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57화 (157/575)

00157  Game No. 157 따르릉 따르르 비켜가세요. 이승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

Game No. 157

“이야! 잘 했다, 잘했어!”

부스에서 나와 대기실로 온 순간 도 수코님이 나를 얼싸 안으며 기뻐하셨다.

1세트를 이겼음에도 난 생각보다 담담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길 줄 알았다.

[날빌러]를 쓰는 순간 이번 경기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날빌러]가 추천해 준 빌드는 4제단 올인으로 송병호의 빌드를 완벽하게 잡아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기뻤던 건 그 직후에 나타났다.

[지금 이 순간]이 발동된 것이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연계 스킬이 발동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을 들썩였다.

하도 발동되지 않아 중간에 사라진 건 아닐까 생각했던 스킬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나왔다는 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이 경기에 지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히든 스킬이라고 해야 할까?

그게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 나오다니.

확실히 승리를 가져오기 위해 [투신]까지 사용했다.

그 결과 용혼 싸움에서 완벽하게 이기며 가볍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내가 송병호를 이렇게 쉽게 잡다니.

실감이 잘 나진 않는다.

송병호는 연습생 시절 내 교과서와도 같은 선수였다.

같은 육룡인 김택윤은 같은 팀이라 그런지 그 정도 느낌까진 없었다.

연습생 시기를 함께 보내서 더욱더 그런 것 같았다.

이제 1승만 더 거두면 송병호를 잡고 8강에 진출하게 된다.

1세트에서 사용한 체력은 겨우 13%.

아직 97%나 되는 체력이 남은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체력은 47%.

여유 있다.

예전에 이 체력으로 올킬까지 한 적도 있는데 1승쯤이야 가뿐하다.

[엄대엄]을 남발하는 상황만 나오지 않는다면 2세트도 승리로 가져갈 확률이 높다.

자연 자신감이 차올랐다.

정말 빌드만 엇갈리지 않는다면, 그냥 무난하게만 한다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날빌러]가 있으니 빌드가 엇갈릴 이유도 없다.

슬쩍 반대편을 바라보니 송병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지.

본인이 배제한 빌드에 이렇게 당했는데.

평상시 대범한 운영을 하는 송병호라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거다.

체력을 떠나 16강 자체가 많이 유리해졌다. 2세트가 송병호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면 난 어떤 선택을 해도 좋다. 반대로 배제를 해도 되고 1세트처럼 올인을 해도 된다.

그냥 무난한 운영을 해도 되고.

100m 달리기로 따지면 최소 5걸음 앞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송병호는 그럴 수 없다.

모든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결국 할 수 있는 플레이는 한정되어 있다.

이것이 삼전제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었다. 다행히 일이 잘 풀렸다. 자 그럼 2세트로 가 봅시다.

난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대로 향했다.

***

―아주 엄청난 1세트였습니다.

―첫 경기부터 대박 경기가 나왔습니다. 정말 완벽한 판단으로 이승우 선수가 승리를 거뒀습니다.

―솔직히 1세트에서 4제단을 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중계진이 이승우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이승우의 판단이 너무 훌륭했다.

상대의 심리를 완벽히 역이용한 전략으로 승리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후 송병호 선수의 표정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 보통이 아닌데? 이거 잘못하면 질 수도 있겠는데? 라고 제대로 느낀 것 같습니다.

―확실히 자세와 표정이 1세트 시작 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유 있던 모습이 사라졌어요. 마치 김택윤을 상대하는 것 같은 진지함이 엿보입니다.

―이번에도 삐끗하면 송병호 선수 탈락입니다. 이번 경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해요.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선수가 아니거든요? 이미 OSL에서 김택윤 선수에게 4강 진출이 좌절된 상태입니다. MSL에서도 용족한테 발목 잡히면 트라우마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김택윤한테 지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이승우한테도 진다고?

그건 자존심 강한 송병호한테 정말 버티기 힘든 일이었다. 거의 이를 악 물은 상태로 부스에 앉아 있는 송병호. 두 눈에선 독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2세트가 벌어지는 전장은 철인입니다.

―과연 이번 경기에서 이승우 선수가 2:0으로 송병호 선수를 꺾는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아니면 송병호 선수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지. 지금 바로 2세트 전장 철인으로 함께 떠나 보겠습니다!

***

이승우가 송병호를 꺾었다.

그것도 2:0으로.

