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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51화 (151/575)

00151  Game No. 151 콩의 가호.  =========================================================================

Game No. 151

경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초반 용아 견제를 통해 2 화통도감을 못하도록 만든 반면 나는 앞마당을 안전하게 가져갔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엇박자 타이밍으로 준비한 흑완 드랍으로 카운터펀치도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분명 상황은 좋다.

내가 그리던 그림대로 그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 자꾸 들었다. 화장실을 가고 뒤를 안 닦은 그런 찝찝함?

정말 박수천이 앞마당을 가져가고 무난하게 트리플을 가며 중앙 싸움을 유도할까?

그런 의문이 점점 차오를 때쯤 본진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는 미니맵 신호가 떴다.

순간 몸이 굳었다.

아뿔싸.

황급히 본진을 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화차가 신나게 용안을 때리고 있었다.

앞마당 입구는 용혼이 든든히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금와구나.’

금와로 실어서 온 것이겠지.

뒤통수를 커다란 망치로 맞은 기분이 들었다. 1화통 1풍운청을 올렸다는 걸 너무 늦게 파악했다.

화차 2기와 천자총통 1기.

많은 병력은 아니지만 너무 까다로운 조합이다.

당장 현룡이 나오려면 멀었기 때문이었다.

신전 주변에 박히는 지뢰를 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현재 있는 용혼의 컨트롤만으로 막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쉽지 않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공격이라 피해가 더 컸다.

용안이 5기나 잡히는 사이, 상대 병력을 아직도 몰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투신] 사용.’

잠시 고민하던 난, [투신]을 곧바로 사용했다. 체력이 너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룡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건 무리다.

어떻게든 용혼 컨트롤로 병력을 몰아내야 한다. 결국 군데군데 박힌 지뢰를 제거하며 가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치만으론 힘들었다.

실수라도 한 번 나온다면?

경기가 확 기울어질 수도 있다. 초반 용혼의 숫자는 매우 중요하다.

용혼을 지뢰가 있는 쪽으로 들이밀며 나오는 지뢰를 차분하게 일점사를 통해 제거해 주었다.

순간 미스가 나며 용혼 1기를 잃긴 했지만 그래도 상대방 병력을 뒤로 물리는 데 성공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엔 피해가 생각보다 크다.

본진 자원 채취가 마비된 시간 동안 상대는 앞마당을 완성 시켜 두 군데서 자원을 쌩쌩 돌렸을 것이다.

박수천이라면 분명 5화통 타이밍 러시나 5천자 총통 찌르기 등으로 지금의 차이를 더욱 더 벌리려 하겠지.

경기내의 피해도 피해지만, 이런 사소한 전투에서 [투신]을 사용한 것 자체도 피해다.

이대로 상대가 원하는 상태로 끌려가면 안 된다.

반전의 기회를 노려야 한다.

그때 완성되기 직전인 하늘성소가 눈에 보였다.

내가 하늘 성소를 짓는 거 박수천한테 안 들켰던 거 같은데.

박수천의 화차가 머문 곳은 철광 뒤가 전부다. 화차의 시야로 확인한 건 용의 신전이 느리다는 것밖에 없다.

용안을 잡고 용혼을 견제하느라 화차는 철광 뒤에서 떠나지 않았다.

꽤 오랜 시간 자원을 채취를 못하게 방해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외의 정보를 가져가는 덴 실패했다.

잠깐, 이걸 역이용해 본다면?

‘[엄대엄] 사용.’

망설임 없이 [엄대엄]을 사용하였다. 15%의 체력이 쑥 빠져나갔다. 속이 쓰렸지만 할 수 없다.

후회해 봤자 한도 끝도 없다. 애초에 불리한 상황이 되지 않게 꼼꼼하게 상대 의도를 파악했어야 했다.

정보를 주지 않았다는 건 괜찮지만 그 전에 피해를 너무 받았다.

결국 노릴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

―박수천 선수 피해 줬네요. 기분 좋게 시작하고 있거든요?

―박수천 선수도 조심해야 합니다. 흑완 드랍 올 수 있어요. 정확히 파악 못 했거든요?

―박수천 선수 대장간 짓는 타이밍이 조금 느립니다. 배짱 좋게 2개의 화통도감부터 확보하고 화포 연구소 짓고 이제야 의방 올라가거든요?

의방은 군영에 관측소를 달 수 있게 해 주는 건물이다. 아직까지도 대장간을 건설하지 않는 박수천.

아예 생략한 심산으로 보였다.

―대장간 아직도 안 짓죠? 이러면 조금 지켜봐야죠?

―아예 생략한 것 같습니다. 흑완은 전혀 생각 못 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아까 철광 근처에서 용안과 용혼 견제하는 데 집중한 탓에 박수천 선수가 용족의 본진을 정찰하지 못했어요. 그냥 용의 신전이 느리다는 것만 파악했거든요? 혹시 용족이 트리플 가져가고 있다고 잘못 알고 있으면 피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한종엽 해설의 지적처럼 박수천은 이승우가 하늘성소 테크를 탄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만약 알았다면 지금처럼 배짱 좋게 3개의 화통도감을 확보하진 못했을 거다.

