4세트 전략을 함께 짰다.
그 결과 저번처럼 단번에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빌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물론 승패는 내 컨트롤 여하에 달려 있긴 했지만. 이번 세트에선 [날빌러]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직 [투신]만으로 경기를 끝낼 생각이었다. 전략만 맞아떨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얼마 전 프로리그에서 이영우를 만났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김택윤이 뭘 해도 상관없다.
방금 전 3세트의 나처럼 패스트 흑완을 써도 되고 속업 운룡으로 지룡 견제 전략을 해도 상관없다.
4제단 올인을 해도 마찬가지다. 김택윤이 무엇이든 하기 전에 내가 친다.
그것이 4세트 테마였다.
3인용 전장이기에 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이번 세트까지 잡아낸다면, 승부는 원점.
단판으로 승부를 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이번 경기에서 10% 내외의 체력으로 이기는 것이 목표였다.
[투신] 1번으로 끝내면 최고의 상황이고 [투신] 2번까지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3세트 승리는 많은 것을 가져다줬다.
탈락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도 컸지만 기세를 다시 되찾아 왔다는 점이 더 중요했다.
아직도 흑완이 김택윤의 본진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짜릿함이 남아 있다.
이제 제대로 손이 풀렸다.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였다.
***
―이승우 선수 대단합니다. 과감한 판단으로 스코어를 따라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직 1경기 뒤지고 있지만 지금 김택윤 선수 가슴이 서늘할 겁니다.
―전혀 생각도 못 했거든요. 아마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이승우 선수가 그런 과감한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양 선수의 화면을 다 보고 있는 저희도 하지 못한 선택을 한정된 시야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선수가 하다니. 이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다시 저희가 알던 이승우 선수로 돌아왔습니다. 1, 2세트의 이승우는 저희가 이승우와는 많이 달랐거든요. 이제는 정말 승부는 오리무중입니다.
―김택윤 선수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히 보이거든요? 이제 쉽지 않다 이거예요. 1, 2세트의 이승우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 말입니다!
―이번 세트 정말 중요합니다. 김택윤 선수 입장에선 반드시 승리를 거둬 경기를 마무리 짓고 싶어 할 겁니다. 만약 4세트마저 이승우에게 내주면 동족전 최초의 역스윕 기록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릅니다.
―양 선수 준비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힘찬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장은 운명의 갈림길.
전장 이름처럼 이번 세트에서 양 선수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결승 진출 혹은 5세트로.
―먼저 보이는 이승우 선수의 위치는 2시입니다. 그다음 보이는 김택윤 선수의 위치는 6시입니다.
―3인용 전장이기에 어느 위치에 걸리든 비슷한 러시 거리를 가고 있거든요? 일단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이승우 선수가 한 세트를 만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거든요?
―김택윤 선수도 이제 긴장해야 합니다. 이번 세트마저 내주면 경기는 원점이거든요? 웬만하면 4세트에서 끝낸다는 생각으로 해야 합니다.
―만약 이번 경기까지 지면 정말 위험합니다. 이승우 선수 상승세가 가파르거든요? 본인의 모습을 되찾기 전에 찍어 눌러야 합니다.
―아직까진 양 선수 움직임 같습니다.
김택윤과 이승우의 선택은 비슷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김택윤의 금광 채취소가 조금 더 빨리 올라간다는 것 정도?
이 정도 차이는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차이가 아니었다.
더 중요한 건 그다음에 나왔다.
―어? 이승우 선수 용안 정찰 방향이 이상합니다?
정상적인 정찰이라면 이승우의 용안은 10시 방향이나 6시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용안이 향한 곳은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바로 8시 부근에 있는 중립 확장 지역이었다.
―이승우 선수의 용안이 흥미로운 곳에 가 있습니다.
―심상치 않죠? 이승우 선수 또 무언가를 준비했습니다.
―이걸 보지 못하는 김택윤 선수입니다.
―정상적인 정찰 타이밍엔 절대 걸리지 않도록 수많은 연습을 했을 겁니다. 지금 용안이 저기 있을 이유가 없거든요?
―솟대 소환하네요.
엄재웅 해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승우가 솟대를 건설했다.
지금 저 곳에 솟대가 건설되는 이유는 하나였다.
전진제단.
이번에도 마음 독하게 먹은 이승우였다.
―아, 정말 이 선수 할 말을 잃게 만드네요.
