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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55화 (155/575)

00155  Game No. 155 MSL 16강.  =========================================================================

Game No. 155

결승전에서 5번이나 패배했으면서도 아직까지 신들의 전쟁을 때려 치지 않고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라면 화가 나서 신들의 전쟁을 쳐다보기 싫었을 거다.

매번 기부 천사라는 악플을 받아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에서 송병호의 멘탈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느껴졌다.

송병호는 악플에 무너지지 않았다.

그런 악플은 오히려 송병호를 강하게 만들 뿐이었다.

거기에 더해 어지간한 전략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다.

오히려 본인이 가끔 몇 년 전 유행하던 빌드를 꺼내 신예 프로게이머들을 당황하게 만들 적도 많았다.

정상적인 부분에서 내가 앞서가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나에게도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기는 하다.

바로 신들의 전쟁 매니저!

잘만 활용한다면 생각보다 경기를 쉽게 풀어 갈지도 모른다.

송병호는 배제형 운영을 즐겨 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물론 뛰어난 수비 능력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배제를 통해 이득을 거두려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점을 노려야 한다.

나에겐 [날빌러]가 있으니까.

만약 송병호가 흑완을 배제한다면, 그리고 그걸 내가 [날빌러]로 알아차린다면 경기를 쉽게 가져갈 수 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투신] 활용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었다.

MSL 16강에서 만났기에 최대 세 경기밖에 하지 않는다.

내 입장에선 정말 다행이었다.

다섯 경기를 준비하는 것과 세 경기를 준비하는 건 천지 차이다.

체력의 배분만 해도 그렇다.

스킬 사용을 포기해야 하는 세트가 있는 오전제와 달리 삼전제는 모든 세트에 스킬을 사용할 여유가 있다.

더군다나 히어로 센터는 [집택신]의 영향을 받는 장소.

택신과 함께라면 송병호를 물리칠 수 있을 거다. 누가 보면 송병호가 악당인 줄 알겠군.

어쨌든 3경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체력은 총 60%.

모든 경기에 고르게 배분해도 20%씩 사용할 수 있다.

만약 1, 2 경기에 모든 걸 건다면 최대 30%씩 사용할 수 있다.

이것도 좀 끌리는데?

일단 OSL 8강과 달리 1경기에서 스킬을 사용할 생각이다.

일단 지더라도 2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는 오전제와 달리 삼전제는 첫 경기에서 패배하면 바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

삐끗하는 순간 2:0으로 지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았다.

첫 경기에 패배하면 다음 경기에선 위축될 수밖에 없다. 승부수를 던지기보단 최대한 안전하게 플레이 해 3경기까지 가고 싶어 한다.

그런 심리를 상대가 모를 리 없다.

오히려 빌드를 읽혀 2:0으로 끝나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렇기에 삼전제에선 첫 번째 경기가 가장 중요했다.

더군다나 상대는 송병호.

첫 경기를 무조건 잡아야 했다. 어제 정식 인터뷰를 했다. 정면 승부로 이기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뭐 또 한 번 송병호가 당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내 인터뷰를 의식한 건지 송병호도 운영으로 승부를 겨루고 싶다는 인터뷰를 했다.

과연 경기 내용이 그렇게 흘러갈지는 잠시 후 히어로 센터를 가면 알게 되겠지?

***

―안녕하세요. MSL로 오늘도 인사드립니다, 김현민입니다! 오늘도 최승원 해설위원과 한종엽 해설 위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현민 캐스터의 소개에 최승원 해설과 한종엽 해설이 우렁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도 어마어마한 경기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죠?

―그렇습니다. 오늘도 속된 말도 박 터지는, 치열한 경기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4강 대진이라고 해도 충분할 정도로 엄청난 선수들이 경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종엽 해설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오늘 나서는 선수들의 면면이 굉장히 화려했다.

이승우.

송병호.

김재만.

이영우.