―드랍을 통해서 상대방의 병력을 잡아냈고, 용안까지 몇 기 덤으로 잡아냈거든요? 너 지금 그거 복구하면서 정신 없을 테지? 그럼 나는 병력 위주로 플레이 하면서 혹시 네가 과감하게 트리플 했으면 넌 죽었어. 이런 생각만 하고 있거든요? 지금 본인이 굉장히 이득만 봤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거 지켜봐야 합니다.

―너무 흥분했나요? 시야가 좁죠. 다른 건 전혀 생각 못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피해 준 것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 흑완 2기를 실은 운룡이 박수천의 본진 쪽으로 내려왔다. 여기에 모든 것이 달렸다.

운룡과 흑완이 쉽게 잡히면 경기는 급속도로 박수천에게 기울게 된다.

이승우는 이번 공격에 모든 걸 걸어야 했다.

당장 통할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이제 막 군영에 관측소가 건설되는 상황.

그 전까진 흑완의 세상이었다.

―박수천 선수 놀랐죠?

―전혀 예상 못 한 표정입니다.

흑완의 모습에 입을 떡 벌리는 박수천.

세 개의 화통도감이 있어 병력이 많은 박수천이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보여야 싸우든 말든 할 것 아닌가?

그때 앞마당 인근에 내린 흑완이 지뢰 하나를 끌고 궁병 쪽으로 향했다.

―지뢰 역대박 노리죠!!

―어? 어?!

유일하게 운룡을 때릴 수 있는 궁병의 숫자를 줄어 주려는 의도였다.

정말 센스 있는 움직임이었다.

이승우의 의도는 성공했다.

―터집니다!!!

―이야. 이승우 선수 센스 있네요. 지금 궁병이 잡히면 운룡을 때릴 수 있는 유닛이 하나도 없거든요!

지뢰 폭사에 비명횡사하는 2기의 궁병.

이제 운룡을 때릴 수 있는 병력은 없어졌다.

분위기가 순간 역전되었다. 설마 하는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아스트로 벤치.

―박수천 선수 바로 풍혼 찍어야죠!

이승우에게도 시간이 많은 건 아니다.

이미 풍운청이 있기에 곧 운룡을 격추할 수 있는 풍혼이 나온다.

풍혼이 나오면 더 이상 흑완을 내렸다 태웠다 하며 도망 다닐 수 없게 된다. 이 정도 피해는 본인이 받은 것의 반의반도 미치지 못했다.

더 큰 피해를 줘야 한다.

이승우가 1기의 흑완은 앞마당 쪽에, 나머지 1기는 본진 쪽으로 보내며 환국의 화력을 분산시켰다.

박수천도 앞마당 근처에 지뢰를 심으며 어떻게든 흑완을 제거하려 하고 있었다.

―어? 저거 위치가 조금 위험해 보이는데요?

―만약 지뢰가 심어지는 걸 이승우 선수가 봤으면 역으로 대박 노릴 수 있거든요?

박광춘 해설의 지적처럼 이승우가 화면을 보고 있을 때 지뢰가 심어졌다면 충분히 일꾼 역대박을 노릴 수 있는 위치였다.

―갑니다!

그 순간, 흑완이 지뢰 쪽으로 살짝 움직였다.

지뢰가 흑완에 반응해 올라오는 순간 다시 일꾼 쪽으로 방향을 트는 흑완.

―퍼퍼퍼펑!

“오아!”

“대박!”

지뢰에 흑완도 잡혔지만 폭발에 휘말려 일꾼도 함게 폭사하고 말았다. 그 수를 정확히 세진 못했지만 어림잡아도 5기 이상은 터진 것 같았다.

―이러면 아까 피해 복구했죠!

―박수천 선수도 빨리 풍혼 뽑아서 운룡 떨어뜨려야죠! 지금 공중 공격할 수 있는 유닛이 전무하거든요? 안 그러면 흑완 영원히 태웠다, 내렸다 하면서 아케이드 합니다.

박수천도 멍하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우승까지 경험해 본 몸.

빠르게 정신을 추슬러 풍혼을 생산해 운룡을 쫓았다.

부랴부랴 땅에 내리는 흑완. 그걸 기다렸다는 듯 박수천이 천리안을 뿌려 흑완을 잡아냈다.

그렇게 모든 상황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거짓말처럼 경기가 5:5로 맞춰졌다.

―피해 받은 만큼 고스란히 돌려주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오히려 이자까지 쳐서 줬죠.

―이승우 선수 배짱도 대단하네요. 상대 금와가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풍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과감히 운룡을 생산해 견제를 들어간 것. 정말 좋은 선택입니다.

―그만큼 상대가 무얼 선택했는지 확실히 예측했다는 말입니다. 공격적인 스타일을 지닌 박수천이 방어를 하기보단 오히려 화통도감을 늘리며 진출을 시도할 거라는 걸 알고 있던 거죠.

―하늘성소를 보지 못한 게 뼈아플 겁니다. 박수천 선수 입장에선.

경기가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어엇!!! 두 번째 운룡! 보고 깜짝 놀랐네요.

