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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52화 (152/575)

00152  Game No. 152 대장 나와라!  =========================================================================

Game No. 152

22연승.

이승우가 방금 이뤄 낸 기록이다.

23연승이란 대기록의 고지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처음 이영우가 프로리그 23연승을 해냈을 때, 앞으로 이 기록을 깰 수 있는 선수가 나오지 못할 거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아니 그 기록에 도전하는 선수조차 나오기 힘들 거라고도 했다.

그 정도로 23연승은 신의 경지였다.

선수들의 수준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들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 기록에 도전하는 이가 겨우 2년 만에 나타났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연승 기록 2위를 지니고 있던 이제운이 아니었다.

용족의 수장인 김택윤과 송병호도 아니었다.

그 밖에 많은 선수들이 사람들의 이름에 오르내렸지만 기록 앞에 나타난 선수는 사람들이 후보에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린 적 없는 무명의 신인 선수였다.

이승우.

올해 데뷔한 선수다.

거기다 종족이 용족.

가장 불안정한 종족을 가지고 이런 기록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쪽 종족전에 치우친 것도 아니다.

모든 종족전을 골고루 치르며 여기까지 왔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승자연전 방식의 위너스 리그 특수성을 너무나 잘 이용했다.

이승우가 22연승을 치르며 펼친 경기는 겨우 9경기에 불과했다.

앞으로 1승.

앞으로 1승만 더 하면 이승우는 이영우와 함께 역대 최고의 프로리그 연승 기록을 지니게 되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전인미답의 기록인 24연승에 성공하게 된다.

지금 이승우의 경기력은 최상이다.

물이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송병호의 우직함과 김택윤의 멀티태스킹을 합쳐 놓은 것 같다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말이다.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그간의 활약을 생각하면 아예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었다.

순간적인 센스 또한 뛰어났다.

보통 연달아 승리를 거둬 흥분하면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인데 시야가 좁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승리를 쟁취했다.

박수천 전은 정말 센스가 빛난 경기였다.

이제 CT에서 남은 선수는 1명뿐.

여기서 무너지면 이승우에게 올킬을 허락하게 된다.

과연 대장으로 나오는 선수가 본인 팀의 에이스 이영우의 기록을 지켜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또 하나의 기록이 이승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즌 4회 올킬.

여태까지 한 시즌에 나온 올킬의 수는 3회다.

그것도 한 라운드가 아닌 위너스 리그를 통틀어 나온 기록이다.

현재 이승우는 올킬 3회로 타이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3킬로 네 번째 올킬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위너스 리그 전체가 아닌 한 라운드에서만 말이다.

여태 이런 선수는 없었다.

올킬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다.

축구로 치면 헤트트릭을 2경기 연속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컨디션과 실력이 최상이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만약 오늘 이승우가 올킬을 해낸다면 이스포츠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선수가 된다.

데뷔 이후 이렇게 주목받은 선수는 역대 몇 명 없었다.

***

부스에서 나와 벤치로 오자마자 팀원들이 나를 둥글게 감싸며 축하 인사를 건네주었다.

“야, 고생했다. 진짜.”

“경기력 지리고 또 지렸다. 거기서 어떻게 운룡 1기를 더 생산할 생각을 하냐?”

그러게?

딱히 어떤 의도를 가지고 운룡 1기를 추가 생산했다기보단 그냥 본능적으로 추가 생산한 것이었다.

아마 [스타급 센스]의 영향이 아닐까 싶었다. 아니 100% 확실할 것이다.

레벨 3이 되더니 전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레벨 1일 땐 순간적인 센스로 그때의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전체적인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센스가 발휘되는 것 같았다.

역시 투자하길 잘했다.

“3킬이나 했는데 표정이 왜 이렇게 어두워?”

“아, 아닙니다.”

표정이 어두운 게 티가 났나 보군.

최대한 숨긴다고 숨겼는데.

확실히 난 어디 가서 거짓말할 성격은 못되나 보다.

3킬.

한 번만 더 이기면 올킬을 달성하게 된다.