―이승우 선수가 8시 지역에 솟대를 소환한 것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일단 김택윤 선수는 차근차근한 느낌인데요.
―이승우 선수 아직 용혼 사업도 안 하고 있고.
―곧 뭔가 터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이죠?
―김택윤 선수도 용아를 1기 숨겨놓긴 했습니다만 여기는 더 큰 걸 숨기고 있어요!
이승우가 어마어마한 걸 준비했다.
용혼의 사업을 늦출 정도로 자원을 아낀다는 건 꽤 많은 수의 제단을 전진해서 짓겠다는 뜻이었다.
아마 조만간 용혼의 사업이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은 전진된 제단에서 용혼이 생산되어 러시를 갈 타이밍일 것이다.
―저거 용아 숨겨 놓은 건 책장에 꽂아 놓은 만 원 정도 느낌이라면 8시 이거는 통장이에요, 통장. 아주 마음 든든해지는 돈이에요!
―이거는 당첨되었는데 찾지 못한 로또나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지금 정찰도 늦어요. 정찰도!
―지금 타이밍까지 테크 건물이 안 올라간다는 것은 아예 여기에 제단을 폭발적으로 늘려서 타이밍 러시를 가겠다는 것이 거든요?
용혼의 사업이 돌아감과 동시에 금을 채취하는 용아의 숫자가 하나로 줄었다.
동시에 밝게 불이 들어와야 하는 신전도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일꾼마저 쉬면서 타이밍을 빠르게 잡겠다는 것이었다.
―철을 많이 먹고 있잖아요. 이승우 선수가! 한 타이밍 상대방에게 정찰을 당해 준 다음에 앞마당 멀티인 척하고 승부를 본다거나 이런 전략을 짜 온 것 같은데 지금까지 용안이 일을 하지 않고 숨겨놓았다는 것은 모은 철로 한 번에 3개 이상의 제단을 올릴 생각으로 보입니다.
전진 3제단.
일반적인 4제단 러시보다 더욱 강력한 위력을 자랑한다.
단 막혔을 경우 아예 뒤가 없다.
―하나!
―자, 지금까지 한 기의 용안으로 금을 조절했고 지금 철 쌓아 왔거든요. 이승우 선수.
―둘!
―셋!
―이건 완전히 끝까지 간다는 거죠!
정확히 3개의 제단이 8시 지역에 건설되었다.
―김택윤 선수 앞마당이에요. 앞마당 가져갈 생각이에요!
아직까지 테크 건물이 없는 김택윤.
아마 1제단 앞마당 이후 3제단까지 확보할 생각인 듯싶었다.
실제로 운명의 갈림길 용용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전략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러시 거리가 조금 있기에 어떤 빌드를 상대로 가장 무난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승우가 선택한 극단적인 전진 4제단만 아니면 말이다.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이번에도 이승우가 이겼다.
단순 운으로 이긴 것이 아니었다.
김택윤을 완벽하게 속인 것이다.
첫 정찰에서 1제단에서 용혼 사업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적어도 테크 건물을 올리지 않았다는 걸 김택윤이 확인한 것이다.
그 후 용안이 용혼에 의해 잡혔지만 그때까진 제단이 늘어나지 않았다.
김택윤은 생각했다.
이승우가 무난히 1제단 앞마당 3제단을 하려고 한다고.
그래서 똑같이 맞춰 가기 위해 1제단 앞마당 3제단을 선택한 것이다.
같은 빌드를 선택하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김택윤이 놓친 것이 있었다.
바로 용안의 생산 유무와 금을 채취하는 용안의 숫자였다.
조금만 더 깊숙이 들어갔다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지만 그 전에 이승우가 정찰을 차단했다.
이번에도 이승우의 수 싸움에 완벽히 당한 김택윤이었다.
―이거 막기 너무 어려워 보이는데요?
―병력이 바로 코앞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앞마당! 앞마당!
―이거 소환되는 순간 어두워지는 김택윤 선수 미래입니다. 조명 꺼지는 거나 다름없죠.
―이거 모르면 무조건 맞아야 하는 순간입니다. 이건 오히려 본인의 신전보다 이승우 선수의 전진제단이 더 가까운 수준이에요!
이승우가 본진에서 생산된 3기의 용혼과 1기의 용아를 전진시키기 시작했다.
정찰을 끊어 준 후였기에 움직임이 거침없었다.
러시 타이밍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