―예에. 정말 놀라신 것 같아요.

―진짜 두 번째 운룡까지 뽑는 건 정말 별로 없는 일이거든요?

하지만 연달아 날아온 두 번째 운룡.

역시 이번에도 2기의 흑완을 태우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선택이었다.

지금 운룡이 날아왔다는 건 첫 번째 운룡이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두 번째 운룡을 찍었다는 뜻이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박수천 역시 이번 운룡만 몰아내면 된다는 생각에 앞마당 쪽에서 지뢰를 심어 놨다.

걸어오는 흑완만 대비한 것이다.

하지만 이승우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상대의 풍혼이 나오든 말든 바로 운룡 1기를 추가로 생산한 것이다.

정말 과감한 선택.

그것이 지금 제대로 통하고 있었다. 관측소의 술력이 남아 있지 않아 천리안을 쓸 수 없었다. 즉 흑완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지뢰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아. 너무 망가졌어요. 이거 정말 큰일 났죠. 일단 풍혼이 나왔으니 더 이상 아케이드는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앞마당을 마비시키면서 일꾼을 많이 잡아냈기 때문에 이미 피해는 다 복구 했고. 아. 천리안이 없네요! 천리안이 없어요!

―큰일 났네요. 망가졌습니다. 완전히 망가졌어요!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대부분 단순한 면이 있습니다.

―네. 그렇죠.

―운룡에 태운 흑완으로 일꾼, 건물 다 썰면서 피해를 주며 재미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어? 통하네? 싶을 때 두 번째 운룡까지 뽑는 선수는 얼마 없거든요. 이 사소한 차이가 레벨을 만들고 그 레벨 차이가 우승자를 만들어 내는 겁니다!

―진짜 말 그대로 물 들어올 때, 노 더 저었어요.

―첫 번째 드랍을 통해서 정찰을 끝까지 좀 했어야 했는데. 아. 용안 한두 기 더 잡아서 뭐합니까? 정보가 부족해서 이렇게 경기가 힘들어졌는데!

박수천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미 경기가 너무 꼬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연달아 받았다.

흑완을 제거하고 후반을 노리기는 너무 늦었다. 이젠 화살탑을 지어도 소용이 없다.

그저 목숨 줄이 몇 분 길어지는 것뿐이었다.

박수천의 선택은 남은 병력을 이끌고 북진을 하는 것이었다.

본진의 흑완을 제거하는 데 천리안을 사용하지 않고 용족의 본진을 밀 때 사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흑완이 드랍 되기 전까지 만해도 환국의 병력이 용족보다 많았다. 박수천이 뭘 해도 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흑완에 피해를 입는 동안 용족은 부지런히 병력 생산에 힘썼다.

이제는 엇비슷한 상황.

차분히 전투를 펼친다면 박수천에게도 기회는 있었지만 시간은 박수천의 편이 아닌 이승우의 편이었다.

군영 2개를 전부 장악당한 박수천은 더 이상 추가 병력이 나오지 못한다.

반면 이승우는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다시 운룡을 생산해 거기에 용아를 태워 용혼과 함께 정면 병력을 상대해도 되고 아까처럼 흑완을 1기씩 던지며 소모전을 해도 되었다.

이젠 뭘 해도 이승우가 유리했다.

―이야. 이 경기를 이렇게 잡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5분도 되지 않아 분위기를 바꿔 버렸거든요?

―박수천 선수, 할 게 없어요. 이승우 선수는 그냥 안 싸워 줘도 됩니다. 그냥 용혼 뒤로 쭉 빼면서 추가 병력 생산되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사실상 이건 거의 포기 러시죠.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다.

박수천이 고군분투해 봤지만 용족의 병력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모든 병력을 다 잃은 순간 박수천이 GG를 선언했다.

―박수천 선수 GG.

―이승우 선수! 3킬에 성공합니다. 초반 상대방 심리를 역이용한 흑완이 제대로 들어맞았습니다.

―그 빈틈 없던 박수천 선수가 한순간에 방심했고, 그 방심으로 인해 한순간 무너져 버렸습니다. 일단 드랍으로 피해를 준 게 너무 기분이 좋았던 거예요. 안전하게 화살탑 한 개씩만 군영 근처에 건설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한종엽 해설위원의 말처럼 본인이 몰아붙여서 끝낼 생각만 했습니다. 내가 이런 걸 준비하는 것처럼 상대도 그걸 준비한다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말이죠.

―그것도 하나의 운룡에서 날아온 흑완이 아닌 2기의 운룡에서 날아온 흑완.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이게 건물 하나를 짓더라도 생각을 하고 지어야 된다는 겁니다. 황룡성지의 위치가 아주 좋았죠. 만약 본진 위쪽이 아닌 철광 아래쪽에 지었다면 금와가 날아왔을 때 바로 의도를 들켰을 거거든요?

―그나저나 22연승입니다. 22연승!!! 이승우 선수가 22연승에 성공했습니다.

―오늘 기세 너무 무섭습니다. 이제 올킬과 프로리그 대기록을 동시에 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승우를 기다리는 기록은 연승 기록뿐만이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

그럼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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