이승우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우승을 경험해 본 선수였고 이승우도 반대편 OSL 4강에 올라 있는 상태였다.

―첫 번째 경기부터 정말 기대가 됩니다.

―이승우 선수 대진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 최강의 선수들만 계속 만납니다.

32강에선 이영우.

16강에선 송병호.

연달아 종족 최강자를 만나게 된 이승우다.

이런 불운은 MSL뿐만이 아니었다.

OSL은 시작부터 육룡 중 한 명인 도재열을 만났고 그 고비를 넘어 16강에 가니 이영우와 김윤호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재경기 끝에 8강에 올라 한숨 돌리기도 전에 역시 육룡 중 한 명인 윤영태를 만나게 되었다.

접전 끝에 윤영태를 꺾고 아스트로 역사상 첫 4강이라는 대업을 이뤘지만 이번엔 또 다른 용족 최강자 김택윤을 만났다.

이 모든 경기가 같은 시즌 양대리그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양대리그에서 이영우를 2번이나 만났고 육룡 중 넷을 만나게 되었다.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과장 하나 없이 결승급 대진을 연달아 펼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아직 이승우가 탈락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진 로열로더라는 대기록을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선수들을 만나 엄청난 경험치를 쌓으며 레벨을 무지막지한 속도로 올리고 있거든요? 2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때의 경기력보다 눈에 띄게 향상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점이 정말 대단한 거죠. 보통 강력한 선수들을 상대로 만나게 되면 진이 다 빠지거나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승우 선수는 그런 것 하나 없습니다. 지금 최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 프로리그에서 연승이 22연승으로 끊어지긴 했지만 무려 CT를 상대로 3킬을 해냈었죠.

―그 3킬에 이영우 선수가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죠.

비록 김대형의 역올킬에 가려지긴 했지만 이승우의 3킬로 꽤 화제가 되었었다.

―그리고 이 선수 히어로 센터에서 굉장히 강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히어로 센터에서 총 24번의 경기를 했거든요? 성적이 어떤지 아십니까? 23승 1패입니다. 1패. 그 1패도 최근에 김대형 선수를 만나서 기록한 거거든요?

―승률 96%. 어마어마하죠.

―최근에 패배를 기록하긴 했지만 어쨌든 요즘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용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승우 선수의 상대는 백전노장 송병호 선수입니다.

―모든 것이 반대인 선수죠.

이제 막 데뷔한 이승우 선수와 달리 선수 생활을 무려 10년이나 한 송병호.

당장 올해의 승률만 보면 이승우가 더 좋았지만 경험의 깊이는 비교할 것이 못 되었다.

―죽지 않는 용족의 총사령관이죠.

―슬럼프라는 단어가 정말 안 어울리는 선수 중 한명이죠. 꾸준합니다. 정말 꾸준합니다!

모든 것이 정반대인 이 두선수가 MSL 16강에서 맞붙게 되었다.

의외로 사람들의 승패 예측은 거의 반반으로 갈렸다.

동족전이라는 변수와 최근 이승우의 물오른 경기력 때문이었다.

각각 승리할 것이라 생각되는 선수들은 달랐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1세트를 잡는 쪽이 경기를 가져갈 확률이 높다는 것.

이승우가 1세트를 잡아내면 패기로 연달아 승리를 거둘 것이고 송병호가 1세트를 잡아낸다면 노련한 운영으로 2세트를 잡아내며 경기를 끝낼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다.

―자. 그럼 저희는 잠시 후 1경기 1세트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누구의 의견이 정답인지 곧 밝혀질 것이다.

***

“자신 있냐?”

“없어도 있다고 해야겠죠?”

도 수코님의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이었다.

경기가 며칠 남은 상태라면 모를까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자신 없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지금은 없는 자신감이라도 찾아와야 하는 시기였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까진 아니어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요즘 연달아 용족전을 펼치며 감을 끌어 올린 상황.