보통 올킬도 아니다.

CT, 그것도 이영우를 포함한 올킬.

‘이제 남은 체력은 58%구나.’

그럼에도 표정이 어두운 건,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이것도 [진정한 올킬러]로 체력을 회복한 수치였다.

[진정한 올킬러]가 없었다면 지금 체력은 48%.

이미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태다.

갈수록 태산이군.

레벨 업이나 업적 같은 기적은 없었다. 각종 상태창을 면밀히 살폈지만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긴, 기적이 자주 일어나면 기적이라고 불릴 리가 없지.

난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이영우와의 경기보다 박수천과의 경기에서 더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

이렇게 아이러니한 상황이 오다니.

이게 다 [엄대엄] 때문이었다.

아직 레벨 1인 [엄대엄]은 확실히 부담이 가는 스킬이었다.

그래도 안 쓸 수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드랍 공격에 용안 피해를 많이 받았으니까.

나중에 여유 포인트가 생기면 [엄대엄]도 레벨을 올려 줘야겠다.

생각보다 [엄대엄]을 자주 쓴다.

결과적으로 흑완으로 이기는 데 성공했지만 말 그대로 결과론 적인 이야기다.

[엄대엄]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박수천이 그런 오판을 내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쨌든 [엄대엄]을 사용한 시기가 좋았다. 박수천은 흑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엄대엄]의 영향이 분명 있다고 믿었다.

경기가 유리해질 때쯤 괜히 썼다는 후회가 밀려오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쓰길 잘한 것 같았다.

만약 그때 안 썼다면 화차가 위로 움직여 황룡성지를 발견했을지도 몰랐다.

다시 생각하니 그때 화차의 움직임이 조금 이상하긴 했다. 용안을 쫓는 것도 아니고 정찰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도저도 아닌 움직임.

분명 성과를 더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렉이라도 걸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만약 화차가 황룡성지를 발견했더라면?

바로 대장간을 짓고 화살탑은 앞마당과 본진에 건설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흑완을 운룡 2기에 나눠 타고 갔어도 아무 의미가 없었겠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잡아먹혔을 거다. 운룡은 덤으로 내주고 말이다.

그러면 뒷 내용은 뻔하다.

타이밍 러시에 앞마당이 파괴되고 조이기를 당했을 거다.

[투신]도 싸울 병력이 있어야 빛을 발한다.

[일점돌파] 역시 마찬가지고.

환국이 조이고 있는 역 언덕을 단순 병력으로 뚫는 건 미친 짓이었다.

상상만으로 끔찍하군. 그 후로도 박수천은 삐걱거렸다.

잘못된 판단도 연이어 내렸다. 일단 이겼으니 그걸로 되었다.

어쨌든 3킬까지 왔다.

이제 CT에서 남은 카드는 하나 대장전.

살짝 긴장된다.

마지막 경기마저 이기면 이영우의 도발을 완벽히 맞받아치는 셈이었다. 더불어 이영우의 자존심에 한방을 제대로 꽂는 것이기도 했고.

그사이 CT의 대장이 결정되었다.

“CT 대장은 김대형이다.”

예상대로 CT에선 김대형을 대장으로 내보냈다.

남은 선수 중 가장 믿음직한 선수이기도 했다. 오랜 기간 CT의 용족 에이스로 활약한 선수이기도 했고.

현재 CT에서 이영우를 제외하면 가장 승률이 높기도 했다.

남은 체력으로 스킬을 쓸 수 있는 기회는 최대 2번이다. 그마저 후반에 스킬을 사용하면 1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

2번 사용 한다고 쳐도 두 번째 사용하는 스킬은 [투신]일 수밖에 없으며, 반드시 [투신]의 제한 시간이 끝나기 전에 승리해야 한다.

두 번째 스킬의 적용 시간이 끝나는 순간 스킬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체력 저하로 인해 모든 능력치가 떨어지게 된다.

처음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얻었을 때보다 못한 능력치로 돌아가는 것이다.