이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모두 놀라긴 했지만 이변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승우가 이길 수도 있다고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송병호 배제하다가 언젠가 저렇게 당할 줄 알았음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존나 센 척 다했는뎈ㅋㅋㅋ>

<오늘도 핑계 대려나?ㅋㅋㅋㅋ>

<당연한거 아님?ㅋㅋㅋㅋㅋ진짜 제대로 발렸닼ㅋㅋ >

팬이 안티팬을 만든다는 말처럼 열혈팬이 많은 만큼 안티가 많은 선수가 송병호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던 송병호는 이번 시즌을 OSL 8강, MSL 16강으로 마무리했다.

이름값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아니 대놓고 아쉬운 성적이다.

요즘 기세를 보자면 적어도 한곳은 4강에 올라야 했다.

대진운이 나빴다고 볼 수도 없다.

김택윤이 최고의 용족이긴 하지만 상대 전적에선 송병호가 더 앞선다.

그것도 꽤 많은 차이로.

MSL 결승전과 그 밖의 컵 대회 결승전에서 패배한 적이 몇 번 있어 김택윤의 임팩트가 강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접전을 펼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김택윤에게 패배하며 OSL 8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MSL도 마찬가지다.

이승우라는 상대적으로 약한 선수를 만났다.

아무리 요즘 성적이 압도적이라도 해도 이제 막 데뷔한 풋내기일 뿐이다.

노련한 경험을 앞세워 이승우를 뒤 흔드는 운영을 펼치지 않을까 팬들은 기대했지만 웬걸?

오히려 심리전에서 말리며 2:0으로 지고 말았다.

더 화가 나고 억울한 건, 2경기 내내 송병호의 뜻대로 풀린 것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멱살이 부여 잡힌 채 이승우가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맥없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너무나 허무한 패배.

비판을 넘어선 비난도 꽤 있었다.

<오늘도 기부천사행ㅋㅋㅋㅋㅋㅋ>

<우리 송병호 님은 다른 선수들에게 행복을 나눠주려는 것 뿐이니 까지 마라!ㅋㅋㅋ>

아니라 다를까, 그에 관해 비꼬는 댓글들도 여럿 올라왔다.

송병호 열혈팬들 입장에선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내용이었지만 딱히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오히려 댓글을 달면 달수록 더한 공격이 올 뿐이었다. 그저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었다.

***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진짜 송병호를 2:0으로 이길 줄 몰랐다.”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렸어요.”

“오늘은 진짜 제대로 파티 해야겠다. 파티. 감독님도 엄청 기뻐하신다. OSL 4강에 MSL 8강이라니.”

도 수코님이 이렇게 흥분하시는 것이 이해됐다. 우리 팀에서 이렇게 같은 시즌 양대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행복했다.

내가 그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서.

2세트에선 [날빌러]를 사용하지 않았다.

일종의 모험이었다.

만약 2세트에서 패배하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

그럼에도 [날빌러]를 사용하지 않은 건, 조만간 있을 김택윤과의 4강전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오늘이야 삼전제다 보니 스킬을 펑펑 사용할 수 있지만 김택윤과의 경기에선 그렇게 할 수 없다.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세트가 발생한다. 결과는 다행히 좋았다.

혹시 전진 건물류를 역으로 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찰을 통해 송병호의 전진 제단을 발견하며 경기를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었다.

[날빌러]로 전진 제단을 눈치채는 것과 감으로 눈치채는 것 중 더 기쁜 건 단연 후자다.

정말 내 실력으로 이긴 기분이었으니까. 이미 각종 매체는 나에 대한 기사로 난리가 났다.

OSL 4강을 겨냥해 나온 기사들도 있었다.

<육룡의 수장이라 불리는 송병호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 이승우. 다음 타겟은 또 다른 육룡의 수장 김택윤!>

뭐 이런 제목을 가진 기사들.

비슷한 제목을 가진 기사들도 굉장히 많았다.

최고의 신예니 뭐니 이런 건 눈에 차지도 않을 정도였다.

얼마 전 CT에게 패배했던 건,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 맞다. 오늘 좀 피곤하다고 했지?”

“네, 오늘은 조금 일찍 자려구요.”

원래대로라면 뒤이어 펼치는 김재만의 이영우의 경기를 관람한 후 숙소로 복귀하려 했다. 하지만 조금 피곤한 탓에 경기가 끝난 직후 바로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조금 쉬어야 할 것 같다.

“그래그래. 그렇게 해라. 파티는 뭐 내일 해도 되니까.”