김대형과의 경기에선 패배했지만 그래도 많은 걸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이승우 선수 준비해 주세요.”

“네, 이제 갈게요.”

이제 부스로 가야 한다.

잠시 잊고 있던 중압감이 다시 어깨를 짓눌렀다. 부스 안으로 들어가 바로 장비를 세팅했다.

마우스 움직임에 이상은 없는지 키보드 작동은 잘되는지 모든 것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사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세팅을 끝낸 후 손을 풀기 위해 신들의 전쟁을 실행시켰다.

1세트는 영혼의 울림이었다. 머릿속에 몇 개의 전략이 떠다녔다.

아직 결정 난 건 없다.

일단 [날빌러]를 사용한 후 결정할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부스의 문이 열리고 스탭이 들어왔다.

“이제 슬슬 준비해 주세요.”

어느새 주어진 준비 시간이 모두 끝이 났다.

원래 경기 준비 시간에 관한 룰이 없었다. 선수가 원하면 얼마든지 준비 시간을 요구할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대부분 10분에서 모든 준비를 끝냈고 길어야 15분이었다.

하지만 한 선수가 준비만 30분 넘게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상당히 긴 시간이었지만, 룰이 없었기에 마땅히 할 수 있는 조치가 따로 없었다.

시간에 대한 룰은 따로 없었으니까.

완벽한 경기를 위한 준비라며 중계진이 포장했지만 그 선수가 경기에서 사용한 전략은 5일꾼 러시였다.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5분 경기를 하기 위해 30분을 준비하다니.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는 이마저 전략이라며 당당하게 말했지만 이런 사태가 또 발생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협회는 경기 준비 시간을 10분으로 못 박아 버렸다.

방이 만들어졌고 난 바로 들어갔다. 뒤이어 송병호도 방에 들어왔다.

―옵저버 : 경기 준비 다 되셨나요?

―이승우 : 네.

―송병호 : 네.

―옵저버 : 그럼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내 위치는 11시였다.

용안을 철광에 붙이는 동시에.

‘[날빌러] 사용.’

[날빌러]를 사용했다.

제발. 제발 쉽게 이길 수 있는 빌드를 알려 주세요!

제발요!

난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이윽고 [날빌러]가 추천 빌드를 알려 줬다.

동시에.

‘좋았어.’

내 입가에도 미소가 자리 잡았다.

***

“하나. 둘. 셋!”

“송병호 파이팅!!

“와아아!”

경기 시작과 동시에 수십 명이 외치는 거대한 함성이 경기장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뒤이어 이승우를 응원도 나왔지만 송병호의 응원의 반도 미치지 못했다.

―영혼의 울림에서 첫 번째 경기가 시작했습니다.

―아. 오늘도 송병호 선수를 응원하시는 분들의 열기가 대단합니다. 상대편 입장에선 위축이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응원입니다.

―저런 인기가 참 부럽기도 합니다.

―거의 임주혁 선수 전성기 시절에나 보였던 그런 응원이 아닐까 싶네요.

가장 많은 남성 팬을 보유하고 있는 송병호.

경기가 있을 때마다 수많은 팬들이 그의 승리를 바라며 경기장으로 찾아왔다.

―양 선수 정말 너무나도 중요한 경기죠.

―보통 첫 세트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많이 좌우되거든요?

―흔히 말하는 삼전제가 그런 특징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죠?

―먼저 보여 드리는 이승우 선수 11시 지역에 위치해 있고요. 송병호 선수는 5시에 위치해 있네요.

―서로 대각선, 중장기전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표정만으로 모든 걸 파악할 수 없겠지만 양 선수 모두 컨디션 좋아 보이거든요? 오늘 명경기 기대해 보겠습니다.

서로의 위치가 대각선이다 보니 최승원 해설의 말처럼 장기전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아 보였다.

영혼의 울림은 자원이 많은 전장이기에 장기전에 더욱더 힘을 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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