첫 번째 스킬로 [날빌러]를 사용한 후 타이밍을 잡아 [투신]으로 끝낼까?

아니면 가장 안전한 빌드를 선택해 [투신] 2번을 사용해 전투에서 대승하는 그림을 그려 볼까?

그것도 아니면 흑완이나 지룡을 배제한 후 연달아 [투신]을 사용해 확실히 끝낼까?

온갖 전략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동시에 두통이 밀려왔다.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두 장단점이 뚜렷했다.

첫 번째 같은 경우 가장 안정적이었지만 김대형이 안전한 빌드를 선택한다면 체력 5%를 그냥 날리는 꼴이 된다.

두 번째 방법은 초반에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래도 [투신] 2번을 이용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상대가 배를 쨌을 경우 러시 타이밍을 잡기 애매해지고 경기가 중반 이후로 흘러간다면 경기 진행에 따른 체력 소모로 인해 두 번째 [투신]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마지막 방법은 통했을 때 가장 위력적이지만 김대형이 패스트 흑완 같은 걸 택하면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지게 된다.

[투신]이 있어 봤자 무슨 소용인가?

보여야 싸우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감독님이 다가오셨다.

“편하게 경기해. 편하게.”

“네?”

“편하게 게임하라고. 이미 3킬이나 했잖아. 너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뒤에 다른 놈들도 있잖아? 이기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너무 부담가지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라.”

감독님의 말씀에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

―아, 빌드가 엇갈렸어요.

―아무리 이승우 선수라도 이건 이길 수 없죠.

―보여야 뭘 잡을 것 아닙니까?

중계진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있던 CT 쪽에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김대형이 이승우를 잡아낸 것이다.

빌드가 완벽하게 엇갈렸다.

본진에서 4제단을 올리며 올인을 준비했던 이승우.

하지만 김대형은 빠르게 흑완을 생산했다.

당장 병력 수는 이승우가 앞섰지만 아무 의미 없었다.

보이지 않는 흑완을 때릴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나마 자신의 입구를 용무관으로 막으며 어떻게든 용광포를 완성하려 애썼지만 흑완 2기의 공격력은 어마어마했다.

순식간에 솟대가 깨졌고 그 틈으로 흑완이 들어갔다.

―이승우 선수도 순간 센스가 빛났거든요?

―그렇죠. 화면이 꾸물거리는 걸 본 순간 바로 건물로 입구를 막으며 경기를 이어 가려고 했거든요?

―그게 정말 대단한 겁니다. 다른 선수라면 어? 이게 뭐지? 아. 망했다. 이러고 끝이었을 텐데. 이승우 선수는 그 상황에서도 해법을 침착하게 찾았네요.

―조금만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아니 서로의 거리가 대각선이었다면 막았을지도 몰랐을 겁니다.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용무관이 원망스러운 이승우 선수입니다.

둘의 본진은 가장 가까운 가로였다.

사실 한종엽 해설의 가정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었다.

상대가 가로에 위치해 있기에 4제단을 선택한 이승우였으니까.

중계진의 칭찬이 이제 김대형에게 향했다.

당연한 것이었다.

이번 경기의 승자는 김대형였으니까.

―그동안 김대형 선수가 보여 주지 않았던 모습 아닙니까?

―만약 이번 경기도 본인의 스타일대로 했다면 분명 잡아먹히고 말았을 겁니다.

―그렇죠. 패배를 하는 건 이승우가 아닌 김대형이었을 겁니다.

평소 김대형이라면 안전하게 제단을 올리거나 앞마당을 확보하며 후반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런 김대형이 이번엔 흑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말 의외였다.

김대형이 용용전에서 흑완을 뽑은 건 이례적인 일이었으니까.

벤치의 분위기를 봤을 때 아마 이정훈 감독의 지시가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 작품 후기 ============================

아쉽게 연승이 22연승에서 끊겼네요.

체력만 더 있었다면 이길 수 있었을텐데....

22승 2패로 콩스러운 스코어가 완성되었습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은 지나도 늦지않다고했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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