고개를 빼어 앞을 보니 도 수코님이 어깨를 들썩이며 운전을 하고 계셨다.

그 모습이 마치 춤처럼 보였다. 절로 입에 미소가 그러졌다.

OSL 4강, MSL 8강.

이제 조지명식에서 누군가의 지명을 당할 일은 없어졌다.

OSL이든 MSL이든 조의 1번 시드를 확정지었으니까.

이것만해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누군가의 의지에 따라 이리저리 표류하는 일이 다음 시즌엔 없어졌다.

더군다나 OSL은 이미 시드권자가 확정되었다.

이제 탈락 여부와 관계없이 다음 시즌 조지명식에서 권한을 행사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꿈만 같았다.

내게 다른 사람의 위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다니.

확실히 프로리그의 활약보다 개인리그의 활약이 더 와 닿았다.

이제 다음 경기는 OSL 4강이다.

또 다른 용족의 수장 김택윤과의 경기.

그 경기가 오늘처럼 쉽게 풀리진 않을 것이다.

송병호와 김택윤의 성향 차이도 있지만 그보다 삼전제와 오전제의 차이가 더 컸다.

세트별 체력 배분부터 전략까지. 아예 오늘과 새로운 운영을 준비해야 했다.

MSL 8강은 아직 준비할 수 없다.

상대가 결정되지 않았으니까.

다음 주 모든 8강 진출자가 나오면 추첨을 통해 8강 대진표가 완성된다.

그다음부턴 추첨하지 않고 OSL처럼 결승대진까지 고정된다.

창을 통해 밖을 보니 차가 좀 막히고 있었다. 생각보다 복귀하는 데 오래 걸릴 것 같았다.

흠……. 심심하지만 일단 잠은 안 온다.

‘MSL 경기나 봐야겠다.’

그렇다면, 이영우와 김재만의 경기나 보면서 가야겠다. MBS게임 어플을 바로 실행시켰다.

채팅과 함께 MBS게임 방송을 볼 수 있는 어플이었다.

당연히 MSL도 중계를 해 주었다.

벌써 내 경기가 다시 보기에 올라와 있다.

이야 진짜 빠르네?

댓글도 무려 300여 개가 달려 있고.

한번 봐 볼까?

댓글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나를 칭찬하거나 송병호를 욕하거나.

아, 나를 욕하는 댓글도 조금 있구나. 아마 송병호의 극성팬인 듯싶었다.

날빌과 올인으로 경기를 이겼다고 비겁하고 실력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비겁해? 실력이 없어?

그런 거 없이 운영 싸움만 하면 되게 재미없을 텐데?

솔직히 말하자면 올인을 배제하고 배를 째는 것도 일종의 날빌이다.

공격적인 플레이만이 날빌은 아니란 말이지.

상대가 압박하는 플레이를 하면 생각보다 큰 피해를 받고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내 탓이 아니라 배를 짼 송병호의 탓도 있다는 말이지.

만약 안정적인 운영을 꾀했다면 어려워지는 건 나였을 것이다.

그래도 나를 비난하는 댓글은 극소수였다. 가장 많은 건 송병호를 욕하는 댓들이었다.

조금 지나친 비난이 있어 눈살이 찌푸려졌다.

나도 지면 언젠가 이런 악성 댓글을 받겠구나 하는 생각에 찝찝한 마음마저 들었다.

자. 어느 정도 댓글도 살폈겠다. 이제 이영우 경기나 봐 볼까?

<ㅋㅋㅋㅋㅋㅋ>

<쩐다 ㅎㄷㄷㄷ>

<매시아 ㅎㄷ 오늘 운영 지리네.>

<내가 뭐라고 했음?ㅋㅋㅋ 환국전 후반 운영은 김재만이 이제운한테 안밀린다니깤ㅋㅋ>

<ㅇㅇ그런 듯 전에 결승전도 그렇고 이영우는 김재만만 만나면 꼬이네?>

중계방에 들어가는 순간 수십 개의 채팅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내용을 보니 이영우가 1세트에서 패배한 것 같았다.

―김재만 선수 완벽한 운영으로 이영우 선수를 잡아냅니다.

―정말 군란 이후의 김재만은 공포네요, 공포.

중계진의 해설로 이영우가 1세트에서 패배했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의외였다.

첫 경기를 김재만이 가져가다니.

흥미진진해진다. 과연 이영우가 어떻게 대처할지. 곧바로 2세트가 시작되었다.

난 자세를 고쳐 앉으며 휴대폰 화면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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